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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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회색 지대를 지나오며 써내려간 희망의 이야기]

 

[페어리테일] 1권에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보디치 씨의 반려견인 레이더를 위해 기꺼이 비밀의 우물로 뛰어든 찰리. 1권의 후반 부분부터 찰리와 레이더의 모험이 시작되었는데요,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세상에서의 여정이 펼쳐집니다. 제목이 '페어리테일'인만큼 작품 곳곳에서 <럼펠스틸스킨>, <잭과 콩나무>, <오즈의 마법사>, <아기돼지 3형제> 등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살짝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다른 버전을 만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요. 큰 주제는 역시 '위기에 빠진 이상하고 신비한 세계를 구하는 전설의 왕자의 대모험!!'-이라고 할까요.

 

1권 리뷰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걱정했던 부분은 새드엔딩이었어요.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스티븐 킹이 과연 해피한 동화를 쓸 수 있을까, 너무 잔혹하고 슬픈 엔딩을 들이미는 게 아닌가 지레 겁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찰리와 레이더가 잠시 헤어졌을 때도, 모험을 끝낸 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분명 어딘가 한 부분에서는 독자의 허를 찌를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말을 확인하고나서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요. 여러분, 이 작품은 마음 편하게 온전히 즐기셔도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찰리를 생각하면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은 건 아니지만요.

 

스티븐 킹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글을 써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 합니다. 누구나 긴 터널을 통과하는 듯 답답함을 느꼈을 지난 시간들 속에서 작가라고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까요? 그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분명 작가 자신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찰리가 우물을 통과해 만난 세계는 온통 회색으로 변해가며 죽어가는 세계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세계가 찰리의 활약으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가죠. 킹 작가 또한 지금은 회색의 세계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위기의 시대가 지나고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 작품을 집필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독자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라고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레이더와 조금 더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보디치 씨가 알려준 해시계를 찾아 떠난 여행. 그 여행이 무사히 마무리되어 정말 기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버지와 재회하는 장면은 울컥했어요. 찰리가 사라진 뒤 아버지는 얼마나 아들을 애타게 찾아헤맸을까요. 죽었을 거라 생각한 아들이 눈 앞에 서 있다면, 어우, 이 장면에서 코가 시큰해지지 않는 독자는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읽는 내내 마음 졸인 터라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페이지까지 꼼꼼히 읽고 난 지금은 마치 꿈을 꾼듯한 기분입니다. 신비한 세상에 다녀온 사람이 찰리가 아니라 저인 듯한 착각도 들고요. 스티븐 킹이 선사하는 꿈같은 동화의 세계, 부디 여러분도 풍덩 빠져보시기를요!!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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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쓴 소설을 모른다
기유나 토토 지음, 정선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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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머리맡에서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뜬 기시모토 아키라는 거울에 적힌 메모를 발견하고 깜짝 놀랍니다. 'PC를 켜라. 데스크톱에 있는 '나에게'라는 텍스트 데이터를 열어, 아키라> 라는 문장 때문이었죠. 아키라는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문서를 통해 자신이 2년 전에 사고를 당했다는 것, 그 사고로 '전향성 건망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병. 하지만 그의 직업은 소설가예요. 그가 지금까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작가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오고 있었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놀랍게도 아키라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소설을 계속 집필하고 있었고, 일어나면 매일 '나에게'와 그 때까지 진행된 '원고'를 읽고 그 다음을 진행해나가면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었어요.

 

여동생은 대학생이 되었고, 친구는 성숙한 성인이 되어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2년 전과 같은 제자리 걸음. 절망하고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지만 아키라는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써 나갑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주변 사람 몇몇은 그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그에 맞춰 어떻게든 생활은 이어지죠. 그렇다고 아키라가 불안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어제의 기억이 없는 나는 과연 과거의 자신과 동일인물인가에 대해 생각하며 괴로워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글을 써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의 기억의 빈틈을 뚫고 들어오려는 쓰바사가 있습니다. 아키라가 단골로 드나들게 된 카페의 종업원. 순진무구한 미소와 일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는 눈을 가진 쓰바사는, 아키라에게 소설 속 등장인물의 영감을 주기도 하고 소소하게 그를 위로해주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당연히 아키라의 상태를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도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조금은 예측 가능한 그 비밀은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드러납니다.

 

아키라의 마음이 어떨지 전혀 가늠이 되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가 '나에게'에 적어놓은 '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는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불안과 두려움을 이 문장들에 의지했을 아키라를 생각하면 나는 과연 그렇게 강하게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싶어요. 그 어떤 상황 속에서도 결코 '내일'을 포기하지 않은 남자의 이야기. 소설이지만 실화라 여겨질 정도로 생생한 작품입니다!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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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김영숙 지음 / 빅피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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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풍요롭게 해 줄 7일간의 미술 여행]

 

8월 중순에 복직하고 정말 정신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니 유치원에 다닐 때와는 달라서 직장에 있어도 아이 신경쓰랴, 일하랴, 퇴근하면 또 집안일에 아이들 챙기느라 숨 한 번 제대로 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은 다 그렇겠지만 주말은 또 완전한 주말이 아니잖아요. 온전한 내 시간을 한 시간이라도 갖는 것이 왜 이리 어려운 일인지, 명절을 앞두고 되돌아보니 정말 번쩍하고 타임슬립이라도 한 듯한 기분입니다.

 

순간순간 공허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같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런 감정을 느낀 순간조차 어느새 금방 사라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당장 해결하고 정리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지도 않고 쌓여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잔상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남아서 제 정신이 이리저리 헤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어떤 구절.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예술이라는 의미의 문장이었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일하고 육아하면서도 짬짬이 읽었던 소설들이 재미는 주었지만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저 문장을 마주한 순간 다시 예술 관련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짝 번아웃 상태의 저를 구해준 단비같은 책은 바로 [처음 만나는 7일의 미술 수업] 입니다. '예술의 중심, 이탈리아에서 시작하는 교양 미술'이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일주일간의 이탈리아 미술 그랜드 투어'로 꾸며져 있습니다. 바티칸,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를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보고 알아두면 좋을 조각과 그림들이에요. 저는 그림 관련 책이라면 물론 대부분 선호하지만 이렇게 권장량이 정해져 있으면 더 열심히 읽게 되더라고요. 숙제인 듯 해 강박을 느끼면서도 더 꼼꼼하게 읽게 된다고 할까요.

 

표지에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입맞춤>이라는 작품입니다. 19세기 중반의 이탈리아, 여전히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져 있던 격동의 시대에 하예즈는 밀라노의 알폰소 마리아 비스콘티 디 살리체토 백작으로부터 프랑스와 사르데냐(북서부의 사보이 왕국이 이름을 바꿈) 왕국 사이의 동맹이 가져올 '희망'을 그림에 담아달라는 의뢰를 받아요.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을 앞두고 연인을 찾아와 입맞춤으로 작별 인사를 하는 남자의 옷은 빨강, 여자의 옷은 하양과 파랑으로 그 색이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킨다고 하네요.

 


 

저는 처음에 이 그림에 흥미가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비슷한 울림을 주는 지롤라모 인두노의 <위대한 희생>이라는 그림에 더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가리발디 장군 휘하에서 통일 전쟁을 치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아들과 그런 아들에게 작별의 입맞춤을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라니!! 제가 미혼이었다면 하예즈의 그림에 더 매료됐겠지만, 저 역시 어머니인 것을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몇 번씩이나 '엄마 안녕! 잘 갔다와! 사랑해!'를 외치는 아이들이 떠올라 그림 속 어머니에게 깊이 감정이입하고 말았습니다. 누구라도 이 그림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까요.

 


 

그림 관련 책을 많이 보신 독자라면 친숙하게 여겨질 그림 외에 제가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귀도 레니의 <싸움박질하는 아기 천사들>이라는 작품인데요, 귀도 레니는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그 화가입니다. <싸움박질하는 아기 천사들> 그림을 보는 순간 그 토실함에 미소가 지어지지만 천사들의 표정을 보면 곧바로 그림에 어떤 메시지가 숨겨져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통통하고 작은 아기 천사들이 생각보다 격렬하게 싸움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갈색 피부의 아기들이 일방적으로 이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실 거에요. 흰 피부를 귀족, 갈색을 평민으로 보면 계층 갈등으로 볼 수도 있고, 흰 피부는 신성함, 갈색 피부늬 아가들은 세속적인 세계로 읽어 영과 속의 투쟁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실과 신화, 종교와 세속 등 다양한 소재의 그림들을 풍성하게 만나실 수 있어요. 저는 아이들이 좀 자라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함께 예술 여행을 떠나려고 몰래(?) 계획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한 나라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삶에 치여 심신이 지친, 저같은 독자가 있다면 짬이 날 때 예술 책 한 권 어떠실까요. 우리 함께 이탈리아로 미술 여행을 떠나보아요.

 

**출판사 <빅피시>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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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냥! 일하는 야옹 형제 - 고양이들의 말랑한 하루
주노 지음, 노경실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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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하세요!! 심장 폭격기가 떴어요!!]

 

꺄아~!! 이 한 단어면 이 책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그야말로 '꺄아~!' 소리가 끊이지 않고 터져나왔어요. 한 번만 보고 덮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왕 펼친 김에 최소 다섯 번은 반복해서 본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저 읽지 않고 봤어요. 물론 처음 볼 때는 글자도 읽었습니다만, 사실 이 책에서 글자가 무에 중요하겠어요. 이 책은 고양이 형아와 고양이 동생이 다 했습니다.

 

사실 저 약 2주 동안 정말 힘들었거든요. 직장에서 유치원에서 둘째가 열이 많이 난다는 연락을 받은 뒤로 정말 폭풍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이라면 '수족구'의 무서움을 다들 알고 계실 거예요. 아이 상태는 괜찮은 것 같아보여도 병원에서 확인서를 받아야 다시 등원이 가능한 그 공포의 질병!! 그나마 열이 나아서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이번에는 첫째가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꺄울! 그래도 초등학생이라고 면역력이 조금 생겼는지 첫째는 수족구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열이 나니 별 수 있나요. 평소라면 남편과 제가 번갈아가며 조퇴와 반차, 혹은 연차를 써가며 어떻게든 버텼는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거래처 사람들이 오는 바람에 남편은 어쩔 수 없이 이 전쟁에서 퇴장. 결국 친정부모님이 도와주셔서 길고도 긴 시간이 지났네요. 몸과 마음이 지친 시점에서 이 귀엽고도 귀여운 냥이 형제를 보니 마음이 사르르 녹는 거 있죠!!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피어오릅니다!!

 


 


 

정말로 꺄아~!! 예요. 둘이 부둥켜 안고 누워 있는 모습부터 털 빗는다고 빗 들고 있는 솜뭉치, 하품 쩌억 하는 귀여운 입까지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모습이 없습니다. 보다가 빵 터진 부분이 퇴근한 냥이 형제들이 집에 들어와 발바닥 닦는 장면이었어요. 캬하하!! 그러보니 이 형제들은 신발도 신지 않을 뿐더러 옷도 입지 않고 출근했네요. 그런데 형아 냥이는 맨 몸에 넥타이를 했어요. 밖에 나갈 때는 옷도 입지 않으면서 왜 요리할 때는 앞치마까지 챙겨 입는 걸까요. 정말 너무너무 귀엽고 너무너무 몽글몽글해요. 심장 폭격기들입니다!!

 


 

요렇게 투닥투닥 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저희집 형제들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투닥투닥 다투다가도 밖에 나가면 형아는 동생 챙기고, 동생은 형아 챙길 때가 가~끔 있거든요. 아이들 돌보느라 지금은 반려견이나 반려묘까지 돌볼 여력이 없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성장하고 독립하면 이런 몽글몽글 아이들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내친 김에 작가님 별스타그램까지 팔로우했어요. 이번처럼 몸과 마음이 지칠 때 저를 위로하기에 충분한 냥이 형제들인 것 같아서요. 몽실몽실한 저 몸들을 한 번만 만져보고 싶은데 어떻게 방법이 없는 걸까요오~!! 꺄아~꺄아~!! 조만간 또 다른 버전의 야옹 형제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출판사 <소미미디어>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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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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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의 제왕이 보여주는 기묘하고 매혹적인 환상 동화!!]

 

불행한 사고로 일곱 살 나이에 엄마를 잃은 찰리 리드(reads). 사고 이후 아빠는 술에 빠져 찰리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찰리는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매일 술에 취해 잠드는 아빠를 미워하지만 사랑하면서, 끼니 등의 집안일을 해결하던 찰리는 어느 날 갑자기 기도가 하고 싶어져요. 아빠가 술을 끊게 해달라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어떻게든 보답하겠다고, 자신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죽이셔도 좋다며 하느님에게 애원하죠. 기도 이후 거짓말처럼 아빠는 술을 끊기로 결심하고 같이 일했던 동료의 도움으로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나가며 회복의 길로 나아갑니다. 어렸지만 찰리는 이 일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어요. 자신이 언젠가는 그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을요.

 

저는 세상에는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고 믿어요. 내가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을 포기하거나 희생해야 한다는 것은 일종의 믿음처럼 제 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로, 그리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찰리의 기도가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어요. 아빠가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언제 어떻게 그 빚이 자신을 덮칠지 몰라 불안한 마음까지도요. 그래서 찰리는 다리를 다쳐 쓰러진 보디치 씨를 발견했을 때 조금은 안심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일이 찰리를 정말 '미지'의 세계로 인도할 줄이야!!

 

스릴러의 제왕이라 불리는 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제왕'이라는 단어가 전혀 부끄럽지 않은 스티븐 킹. 그가 쓰는 '페어리테일'은 대체 어떤 스토리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습니다. 어렸을 때 읽은 그림형제의 이야기가 사실은 순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해요. 그런데 킹 중의 킹, 스티븐 킹이 쓴 동화라니, 충격을 받은 그 때보다도 더 두려웠습니다. 아마도 '그 후로 오랫동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서요.

 

작가는 독자의 심장을 쫄깃거리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초반 배경 설명 부분에서 '어라, 좀 늘어지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포기할 수 없도록 단서를 던져줘요. 결국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보디치 씨가 만들어놓은 저 창고 안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거야? 악령인가? 괴물이야?'라며 궁금증을 증폭시키죠. 호기심이 커지고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을 때 밝혀지는 보디치 씨의 비밀!! 힌트는 '페어리테일'입니다. 빙긋.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디치 씨가 아끼던, 이제는 자신이 애정해 마지않는 반려견 레이더를 위해 기꺼이 동화 속 세계로 이어지는 우물로 뛰어든 찰리. 이 세계에서 과연 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손에 쥘 수 있게 될까요??!! 보디치 씨의 황금을 보면서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드러냈던 찰리였기에 저는 오히려 그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어떤 유혹과 고난이 닥쳐도 레이더를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요. 그러니 부디 이 이야기는 '그 후로 오랫동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그나저나 찰리의 성이 reads라니, 이름 하나도 그냥 짓는 법이 없으십니다!!

 

**출판사 <황금가지>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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