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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평점 :
초등학교 6학년 때 즈음,
다이어리 꾸미기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의 속지에
친구들의 편지나 좋아하는 노래 가사,
50문 50답 같은 시시콜콜한 내용을 채우고
생일이나 기념일을 표시하고
반짝거리는 스티커를 붙여가며
열심히 꾸미곤 했다.
솜씨가 좋은 친구들은
이것저것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인화한 사진을 끼워 넣거나
잡지에서 찢어낸 감각적인 이미지로
그럴싸한 모양새로 꾸몄지만
아직 꾸미기와 쓰기에 익숙하지 않고,
쓸만한 소재가 많지 않은 나에겐
'기록'은 너무도 멀게만 느껴져
금세 어딘가에 다이어리를 던져두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어른이 되어서도
나만의 기록에 대한 열망은
어릴 적 이루지 못한 꿈처럼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뭔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
켜켜이 쌓아 올린 기록으로
금세 흘려보내 잊어버리는 시간들을
차곡차곡 모으고 싶다는 생각에
다이어리를 사고 포기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SNS가 발달하면서
자신만의 기록을 아카이브로 모은
기록 계정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단한 솜씨와 압도적인 '도구 빨'로
따라 하고 싶어도 따라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엄청난 퀄리티의 결과물도 많았다.
그 속에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 가득한 손 글씨로 빼곡히 채워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하루와 일상,
취향을 기록한 '기록 친구 리니'를 만났다.
예쁘고 화려한 다이어리도 아니고
도트 노트에 글씨 위주로 쓴 기록,
'예쁘다'기보다는 '알차다'는 느낌으로
이런 기록이라면 나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설렘이 생겼다.
하루를 정돈하고 마음을 성장시키는
자신만의 25가지 기록법,
자주 애용하는 기록 도구의 장단점과
기록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가득 담아 출간한
리니의 《기록이라는 세계》를 통해
단조로웠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록 습관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17만 팔로워들의 지지를 받는
그녀만의 기록 노하우,
처음에는 나처럼 흐지부지한 기록으로
여러 번 실패를 맛보았던 그녀가
어떻게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었는지
다채로운 종류의 기록을 살펴보며
그저 '예쁘게 쓰는 것'이라 오해했던
기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나의 세계를 넓히는 역할로서
쓰기를 시작할 다짐을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망설이는
나와 같은 초심자에게
그녀가 시도했던, 그리고 여전히 쓰고 있는
기록 법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덧 단단하게 구축된 나만의 세계에서
변화된 삶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이어리를 쓸 때마다 실패하고
포기했던 이유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
첫 장을 쓸 때 부들거리는 손으로
글씨 하나라도 틀리면
수정액이나 테이프를 쓰기 싫어서
다이어리 속지를 찢어내기도 할 만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록'을
만들고자 애썼던 지난날이었다.
흔하지 않은 예쁜 속지,
누가 봐도 그럴싸한 기록들,
부러워할 것만 같은 다채로움을
다이어리에 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오히려 부담이 커졌던 것.
그렇기에 매년 새 다이어리를 사고도
몇 장 쓰지 않고 금세 던져두곤
민망함과 아쉬움, 씁쓸함을 마주하며
내년을 기약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했다.
그녀 역시 책을 쓰면서
자신의 글씨체가 예쁘지 않아서 고민하고
처음에 기록을 시작할 때도
어떤 내용을 써야 하나 망설였다 고백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엇비슷한 일상을 반복하기에
반짝이는 특별한 날이 드문 건 비슷한데도
유독 타인과의 비교하며 나의 매일을
있는 그대로 쓰는데 주저하는 것이다.
부담을 가지면 숙제처럼 느껴지고,
잘 하려고 하다 보면 더 어렵게 느껴지니
부담보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망설임보다는 '일단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할 것을 권유하는 다정함,
기록 거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포토 로그, 필사, 미래 일기처럼
'쓸 거리'를 제안하는 그녀의 기록법은
지금이라도 빈 채 남아있는 노트를 펼쳐
뭐라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나의 하루와 일상을,
순간의 마음과 생각, 사진이나 독서를 기록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기록들이 쌓였을 때
이만큼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주는
단단한 힘이 된다는 확신의 말이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주었다.
단순하게는 그날 해야 할 일,
오늘 쓴 소비나 독서기록 등
소소한 기록을 쌓아가다 보니
새삼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생긴다.
어떤 모습을 갖고 있는지
흐릿하게만 느껴졌던 취향도
명확한 테두리 선을 가진 듯
분명한 모습을 갖게 되는 듯한
긍정적인 효과를 마주할 수 있었다.
기록을 통해 쓰는 것에 익숙해지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시도로
기록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나와 내 세계에 대한 이해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만났다.
아직 부족한 기록이지만
기록 친구 리니의 마음을 닮아서
꾸준하게 나만의 기록을 쌓고
보다 더 나은 나를 마주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쓸까 말까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고
검은색 펜 하나와 빈 노트에
나만의 기록을 조금씩 써나가고 있다.
연말이 되었을 때 이 기록들을 돌아보며
한 뼘 더 자란 나만의 세계를,
내가 좋아하는 즐거움과 행복에
뿌듯함을 맛보기를 바란다.
나처럼 기록이 어렵기만 하고
늘 망설이는 사람이라도
이 책과 함께 나의 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시간을 통해
기록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나를 위한
첫 발걸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