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만리(3)
조정래 / 해냄 / 420쪽
(2014. 07. 22.)

 

 

 

  오래전부터 서양에서 일본을 '동양 속의 서양'이라고 한 것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었다. 일본사람들이 서양을 선호하다 못해 흠모하고, 흠모하다 못해 스스로를 서양인이라고 착각하는 만큼 같은 동양인은 경멸하고 천시했다. 그러니 중국과 한국에 대해 저지른 잘못을 사죄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사람들과 한국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딱하게도 자꾸 사죄하라고 분해하고 있었다. 일본사람들의 그런 정신착란 증세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사죄도 영원히 하지 않을 것이다.
(P.41)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지는 나라가 한국이다. 영어를 미국사람처럼 잘하고 싶은 욕망으로 그 조그맣고, 1인당 GDP도 2만 달러에 겨우 턱걸이하고 있는 나라에서 사교육비를 매해 20조 원 이상 쏟아붓는다고 그들의 매스컴이 보도하고 있다. 그거야 자식 교육에 광적인 한국 부모들의 사적 욕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자. 그런데 황당한 일은 영어 교육 강화를 위해 나라에서 역사 시간을 일주일에 1시간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그들이 간절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는 세계의 선진국들은 일주일에 역사 시간이 3~4시간이고, 역사 시간을 줄이는 일은 일본에서도 중국에서도 저지르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그 용감무쌍한 결단력이 세계 1위, 금메달 감이 아닐 수 없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조지 산타야나의 이 유명한 말을 한국 정부만 모르는 것일까.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짓밟힌 굴욕의 시대를 살았으니 역사 시간을 몇 시간으로 해야 할까. 프랑스 입장에서 볼 때는, 정부가 그런 몰상식한 짓을 저지르는 데도 역사학계나 지식인들이 침묵 속에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 참 야릇하고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다.
(P.43)

 

 

  "아빠, 우리 중국 관광객들이 서울에 가면 꼭 빼먹지 않고 들리는 필수 코스가 있어요. 그것이 어딘지 아세요? 이화여자대학교예요. 거기 이화가 그려진 벽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거예요. 아시죠, 무슨 뜻인지."
  딸내미가 주말에 다니러 왔다가 해준 말이었다.
  부귀와 번영을 상징하는 "梨花'는 '돈이 벌리다' '돈이 불어나다'라는 뜻의 '利貨'와 그 발음이 너무나 흡사해서 중국사람들은 배꽃을 '돈꽃' '부자되는 꽃'으로 믿어왔던 것이다.
(P.141)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이 한국에 처음 번역된 것이 1985년경입니다. 한국사람들은 그 책을 통해서 비로소 마오쩌둥이라는 사라과 중국공산당과 공군과 대장정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보다 30~40년 앞서 서양사람들도 역시 그랬고. 다시 말하면 중국공산당과 마오쩌둥을 객관적으로 전 세게에 알린 사람이 에드거 스노였습니다. 그래서 마오쩌둥은 "나에 대한 전기는 이 책으로 대신한다."고 만족을 표할 정도였습니다.
(P.180)

 

 

  우리 한국사람들은 자기 주량의 120퍼센트를 마셔대지만 중국사람들은 80퍼센트 정도만 마셔요. 그러니까 술 마시고 추태를 부리지 않고, 실수를 하는 일도 없소. 한국사람들은 예사로 추태 부리고 실수하고 그러잖소. 앞으로 중국사람 기준에 맞추도록 하시오. 영업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수단의 한 가지지만, 술은 상대방을 취하게 하려고 사는 것이지 내가 취하려고 사는 게 아니오.
(P.270)

 

 

 중국이 수천 년 동안 차지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한 두 나라가 한국과 베트남이에요. 그래서 중국을 대국으로 인정하고 서로 사이좋게 살며 특산물을 교역하지고 해서 만든 제도가 조공이에요. 그리고 속국이란 신식 말로 하면 식민지인데, 식민지란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완전히 지배해서 모든 권한을 다 뺏어버리는 걸 말해요. 그런데 한국과 베트남은 중국에 모든 권한을 뺏기고 지배당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그들 스스로 군대를 가지고 나라를 지켰고, 딴 나라와 외교 활동을 펼쳤고, 자기들 법을 가지고 나라를 운영한 당당한 독립국가였어요. 다만 운명적으로 영토가 작고, 인구가 적어서 인접한 큰 나라한테 괴롭힘을 당한 것뿐이죠. 우리 중국은 스스로 대국이라고 뻐기고 싶어서 계속 속국이라는 말을 써왔는데, 그건 '우린 주변의 작은 나라나 괴롭히는 못된 짓을 해왔다'고 스스로 입증하는 것밖에 안 된다구요.
(P.347)

 

 

  '아이들이 전학을 하는 것은 새로 태어나는 것이다.' 세계적인 교육자 페스탈로치의 일갈이었다. 전학 가서 새로 적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단적으로 지적한 말이었다. 그건 '절대 전학시키지 마!' 하는 말을 격조 있게 표현한 것뿐이었다.
(P.369)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의심하지만, 계속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이건 독일 나치스의 선정장관 괴벨스가 한 말이오. 중국 인민들도 당의 끝없이 되풀이되는 정치선전 속에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오. 그리고 중국의 부모들이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반복해서 가르치고 당부하는 두 가지 말이 있소. '머리를 내미는 세가 총 맞는다.' 또, '뭐든다 네 맘대로 해도 되지만, 공산당과 적이 되는 일은 하지 말아라.' 그리고 당에 도전하거나 거약하게 되면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지를 계속 확인하면서 중국 인민들은 살아왔소.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 파룬궁 검거와 금지 사태등을 거치며 중국 인민들은 침묵이 금인 것을 체득하고 익힌 것이오.
(P.383)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스티브 잡스를 만찬에 초대했소. 오바마는, 전량을 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해 일자리를 늘릴 수 없겠느냐고 얘기를 꺼냈소. 잡스는 한마디로 'NO'라고 했소. 왜냐하면 경쟁이 치열한 세게적 상황에서 디자인이 갑자기 바뀌는 경우 중국에서는 자정에라도 수천 명을 불러내 일을 시킬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한 사람도 불러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소. 이런 노동환경의 차이가 바로 미국이 어째해 볼 수 없는 중국의 힘이오.
(P.394)

 

 

  세계 여러 나라들이 중국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소. 지금 중국 정치인들은 어쩔 수 없이 세계 무대에 올라서 있소. 그들이 어떤 연기를 펼치며 어떤 연극을 만들어갈지, 그게 21세기의 최대 관심사가 될 것이오. 그들도 고민이 많겠지만, 그들이 가야 할 현명한 길은 이미 제시되어 있소. 작년엔가 중국의 최고령 문필가, 106세의 저우유광은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 글을 썼소. 그분은 한마디로 '지구촌 시대가 된 지금,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세계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갈파했소. 그러나 정치인들이 얼마나 그말을 귀담아들을지 알 수가 없소. IMF의 예견이 맞게 되면 오바마는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마지막 대통령이 될 거요. 우리는 그걸 구경하며 중국이 어느 길로 가는지 지켜볼 수밖에 없소.
(P.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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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2)
조정래 / 해냄 / 408쪽
(2014. 07. 19.)


 

 평가란 그 사람이 처한 상황과 입장이라는 두 개의 안경알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서양사람들의 중국 평가를 유심히 읽어보면 바로 그 두 가지 덫에 걸려 있고는 해요. 그래서 너무 일방적이기도 하고 너무 편파적이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객관성을 잃고 지나치게 부정적 평가를 내리게 되고, 따라서 예상이나 전망도 거의 다 빗나가고 말아요.
(P.54)

 

 

 중국이라는 나라는 여자들에게는 천국일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게는 지옥인 게 분명했다. 예의범절을 숭상함과 함께 남자의 존엄을 수천 년 동안 떠받들어온 나라에서 남자들의 꼴이 그렇게 참혹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흔들리고, 북을 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니 그 문제에도 확실한 까닭이 없을 리 없었다. 남녀의 위치를 일순간에 뒤집어엎는 것은 신중국을 탄생시킨 태양으로 떠받들어지는 인물, 마오쩌둥이었다. 마오의 3대 명언 중의 두 번째인 '하늘의 잘반은 여자'라고 여성 해방을 선언한 이후 여자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한 번의 계기가 찾아왔다. 대약진운동과 함께 마오의 2대 실책으로 꼽히는 문화대혁명이었다. 그때 마오는 문화대혁명을 추진하는 전권을 아내인 장칭(강청)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 10년 동안 중국 대륙은 완전 무법천지 난장판이 되는 속에서 여자들의 극성이 만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홍위병들의 난동으로 무수한 문화재들이 파괴되는 가운데 수천 년 동안 내려온 남존여비 사상도 갈가리 찢겨져 나갔던 것이다.
(P.104)

 

 

칭다오 맥주는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브랜즈 중의 하나였다. 술로, 그것도 중국 고유의 술 마오타이나 우량예가 아니라 서양의 술인 맥주로 서양에 수출해서 G2의 경제대국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브랜드에 들었다는 것은 좀 이상스런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 맥주의 탄생 역사에 담겨 있었다. 칭다오 맥주는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칭다오를 조차지로 삼으면서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홍콩에서 시작해서 중국의 동부 연안을 따라 칭다오에 이르는 항구도시들을 조차지로 장악하게 된 서양 여러 나라 사람들을 고객으로 겨냥한 것이었다. 그때 그 고유의 맛을 오늘의 칭다오 맥주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P.172)

 

 

  한국에 흠뻑 빠져 있으면서도 중국사람들은 한편으로 한국사람들을 삐닥하게 생각했다. 손바닥만한 나라 것들이 좀 먹고살게 됐다고 건방을 떤다. 기술 좀 있다고 너무 거만하다. 이런 비난을 하고는 했다.
  그리고 세월이 더 흘러 중국이 G2가 되면서 중국사람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뭐 볼 거 있어? 조그만 나라가 힘써봤자지. 여전히 드라마는 좋아하고, 한국 배우들이 하나 같이 잘생겼다고 부러워하면서도 그런 부정적인 이중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P.270)

 

 

  "저 중국 국기 말이다. 저 별 다섯 개는 무슨 뜻이니?"
  "네 개의 별 중에서 위에서부터 노동자 계급, 농민 계급, 소자산가 계급, 그리고 맨 끝이 민족자산가 계급을 의미해요. 그리고 따로 떨어져 있는 가장 큰 왕별은 중국 공산당이구요."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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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1)
조정래 / 해냄 / 420쪽
(2014. 07. 17.)

 

 


  우리날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하면 싼 인건비, 짝퉁, 불량식품 같은 것만 생각하지 초스피드의 경제성장에 발맞추어 모든 분야이 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상대방을 얕잡아 보는 선입관도 있고, 발전이나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간의 심사도 작용하고 그런 거지요. 살아가면서 이런 것, 저런 것 알아가면 중국은 참 흥미롭고 재미있는 나랍니다.
(P. 32)

 

 

 중국 특유의 꽌시란 한자로 관계(關係)라고 썼고, 그 뜻은 '연줄,뒷배,네트워크"등이 뭉뚱그려진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따. 그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고, 나라 망치는 학연, 지연, 혈연을 다 합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것이었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 꽌시 때문에 중국에 처음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한동안 정글을 헤매며 허방을 딛고, 넘어지고,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P. 61)

 

 

  중국의 3대 상징이 있는데, 형상으로 용, 색깔로는 빨강, 꽃으로는 모란입니다. 이 빨간색은 악귀를 몰아내고 액운을 막아주며, 행운과 부귀영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고 있어요.
(P. 91)

 

 

  중국인들의 8자 선호는 그 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정도가 어찌나 심한지 '선호'라는 말로는 그 심도와 열도를 다 드러내기는 너무 빈약하다. 중국인들은 8자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그 맹신은 가히 신앙적이다. 그 이유는 돈과 직결되어 있었다. 중국말 파차이는 '돈을 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발음 '파'가 숫자 8의 발음 '빠'와 얼핏 혼동할 정도로 같이 들린다. 돈을 많이 벌어 떼부자가 되고 싶은 중국사람들에게 8자는 곧 돈이라 믿는 행운의 숫자가 되었다. 그래서 8자는 빨간색보다도 더 위에 오르는 신앙의 대상으로 떠받들려졌다. 그들의 8자에 대한 집착과 열광은 생활 도처에 나타난다. 8자 들어가는 날은 무조건 길일이 되고, 그래서 8월8일 오후 8시에 결혼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축의금도 888위안을 내는 사람이 최고의 하객이 되는 것이다. 에이, 그런 웃기는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겠는가. 그런 사실을 믿지 못하겠으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 된다. 그 개막식 날짜와 시간은 어떠했는가. 2008년 8월8일 오후8시에 성화가 타올랐다.  아파트 분양 때 8자 들어가는 동들의 8층 8호에 엄청난 웃돈이 붙고, 자동차 번호 8888이 1억 원에 거래되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이러한 광풍은 개혁개방과 함께 시작된 '중국 특색의 자본주의'세월이 해를 거듭해갈수록 점점 가속도가 붙었던 것이다.
(P.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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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볼테르 / 이봉지 / 열린책들 / 220쪽
(2014. 07. 13.)

 

 

ㅁ 볼테르
  18세기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시인, 극작가, 비평가, 역사가인 다재다능한 작가 볼테르, 본명은 프랑수아 마리아루에다. 1694년 프랑스 파리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717년 루이 15세의 섭정 오를레앙 공의 추문을 풍자시로 써 투옥된 뒤, 옥중에서 첫 비극 <오이디푸스>를 완성하였는데 이때 처음 <볼테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볼테르는 자신의 철학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고 <철학적 콩트>라는 분야를 창조했는데, 그 대표작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이다. 콩트 형식을 빌려 우회적으로 사회를 비판하는 이 작품에는 볼테르 특유의 아이러니가 잘 드러나 있다. 또한 볼테르의 <고백록>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품 곳곳에 볼테르의 개인적 체험이 녹아 있기도 하다.

 

 

  "인간의 원래의 본성을 좀 잃어버리고 타락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태어날 때는 늑대가 아니었지만, 늑대처럼 되어 버렸거든요. 신은 인간에게 대포도 총검도 주지 않았지만, 인간은 서로 죽이려고 그것들을 만들었습니다. 파산과 법도 마찬가지예요. 파산을 하고 달아나면 법은 그자의 재산을 압류해요. 그래서 채권자들은 결국 빚을 받지 못하게 되지요."
  "그건 모두 필수 불가결한 것입니다. 개인적 불행은 공공의 이익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개인적 불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모든 것이 더 좋습니다."
(P. 28)

 

 

  나는 가난과 치욕 속에서 늙어 갔어요. 골백번 죽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는 아직 삶을 사랑해요. 이 어리석은 나약함이 아마도 우리 인간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까요? 등에 진 무거운 짐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싶어 하면서도 여전히 그대로 지고 있으려는 사람보다 더 이리석은 사람이 있을까요? 삶을 혐오하면서도 그것에 집착하다니! 무서운 뱀을 품에 안고 있다니! 우리 몸을 파먹는 줄 뻔히 알면서도, 결국 그것이 우리 심장을 파먹을 때까지 내버려 두다니! 이런 바보가 또 어디 있을까요?
(P. 66)

 

 

  "선생, 당신은 물론 자연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면에 있어 이 세상이 최선이며 다른 세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시겠죠?"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위치를 모르고 책임도 모르며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항상 무례한 언쟁만 일삼고 있습니다. 물론 저녁 식사 시간은 예외입니다. 그 시간만큼은 제법 즐겁고 단합된 것처럼 보이니까요. 어쨌든 이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싸움질이요. 얀센파는 몰리나파와 다투고 고등 법원은 교회와 다투고, 문인은 문인끼리 조정의 고관은 고관끼리 은행가들은 서민들과 아내들은 남편들과 친척은 친적들끼지 다투죠. 한마디로 영원한 전쟁이에요"
  캉디드는 그의 말을 반박했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도 보았어요.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교수형을 당한 어떤 지혜로운 분이 제게 가르쳐 주시기를 모든 것이 최선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나쁜 것들은 좋은 그림에 있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요."
  그러자 마르틴이 말을 받았다.
  "교수형당한 그분은 세상을 조롱한 겁니다. 그 그림자라는 게 실제로는 끔찍한 얼룩이랍니다."
(P. 135)

 

 

  캉디드는 멋진 장정을 한 호메로스의 저서를 보고 주인의 높은 취향을 찬양했다.
  "이게 바로 독일 최고의 철학자 팡글로스 박사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책입니다."
  그러자 포코쿠란테가 쌀쌀맞게 말했다.
  "나는 그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그 책이 재미있다고 해서 나도 예전에는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이 너무도 지루했습니다. 전투 장면은 다 비슷비슷하고 게다가 그런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여러 신들이 계속 개입을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결정적 역할도 못하지요. 헬레네는 전쟁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작품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지요. 게다가 모두들 계속 트로이를 포위 공격하지만 함락시키지도 못하지요. 나는 학자들에게 그들도 나처럼 이 책이 지루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진실한 사람들은 모두 내게 솔직하게 대답하더군요. 너무 지겨워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고대의 걸작이니까 서재에는 꼭 갖춰 놓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내다 팔 수 없는 녹슨 메달 처럼 말입니다.
(P. 158)

 

 

  "아! 여기 키케로의 책이 있네요. 이 위대한 인물의 작품은 암만 읽어도 안 질리시지요?"
  "그 사람 책은 절대 안 앍어요. 그 사람이 라비리우스나 클루엔티우스를 위해 변호한 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내가 판결해야 할 소송만 해도 너무 많아요. 그 사람의 철학책에는 좀 관심을 가졌어요. 하지만 그가 모든 것에 대해 회의한다는 것을 안 뒤로 그것도 그만 두었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그 사람만큼은 알고 있거든요. 무지를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는 없는 거니까."
(P. 161)

 

 

  "어때요? 이 사람이 바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지요?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들 위에 있는 사람이니까 말이죠."
  캉디드의 물음에 마르틴이 대답했다.
  "자기가 소유한 모든 것에 진력나 있는데도 말입니까? 오래전에 플라톤은 음식물을 거부하는 위장은 좋은 위장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모든 것을 비판하고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결함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않겠어요?"
  "다시 말하면 즐거움을 갖지 않는 즐거움도 있다는 말인가요?"
  "아,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은 나밖에 없겠군요. 물론 퀴네공드 양을 다시 만난다면 말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지요."
(P. 165)

 

 

  팡글로스는 때때로 캉디드에게 이렇게 말하고 했다.
  "최선의 세계에서는 모든 사건들이 연계되어 있네. 만일 자네가 퀴네공드 양을 사랑한 죄로 엉덩이를 발길로 차이면서 성에서 쫓겨나지 않았더라면, 또 종교 재판을 받지 않았더라면, 또 걸어서 아메리카 대륙을 누비지 않았더라면, 또 남작을 칼로 찌르지 않았더라면, 또 엘도라도에서 가지고 온 양들을 모두 잃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여기서 설탕에 절인 레몬과 피스타치오를 먹지 못했을 것 아닌가."
  그럴 때마다 캉디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P. 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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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하)
애덤스미스 / 김수행 / 비봉출판사 / 578쪽

 

 


  식민지무역의 독점은, 독점이 없을 경우에 그부문으로 향할 영국 자본보다 더 큰 부분을 독점분야로 이동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모든 경우에 영국 자본의 더 큰 부분을 이웃나라와의 대외 소비무역으로부터 더욱 멀리 떨어진 나라와의 그것으로 전환시키고, 그리고 많은 경우 직접적인 대외 소비무역으로부터 중개무역으로 전환시킨다. 그러므로 그것은 모든 경우 더 많은 생산적 노동량을 고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부터 훨씬 더 적은 노동량을 고용하는 방향으로 자본을 이동시킨다. 또한 영국 상공업의 매우 큰 부분을 하나의 특정 시장에 적합하 함으로써, 식민지무역의 독점은 생산물들이 다수의 시장들을 위해 생산되는 경우에 비해 전반적인 상공업 상태를 더 위험하고 불완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식민지무역의 결과와 식민지 무역의 독점의 결과를 주의 깊게 구별해야 한다. 전자는 항상 그리고 반드시 이익이 되는 것이지만, 후자는 항상 그리고 반드시 해가 된다. 그러나 식민지무역은 너무나 큰 이익을 낳기 때문에 그것이 독점되어 그 독점에서 발생하는 해로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매우 크게 유익하다. 물론 독점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비해 그 이익이 상당히 감소되기는 하지만.
(P. 747)

 

 

  아메리카 식민지의 거대한 상업을 독점하는 것은 당연히 최고의 가치를 획득하는 것처럼 보인다. 식별력 없는 멍청한 야심가의 눈에는 이런 독점은 혼란한 정치와 전쟁의 아수라장 가운데서 쟁취할만한 가치가 있는 누부신 목표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물의 휘황찬란함이, 그 상업믜 무한한 거대함이 곧 그것을 독점하면 소내흘 보게 하는 본질인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많은 자본의 용도보다 본질상 그 나라에 덜 유리한 용도가 그 나라의 자본을 자연적으로 그 부문으로 흘러들어갈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이다.
(P. 773)

 

 

  소비야말로 모든 생산활동의 유일한 목표이자 목적이며,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데 필요한 한에서만 고려되어야 한다. 이런 명제는 더없이 자명한 것으로서, 이를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중상주의에서는 소비자의 이익이 거의 언제나 생산자의 이익에 희생되고 있으며, 중상주의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의 모든 상공업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목적으로 삼고 있는 듯이 보인다.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제조되는 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모든 외국상품의 수입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의 이익은 명백히 생산자의 이익에 희생되고 있다. 이런 독점이 거의 언제나 야기하는 가격 상승을 소비자가 감수해야 하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생산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P. 814)

 

 

  중농주의자는 한 나라의 토지와 노동의 연간생산물에 공헌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세 계급으로 분류한다. 첫 번째 계급은 토지소유자 계급이다. 두 번째 계급은 차지농·농업 노동자 등 경작자 계급인데, 이들은 중농주의나에 의해 생산적 계급으로 칭송되며, 세 번째 계급은 수공업자·제조업자·상인 계급인데, 중농주의자들은 이들을 비생산적 계급이라는 굴욕적인 명칭으로 그 지위를 격하시키고 있다.
(P. 819)

 

 

  이 자유롭고 관대한 학설에 따르면, 농업국이 자신의 수공업자·제조업자·상인을 육성하는 가장 유리한 방법은 다른 모든 나라의 수공업자·제조업자·상인에게 무역의 완전한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농어국은 자신의 토지의 잉여생산물의 가치를 올리고, 그 가치의 계속적인 증가는 재원을 점차로 확보하게 할 것이다.
(P. 829)


 

  특정 산업부문에 대해 특별한 장려책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많은 양의 자본을 의도적으로 이 부문에 끌어들이려 하거나, 특정 산업부문에 대해 특정한 제한정책을 사용함으로써 일정량의 자본을 의도적으로 이 부문으로부터 끌어내려는 어떤 학설도 실제로는 그것이 의도하는 큰 목적을 파괴하게 된다. 그것은 참된 풍요, 번영을 향한 그 사회의 진보를 촉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저지하며, 또한 사회의 토지, 노동의 연간생산물의 진정한 가치를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감소시킬 뿐이다.
(P. 847)

 

 

  사법권과 행정권이 하나로 결합되어 있을 때에는, 정치라고 속되게 부르는 것을 위해 공정한 법 집행이 자주 희생되는 것은 거의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의 큰 이익을 돌보도록 위임된 사람들은, 비록 불순한 의도는 없다고 하더라도, 때때로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는 것이 필요하다가 생각한다.l 그러나 모든 개인의 자유, 개인의 안전감은 공평무사한 재판에 달려 있다.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자기의 모든 권리를 완전히 안전하게 누리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사법권은 행정권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뿐 아니라 가능한한 행정권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재판관은 행정부의 변덕에 따라 면직되어서는 안 된다. 재판관이 규칙적으로 급료를 받는가의 여부가 행정권의 선의 또는 심지어 경제적 여유 여햐에 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
(P. 890)

 

 

  현대의 가장 저명한 철학자이자 역사가의 한 사람인 데이비드 흄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나라의 대부분의 기술과 직업은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 즉, 그것이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킬 때에는 그것은 특정 개인들에 대해서도 유용하거나 사람들의 기분을 고양시킨다. 그리고 이런 경우 정부가 항상 지켜야 할 규칙은, 어떤 기술을 처음 도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일을 그 직업에 맡겨두고, 그것을 장려하거나 진흥시키는 일은 그로부터 이득을 얻게 될 개인들에게 맡겨 두라는 것이다. 장인들은 자신들의 이윤이 고객들의 호감에 의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가능한 한 최대로 자신의 기능과 근면을 재고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사정이 분별없는 간섭으로 어지럽혀지지 않는 한, 상품의 공급은 항상 수요와 거의 일정한 비례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비록 한 나라에 대해서는 유용하고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개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나 즐거움도 주지 않는 그런 직업도 있다. 최고 권력은 이런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방식을 변경시키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의 장려가 필요하다.
(P. 968)

 

 

  우편업무는 본래 상업적 사업이다. 정부는 우체국 설치비용과 필요한 말과 마차를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비용을 투하하며, 그것을 우편요금을 통해 큰 이윤과 함께 회수한다. 우편업무는 어떤 종류의 정부라도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유일한 상업적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투하되는 자본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이 업무에는 어떤 비법도 없다. 자본의 회수는 확실할 뿐 아니라 즉각적이다.
(P. 1008)

 

 

  자본으로부터 생기는 수입, 즉 이윤은 자연스럽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이자를 지불하는 부분으로서 자본 소유자에 귀속되는 부분이며, 다른 하나는 이자 지불에 필요한 부분을 초과하는 잉여분이다.
  이윤 중 후자는 분명히 직접적으로 과세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 부분은 자본의 사용에 따른 위험?고통에 대한 보상이며, 대부분의 경우 매우 적절한 보상에 불과하다. 자본의 사용자는 이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게 이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P.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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