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예찬 - 문구인 김규림이 선택한 궁극의 물건들
김규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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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생각만큼 많은 물건을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물욕과 소비욕을 자제하기란 쉽지 않다.


연일 쏟아지는 새로운 상품,

특별한 디자인이나 뛰어난 기능은 물론

막연하게 갖고 싶다는 로망까지,

가지고 싶은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꼭 필요한 것만 곁에 둬도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아무거나 쓰고 싶지는 않다.

이왕이면 나의 취향에 부합하고

마음을 울리는 것을 사고 싶은 건

어쩌면 기본 욕구일지 모른다.


꼭 비싼 물건이 아니어도

유독 감각 있게 물건을 고르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이런 건 어디서 사는 건가 싶을 만큼

SNS에 올라오는 사진마다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멋지고,

시장 한구석의 낡은 상점에서도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물건을

발견해내는 시야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배달의 민족〉 출신 MZ 대표 마케터이자

〈뉴믹스커피〉의 브랜드 매니저,

기록인이자 물건 덕후로 입소문 난

김규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감각 있고 독특한 시선으로

일상을 담아낸 그녀의 SNS,

또 다른 부계정인

'소비예찬'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딱 '김규림스러운' 취향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나다운 기준으로 고른 물건들 위에

차곡차곡 쌓인 자신만의 이야기,

따라서 산다 해도 그녀만큼 그 물건을

진심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애정이 가득하다.


트렌디한 마케터의 감각이 녹아있는

그녀의 소비 계정을 보며

'이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할까,

무얼 그렇게 사는 걸까' 하는 신기함도 잠시,

물건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 사물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SNS를 통해 쌓아온 김규림의 세계,

그리고 가치관을 바꾼 소비의 이야기를

엮은 책 《소비예찬》의 출간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다.


그녀가 책을 통해 소개하는 물건들은

값이 나가거나 희소성이 뛰어난

신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손때 탄 가죽노트,

잉크를 채우고 관리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을 주는 만년필,

값이 싸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펜텔 사인펜,

폐업하는 문방구에서 3천 원에 가져온 펜 꽂이 등

누군가에게는 그저 평범한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만의 철학과 기준에 부합하는

물건들로 곁을 채워가며,

그 물건들을 통해 단단한 사유를 쌓아가는

그녀의 소비생활을 보고 있자면

맥시멀리스트의 삶 역시

마냥 나쁜 건 아니라고 느껴진다.

되려 나도 취향에 맞는 물건을 찾기 위해

기꺼이 헤매는 수고를 감수하고 싶어진다.


그녀 역시 충동구매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번거롭게 몇 개월의 시간을 기다려

장인의 손으로 만든 물건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소비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빠른 구매가 아니라,

관련된 것들을 끝없이 탐구하며

자신에게 꼭 맞는

궁극의 '종착역'을 찾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 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을 때에는

언젠가 만날 종착역을 기다리며

직접 독서대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소비는 '예쁘지만 굳이?' 싶지만

스스로를 위해 그 '굳이'를 실행하며

작은 즐거움과 행복을 채워간다.


어떤 물건을 사고, 곁에 두고,

이를 사용하며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들이

그녀의 소소한 순간들을,

그리고 매일의 삶을

즐겁고 충만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었다.


김규림에게 소비는 단순한 '소유'가 아닌

그 너머의 사유,

그리고 그 물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 자체가

그녀를 설명하는 의미가 되었다.


내가 갖고 싶은 물건을 이해하듯,

그 물건들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설명하는

하나의 감각이 되었다는 것이 참 멋졌다.


처음에는 감각적인 마케터는

어떤 물건을 사용할까 하는

궁금증과 호기심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음을 뺏긴 물건들,

하루하루를 채워주는 소비생활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나의 '소비'에는 어떤 가치가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애정하는 물건들과 이야기를

정성스레 소개하는 글들을 통해

단순히 물건과 소비가 아닌

쓰는 즐거움, 사는 행복,

쌓여가는 취향의 기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사람이 머문 자리나 곁에 있는 사람 말고도

누군가 쓰는 물건이나

물건을 바라보는 태도를 통해서도

그 사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필요'에 의해 기능하는 도구가 아닌

나를 더 나답게 하는,

취향의 결을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인생 동반자이자 좋은 친구 같은 소비.

왜 그녀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소비'라는

소개 글을 썼는지 비로소 이해가 간다.


남을 따라서, 좋아 보여서 사는 것 말고

진짜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물건으로

신중한 소비를 하고

오래 아끼며 사용해야겠다는 다짐이다.


마냥 지름신을 부르는 '소비예찬'이 아니라

내가 쓰는 물건이 나를 만든다고 믿는

그녀의 물건 이야기는,

쉬이 쓰고 버리는 요즘이 시대에

많은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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