그런 엄마가 있었다
조유리 지음 / 바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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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있었다》는 책 제목을 보고는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궁금한 마음에

슬쩍 펼쳐보았다가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는 걸 알고는

할머니가 생각나 홀린 듯이 집어 들었다.


이 책은 자식이 배부르기만 하면 만사 OK였던 한 엄마,

자식들을 치열한 8학군 강남지역에 뚝 떨어뜨려 놓고는

정작 본인의 검정고시에 집중하거나

어릴 때 아이를 키우던 것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며

손녀들을 돌보는 데 마냥 둔하고

겁쟁이이기만 했던 엄마,


그런 친정엄마와 시종일관 툴툴대는 아버지 밑에서

그런대로 유복하게 지내왔다고 생각했던 작가가

둘째 출산 이후 맞물려 시작된

친정엄마의 뇌경색과 뇌출혈,

그 이후 치매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무너지는 일상과

그리고 엄마를 '분실'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직도 엊그제 같은 기억이지만

우리 가족 역시 일 년 반쯤 전

치매를 앓은 이후 요양병원에서 지내시던 할머니가

응급수술 이후 깨어나지 못하고 임종을 맞이했기에

'어쩐지 공감하는 내용이 많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 펼쳐보게 되었다.


먹고 사느라 바빠서 자식들에게 애정을 쏟거나

세심한 정성을 기울일 새도 없이

떼어두고 장사를 나가느라 바빴던 친정엄마,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매정한 손끝이

아쉽고 서럽기만 했지만

비로소 같은 입장이 되어

자식을 떼놓고 직장에 나가고 보니

그제야 아이를 둘이나 키웠음에도

'도무지 육아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던'

엄마의 말과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고 했다.


그런 엄마와의 공감과 이해도 잠시,

두 번의 뇌경색과 뇌출혈로

엄마의 인지 기능과 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치매를 앓게 되면서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게 되는 과정은


이미 할머니를 통해 경험했음에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그저 글만으로는

짐작하거나 헤아릴 수 없을' 고통이기에

몇 번이나 책 읽기를 멈추고

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요즘은 워낙 주간보호 센터 등의 시설이 많아

하루의 일부 혹은 24시간 내내

어르신들을 돌봐주는 곳이 많고

나라에서 요양보호사 비용 지원을 해주기도 하니


그들의 손을 빌리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가족들이 돌보는 일이 얼마나 된다고 힘들겠어,

다 늙고 병들고 나니 싫어진 거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루 중 길지 않다고 생각할 그 시간 동안

(주로 모두 자야 하는 밤이나 새벽시간)

인지 기능이 떨어진 노인이 불쑥불쑥

다른 가족의 평온을 깨뜨릴 때

이를 감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음에도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감,

마음의 무거운 짐이 되는지

겪어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따금씩 '분실'했던 가족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 느껴지는 미안함과 애틋함,

그리고 다시 '분실'되는 과정의 반복에서 찾아오는

부양인의 정서적 무너짐은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난다는 게

너무도 길고 힘든 여정이랄까.


무언가 아쉬운 사회적인 제도와

치매나 인지장애의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관리하기 좋은 식으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 요양센터의 운영,


사고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직접 어르신을 모시지 않은 죄책감'으로

큰소리치지 못한 채 그저 입을 닫고

눈물만 흘렸던 건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아직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겪게 될 이야기이기도 해서

치부를 들키거나 정곡을 찔린 듯

죄책감에 아프기도 했다.


할머니의 치매를 겪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나라 사회적 돌봄 체계에는

여전히 많은 허점이 있고

철저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공자 중심으로

시스템이 꾸려져 있다.


맡기는 가족들의 기대를 충족하거나

서비스를 받는 당사자는 오히려 소외되어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듯싶지만 그게 현실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인이 죽음에 이르는 길은

참 복잡하고 인위적이라서

남은 가족들은 자연스레 죄인이 되게 하고

그로 인해 감당할 수없이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한다.


할머니의 죽음 이후 따지고 싶은 게 많았지만

그저 '아쉬움'의 전화 한 통이었을 뿐

아직 그곳에 남아있을 어르신들은

'내 가족이 아니라 남이니까'

오지랖이 될 수 있고 그런다고 달라지는 게 없기에

그저 거기에서 멈췄을 뿐,

이게 사회적인 문제라는 생각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용기 있게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

'다른 이의 부모, 그리고 노인'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작가의 용기가 멋지기도 했고

그런 움직임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과정에 있어서

이들을 보살피고 책임져야 할

가족들의 입장뿐 만 아니라


아무리 인지가 떨어지고

이따금 본인을 '분실'하는 사람이라 해도

각 돌봄의 과정에 필요한 선택의 시간에서는

반드시 본인의 의사를 확인해

어떤 돌봄과 처치와 연명치료를 할지

미리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한 준비가 조금이나마

죽음에 이르는 길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해 주어

언젠가 다가올 부모님의 마지막,

그리고 나의 마지막을 제대로 준비해야겠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도 있었다.


만약 할머니가 치매를 앓기 전

혹은 임종을 맞이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났다면

조금 더 할머니를 위한 길을 선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혹은 좀 더 남은 가족들이 덜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단순히 누군가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고 겪은

한 가족의 기록을 담은 글을 넘어서

많은 것을 되짚어 생각하게 해주고

울림과 변화의 마음을 일깨워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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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물건 고르는 법 - 현명한 소비생활을 위하여
박찬용 지음 / 유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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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무언가를 사면서 살아간다.


어릴 때만 하더라도 직접적인 소비보다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을 고르는 선택은

부모님을 통해 이루어지는 듯싶지만


용돈을 가지고 슈퍼마켓에 가서

과자 한 봉을 고르거나

문방구에서 원하는 디자인의 수첩이나

지우개 따위를 고르는 것 역시

개인의 기호와 취향, 의견이 들어간

선택적 소비라 할 수 있으니


소비생활은

우리의 삶의 시작과 함께해

죽는 날까지 계속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평생 이어지는 소비생활에 있어

'어떤 물건을 사는 게 좋은가'라는 고민은

정해진 예산을 두고 특정 품목을 고를 때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창 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하면서

'이달의 물건'이나 '이달의 소비' 등

한 달을 주요 키워드에 따라 정리하면서

이달에 소비한 물건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소비였는지

혹은 의미 있는 소비였는지를 기록하는

다꾸러들을 보기도 했다.


나 역시 수많은 매번의 소비에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는 않지만

이따금 어떤 물건을 구입한 소비에 대해서는

'이건 진짜 잘샀다템'이라며 이 물건을 선택한

스스로에게 기특함을 느끼고

뿌듯함에 두고두고 만족하기도 한다.


이 책은 긴 시간 라이프스타일 잡지 에디터로

일해온 박찬용이 써 내려간 이야기로


그가 후디, 백팩, 볼펜, 스니커즈,

니트, 야구모자, 안경, 청바지, 의자,

손목시계, 손톱깎이 등의

다양한 카테고리의 크고 작은 소비를 통해 깨달은


좋은 물건은 어떤 물건이고

그런 물건은 어떻게 고를 수 있는지

다양한 브랜드와 정보, 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나와 함께 나이가 든 청바지들은

옷감으로 만든 내 일기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우리의 매일을 채우는 물건 중

어떤 것은 정말 나를 그대로 담고 있다고,

그렇기에 내가 고르는 물건이 곧 나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물건을 고를 때 '그냥' 구매를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

값이 싸 든 혹은 품질이 뛰어나거나

브랜드가 마음에 들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그 물건을 '소비'하기로 '선택'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내가 고른 물건이 내 삶임을

소비를 되돌아보며 깨달을 수 있었고,

하나의 물건에도 얽히고설켜있는

세상을 보는 방법을 보는 즐거움을

몸과 눈으로 직접 느끼게 해준 기회가 되었다.


저자의 소비를 살펴보며

물건을 살 때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기도 했고

또, 그의 제안으로 새로이 알게 된 부분도

물론 있었지만


그와는 다른 기준으로 소비하는

나의 기준을 떠올리기도 하며

'나'라는 사람은 어떤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볼 수 있기도 했다.


물건을 고를 때 '무조건 싼 것' 혹은

'무조건 명품으로 비싼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거나

어떻게 물건을 선택해야 할지

스스로 중심과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제대로 된 물건의 가치를 셈해보고

물건을 고르는 기준을 성립하게 도와주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소비를 하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물건을 구매할 때 어떤 가치에 중점을 둘 것인가,

이것이 정말 필요한 것인가

혹은 그냥 갖고 싶은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소비'를 마주하는 스스로에게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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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 오늘을 만끽하는 이야기 (양장본) 오늘을 산다 2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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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미혼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아가고 있어서인지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 가운데
미혼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유독 더 많은 공감이 가는 편이다.

이번에 출간되는 〈오늘을 산다〉 시리즈 가운데
2권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역시
70대 부모님과 함께 사는 40대 싱글 직장인
히토미의 이야기를 담아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퇴근하는 딸에게 "오늘도 수고했다"라고 말하며
밝은 미소를 전하는 어머니,
취미 독서를 손에서 놓지 않고 독립적인
노년의 삶을 유지하는 아버지.

세 사람의 주된 대화는 계절의 변화와
맛있는 음식 이야기이다.
주인공이자 딸인 히토미는 싱글인 친구들과
다양한 맛집을 탐방하며,
40대라서 더 이상 그들에게 일어나지 않는
설레는 일의 종류를 화제로 올리며 씁쓸해하지만
젊은 시절과 지금을 바꾸고 싶지는 않다.

40대에 찾아온 연애에 들뜨지만,
히토미는 변함없이 히토미이다.
좋은 날에도 그렇지 않은 날에도
언제든 변하지 않는 자기 자신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하는 것.

히토미의 이러한 일상을 통해
마스다 미리 작가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행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에게나 '나'는 존재하기에,
행복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

40대 싱글인 딸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일상의 작은 변화에 즐거움을 느끼는 부모님은
독립적이나 딸의 보호가 필요한 시간이
왔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고,
딸인 히토미는 40대의 안정감과 쓸쓸함을
고루 만끽하면서 매일을 보낸다.

매일이 스펙터클한 '사건'이 가득해
자극적인 즐거움과 행복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매일 24시간의 일상 속
변화하는 기분과 상황 속에서도
언제든 변하지 않고 심지 있게 자신의 모습을
살아내는 우리의 삶 자체가 행복임을
느낄 수 있는 잔잔한 책이었다.

행복이라는 감정이 특별한 사람이나
성공한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히토미와 비슷한 연령을 향해 달려가는
30대의 나에게도 위로와 위안이 되고
어떤 마음으로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해답을 제시해 준 것 같아서
참 와닿기도 했다.

특별한 '일' 없이 무난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한 끼니의 식사,
계절의 변화나 집안 화초의 성장,
뉴스거리들을 입에 올리며
특별히 빛나지는 않지만 걱정거리 없이 잔잔한
현실에 감사하는 우리 집의 일상과도
이만큼 닮아있는 히토미의 일상을
'행복'이라 정의하고 보니
나 역시 모르는 새에 '행복'하게 살고 있었구나
새삼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범한 오늘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태도가 곧 행복이라는,
일상적으로 꾸준하게 행복을 말하는
마스다 미리의 세계를 만나며
이만큼 함께 성장하고 자라난 기분이다.

소책자에 실린 히토미의 일상 조각 만으로도
참 많은 공감이 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짤막한 이야기에서도 마스다 미리 작가의
흡입력에 이렇게 또 감탄이 든다.


※ 본 포스팅은 새의노래 로부터
신작 출간 기념 마스다 미리 동창회로 선정되어
〈오늘을 산다〉 시리즈 소책자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저의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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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2024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 수상작 오늘을 산다 1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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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을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순간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관찰해
소소한 일상 속 행복과 평범함을 작품으로 그려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 마스다 미리.

특유의 편안한 감성과
힘을 빼고 적당히 대충 그린 듯한 그림이
오히려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기분이라
그녀의 신간이 나올 때면 꼭 찾아 읽게 된다.

이번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특별 기념판으로
그녀의 인생관과 행복관을 담은
〈오늘을 산다〉 2부작 시리즈가
새의노래를 통해 출간되었는데
감사하게도 사전 서평단 '동창회'에 선정되어
먼저 마스다 미리의 신간 편집본을 접할 수 있었다.

두 작품 중 《누구나의 일생》 은
30대 일러스트레이터 나쓰코의 이야기로,
그녀는 낮에는 도넛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밤에는 만화를 그려 인터넷에 올린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나쓰코는
현실 세계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그녀가 그리는 만화 속에 투영해
이루어지지 못한 소망과 전하지 못한 진심을
또박또박 말하기도 한다.

무심한 듯 보이는 부녀지간이지만
아버지를 위해 옷을 산다거나,
동료 알바 대학생이 코로나 시대로 인해
누리지 못한 대학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누구나의 일생》의 시간적 배경은 코로나 시기로,
당연한 듯 주어지는 매일과
자연스럽던 타인과의 소통이 무너지고,
당연하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
더 마음 아프고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삶이 있듯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그려내어
마스다 미리 작가가 항상 그려왔던
일상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와닿는 느낌이었다.

또한 현실의 나쓰코와 그녀가 그려낸 작품에서의
같은 듯 다른 평행세계 같은 일상의 모습을 통해
사는 동안 우리가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꺼내 표현한다면,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망과
전하지 못하는 진심은 없다는
'당장'이라는 시간 속에서는 아닐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전해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어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모든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에서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에
나만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곧 인생이라고
말하는 마스다 미리.

내일이 오늘처럼 평온하리라 더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절망 없이 오늘을 살 수 있는 것,
그런 오늘이 모여 '한 일생'이 되는
그녀의 이야기가
매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엇비슷한 듯 보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해 준 것 같다.

어쩌면 나쓰코가 '만화를 잘 보고 있다'라는
아빠의 말에 발끈하며 '보는 거 정말 싫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만화 안에 담긴
자신의 진심을 들키는 것이 부끄럽고 수줍어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닐까 싶었고,

그런 그녀의 진심을 이미 헤아린 아빠와
'대화 없는 소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매일의 일상과 일생을 따뜻하게 채워나가는
모습이 무척 따스하게 느껴졌다.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있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그녀의 '오늘'을 담은 작품으로
다시 행복감과 소중함을 깨닫는다.

편집본 만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마스다 미리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어 좋았고,
변하지 않는 듯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녀의 세계가 기대되어 마저 더 펼쳐 읽어보고 싶다.



※ 본 포스팅은 새의노래 로부터
신작 출간 기념 마스다 미리 동창회로 선정되어
<오늘을 산다> 시리즈 소책자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저의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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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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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둘러앉아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끄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소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비단 생일뿐만 아니라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의 보름달을 보면서도
이따금씩 찾는 절에서도 소원등이나 초를 사서
불을 켜두고 간절한 기도를 하기도 하니
다들 가슴속에 하나쯤은 무언가를 바라면서
사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누구나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소원'에 대한 판타지를 담은 이야기로,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며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하고
짧은 사연과 문자에 담긴 찐득한 소망을 읽고는
이를 작품에 투영한 마론 작가의 소설이다.

책은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는
소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말이 없어 소극적이고 늘 외톨이였던 그녀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게 된다.

이후 세상에 혼자 동떨어진 소원은
외로움을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남에게 말하기 힘든 소망을 품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런 기대로 만든 것이 바로 '소원성취' 어플이다.
무엇이 되었든 원하는 소원을 어플에 등록하면
고객센터에서 그녀와 직접 대면 상담을 통해
원하는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것!
단, 전제조건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뒤처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흥미진진한 판타지를 담았다.

이 소설은 어플을 설치하고 소원을 등록한
각 이용자의 사연을 따라 진행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행복을 바라는 은지,
악플이 무서운 심약한 웹 소설 작가 은보,
가족은 지킬 수 없었지만 유일한 반려 가족인
고양이만큼은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춘호,
더 이상 남들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지 않은 도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에 복수를 하고 싶은 다정,
많은 일들을 이겨내고 스타강사가 되었지만
췌장암 3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
남의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용대까지.

그들이 요청하는 바를 넣어
소원은 맞춤형 어플을 제공하고
어플을 사용하며 의뢰인들은 신기한 일을 겪는다.
처음에는 얼핏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쉬이 행복해지지 않는 의뢰인들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많이 바라고 꿈꾸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솔직한가,
정말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그걸 위해 포기해도 되는 건 뭔지
그것을 선명하게 골라낼 수 있는가 하는
소원의 말이 마치 의뢰인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져
'내가 바라는 건 뭐지?' 하고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고객센터를 방문하는 의뢰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듣고,
의뢰인들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을 겪으며

처음에는 무미건조하고 표정 없이
사람들을 대하던 소원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의뢰인들의 모습을 통해
점점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여는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진짜 소원이 뭔지 알게 되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높은 산꼭대기 마을에서 내려다보거나
이방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말이다.

나만의 한 줄 평 🔽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진짜 행복과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

한 사람의 성장은 물론
각기 다른 인물들이 가진 서사들을 읽어 내려 가며
라디오 사연을 듣거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고

내가 마주하고 있는 어둠이나 고민, 소망도
그냥 그 하나만 해결한다고 될 것이 아니라
나의 속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과 변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남았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힐링 소설로
읽고 나니 작은 행복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터놓지 못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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