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평소에 영화를 자주 보는데 그 중에서 즐겨 찾는 것은 공상 과학영화 장르이다. 심심치 않게 나오는 액션 신과 특수효과가 눈을 사로잡기도 하지만, 감독들이 제시하는 우리 미래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제시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디스토피아를 다룬다. 갈등이 없으면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되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행복한 우리 미래 사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는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영화 속의 소재들이 과학자들에게는 실제로 발명 가능할까 주목을 받는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최근에는 실제로 발명되어 상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단적인 예로 공상 과학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였던 인간 복제 또는 장기 복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 세포 연구를 통하여 역시 거의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과학 영화가 우리 사회의 미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말은 지나칠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긍정적인 관점에서의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많은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과학 기술은 생체 인식 기술이다. 007에서 비밀 요원들은 기지에 들어갈 때 동공 사진을 찍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마찬가지로 동공으로 신원을 파악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우리가 현관문을 지문 인식 시스템으로 작동시킬 정도로 이미 보편화되어 있지만, 편안한 동시에 무척 위험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는 정체를 숨기기 위하여 다른 사람의 눈알을 사용한다. 내셔널 트레저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는 잔에 묻은 직원의 지문을 확보하여 금지 구역의 문을 손쉽게 연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렸을 때 보았던,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지문을 인식하여 운전되는 차를 타기 위하여 등장인물 하나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잘라가 마음대로 작동시키는 것이었다.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므로 이를 방지하는 보안장치들과 아이디어도 고안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주로 영화에 적용된 특수 기술과 영화 내용의 바탕이 된 과학적 지식을 제공하는 한편, 영화 속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한다. 영화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고 과학도 배울 수 있어서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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