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었던 때가 중학교 3학년 시절이었다. 그 얇디얇은 수필집을 교회 목사님의 권유로 읽으면서, 나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법정스님의 도력(혹은 필력)으로 내 협소한 종교관이 무너진 것도 중3 때였다. 그 이전의 나는 기독교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법정스님의 글로 인해 벽이 무너져버렸다. 이후 법정스님의 책이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사서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무소유 정신에 입각하여 내가 소장한 책들을 무수히 남들에게 주기도 했었다. 그 법정스님이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돌아가시며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말씀도 하셔서 법정 없는 10년이 지났다. 그리고 스님의 책들도 나에게서 다른 사람들에게 거의 다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랬는데 올해 스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눈에 띄자마자 구입했다.

책소개란에 이렇게 쓰여 있다. “2010311(음력 126) 법정 스님이 입적하고 10년이 흘렀다. 법정 스님의 유지에 따라 그의 맑고 향기로운 영혼이 담긴 글들이 더 이상 출간되지 않아 안타까워하는 독자가 많았다.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그리고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를 맞아, 저작권 관리를 포함하여 법정 스님의 뜻을 이어가고 있는 '()맑고 향기롭게'와 협의하여 샘터는 그의 글들을 다시 출간한다. 스스로 행복하라는 법정 스님이 남긴 글들 중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을 가려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읽어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았다. 그러다가 퍼뜩 글을 오래전 것인데 메시지는 낡지 않았구나 생각하였다. 아니 오히려 더 설득력을 가지고 다가왔다. 세상은 새로워진 것 없이 낡아가고 있었는데, 스님의 글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니 새로울 밖에.

법정스님의 글을 읽으면 맑은 거울을 마주보고 있는 듯 내 더러운 삶의 때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욕망과 망집에 사로잡혔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고, 고개가 숙여지고, 조금은 겸허해진다. 무릇 종교인의 삶이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앞날이 참으로 멀구나 느껴진다. 법정스님처럼 살지는 못하겠지만 그분에게 심하게 꾸지람을 듣지는 말고 살아야겠구나 다짐하게 된다.

이 책의 구입과 독서로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기념하자. 그리고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50주년을 맞이한 샘터의 지령 600호 기념판을 축하하자. 내 어린 시절부터 서민의 값싸고 유익한 잡지로 계속 나의 정신을 맑혀준 잡지가 샘터 아니던가. 스님의 정신이 그러하듯, 샘터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기를 기대한다.

 


탐욕이 없는 것이 진정한 보시요
어리석음 없는 것이 진정한 좌선
성내지 않음이 전정한 지계持戒요
잡념 없음이 진정한 구도다

악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인연 따라 거리낌 없이 사니
모두가 함께 반야선般若船을 탄다 (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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