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론(상)
아담 스미스 / 김수행 / 비봉출판사 / 664쪽
<역사 서문 (개역판)>
스미스는 마르크스 경제학과 신고전파 경제학 모두의 원조이다. 그의 주저인 <국부론>을 읽으면서 경제학의 나아갈 길과 한국경제의 나아갈 깅를 다시 한 번 고민하는 것은 지금의 혼돈을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믿는다.
(김수행)
<역자 서문>
내가 <국부론>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본론>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책이 바로 <국부론>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국부론>을 연구하면서 자기의 경제학체계를 세웠다고 말할 수 있다. 스미스가 차옺한 경제학의용어와 개념을 마르크스는 한편으로는 계승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하고 수정하면서 자기의 '혁명적인 체계'를 완성한 것이다. 내가 역자 주에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국부론>과 <자본론>사이의 이론적 계승과 단절을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마르크스는 스미스가 말하는 '노동의 자연가격' 또는 '자연적인 임금수준'으로부터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치'라는 개념을 창조함으로써 노동과 노동력을 구별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이윤의 원천인 잉여노동을 발견함으로써 자본축적과 노자대립의 숨은 비밀을 폭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 <국부론>에는 경제학의 체계를 세우려는 스미스의 진지한 조사와 탐구의 노력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그 당시 유행한 중상주의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지만, 이를 위해 스미스는 중상주의의 핵심적인 명제들을 하나하나씩 논리적 일관성과 현실적 타당성에 의해 과학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셋째, <국부론>이 강조하는 자유경쟁은 부르주아경제학이 예찬하는 시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미스가 지적하는 '보이지 않는 손(an invisible hand)은 <국부론>에서 단 한 번 상권 552쪽에서 언급되었을 뿐이고, 개인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할 때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리어 사회의 이익도 증진된다는 주장이다. 또한 스미스가 말하는 '자연적 자유'는 개인이 자신의 상태를 개선하려고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것을 막지 말라는 의미이지만, 사회 전체의 안정을 위협하는 몇몇 개인의 자연적 자유의 행사는 제한되어야 한다고 스미스는 강조한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은유나 '자연적 자유'에 의해 스미스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사회철학은, 사회적 이익을 증진시키는 한도 안에서 개인에게 사적 이익을 추구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점자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연적 자유는 제한되어야 하고, 독점자의 사적 이익은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현재의 부르주아경제학은 독점자본이나 다국적자본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엄청나게 훼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스미스를 모독하는 행위이다.
(P.2)
분업은 노동의 효율을 최대로 제고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노동생산력을 최대로 개선·증진시키는 것은, 그리고 노동을 할 때 발휘되는 대부분의 기능·숙련·판단은 분업(division of labour)의 결과인 것 같다.
(P.7)
분업은 인간성에 내재하는 교환성향에서 생긴다.
수많은 이익을 가져오는 분업은 원래, 그것이 낳은 일반적인 풍족을 얘상하고 의도한, 인류의 지혜의 결과가 아니다. 분업은 그와 같은 폭넓은 효용을 예상하지 못한 인간성의 어떤 성향으로부터, 비록 매우 천천히 그리고 점진적이긴 하지만, 필연적으로 생긴 결과이다. 그 성향이란 곧 하나의 물건을 다른 물건과 바꿔 갖고, 거래하고, 교환하는 성향이다.
(P.17)
재화를 화폐로 교환하거나 또는 한 재화를 다른 재화로 교환할 때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준수하는 법칙이 무엇인가를 이제부터 고찰하려 한다. 이 법칙들이 이른바 재화의 상대가치 또는 교환가치를 결정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가치(value)라는 단어가 두 개의 상이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즉, 때로는 어떤 특정한 물건의 효용을 표시하고, 때로는 그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갖게 되는, 다른 물건들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표시힌다. 전자를 사용가치(value in use), 후자를 교환가치(value in exchange)라 부를 수 있다.
(P.34)
한 상품이 보통 판매되는 실제의 가격은 그 상품의 시장가격이라고 불린다. 이것은 그 상품의 자연가격보다 높거나, 낮거나, 또는 그것과 똑같을 수 있다.
어느 특정 상품의 시장가격은 실제로 시장에 출하되는 상품의 양과, 그 상품의 자연가격을 지불할 뜻이 있는 사람들, 즉 그 상품을 시장으로 가져오는 데 지불되어야 하는 지대·임금·이윤의 총가치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의 수요의 비율에 의해 조절된다. 이러한 사람들을 유효수요자라 부르고, 그들의 수요를 유효수요라 부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수요는 충분히 그 상품을 시장으로 가져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73)
내가 관찰할 수 있었던 바에 의하면, 다음의 다섯 가지 사정들은 어떤 직업에서는 금전상의 수익이 적은 것을 보상해 주고, 다른 어떤 직업에서는 금전상의 수익이 큰 것을 상쇄시키는 주요한 사정들이다. 첫째, 직업 자체가 사람들을 유쾌하게 하는가 불쾌하게 하는가. 둘째, 그 직업을 습득하기가 쉽고 비용이 저렴한다, 어렵고 비용이 많은 드는가. 셋째, 취업이 안정적인가 불안정적인가. 넷째,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주어진 신임, 곧 그의 책임이 큰가 작은가. 다섯째, 그 직업에서 성공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이다.
(P.130)
자본이윤은 그 자본을 사용하여 생산되는 상품들의 가격에 따라 변동한다. 상품가격이 보통수준 또는 평균수준 이상을 등귀하면, 그 상품을 시장에 출하하는 데 사용된 자본의 이윤은 적당한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고, 가격이 보통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이윤도 적당한 수준이하로 감소한다. 모든 상품은 대체로 가격의 변동을 겪으며, 어떤 상품은 다른 것들보다 훨씬 자주 겪는다. 인간노동에 의해 생산되는 모든 상품의 경우, 연간 고용되는 노동량은 필연적으로 그 상품에 대한 연간 수요량에 의해 규제도며, 이리하여 연간 평균생산량은 연간 평균소비량과 거의 일치하게 된다.
(P.151)
분업이 존재하지 않고 교환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각자가 모든 물건을 스스로 조달해야 하는 원시사회 상태에서는, 사회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떤 재고도 미리 축적하거나 저축해 둘 필요가 없다. 각자는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수시로 발생하는 자기 자신의 수요를 충족시키려고 애쓴다.
그러나 일단 분업이 완전히 채용되고 나면 자기 자신의 노동 생산물은 수시로 발생하는 각자의 수요 중 매우 작은 부분만을 충족시킬 수 있을 뿐이다. 수요의 대부분은 타인의 노동생산물에 의해 충족되는데, 그것을 자기 자신의 노동생산물, 또는 같은 이야기지만, 노동생산물의 가격과의 교환으로 구매한다. 하지만 자신의 노동생산물이 이미 완성되어 판매되기 전에는 그것을 구매할 수 없다. 따라서 이렇게 될 때까지 자기를 먹여 살리고 자기에게 작업의 원료·도구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의 온갖 재화의 재고가 어디엔가는 비축되어 있어야 한다.
(P.333)
자본을 사용해서 수입이나 이윤을 얻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자본은 재화를 생산·제조하는 데, 또는 재화를 구입해서 다시 판매하여 이윤을 얻는 데 사용된다. 이런 방식으로 사용되는 자본은, 사용자의 수중에 그대로 남아 있거나 또는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한, 수입이나 이윤을 낳지 않는다. 상인의화물은 돈을 받고 팔리기 전에는 어떤 수입이나 이윤도 낳지 않는다. 그의 자본은 끊임없이 한 형태로 그를 떠나 다른 형태로 그에게 돌아오며, 이러한 유통, 또는 계속적인 교환을 통해서만 자본은 그에게 이윤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본은 아주 적절하게도 유동자본이라 부를 수 있다.
둘째, 자본은 토지의 개량에 사용되거나, 유용한 기계·생산도구의 구매에 사용되거나, 소유주를 바꾸지 않고 또는 더이상 유통하지 않고 수입이나 이윤을 가져다 주는 물건들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자본은 매우적절하게도 고정자본이라 부를 수 있다.
(P.338)
노동에는 그것이 가해지는 대상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노동이 있고, 그런 효과를 갖지 않는 노동이 있다. 전자는 가치를 생산하므로 생산적 노동(productive labour)이라 할 수 있고, 후자는 비생산적 노동이라 할 수 있다. 제조공의 노동을 일반적으로 그의 작업 대상인 원료의 가치에다 자기 자신의 유지비의 가치와 고용주의 이윤의 가치를 부가한다 반대로 하인의 노동은 안=무런 가치도 부가하지 않는다.
(P.404)
모든 자본은 생산적 노동의 유지에만 쓰여질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동일한 양의 자본이 가동시킬 수 있는 생산적 노동의 양은 자본의 다양한 사용방식에 따라 매우 다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본의 사용방식에 따라 그 나라의 토지·노동의 연간 생산물에 부가하는 가치도 달라진다.
자본은 네 가지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 첫째,그 사회의 해마다의 사용·소비를 위해 요구되는 천연생산물을 획득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둘째, 그 천연생산물을 직접적인 사용·소비를 위해 가공하고 제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셋째, 천연생산물 또는 제조품을 그것이 풍부한 지역으로부터 부족한 지역으로 운송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넷째, 위의 상품들 각각을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그때그때의 수요에 맞게 작은 묶음으로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첫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토지·광산·어업의 개량·개발을 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자본이고, 둘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제조업자의 자본이며, 셋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도매상의 자본이고, 넷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것은 소매상의 자본이다. 자본이 이상의 네 가직 방식 중 어느 하나에 속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P.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