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수영에 빠져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빨리 밤이 되길 기다리는 정도다. 밤이 되서 잠에 빠져들기만 하면 아침이 되고 일어나서 곧바로 수영장에 가면 되니까. 그뿐만 아니라 꼭 5시 반쯤 퍼뜩 깨어나서 한 시간 동안 잠을 설치다가 집을 나서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영장에는 멀리서도 잘보이는 빨간색 숫자판의 디지털시계가 있는데 시간이 얼마나 됐지? 하고 시계를 보면 항상 끝나기 3~4분 전이 되어있다. 가히 수영이 일상의 초점인 셈이다. 이렇게 수영만 바라보며 사는 이유는 다양한데, 첫째, 다른 낙이 없기 때문이며, 둘째, 수영실력이 부쩍 좋아졌기 때문이다.

내가 수영을 처음 시작한 건 2009년인데 아침마다 수영을 하고 학교로 오는 친구가 멋져보여서이다. 나는 2시간
거리를 통학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었지만 4학년이 되어 학교 앞에 하숙을 하면서 바로 수영을 등록했다. 그렇다고 수영경력이 6년인 것은 아니고 1년에 평균 3~4개월 정도 다닌듯 하다. 그러다가 올해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세 교정도 받고 물잡기가 되면서 속도가 빨라져서 수영잼이 부쩍 늘었다. 7월부터는 수영을 처음 배웠던, 마치 친정같은 학교 앞 체육센터로 다시 돌아왔고 신나게 물속을 누비는 중이다.

우리 센터의 초급반 선생님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데,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가르치면서도 시크하기로는 당할 자가 없다. 처음 온 (어린 여자)회원이 반갑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면 너 모르는데? 라고 간단히 내뱉고, 강습 중에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면 다시, 다시, 다시!! 하고 호령하며 무안을 주기 일쑤다. 얼마 전, 나도 그 덕분에 접영의 리듬과 느낌을 체득한 터라 오랜만에 반갑게 말을 걸며 그의 전완을 움켜잡았으나 돌아오는 것은 내동댕이 뿐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가 하나도 무섭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그는 약간 키가 작고 턱이 발달해 다소 강한 인상을 주지만 그 무뚝뚝함 뒤에 여리고 따뜻한 감성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많을 것같고 결혼을 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지만 지금 나는 그의 반이 아니고 어쩌다 마주쳐도 말을 걸 틈을 안주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정말로 궁금하지만 궁금한 채로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다.

내가 꾸준히 수영을 다니면서 알게 된 현상이 하나 있는데 남자들의 수영실력이 좋아지면서 수영복의 크기가 작아지는 것이 그것이다. 처음 수영을 배우러 온 남자들은 대부분 허벅지를 전부 가리면서 딱붙지도 않는 퍼석퍼석한 바지같은 수영복을 입는데 수영에 자신감이 붙을수록 그의 자신감도 하늘높이 치솟아 종래에는 딱붙는 삼각형 나뭇잎크기의 수영복을 착용하게 된다. 나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자들은 정말 귀여운 것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붉은돼지 2015-07-24 1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수영 6개월 배우고 포기했습니다.
뭐, 꼬박꼬박 다닌 것 아니지만,,,,어쨋든,,,
접영이 도저히 안되는 거예요 ㅠㅠ

님께서 수영만 바로보며 사는 이유에 하나 추가해야 할 듯
나뭇잎 수영복!!!
뭐, 어쨋든 활력소가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ㅎㅎㅎㅎㅎ

스윗듀 2015-07-24 13:40   좋아요 0 | URL
ㅎㅎ맞아요. 수영 그 자체와 호랑이 선생님과 나뭇잎 수영복 모두가 저의 활력소에요ㅋㅋㅋ 접영은 근력이 반드시 따라주어야해서 헬스와 병행하시면 금방 늘어요~ 저도 처음에 접영할 때 이게 접영인지, 물에 빠진 사람인지 모르게 굴었지만 어느 순간 물살을 타고 있는 느낌이 올 때의 희열은! 우우!! 붉은돼지님 이번 여름 접영 재도전 추천드립니다. 캬캬

습관 2015-07-24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의 수영실력과 수영복 크기의 반비례 관계에 대한 고찰이 너무나 인상적이네요. 훗

스윗듀 2015-07-24 17:57   좋아요 0 | URL
꾸준한 관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죠. 쓰읍-

AgalmA 2015-07-24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복과 수영실력의 관계, 하루키적인데요~ ㅎ

스윗듀 2015-07-24 17:58   좋아요 1 | URL
하루키를 잘 몰라서...😅 칭찬인가욤?_?

AgalmA 2015-07-24 18:04   좋아요 0 | URL
칭찬이죠ㅎㅎ 무려 하루키상인데! 이참에 하루키상 에세이집이나 단편 읽어보시는 겁니다~ 뭐야, 킥킥 하실 텐데요. 효효

스윗듀 2015-07-24 18:10   좋아요 1 | URL
집에 <잡문집>이 있는데 그걸로 시작해볼까요!? 효효 언제나 절 바른길로 인도해주시는 아갈마님☺

cyrus 2015-07-2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영복을 너무 타이트하게 입다가는 음모가 삐져나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제 친구가 수영장에 가면 그런 사람을 한두 명씩은 본다고 했어요. ^^;;

스윗듀 2015-07-24 22:17   좋아요 0 | URL
흐엉ㅜ 저는 눈이 나빠서 다행이에요😵 수영장에서 체모관리는 필수입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