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아스토텔레스 / 천병희 / 숲 / 472쪽
(2013. 09. 07.)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국가의 문제를 그 주제로 다루며 국가의 형성, 구조, 바람직한 국가 형태에 관한 고찰과 더불어 정체론, 통치 기술 등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며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한 까닭에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르네상스 이후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읽혔으며, 지금도 대학에서는 정치학의 주요 텍스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p. 8)
그리스 도시국가(polis)들이 이미 소멸했음에도 이를 전제로 한 그의 『정치학』이 여전히 읽히고 연구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책이 플라톤의 『국가』(Politeia)처럼 주로 이상 국가에 관한 이론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현실 정체의 여러 종류와 그 변형을 세세히 다루며 그 발생 과정과 붕괴원인 그리고 보존 방법들을 상세히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p. 9)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윤리학의 일부로 보았는데,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도덕과 질서가 바로 선 국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며, 국가공동체의 도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치가들의 임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윤리적 성격이 그의 『정치학』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p. 10)
모든 국가(polis)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선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 무릇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선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공동체가 어떤 선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말로 분명 으뜸가는 선을 가장 훌륭하게 추구할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politike koinonia)다.
(p. 15)
자연은 어떤 목적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언어는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유해한지,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밝히는 데 쓰인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차이점은 인간만이 선과 악, 옳고 그름 등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의 공유에서 가정과 국가가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에 우선한다.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p. 21)
정체를 연구하려면 우선 국가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국가는 다수의 시민들로 구성된 복합적 전체다. 시민의 부정적 정의. 같은 장소에 거주하고 같은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해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특징. 재판 업무와 공직에 참여한다. 이런 개념은 엄밀히 말해 민주정체에만 적용된다. 보편타당한 정의 의결권과 재판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시민이다.
(p. 131)
정체를 구별할 때는 국가의 최고 권력의 종류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동 이익과 완전한 삶이 국가의 목표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처럼 치자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지배 형태가 있다. 올바른 지배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등한 자들과 자유민에게 행사되는 지배다.
(p. 148)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절대 정의의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올바른 정체고, 치자들의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정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정체가 왜곡된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자유민들의 공동체인데, 그런 정체는 전제적이기 때문이다.
(p. 150)
최고 권력은 원칙적으로 소수자가 아닌 민중 전체가 갖는 것이 더 좋다. 이런 명제는 다수의 미개한 민족 사이에서는 의심스럽다. 민중의 권한은 최고위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감사하는 데 있다. 이러한 국가 제도에 대한 우려. 어떤 분야의 사람들에 대해 판단하고 감사하는 것은 문외환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 몫이다. 이런 우려에 대한 반작. 두 번째 우려. 우리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유능한 자들이 아닌 대중에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런 우려에 대한 반박. 국가의 권력을 행사는 것은 민중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법정과 민회 전체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은 법이어야 한다.
(p. 162)
올바르게 제정된 법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통치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모든 경우에 보편타당한 규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법이 정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없는 엄무들만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p. 166)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의다. 모든 학문과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이다. 정의는 평등한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데 있다. 시민의 평등과 불평등의 판단 기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서 시민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우월성이 다 비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공직을 배분할 때는 자유민의 신분, 부, 정의, 전사로서의 탁월함 같은 국가 존립에 필요한 요소들만 고려해야 한다.
(p. 167)
학문이나 기술이 포괄적인 것이 되려면 모든 시각에서 대상을 고찰해야한다. 정치학의 과제, 진정한 정치가가 되려면 최선의 정체뿐만 아니라 가능한 정체와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정체도 고찰해야 한다. 정체와 법. 법을 정체에 맞춰야지 정체를 법에 맞춰서는 안 된다.
(p.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