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셀로

1.

[ ] 오셀로의 비극은 그가 사랑과 질투라는 양극 사이에서 사고와 감정이 분열되고 그 결과 고통을 겪을 줄만 알았지 양극을 동시에 받아들이거나 뛰어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201

[ ] 오셀로의 말에 의하면 데스데모나는 오셀로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가 겪은 위험때문에 그를 사랑했고, 오셀로는 데스데모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위험에 반응하는 그녀의 동정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과 동정은 이야기가 일으키는 감정이고 이야기에 대한 반응이다. 따라서 오셀로의 사랑의 핵심은 실재가 아니라 허구인 셈이다. 204

[ ] 오셀로의 사랑이 생각과 감정으로 양분될 때 그의 생각은 이야고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이다. 그는 사랑의 현실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이야고의 생각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08

[ ] 오셀로의 사고와 감정은 거의 언제나 극단적으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의 갈등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반면 이야고의 이분법적 존재 방식은 거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선과 악 사이에서 아무런 갈등 없이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209

[ ] 오셀로는 사랑에 과한 한 생각보다 감정이 강한 인물이다...그러나 사랑이 뿌리를 내려야 할 현실적인 조건들에 대하여 차분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일에 관한 한 그는 에밀리아의 말처럼 얼간이이고 멍청이이며 흙처럼 무식하다. 215

2.

[ ] 미움을 주축으로 하는 이야고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그의 비존재를 존재케 하려는 노력의 소산이다. 그가 끊임없이 약행을 구상하고, 거기에 동기를 부여하며, 그것을 실현할 대상을 구하는 이유는 그런 일련의 활동들이 그의 삶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그가 악행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이나 위험 또는 기쁨을 느낄 때 그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낀다. 206

[ ] 오셀로에게 그것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만 이야고에게 그것은 삶의 전략이며 본질이다. 그런데 이야고의 신비는 그의 생존을 노력이 거의 본능적이고 자동적이어서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스스로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거의 갈등 없는 이분법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208

3.

[ ] 사랑과 질투로 양극화된 오셀로의 모든 사고와 감정은 대립하고 갈등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갈등은 허구와 실재, 천국과 지옥, 사랑과 질투, 창녀와 천사, 순결과 음욕, 조화와 혼돈, 흑과 백, 선과 악처럼 끊임없이 뻗어 나가는 이분법적 생각과 감정과 사물과 상황의 그물망을 형성한다.그것은 우리 몸의 혈액 순환계와 흡사하다. 동맥과 정맥이 큰 줄기에서는 그 차이가 뚜렷하지만 실핏줄에 이르면 그 경계선이 모호해지듯이 오셀로의 사고와 감정 또한 명백한 양극의 대조를 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모호하게 섞이면서 교차한다. 이런 식으로 셰익스피어는 오셀로의 사랑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을 극명한 대조에서 가장 미세한 섞임까지 잡아낸다. 219

[ ] 그가 사용하는 언어가 너무나 강렬하고 대비되는 양극의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13

[ ] 그녀는 오셀로의 얼굴을 그의 마음에서 보았다. 그녀는 극중 인물 누구에게도 질투심도 시기심도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녀는 성을 오셀로처럼 천사와 창녀의 행위로 양분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가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와 나눌 사랑의 의식이었다....우리가 오셀로의 죄와 벌에 사로잡혀 있는 한 사랑의 진실은 드러나지 못한다. 사랑의 진실은 이분법적 양극의 어느 쪽에도 또한 양극의 그 어떤 조합에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데스데모나는 물론 창녀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화 석고 묘사이나 순수하고 완벽한 홍옥이나 진주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그려는 사랑을 말한 대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이런 데스데모나를 보려면 우리는 모든 이분법을 버려야 한다. 241-243

[ ] 이야고 - 내약이 듣는구나. 쉽게 믿는 바보들은 이렇게 붙잡히고 바로 이런 식으로 수많은 훌륭하고 정숙한 부인들도 아무런 죄 없이 치욕을 당한단 말씀이야. 142

4.

[ ] 씨-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쪼개어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심고 물을 주어 키워가며 알아내는 것. 248 한글자사전에서

볕뉘.

0. 셰익스피어 작품을 모티브로 한 몇 편의 시. 그리고 시를 주제로한 시극을 지난 가을에 보았다. 그렇게 출발하여 한켠에 두었던 책들을 보고있다.

1. 어쩌면 올초 연희단거리패의 30스튜디오에서 본 백석우화 연극을 보곤 희곡에 관심이 더 생긴 연유인지도 모르겠다. 참 무난히 읽어냈다. 백석 시를 토해내는 오동식이라는 배우를 보았고, 따뜻한 밀크티를 주는 이승훈배우를 기억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낭독의 힘이 스며들기도 전이다.

2. 예약을 할 수 없어 대기번호를 기다리며 연희단거리패 30년사를 들추어보았다. 그만큼 시간이 남았었고, 빈 자리를 내주고 간신히 극을 보았다.

3. 번역자는 멕베스도 그러하지만 오셀로도 이분법에 중독된 자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극적 인물의 말로가 어디서 시작하며, 어떤 여파를 일으키는지 미세하게 살펴보려 하고 있다.

4. 성공과 책임감은 이분법을 양분으로 자란다. 쑥쑥. 좋은 것만 취하고, 자라게 하는 것만 취하고, 그렇게 조직을 살리고 키웠다고 자부한다. 그러다가 잘라버린 이분법이 아닌 것들은 모두 다 쓰레기통으로 쳐넣어버린다. 이런게 세상이자 조직이다. 업적을 치하하고, 또 다른 적을 만들어 그 대지에 의기양양하게 그 조직을 보인다. 우러른다.

5. 이분법의 인물로 오셀로와 이야고를 말한다. 이분법에 사로 잡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오셀로와 이분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것을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이야고라는 인물이다. 안타깝게도 괴기스러운 일은 지금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의 목숨은 경각에 달려있고, 그것이 가져온 사고에도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거나, 느낌조차없는 일이 혼재한 세상이다.

6.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그 말로를 똑똑히 보아야 할 것이다. 여전히 위기와 위험으로 조직을 보존하기에 급급한 그 삶의 논리를 생생히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일은 선한 일이라고......저들이 하는 일은 악한 짓이라고 하고.....저들은 뱀이라고 여우라고....이분법의 꼬리표를 다는 자를 의심하라. 언어의 대비가 강렬한 자를 의심하라. 그들은 현실에서 살고 있지 않다. 허구. 지금과 다가올 미래에서 사는 자들이다. 그래서 자신을 의심조차하지 못할 것이다.

7. 어쩌면 이분법의 울타리에서 걸러진 말들을 간수해야 할 것이다. 그 말씨들을 따사로운 솜에 물을 조금 뿌리고...양지바른 봄볕에 두고 며칠 기다리고....여기저기 심으려해야 할 것 같다.

8. 지난 흔적들은 늘 부끄럽고 위태롭다. 지금 흔적들도 위태롭고 부끄럽다. 가녀리고 스러져가는 손을 잡으려면 얼마나 나를 뒤집어야 하는 일인가 두렵다. 그렇지만 기쁨이기도 할 것이다. 아주 작은 사실을 느꼈으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