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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가슴 뿌듯한 독서를 했다.
이 정도의 만족감은 근 넉 달만이다.
주인공 헨리는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시간일탈장애를 앓고 있다. 예고 없이 한순간에 예상 못 한 시간,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이동할 때는 신체 외에 아무것도 같이 가지 않는다. 시간도, 장소도 알 수 없는 곳에 알몸으로 나타난다.
옷과 돈을 훔치고, 쫓기고, 경찰에 잡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졌던 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때로는 몇 분이 지나있을 때도 있고, 때로는 몇 시간이 지나 있기도 한다.
헨리가 서른여섯이고, 클레어가 여섯 살이었을 때 클레어는 헨리를 처음 만났다. 헨리가 스물여덟이고 클레어가 스물이 되었을 때, 헨리는 클레어를 처음 만났다. 클레어가 헨리를 처음 봤을 때, 헨리는 클레어를 알고 있었고, 헨리가 클레어를 처음 봤을 때, 클레어는 헨리를 알고 있었다.
어린 클레어는 헨리가 적어주고 간 날짜와 장소에서 헨리를 기다린다. 헨리는 그 날짜들을 미래의 클레어에게서 받았다고 한다.
클레어는 여섯 살 이후, 드문드문 찾아오는 헨리를 기다리며 사랑에 빠지고, 그가 자신의 남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며, 열여덟 살 때 헨리를 상대로 첫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 년 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자신과 같은 때를 살고 있는 스물여덟 살의 자신을 모르는 헨리를 처음 만난다.
같이 살아가는 동안에도 헨리의 병은 그대로여서, 툭하면 옷과 소지품을 남긴 채 사라졌다가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다음, 알몸으로 나타난다. 때론 상처를 입은 채다. 클레어는 그를 걱정하며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
헨리는 중요한 순간, 클레어를 두고 다른 시간대로 떠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긴장이 심해지거나 고통스러울수록 현재를 놓치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달리기밖에 없다며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원치 않는 시간여행을 강요당하는 헨리. 시간 여행은 끝끝내 그를 달리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헨리를 기다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클레어.
처음부터 정해진 대로 만나, 정해진 대로 함께 살아갔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죽음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과 그리움. 그런 사랑이 이 책의 내용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러브스토리다.
SF도 판타지도 아닌,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은.
별 여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