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개정판
현기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현기영 씨의 자전소설이라고 한다. 언뜻 생각하기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므로 글을 전개하기 매우 쉬울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의 깊은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현기영 씨는 이 책에서 나라면 부끄러워 감추고 싶을 만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꾸밈없이 털어놓으셨다.

현기영 씨는 자신이 어릴 적 ‘계집아이같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셨다고 한다. 밤새 책을 읽어 여리여리해진,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워하셨다. 자칫하면 동성애자라 몰릴 수도 있는 묘사를 그렇게 서슴없이 하신 점이 대단하다.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제주 4.3사건’에 대하여 처음 알았다. 정부는 제주도 주민들이 북한과 내통했다고 몰아 아무 것도 모르는 순박한 시골 주민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원인 면에서는 광주 민주화 운동과 비슷한 성격의 민중 봉기였던 것 같다. 공통적으로 북한과의 이념 갈등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념 대립으로 인해 희생되고, 6.25전쟁까지 겪은 지금, 아직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빨갱이’ 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그런데 책을 곱씹어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있다. 어째서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소설 내에서 숟가락이라는 소재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아닌데. 혼자 결론을 내 보았다. 이 소설은 자전 소설이자 성장기 소설, 전후 소설의 범주에 해당한다. 성장기에는 누구나 자신이 혼자라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황폐한 성장 환경에서 현기영 씨는 혼자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을 수도 있다. 게다가 생활이 궁핍하여 연명할 의식주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기영 씨는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주는 대표적인 소재로 숟가락을 택하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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