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121

1. 

[절제의 사회]에서 일리히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를 다룬다. 일리히의 표현은 무척 난해한 모양이다. 번역하기가 어렵고, 언어도 만들어서 하는 것이 많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한다. 그를 공동체주의라고 하거나 산업화를 반대하여 논지를 전개하기에 사회주의라고 쉽게 단정짓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자본주의가 낳은 많은 도구를 쉽게 부정하는 것도 아니라 한다. 따로 음미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그는 섣부리게 어떻게 해야한다고 하지 않는다. 그렇게 확신하는 순간, 그르쳐지는 것이 너무도 많다. 대안을 주창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 한다. 현실 정면으로 쳐다보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이고, 어쩌면 쳐다볼 수도 없지만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것이 비로소 시작임을 말하는 것 같다.

2. 

우리말의 모든 것, [도사리와 말모이]를 본다. 잠의 종류, 비의 종류, 술이 얼큰하고 취하는 단계별... ... 리듬과 느낌의 함축되어 살리고 싶은 말들. 언어를 보면 가슴이 뛰기도 한다. 너무 문장에 낯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갖게하는 말이라면 그 리듬에 그 말이 너무 곱고 이쁠 수 있다. 정확한 뜻은 모르더라도 그렇게 살리고 싶은 언어들이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별반 쓸모없을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 그 긴 시간을 살아있고 역으로 자연을 살려내는 말들, 자연이 붙어있는 말에 어찌 가슴설레지 않을 수 있을까?  꼭지를 왔다갔다하면서 저자의 애정에 혀를 내두른다. 이젠 나의 몫이지 않을까? 머리로 들어온 말들이 가슴으로 몸으로, 손과 발로, 너에게로 번졌으면 좋겠다 싶다. 맛술에만 관심이 가니 젯밥에만 마음이 가는 것 같다.

3. 

[주체란 무엇인가]에서 이정우님은 무위인이란 표현을 쓴다. 글자그대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位위와 無무를 단계를 나눠 이해해야 한다.
[사랑의 역사] 왜 이성애를 문제삼지 않는가? 이성애는 동성애의 역사보다 깊지 않다. 그러고보면 성과 섹스가 젠더에서 발라내어 나온 것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한다. 사랑이란 것을 그렇게 이성애와 발라내어 나온 동성애로만 한정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랑은 그렇게 성애의 범주에만 머물거나 국한 된 것이 아니다.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 흑과 백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진화만큼 다양한 것이라면, 사랑은 성애에 포획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역자는 말미 이 논의를 바탕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마지막 싯구처럼 사랑은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사랑의 지혜, 철학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한 것 같다. 

4. 

[책을 읽을 권리][빌린 ...책] 로쟈와 장정일의 독서일기를 보며 지난 흔적을 정리해본다. 장정일은 책에서 60세에 독서일기 스무권을 출판하려고 했는데, 이번호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빌린 책, 빌려본책으로 표제도 독서일기가 아니므로 인터넷 공간을 이용하려고 한단다. 중간 관심있는 꼭지를 살펴본다. 책에 따라 다르지만 천천히 읽기, 가슴이 고동치는 소리와 함께 독서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단다. 도서관에서 빌린 다음 책을 확인한 뒤 자신의 곁에 두는 방법은 염두에만 두고 있었는데 한번 해봐야겠다 싶다. 몇몇 꼭지를 들여다보니 마르케스의 잠자는 미녀를 다룬 소설과 일본 소설을 번갈아 다루면서 노년이란 십년 단위로 자신을 다루지만 90이란 나이도 이제 석쇠를 뒤집어 한켠을 더 익혀야 하는 시간임을 깨닫게 해준다. 섹스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그 노인은 그제서야 확인하는 셈이다.

>> 접힌 부분 펼치기 >>



5. 


어슐러 르귄의 글쓰기 항해술은 작가이지만, 콜론을 어디찍어야 하는지 의외로 모르는 이를 대상으로 한다. 그렇게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준 것을 책으로 낸 것이라 한다. 산문에 리듬이 왜 있어야 하는가로 시작해서 마지막은 수유너머의 방법처럼 아끼고 아낀 글들을 툭툭 잘라 절반으로 만드는 과제를 주고 있다. 그래야만 난파를 당하지 않고 글쓰는 이들이 독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외면하는 글쓰기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빼앗긴자들]의 주인공들이 나눈 대사와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인류학자와 작가 사이에 태어난 르귄은 아직도 너무 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