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빵 햄 샌드위치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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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나름 열심히 쓰던 글을 이렇게 한순간에 날리게 되는군...ㅜㅜ

 

큰 줄거리야 뭐 검색만 해도 바로 나온다. 이 작가는 주로 자신의 삶을 소설로 썼는데 중년기와 그 이후의 작품을 쓴 후 세번째로 쓴 책이 이 호밀빵 햄 샌드위치. 일본에서는 주먹밥, 우리에겐 양은도시락정도의 존재라는 이 제목은 그 후 하나의 상징적인 단어취급까지 받는다는데..

 

스토리는 어렵지 않고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에도 챕터가 5~6페이지로 잘게 나누어져 있어 속도감이나 가독성이 나쁘지 않다. 번역도 괜찮은 것 같고.

 

1. 미국 1930년대 경제 대공황의 시기에 독일에서 이민온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부모.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인공의 부모는 대화를 폭력적 행동으로 밖에 못했다. 뭐 어린 주인공도 그렇게 타인의 호감을 사거나 이쁜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우리나라도 그 시절 아버지들은 툭하면 밥상이 날라다니고 술 먹고 애들이나 부인에게 손찌검을 했던 것 같지만. 미국은 좀 느낌이 다르다. 엄마라는 존재가 자식에게 그다지 헌신적이지 않은 것도 그렇고 애들을 그놈의 가죽혁대로 때려대는 것은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다.

 

2. 작가의 삶 그대로라고 하니 그런가보다 하고 읽지만 기승전결로 이루어지는 소설이라는 형식이나 내용의 전개가 없다. 이 책보다 먼저 씌여진, 주인공의 그 후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인생에 대한 책이 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어떤 결말도 큰 사건도 모험이나 교훈, 눈에 띄는 성장의 계기나 상징도 없다. 미국의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향수와 생각을 불러일으키리라. 담담하게 행복하지는 못했던 어린 시절 미국의 상황, 가난한 동네의 사람들, 친구가 없던 상황, 청소년기부터 대상자를 자존감이나 연애로부터 멀어지게 한 피부병등. 작가의 어린 시절이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화려한 수사로 포장하지 않고 적혀있다.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담담하게 혹은 객관적으로 쓴다는 것은, 성인 이후의 시절을 반추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이다. 감정적으로나 근거적으로나.

 

3. 그런데 이 작가. 자기 이야기말고는 쓸 게 없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본인을 한번 깊게 들여다보고 자각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도 하지만..이 사람 정말 작품이 자신의 과거를 쓴 것 밖에는 없는 건가?

 

4. 작가가 잘 생기고 인기가 많은 이였다면 이 책은 토요일밤의 열기의 소설 버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빈민층도 아니면서 미국 주류도 아니고 친인적이 안전망을 잘 맺어져있지도 않은 대공황시기. 아주 미국적인, 2차 세계대전으로 미군과 쵸콜릿과 코카콜라와 롤러브레이드로 우리가 알게되기 전의 미국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5. 감동이랄 것도 모르겠고 교훈도 모르겠고 보는 동안 크게 힐링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도 아닌데, 나는 작가의 후속작을 읽을 것이다. 사는 것이 언제나 큰 사건이나 결말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혹은 그 다음 이야기를 보며 이 비참한 청춘이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는 시간이 있길 바라며. 아니면 이 책을 보는 동안 그나마 나는 내 삶이 꽤 괜찮게 느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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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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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분위기에 그로테스크한 표지. 보건교사라는 이미지에 사람이름을 풀네임으로 부를때의 딱딱한 느낌.

 

귀신, 혹은 인간이나 사물에게서 나오는 어떤 기운들. 그 중 나쁜 것들. 뭐 이런 것을 보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보건교사. 일본 만화에서 엄청 많이 보던 식상한 주제와 구성의 소설같은데...읽을 수록 묘하게 현실의 아픈 부분을 꼬집는다.

영화나 드라마화 하기 좋은 내용인데, 잘못하면 유치해지기 딱 좋겠다. 싶은 내용이었고, 왜 겨우 이정도가 젊은 작가들 시리즈로 뽑혔는가 했는데..

식상하고 유치한 내용을 이렇게 깔끔하게 잘 쓰기도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인듯.

 

맨 뒤 작가의 말에..작가도 대놓고 "쉽게 편하고 재미있게 막 쓴 글"이라고 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글이었고, 어쩌다 한 번은 이렇게 써도 되지 않겠느냐하고.

 

많은 작품을 쓴 사람은 아니지만, 젊기에 오히려 작품을 쓸 때 신경써야할 것이 더 많을 것이리라. 다른 사회인과 달리 선배들을 보고 배우고 답습하면 오히려 욕먹고 사라지는 존재들이니.

 

작가가 즐겁게 쓴 글 즐겁게 잘 읽었다. 작가의 바람처럼 몇년 쯤 지나 더 성숙해진 이야기로 안은영을 만나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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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조 사코 지음, 최재봉 외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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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믹(개그를 뜻하는 코믹이 아닌 만화를 지칭하는 순수한 뜻으로) + 저널리즘

 

뭐 지금 우리가 저널리즘이 무엇인가도 느끼기 힘들지만 거기에 코믹 저널리즘이라니...신문의 4컷만화 만평말로는 떠오르는 것이 없을 것.

팔레스타인에 대한 작품후 본 두번째 책이다. 팔레스타인은 한 권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과거사건과 현재를 오가며 심도있게 표현하였고 이 책은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잡지에 기고되었던 단편들을 다양한 사람들이 번역하여 합쳐놓은 책이다.

조 사코의 역량을 알기 위해선 장편을 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이 책은 다양한 사건과 장소를 다루고 있는데 꽤 오래전 작품들도 있지만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진중한 문제들이어서 지금의 국제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 보트 피플 문제등..

 

여기에서 다루어진 문제들이 지금 어떻게 되었는지 이 작품을 기준으로 미래인 지금 한 번에 파악할 수도 있다.

 

만화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 놀라울 만큼 개성적인 그림체와 좋은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묵직한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한국에 많이 번역되어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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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주의보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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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단편소설가이다. 예전에 어느 외국인이 소설가인 화자에게 무슨 작품을 썼는지 물어 '단편소설 몇 권과 산문...'이런 식으로 대답을 하였는데 그 외국인이 '장편소설을 쓰지 않은 소설가는 소설가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여 가슴이 뜨끔하였다는 회고를 본적이 있다. 누구였더라..?

 

외국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가? 라고 한참동안 의문을 가지면서도 나도 '그래~소설가면 장편을 몇 권은 써야지~라고 못된 기준을 갖게 되었고 한 때 혼불, 삼국지, 조정래님의 소설들, 토지등등..대하소설만 보던 시기가 있어서 그런 답답한 생각을 최근까지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많은 훌륭한 서양의 단편소설가들은? 검색해볼 필요도 없이 당장 오헨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그가 대하소설가 못지 않은 멋진 소설을 쓴다는 것도 잘 안다. 조정래님은 '소설가는 주절주절...하고픈 이야기를 시인처럼 단 한단어로 촌철살인 할 능력이 없어 소설가이고, 시인보다 한 길 아래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러가지로 심난할 때 단편소설은 좋은 쉼터가 된다. 작가는 오랫만에 남녀의 관계를 식상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쿨~하고 감각적으로만 표현하지 않는 작품을 보게 해주었다. 작가의 다른 오래전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작품이 어떻게 변해온 분인지는 모르겠다.

 작품 뒤에 부록으로 달린 평론가의 글은 90년대 미래지향적 관념, 신화적 상징을 쓰던 작가가 이제 지치고 처진 중년의 남녀를 쓰는 상황으로 변경되는 것이 대한민국의 모습의 변화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90년대 희망과 활력으로 차있는 그리하여 약간의 불완전함이 대한민국 문화에서의 활력이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작금의 )

 

뭐. 좋다. 담백한 작품이고, 남녀관계가 아닌 다른 주제를 다룬 작가의 소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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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우울하고,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삶이 고단하고 피곤하지요. 그 근본해결책은 수행을 통해 나의 본래 모습을 깨닫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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