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의 글쓰기 랩 - 디스 아닙니다, 피드백입니다
김봉현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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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편집자와 책쓰는 책을 써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글을 쓰는 책이 아니라 책을 쓰는 책이다. 책읽는 책, 글쓰는 책, 말하는 책과 함께 말과 글 4부작을 쓰려고 작당 중이다. 기획회의를 위해 매주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책쓰는 책은 구성상으로는 맨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지만, 제일 먼저 쓰기로 했다. 물론 그와 함께 나머지 책의 구성도 마무리할 것이다. 편집자는 그냥 오기 뭐했는지 글쓰기 관련 책을 한 보따리 들고 왔다. 그중에 눈에 띄는 책이 김봉현이 쓴 김봉현의 글쓰기 랩(xbooks, 2019)이다. 편집자를 보내 놓고 이 책을 먼저 집어 읽기 시작했다.

 

합합 저널리스트 김봉현. 우리 동네에 사는 후배 나경호의 기분 나빠하는 표정과 쏙 닮아 있다.

힙합 저널리스크 김봉현은 업계에서는 유명인물이다. 힙합과 관련된 글을 다양한 매체에 쓰고 있고, 유튜브 렙 티비 등을 통해서 래퍼들과 함께 대담을 진행한다. 생긴 것은 착한 산적(?) 같지만, 글은 독창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미 책을 16권이나 냈다. 이번에 낸 책이 글쓰기 책이다. 김봉현은 일주일에 하루는 합평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다양한 수준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글을 평가하는 모임이다. 이 합평 내용이 이 책의 주요 구성부분이다.

이 책의 매력은 날것으로서의 김봉현의 글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글을 구상하고 구성하여 글을 쓰는지, 글에서 중요한 것을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문장은 어떻게 쓰려하는지, 퇴고는 어떻게 하는지 등 글쓴이의 필드에서 익힌 귀중하고 매력적인 글쓰기 포인트가 곳곳에 녹아있다. 힙합정신을 담고 있는 글쓰기라고나 할까. 그의 글을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유머와 풍자가 있고, 잘난 척하면서도 겸손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글쓰기 자체를 좋아하면서, 글을 잘 쓰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가 글쓰기 정신과 관련된 부분이라면, 2부는 글쓰기의 포인트를 살폈고, 3부에서는 같이 합평했던 사람들의 글과 코멘트가 상세히 실려 있다. 내가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1부와 2부인데, 특히 2부가 재밌었다. 에세이와 칼럼과 리뷰의 차이점을 본인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특징을 밝혀 글을 소개하는 점은 참으로 교과서를 뛰어넘는 매력이 있다. (위의 인용구에 적어놓았다.) 지은이는 에세이의 포인트로 진심이 아니면 들킨다”, 칼럼의 포인트로 얄밉지만 재수 없지 않으면서 반박 못 하게”, 리뷰의 포인트로 창작자를 헤아리면서도 나만의 이야기를이라고 말한다. 웃음을 저절로 스며 나오는 좋은 핵심이다. 문장-문단--퇴고의 각 단계별 쓰기에서는 지은이 고유의 팁이 있다. 다양한 글쓰기 책에 자주 나오는 뻔한 이야기인데도 지은이가 쓰니 고개가 끄덕여지고 실실 웃음이 나온다.

자신의 글이 어디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 사람은 3부를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수준의 글을 소개하면서 평가한 내용을 자세히 써놓았다. 이 책은 현장에서 글을 쓰고, 글을 함께 고쳐본 경험이 풍부한 지은이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읽으면 큰 도움이 된다. (그에 비해 다 읽고 나서 실망한 글쓰기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추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공감을 넘어선 영감이 필요하다는 글쓴이의 관점이다. 깊이 공감(^^) 한다.


논리로 전개하고 근거를 증명해야 하는 글쓰기의 반대지점에 놓인 글, 다시 말해 논리가 아닌 ‘정서’로 읽는 이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글이 바로 에세이다. 칼럼에는 근거, 데이터, 당위, 논리, 주장, 결론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금 과장하자면 에세이에는 오직, 정서, 정서만이 필요하다. 정~~~~~~~~~~~~~~~~~~서만이 필요하다.(112쪽)

칼럼은 대상보다 내가 돋보이는 글이다. 하지만 리뷰는 다르다. 리뷰에선 나보다 대상이 중요하다.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나만큼 대상이 중요하다. 물론 리뷰도 나의 생각을 말하는 글이긴 하다. 그러나 그것은 엄밀히 말해 대상을 위해 복무한다. 칼럼을 다 읽고 나면 글쓴이의 주장이 남지만 리뷰를 다 읽고 나면 대상이 어땠는지가 남는다. 리뷰는 그런 글이다.(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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