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학 이야기 - 인어공주는 왜 왕자를 죽였을까 책세상 루트 9
민가영 지음 / 책세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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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방학동안 내가 가고 싶은 대학으로 경찰대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공부하는 환경이 우수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 가능한 취직업종이 내 적성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나도 화가 나는 것은 경찰대에서 선발하는 전체 학생 중 불과 10%만이 여학생이라는 점이다. 경찰대에 진학하면 실제로 현장에서 뛰는 경우보다는 경찰의 지도층으로서 행정직을 맡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의 비율을 한정시킨 것은 남녀차별의 단적인 예이다.

이 책은 남자들이 사회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하여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열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힘써온 흔적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여자들이 열등하단 것을 증명하려는 남자들의 노력은 역설적으로 여자가 남자와 대등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실제로 여자가 남자보다 월등히 못한 존재라면 그들의 열등성을 증명하기 위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언젠가 성매매가 여성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수단이라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돈을 지불하면 언제든 몸을 살 수 있는 여자들이 있기 때문에 다른 여자들이 남자들의 성욕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처럼 남녀차별적인 사고방식에 사람들이 물들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남자들은 성욕을 절제할 수 없다는 전제를 두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성매매가 다른 여성들을 보호해주기 위한 방편이라기보다는 힘이 없는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이 더 남녀평등적일 것이다. 국가가 복지제도를 통해 여성들이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 여성들이 안전한 근무 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고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그들이 최소한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한다.

‘여성학 이야기’라는 이 책을 통하여 여자들이 알게 모르게 사회로부터 받고 있던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깨우치고,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형태의 남녀차별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사회의 시류에 편승하여 여자는 마르고 남자는 듬직해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확고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머릿속에 뿌리박힌 생각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겠지만, 남녀차별에 있어 피해자이자 이러한 세태에 반발해야 할 나조차도 그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으면 이 사회는 평등한 모습을 띄기 어려울 것이다. 항상 남녀평등의식을 지니고, 여성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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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Loving (Paperback) - 『사랑의 기술』영문판
에리히 프롬 지음 / HarperPerennia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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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사랑의 기술, 즉 연애법에 관한 책이려니 했다. 사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의 속성에 관한 비문학글로, 영어로 읽으려니 헷갈리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적 논리’라는 용어가 나왔던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괜히 긴장해서 이 부분을 더 어렵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논리는 ‘A는 A이거나 A가 아니다’는 것이다. 그에 반하는 것이 ‘모순적인 논리’이다. 이것은 ‘A는 A이면서 A가 아닐 수 있다’는 원리를 전제로 한다.

실생활에서는 모순적인 논리에 해당하는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보면 흑백논리에 빠지게 될 것이다. 사람의 인격에 비유하자면 ‘그는 착하거나 나쁘다’와 같은 말 아닌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아닌 이상 인격은 극단적으로 나뉠 수 없다. 반면 모순적인 논리는 그 정의만을 보면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 시에서 많이 쓰이는 역설법을 이해하는 태도로 바라보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배운 <낙화>라는 시가 생각난다. 꽃이 떨어지는 상황을 묘사한 부분에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지금은 꽃이 지는 것이 슬프지만, 나중에 열매가 맺힐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축복이라는 의미이다.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모순적인 논리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중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의 역할도 충분히 되었고, 읽는 내내 심리테스트를 하는 듯해서 무척 흥미로웠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양 문화에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만 주로 나왔고, 동양의 문화는 서양 문화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에만 그쳤다는 것이었다. 또한 주로 남자의 심리에 관한 글이었고, 여자의 심리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 불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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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개정판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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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 씨의 자전소설이라고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글을 전개하기 매우 쉬울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의 깊은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현기영 씨는 이 책에서 나라면 부끄러워 감추고 싶을 만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꾸밈없이 털어놓으셨다.

현기영 씨는 자신이 어릴 적 ‘계집아이같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셨다고 한다. 밤새 책을 읽어 여리여리해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워하셨다. 자칫하면 동성애자라 몰릴 수도 있는 묘사를 그렇게 서슴없이 하신 점이 대단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제주 4.3사건’에 대하여 처음 알았다. 정부는 제주도 주민들이 북한과 내통했다고 몰아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한 시골 주민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원인 면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성격의 민중 봉기였던 것 같다. 공통적으로 북한과의 이념 갈등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념 대립으로 인해 희생되고, 6.25전쟁까지 겪은 지금, 아직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빨갱이’ 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그런데 책을 곱씹어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있다. 어째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소설 내에서 숟가락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아닌데. 혼자 결론을 내 보았다. 이 소설은 자전 소설이자 성장기 소설, 전후 소설의 범주에 해당한다. 성장기에는 누구나 자신이 혼자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황폐한 성장 환경에서 현기영 씨는 혼자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생활이 궁핍하여 연명할 의식주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기영 씨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주는 대표적인 소재로 숟가락을 택하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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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ver (Paperback)
Lowry, Lois / Ember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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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추천도서로, ‘The Brave New World의  후속편이라 칭할 만하다’는 평을보고 선택한 영문 도서이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소설로서, 읽는 내내 우리 사회의 미래가 이렇듯 어둡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역사적으로 인류가 겪은 어떤 사회도 이 소설 속의 사회처럼 자유가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지오웰의 1984년이 떠올려질 정도로,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유를 억압받고 기계화 되어 있었다. The elder 이라는 위원회에서 사회를 지도한다. 한 단체에서 사회를 이끌고, 배급이 생활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산주의 국가와 공통분모를 지녔다. 사람들은 태어나면 가정에 배정되어 인형 하나를 받고, 네 살이 되면 단추 달린 옷을 입을 수 있고, 일곱 살이 되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자신에게 지정되는 직업을 갖고, 지정되는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가정을 꾸린 후, birthmother이라는 직업을 지닌 사람들로부터 아이를 배급받아 두 명씩만 키우도록 철저히 산아제한을 받는다. 사회에 기여하지 못하는 약자들은 감싸주기는커녕, release, 즉 보내준다는 이름하에 죽여 버린다. 더욱 더 끔찍한 것은 사람들은 the elder에 의하여 평생 고통과 죽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살았기에 직접 자기 손으로 release를 진행시키면서도 그 작업이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도록 묘사된 사회이지만, 나는 직업이 정해진다는 부분에는 반감이 생기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은 없지만, 만약 우리 사회에 행해질 수만 있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열쇠가 되지 않을까? The elder은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들의 행동발달사항과 적성, 성격, 관심사 등에 대하여 파악한다. 그리고 그들이 자란 후 이를 반영하여 직업을 배정해 준다. 모두들 자신이 가장 하고 싶고, 잘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실제 일어날 수 없단 건 물론 알지만, 실행된다면 그야말로 이상 사회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특히 학벌 지향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하는 지름길이라 간주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낙오자들이 발생하고, 좋은 대학을 나온 후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얻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 사회처럼 적절한 직업이 배정된다면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은 사라질 것이고 직업 만족도도 올라 행복한 삶을 살 여지도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가 가미되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이 부분은 실망스러웠다. 책을 읽는 내내 이 소설의 허구성은 책을 흥미롭게 유지하는 동시에 멋진 신세계와 같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기대한 내게는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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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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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영화를 자주 보는데 그 중에서 즐겨 찾는 것은 공상 과학영화 장르이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액션 신과 특수효과가 눈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감독들이 제시하는 우리 미래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갈등이 없으면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되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행복한 우리 미래 사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영화 속의 소재들이 과학자들에게는 실제로 발명 가능할까 주목을 받는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최근에는 실제로 발명되어 상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단적인 예로 공상 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던 인간 복제 또는 장기 복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 세포 연구를 통하여 역시 거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과학 영화가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말은 지나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긍정적인 관점에서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많은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과학 기술은 생체 인식 기술이다. 007에서 비밀 요원들은 기지에 들어갈 때 동공 사진을 찍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마찬가지로 동공으로 신원을 파악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우리가 현관문을 지문 인식 시스템으로 작동시킬 정도로 이미 보편화되어 있지만, 편안한 동시에 무척 위험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는 정체를 숨기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눈알을 사용한다. 내셔널 트레저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는 잔에 묻은 직원의 지문을 확보하여 금지 구역의 문을 손쉽게 연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렸을 때 보았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지문을 인식하여 운전되는 차를 타기 위하여 등장인물 하나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가 마음대로 작동시키는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므로 이를 방지하는 보안장치들과 아이디어도 고안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주로 영화에 적용된 특수 기술과 영화 내용의 바탕이 된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한편, 영화 속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한다.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고 과학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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