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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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생일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생일 케이크를 앞에 두고 둘러앉아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끄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소원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비단 생일뿐만 아니라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의 보름달을 보면서도
이따금씩 찾는 절에서도 소원등이나 초를 사서
불을 켜두고 간절한 기도를 하기도 하니
다들 가슴속에 하나쯤은 무언가를 바라면서
사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누구나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소원'에 대한 판타지를 담은 이야기로,
오랫동안 라디오 작가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접하며
'사람들은 자신의 얘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하고
짧은 사연과 문자에 담긴 찐득한 소망을 읽고는
이를 작품에 투영한 마론 작가의 소설이다.

책은 선택적 함구증을 앓고 있는
소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말이 없어 소극적이고 늘 외톨이였던 그녀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잃게 된다.

이후 세상에 혼자 동떨어진 소원은
외로움을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남에게 말하기 힘든 소망을 품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누군가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그런 기대로 만든 것이 바로 '소원성취' 어플이다.
무엇이 되었든 원하는 소원을 어플에 등록하면
고객센터에서 그녀와 직접 대면 상담을 통해
원하는 맞춤형 기능을 제공하는 것!
단, 전제조건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뒤처리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흥미진진한 판타지를 담았다.

이 소설은 어플을 설치하고 소원을 등록한
각 이용자의 사연을 따라 진행된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행복을 바라는 은지,
악플이 무서운 심약한 웹 소설 작가 은보,
가족은 지킬 수 없었지만 유일한 반려 가족인
고양이만큼은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춘호,
더 이상 남들의 뒤치다꺼리나 하고 싶지 않은 도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아픔에 복수를 하고 싶은 다정,
많은 일들을 이겨내고 스타강사가 되었지만
췌장암 3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아
남의 불행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용대까지.

그들이 요청하는 바를 넣어
소원은 맞춤형 어플을 제공하고
어플을 사용하며 의뢰인들은 신기한 일을 겪는다.
처음에는 얼핏 '자신이 바라는 바'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쉬이 행복해지지 않는 의뢰인들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런 모습을 보며
무언가를 많이 바라고 꿈꾸고 있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 솔직한가,
정말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그걸 위해 포기해도 되는 건 뭔지
그것을 선명하게 골라낼 수 있는가 하는
소원의 말이 마치 의뢰인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건네는 말처럼 느껴져
'내가 바라는 건 뭐지?' 하고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계기가 되기도 했다.

또한, 고객센터를 방문하는 의뢰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듣고,
의뢰인들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을 겪으며

처음에는 무미건조하고 표정 없이
사람들을 대하던 소원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하는 의뢰인들의 모습을 통해
점점 타인을 이해하게 되고
굳게 닫혔던 마음을 여는 성장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고
자신의 진짜 소원이 뭔지 알게 되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건,
높은 산꼭대기 마을에서 내려다보거나
이방인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가까이에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말이다.

나만의 한 줄 평 🔽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진짜 행복과 인생의 변화가 시작된다."

한 사람의 성장은 물론
각기 다른 인물들이 가진 서사들을 읽어 내려 가며
라디오 사연을 듣거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고

내가 마주하고 있는 어둠이나 고민, 소망도
그냥 그 하나만 해결한다고 될 것이 아니라
나의 속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과 변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남았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힐링 소설로
읽고 나니 작은 행복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터놓지 못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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