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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2024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 수상작 ㅣ 오늘을 산다 1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평점 :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을 쉬이 흘려보내지 않고
순간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관찰해
소소한 일상 속 행복과 평범함을 작품으로 그려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작가 마스다 미리.
특유의 편안한 감성과
힘을 빼고 적당히 대충 그린 듯한 그림이
오히려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기분이라
그녀의 신간이 나올 때면 꼭 찾아 읽게 된다.
이번에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특별 기념판으로
그녀의 인생관과 행복관을 담은
〈오늘을 산다〉 2부작 시리즈가
새의노래를 통해 출간되었는데
감사하게도 사전 서평단 '동창회'에 선정되어
먼저 마스다 미리의 신간 편집본을 접할 수 있었다.
두 작품 중 《누구나의 일생》 은
30대 일러스트레이터 나쓰코의 이야기로,
그녀는 낮에는 도넛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밤에는 만화를 그려 인터넷에 올린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가는 나쓰코는
현실 세계에서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그녀가 그리는 만화 속에 투영해
이루어지지 못한 소망과 전하지 못한 진심을
또박또박 말하기도 한다.
무심한 듯 보이는 부녀지간이지만
아버지를 위해 옷을 산다거나,
동료 알바 대학생이 코로나 시대로 인해
누리지 못한 대학 생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누구나의 일생》의 시간적 배경은 코로나 시기로,
당연한 듯 주어지는 매일과
자연스럽던 타인과의 소통이 무너지고,
당연하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어
더 마음 아프고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던
그 시기를 배경으로 함으로써
삶이 있듯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그려내어
마스다 미리 작가가 항상 그려왔던
일상의 소중함이 더욱 크게 와닿는 느낌이었다.
또한 현실의 나쓰코와 그녀가 그려낸 작품에서의
같은 듯 다른 평행세계 같은 일상의 모습을 통해
사는 동안 우리가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꺼내 표현한다면,
이루어지지 못하는 소망과
전하지 못하는 진심은 없다는
'당장'이라는 시간 속에서는 아닐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전해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얻을 수 있어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기도 했다.
인생을 살아가며
모든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세계에서
좋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에
나만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곧 인생이라고
말하는 마스다 미리.
내일이 오늘처럼 평온하리라 더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오히려 절망 없이 오늘을 살 수 있는 것,
그런 오늘이 모여 '한 일생'이 되는
그녀의 이야기가
매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엇비슷한 듯 보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제시해 준 것 같다.
어쩌면 나쓰코가 '만화를 잘 보고 있다'라는
아빠의 말에 발끈하며 '보는 거 정말 싫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만화 안에 담긴
자신의 진심을 들키는 것이 부끄럽고 수줍어
에둘러 표현한 게 아닐까 싶었고,
그런 그녀의 진심을 이미 헤아린 아빠와
'대화 없는 소통'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매일의 일상과 일생을 따뜻하게 채워나가는
모습이 무척 따스하게 느껴졌다.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있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그녀의 '오늘'을 담은 작품으로
다시 행복감과 소중함을 깨닫는다.
편집본 만으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
마스다 미리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엿볼 수 있어 좋았고,
변하지 않는 듯 어느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녀의 세계가 기대되어 마저 더 펼쳐 읽어보고 싶다.
※ 본 포스팅은 새의노래 로부터
신작 출간 기념 마스다 미리 동창회로 선정되어
<오늘을 산다> 시리즈 소책자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저의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