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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짧지만 가볍지 않고, 쉽지만 강렬하다.

이런 책이 보고 싶었다.
"재일" 따위, 일본이나 한국같은 국적 따위. 아무 것도 아니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가진 사람이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그런 말.
이렇게나 힘들 것이다 라고 말하는 건 지겹기만 하다.

소외자들을 다루는 게 아닌, 소외자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그러면서도 신파로 흐르지 않고, 주제의식에 짖눌리지 않은 채 순수하게 즐길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머나먼 별나라로 갈 필요없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다. 즐겁게 읽으면 되고, 그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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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샤바케의 뜻은 '속세의 명예, 이득 등 갖가지 욕망에 사로잡히는 마음(娑婆氣)'이랍니다.

대형 운수상의 외아들이자 병약해 어렸을 때부터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살고 있는 주인공 이치타로의 생활은 요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치타로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서 약재를 구하다 보니 양이 많아져 차리게 된 약재상을 아들에게 맡깁니다. 하지만, 건강을 걱정하는 주변사람들이 이치타로가 일을 하게 놔두지를 않지요. 특히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데려온 두 요괴, 니키치와 사스케는 도련님을 너무나 걱정해서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게 두질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몰래 밤 외출을 했던 도련님은 서둘러 돌아오던 길에, 온 옴에 피칠을 한 살인자를 만나고, 기지를 발휘해 간신히 무사히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가 죽인 시체를 발견하게 되죠. 이 첫 시체는 목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은 포졸들에게 잡힙니다.

그 뒤에 약재상에 불사약을 찾는 손님이 오고, 그 손님 때문에 도련님과 요괴 니키치는 죽을 고비를 넘깁니다. 이 범인도 바로 잡힙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약재상만을 덮치는 범인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도련님의 심부름을 해주던 친구마저, 위험에 빠집니다. 비록 그 친구는 약재상은 아니었지만요.

전반적인 인물 및 환경 소개와 이 사건의 해결로 책은 끝납니다. 3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죠. 줄거리를 들으면 언뜻 추리소설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한바탕 소동극에 더 가깝습니다. 에도 시대의 풍경과, 요괴들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어 이런 부분에 관심 갖는 분들이 즐겁게 읽으실만한 귀여운 소설입니다.

병약하고, 잘생긴 도련님과 곁에서 지켜주는 과보호 요괴들이라는 소재도 좋아하실 분 많을 거 같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여기에 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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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는 마흔일곱, 회사 경리부장, 장기대출로 지은 집에서 아내와 고등학교 다니는 외동딸과 살고 있는 이름도 평범한 스즈키 하지메라는 사람이 있다. 평범한 일상에 조금 지겨운.

" 그래, 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의 위협도 마다하지 않는 마흔일곱 살의 샐러리맨이어야 했다. 그렇게 믿었다.
그날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


평범하게 시작한 하루, 퇴근하고 평상시처럼 집에 돌아오자 딸이 아파 병원에 간다는 아내의 쪽지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입원해 있는 딸과 폭행을 가했다는 다른 학교 남학생 이시하라와 그 남학생 학교 선생들이 있었다. 선생들은 조용히 수습하자며 알려지면 딸에게도 좋지 않을 거란 얘기만 한다. 그 남학생은 학교의 기대주인 권투선수인데다, 잘 나가는 영화배우의 아들이었다. 이시하라는 성의 없이 남이 시켜 하는 사과를 하고 고개 돌려 비웃으며 사라진다.

속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분노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모멸감과 자괴감 등이 합쳐져 스즈키는 칼을 들고 집에서 나선다. 하지만, 목적지인 이시하라의 학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더 좀비스들만 만나게 된다. 그들의 도움으로 훈련을 하고 결국 그 권투 선수와 한판 붙는다.

폭력을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폭력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비참함은 누구나 알 수 있다.

40대 후반의 아버지가 한 달 반 동안의 훈련을 통해 결국 고교 권투 선수를 주먹 대 주먹의 대결을 통해 이긴다는 이야기.
당연히 허구다. 하지만, 폭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 이겨낸다는 이야기는 통쾌하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이다.

장편이라기엔 모자란 짧은 소설이다. 정형화되고 단면적인 등장인물들, 예상된 뻔한 결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짧은 내용엔 강한 흡입력이 있고 쉽고 빠르게 읽힌다는 것은 장점이다.

에쿠니 가오리도 그렇고, 최근에 읽은 일본 소설들은 모두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현실에 발 디딛고 있지 않은 판타지를 그린다. 힘든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렇게 꿈꾸는 소설을 좋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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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가슴 뿌듯한 독서를 했다.
이 정도의 만족감은 근 넉 달만이다.

주인공 헨리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시간일탈장애를 앓고 있다. 예고 없이 한순간에 예상 못 한 시간,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이동할 때는 신체 외에 아무것도 같이 가지 않는다. 시간도, 장소도 알 수 없는 곳에 알몸으로 나타난다.

옷과 돈을 훔치고, 쫓기고, 경찰에 잡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졌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때로는 몇 분이 지나있을 때도 있고, 때로는 몇 시간이 지나 있기도 한다.

헨리가 서른여섯이고, 클레어가 여섯 살이었을 때 클레어는 헨리를 처음 만났다. 헨리가 스물여덟이고 클레어가 스물이 되었을 때, 헨리는 클레어를 처음 만났다. 클레어가 헨리를 처음 봤을 때, 헨리는 클레어를 알고 있었고, 헨리가 클레어를 처음 봤을 때, 클레어는 헨리를 알고 있었다.

어린 클레어는 헨리가 적어주고 간 날짜와 장소에서 헨리를 기다린다. 헨리는 그 날짜들을 미래의 클레어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클레어는 여섯 살 이후, 드문드문 찾아오는 헨리를 기다리며 사랑에 빠지고, 그가 자신의 남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며, 열여덟 살 때 헨리를 상대로 첫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 년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자신과 같은 때를 살고 있는 스물여덟 살의 자신을 모르는 헨리를 처음 만난다.

같이 살아가는 동안에도 헨리의 병은 그대로여서, 툭하면 옷과 소지품을 남긴 채 사라졌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다음, 알몸으로 나타난다. 때론 상처를 입은 채다. 클레어는 그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헨리는 중요한 순간, 클레어를 두고 다른 시간대로 떠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긴장이 심해지거나 고통스러울수록 현재를 놓치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달리기밖에 없다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원치 않는 시간여행을 강요당하는 헨리. 시간 여행은 끝끝내 그를 달리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헨리를 기다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클레어.

처음부터 정해진 대로 만나, 정해진 대로 함께 살아갔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죽음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과 그리움. 그런 사랑이 이 책의 내용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러브스토리다.

SF도 판타지도 아닌,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은.
별 여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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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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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국내에 4번인가 5번인가 소개된 적있는 읽기 매우 쉬운 책입니다.  SF라고 분류할 수 있는데 그런 쪽 관련 지식에 대한 내용은 그리 다루지 않고 나온다 해도 다 건너뛰어도 내용이해에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IQ가 70이었던 주인공 찰리가 실험대상자가 되고, 겪는 내용을 모두 기록합니다. 그 기록형식으로 된 게 이 책입니다. 수술이 성공해서 점점 똑똑해져 IQ 180에 이르기까지, 그가 우러러보며 너무나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던 실험 주도자 - 교수들이 사실은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들의 오류가 보이고, 그들의 실험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바보가 천재가 되고 다시 퇴화를 거치는 순간까지 내용은 서술합니다.

'똑똑하면 행복해질까요?'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분이 얘기하지만, 어떤 사람이 그런 선택이 주어졌을 때 거절할 수 있을까요? 모자라도 순수하던 시절이 좋았다라고 얘기하기는 쉽지만 가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의 길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 그 길을 선택하게 될까요?

저는 너무 뻔한 질문과 대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해서 행복하지 않다 한들, 그들이 보는 세상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인상깊었던 것은 천재가 된 찰리가 자기가 퇴화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받아들이는 부분부터 그 뒤입니다. 염려했던 감정의 과잉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리란 자신의 미래를 받아들인 찰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다만, 원제는 앨저넌을 위한 꽃다발 정도 되는데, 왜 제목을 이렇게 번역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별로 어울리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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