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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 중학생
타무라 히로시 지음, 양수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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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반 아이 중에 집이 없는 친구가 있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이 경험을 이 책의 주인공인 타무라 히로시는 헤쳐 나가야 했다. 그러나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를 늘 먼발치서 지켜보는 형과 누나가 있었고, 가족처럼 따스하게 맞이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 소설이 슬프기만은 않은 이유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자신을 성장시켜 준 추억의 한 조각과 같이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일본 최고의 개그맨으로서의 명성이 실감나는 유머 있는 말투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이 부족해 밥 한 공기를 두 시간동안 씹어 쌀의 새로운 맛을 발견한, 눈물겨워야 할 이야기를 그는 어릴 적의 재미난 추억처럼 회상한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늘 웃음 짓고 웃음을 주는 그는 혼자 있을 때면 심하게 우울해하고, 죽을 생각마저 한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성숙하여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물론 행복해졌을 것이다. 나도 캐나다에 혼자 유학을 간 시절 외로움을 많이 탔다. 내가 머문 홈스테이 아저씨는 인종차별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백인들이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그 분은 ‘왜 나를 맡겠다고 하셨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꺼림칙해하셨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말은 통하지 않는데다 홈스테이 집에서 받는 설움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전화로 엄마께 힘들다고 징징대면 엄마께서는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가족과 연락할 때면 환경에 적응해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고는 했다. 그리고 혼자 서러움을 삭히느라 더욱 외로워졌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차 적응했고, 친구들도 사귀어 매일같이 신나는 생활을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 보냈던 시간은 매일매일을 내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유학 초에 너무 힘들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면 그러한 추억은 절대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고 나면 그 행복감은 고통을 겪은 만큼 커져서 돌아오는 것 같다. 이 작가도 아마 그것을 깨달아 방황 후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느꼈을 것이고, 나 또한 캐나다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내 경험을 돌아보며, 또 작가의 어린 시절에 관한 고백을 떠올리며 앞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더 인내하며 스스로를 성숙시키는 과정을 감사히 받아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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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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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무척 즐겨하는 친구가 있다. 내 친구와 나는 인상적인 책을 한 권씩 추천하고 서로 느낀 점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나는 1학년 때 읽은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추천했고, 친구가 내게 권한 책은 ‘진주귀고리 소녀’이다.

자주 보는 명화 중 하나인 ‘진주귀고리의 소녀’의 주인공인 소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는 작품이다. 작가는 그 그림 한 점을 보고 소설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트는 화가 베르메르의 저택에 하녀로 취직하여 일손을 돕는다. 그러던 중 베르메르와 그의 후원자 반 라이언, 그리고 푸줏간 아들 피터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리트가 사랑하는 사람은 베르메르. 소설 속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그를 향해 하는 행동을 보면 누구든 사랑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베르메르는 그의 아내의 귀고리를 그리트가 하도록 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본 베르메르의 아내가 격노한다.

전반부와 중반부는 그리트와 베르메르의 은근한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몇 장 되지 않는 후반부라 생각된다. 저택을 나선 그리트는 어디로 갈 것인가 방황한다. 수많은 선택지 중 나는 그리트의 베르메르에 대한 사랑을 생각한다면 곤욕을 무릅쓰고라도 그에게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리트는 피터와 가정을 꾸린다. 머리카락을 자신의 은밀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어하지 않던, 순수한 그리트를 떠올리며 나는 그녀가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상대에게 짐이 되기 때문에 사랑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말했다. “바뀐 것은 없다. 내 크고 순수한 눈을 빼고는.”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강조되던 그리트의 커다란 눈망울은 많은 남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그녀의 순수함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리트가 저택에서의 생활을 편하게 여기고, 마지막에는 피터를 선택하는 행위는 조금씩 세상에 물들어버리는 과정이다. 베르메르가 죽은 후 그가 그리트에게 남긴 진주귀고리를 그녀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팔아버린다. 베르메르는 그녀가 떠난 후에도 애정을 간직했던 모양이다. 반면 그리트는 소설 전반부의 깨끗하고 순결한 이미지는 잃은 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 남편이 자신을 위하여 쓴 돈을 빚이라고 간주하여 갚으려고 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졌다. 순수했던 그녀가 변했던 원인은 하나밖에 찾을 수 없었다. 궁핍함. 현실과 타협하고 소중한 것들을 포기하던 과정에서 그녀는 변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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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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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는 여러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특히, 가족과 관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모로부터 버려진 기억이 있다. 아버지는 잃어버린 아들을 찾을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친모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는 가족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방편으로 재혼한다. 새엄마는 주인공이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각하여 구박하고, 심지어 여동생을 성폭행했다고까지 생각한다.

주인공은 가족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겪었고, 우리 사회에도 분명 이런 갈등이 많이 존재한다. 물론 오순도순 잘 살아하는 가정도 많지만 가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사회 전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사회가 공동으로 아이를 기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가정에서는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아이도 오랜 시간 혼자 있어야 한다. 또한, 소년소녀 가장 같은 경우도 보호자가 없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아이가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는 많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육의 기능을 가정이 아닌 사회가 담당하는 것은 어떨까? 일단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아이가 외롭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으로는 서로 도울 수 있어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면서 사회성이, 공동체 안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자립감이 길러질 수 있다. 실제로 옛 이스라엘은 ‘KITS’라는 이름의, 공동체 전체가 아이를 양육하는 마을을 꾸려 살았다고 하니,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주인공은 가족에게서 외면을 받았지만, 다행히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보살핌을 받고, 무뚝뚝하지만 배려심 깊은 마법사에게서 사랑을 배운다. 가정이 온전치 못했지만, 주인공은 이만하면 행복했을 것이다. 꼭 자신의 피붙이가 아니더라도 사랑이 있다면 행복한데, 사회가 아이를 기르는 것도 괜찮은 방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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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가 들려주는 원자폭탄 이야기 -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27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131
송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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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에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이후로, 국제외교의 핵무기를 지닌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로 판이하게 달라졌다. 핵무기를 소유했다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데, 북한이 이 점을 가장 잘 이용하는 국가라 생각된다.

이 책에서는 원자폭탄을 만드는데 사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소개되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영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했다는 점에서 핵 폐기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추측한다. 어떤 방식을 이용했든 간에 핵무기 제조는 분명 엄청난 자본과 기술을 요구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 국가 재정이 기우는 위험까지 부담했다면, 오직 외교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념 상 자본주의 국가와는 교류하지 않는데, 구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자 북한만 세계에서 고립되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김정일은 핵무기룰 제작하고, 북한 노동당원들의 지위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물품을 지급할 것을 다른 나라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한다. 현 이명박 정권이 이러한 북한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 물품 구호를 끊어 두 나라의 관계는 경색되었다.

내가 국제 외교에 대하여 많이 아는 바는 없지만, 북한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적당한 지원을 계속 해준다면 두 나라의 교류가 계속 이루어져 서로의 문화에 대하여 더욱 이해할 수 있고, 이산가족들의 만남도 계속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다른 나라로부터 보조를 받아도 사회체제를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K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북한의 기본 이념인 주체사상은 버려진지 오래고, 중국, 한국의 물품이 밀수입되고 시장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며 자본주의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스스로 상품을 생산할 능력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에게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대가로 지하자원, 항구 등에 대한 독점권을 얻었다. 경제적인 결탁은 정치적인 면으로도 이어지기 쉽다. 이러다 북한이 식민지화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도 북한에게 지속적인 원조를 해주고 교류를 한다면 북한의 많은 지하자원, 노동력을 통하여 양국의 경제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정치적으로 연계되어 한반도가 통일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북한도 같은 조건이라면 중국보다는 남한과 교류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일이 있다고 한다. 여러 면에서 남북한이 교류하는 것이 양국의 평화와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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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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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1년 남짓 생활하면서 인종 차별에 대하여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그리 심하게 겪지 않았지만, 나보다 두세살 나이가 많은 언니들은 학교를 적응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문제를 겪었다. 언니들이 지나갈 때 한국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물론, 입에 머금고 있던 주스를 뿜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언니들을 그렇게 괴롭혔던 인종 차별이 사실 현재 많이 완화된 것이며,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훨씬 심각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탄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고, 전용 화장실만을 써야하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좋은 호텔에서 묵을 수 없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작가는 인종 차별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자인데, 백인의 입장에서는 흑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피부색을 검게 하고 흑인들의 삶에 뛰어드는 방법을 택한다.

흑인들이 받는 잔인한 차별도 충격적이었지만, 내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은 흑인 중에서도 자신이 흑인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라도 하듯 백인들의 편에서 흑인들을 가장 짓밟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백인의 피가 약간 섞여 피부색이 옅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흑인들은 백인들과 접촉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고, 그들에게 자신은 다른 흑인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겠다는 듯 다른 흑인들에게 횡포를 부린다. 한 인종 내에서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백인들을 상대로 한 저항도 흑인들에게 무척 힘겹지만, 흑인 내부의 대립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평가한다.

우리나라의 일제 식민 통치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인들과 가까워진 일부 조선인들은 일본인들로부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개인의 영위를 보존하기 위하여다른 한국인들을 마구 핍박한다. 실제로 독립 운동가들을 가장 끈질기게 추적하고 모질게 고문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조선인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하여 사회 통합이 얼마나 중요하고, 개인의 안위를 취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미국은 무수히 많은 대립을 겪으며 현재는 흑인들이 비교적 인권이 보장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인종 차별이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일지도 모른다. 단일민족이라는 부질없는 자부심 때문에 다문화가정에서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인들도 다른 인종이나 다른 나라의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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