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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캐나다에서 1년 남짓 생활하면서 인종 차별에 대하여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리 심하게 겪지 않았지만, 나보다 두세살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학교를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문제를 겪었다. 언니들이 지나갈 때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입에 머금고 있던 주스를 뿜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언니들을 그렇게 괴롭혔던 인종 차별이 사실 현재 많이 완화된 것이며,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훨씬 심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탄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고, 전용 화장실만을 써야하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좋은 호텔에서 묵을 수 없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인종 차별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인데, 백인의 입장에서는 흑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피부색을 검게 하고 흑인들의 삶에 뛰어드는 방법을 택한다.
흑인들이 받는 잔인한 차별도 충격적이었지만, 내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흑인 중에서도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라도 하듯 백인들의 편에서 흑인들을 가장 짓밟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백인의 피가 약간 섞여 피부색이 옅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흑인들은 백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고, 그들에게 자신은 다른 흑인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겠다는 듯 다른 흑인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한 인종 내에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백인들을 상대로 한 저항도 흑인들에게 무척 힘겹지만, 흑인 내부의 대립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일제 식민 통치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인들과 가까워진 일부 조선인들은 일본인들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개인의 영위를 보존하기 위하여다른 한국인들을 마구 핍박한다. 실제로 독립 운동가들을 가장 끈질기게 추적하고 모질게 고문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조선인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하여 사회 통합이 얼마나 중요하고, 개인의 안위를 취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미국은 무수히 많은 대립을 겪으며 현재는 흑인들이 비교적 인권이 보장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인종 차별이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일지도 모른다. 단일민족이라는 부질없는 자부심 때문에 다문화가정에서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인들도 다른 인종이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