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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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천명관 / 문학동네 / 455쪽
(2013. 09. 29.)

 

노파 - 금복 - 춘희  삶의 이야기
가난을 공유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나의 할머니시대 이야기인 노파의 삶
거대한 산업화의 물결속에 돈이 모든 것에 우선하던 우리 어머니 시대의 이야기인 금복의 삶
돈의 가치보다는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묵묵한 삶을 받아드리는우리가 목적하고 싶은 삶의 이야기인 춘희의 삶
지난 우리 세대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춘희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삶의 순수한 지향성을 다시금 일깨워 줌으로써 우리의 삶과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그것은 춘희와 같은 감방 안에 있던 한 여죄수의 말이었다. 얼굴이 온통 주근깨로 뒤덮여 있던 그녀는 청산가리가 든 음식을 먹여 자신의 두 딸과 남편을 독살한 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녀는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쉬지 않고 감방 안의 먼지를 쓸고 닦았다. 같은 방에 있던 조수들이 살날도 얼마 안 남은 사형수가 청소는 해서 뭐 하냐고 비아냥거렸을때, 청산가리는 걸레로 마룻바닥을 훔치며 그렇게 대답했다. 덧붙여,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p. 10)



  콩닥거리던 가슴이 어느 정도 잦아들 무렵 그녀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도저희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 복판에서 불쑥 솟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어부들도 물고기를 보고 놀라 탄성을 질렀다. 금복은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의 출현에 압도되어 그저 입을 딱 벌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따. 물고기는 거대한 꼬리로 철썩 바닷물을 한 번 내리치고는 곧 물속으로 사라졌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고기가 사라진 뒤에도 금복은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넋을 잃고 있던 금복이 옆에서 구경하던 한 어부에게 그 거대한 물고기의 이름을 묻자, 그는 이상하다는 듯 금복을 쳐다보며 말했다.
  - 넌 고래가 뭔지도 모르는 걸 보니까 이곳에 사는 계집이 아닌가 보고나. 아까 그건 고래 중에서도 제일 큰 대왕고래란다.
(p. 49)



  과연 객관적 진실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거일까? 칼자국이 죽어가면서 금복에게 한 말이 과연 진실일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조차도 인간의 교활함은 여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도 마찬가지, 우리는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이야기란 본시 전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독자 여러분은 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된다. 그뿐이다.
(p. 117)



  "글쎄요, 내가 가진 생각은 언제나 한 가지뿐예요."
  "그게 뭐죠?"
  "작고 누추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언젠가 文에게 말한, '썩은 조기든 금간 벽돌이든 팔 수 있기만 하면 된다'는 모토와 함께 금복의 사업가로서의 모든 태도가 담긴 말이었다. 금복은 담배연기를 길게 뿜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돈이 죄악의 근원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천만에요. 모든 죄악의 근원은 가난입니다."
(p. 275)



  춘희는 자신의 인생을 둘러싼 비극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육체는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의 유니폼처럼 단지 고통의 뿌리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 거대한 육첸 안에 갇힌 그녀의 영혼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람들이 그녀에게 보여줬던 불평등과 무관심, 적대감과 혐오를 그녀는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었을까? 혹, 이런 점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이야기꾼이 될 충분한 자질이 있다. 왜냐하면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p. 310)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눈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춘희는 뭔가 더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미처 입을 뗄 사이도 없이 둘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광대한 성간에는 희미한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꼬마 아가씨, 안녕.
  코끼리, 너도 안녕.
(p.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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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1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박상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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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1
조반니 보카치오 / 박상진 / 민음사 / 488쪽
(2013. 09. 15.)

 

 

서양 중세 신의 겉옷 뒤에 숨어 있었던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의 이야기들을 열흘동안 백개의 이야기들로 풀어놓은 작품

 

 

  여자는 섬세해서 자기 운명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운명에 휘둘린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서, 사랑에 빠진 그들이 구원을 받고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백 편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여자들이야 바느질을 하거나 물레를 돌리거나 실을 감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요. 이 이야기들은 신화나 우화, 역사 이야기라고 해도 좋습니다.
(p. 18)

 

 

  죽음을 피하듯 다른 사람들의 무절제한 사례들을 피하고, 여러분 각자가 몇 채씩 갖고 있는 시골 별장으로 가서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거예요. 그리하여 그곳에서 이성의 경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 쾌락을 맛보자는 것이지요.
(p. 37)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얘기를 나누느냐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여자건 남자건 몇마디 우아한 짧은 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를 주려다가, 자기 힘과 상대방의 힘을 제대로측정하지 못한 탓에 상대방에게 주었다고 생각한 무안이 자기한테 되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여러분은 자신을 잘 살피세요.
(p. 120)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릅니다. 흔히 부자가 되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느님께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곤 합니다. 고난과 위험에 맞서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으면서요. 그런데 정작 부자가 되고 나면 부자가 되기 전에는 자기 생활을 누리며 살던 사람들이 그 막대한 유산 때문에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는 이제야 최고의 행복을 얻었다고 여기지만, 그 행복은 자기도 이미 충분히 보고 들은 대로 끝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물들어 있습니다. 육체의 힘과 아름다움, 또 장신구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 역시 잘못된 욕망이 죽음과 불행의 원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한답니다.
(p. 222)

 

 

  인간의 욕망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떤 인간도 운명적인 사건과 아무 상관없이 하나의 욕망을 완벽한 믿음으로 골라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옳은 행동을 하고 싶다면, 우리가 무얼 필요로 하는지 홀로 아시고 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실 수 있는 구분께서 우리에게 선물하신 것을 잘 받아들여 간직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여러가지 욕망 때문에 죄를 짓지만 여러분처럼 우아한 여자들은 오직 한 가지, 즉 아름다워지려는 욕망 때문에 죄를 짓게 됩니다. 타고난 아름다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엄청난 기교를 부리는 것이지요.
(p. 222)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을 알아내거나 듣고서 이를 떠벌리고 싶어 하는 덜떨어진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추어진 잘못을 들춰내면서 그 사람들이 한없이 되새기게 될 부끄러움을 덜어 주었다고 믿는 겁니다.
(p. 340)

 

 

  자기는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은 남을 조롱했다고 믿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오히려 남에게 조롱받았음을 알게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따라서 저는 쓸데없이 남의 재능을 시험하는 행동은 완전히 바보짓이라고 생각해요.
(p.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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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아스토텔레스 / 천병희 / 숲 / 472쪽
(2013. 09. 07.)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국가의 문제를 그 주제로 다루며 국가의 형성, 구조, 바람직한 국가 형태에 관한 고찰과 더불어 정체론, 통치 기술 등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며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한 까닭에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르네상스 이후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읽혔으며, 지금도 대학에서는 정치학의 주요 텍스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p. 8)

 

 

  그리스 도시국가(polis)들이 이미 소멸했음에도 이를 전제로 한 그의 『정치학』이 여전히 읽히고 연구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책이 플라톤의  『국가』(Politeia)처럼 주로 이상 국가에 관한 이론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현실 정체의 여러 종류와 그 변형을 세세히 다루며 그 발생 과정과 붕괴원인 그리고 보존 방법들을 상세히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p. 9)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윤리학의 일부로 보았는데,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도덕과 질서가 바로 선 국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며, 국가공동체의 도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치가들의 임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윤리적 성격이 그의 『정치학』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p. 10)

 


  모든 국가(polis)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선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 무릇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선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공동체가 어떤 선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말로 분명 으뜸가는 선을 가장 훌륭하게 추구할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politike koinonia)다.
(p. 15)

 


  자연은 어떤 목적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언어는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유해한지,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밝히는 데 쓰인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차이점은 인간만이 선과 악, 옳고 그름 등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의 공유에서 가정과 국가가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에 우선한다.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p. 21)


 

  정체를 연구하려면 우선 국가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국가는 다수의 시민들로 구성된 복합적 전체다. 시민의 부정적 정의. 같은 장소에 거주하고 같은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해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특징. 재판 업무와 공직에 참여한다. 이런 개념은 엄밀히 말해 민주정체에만 적용된다. 보편타당한 정의 의결권과 재판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시민이다.
(p. 131)

 


  정체를 구별할 때는 국가의 최고 권력의 종류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동 이익과 완전한 삶이 국가의 목표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처럼 치자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지배 형태가 있다. 올바른 지배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등한 자들과 자유민에게 행사되는 지배다.
(p. 148)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절대 정의의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올바른 정체고, 치자들의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정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정체가 왜곡된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자유민들의 공동체인데, 그런 정체는 전제적이기 때문이다.
(p. 150)



  최고 권력은 원칙적으로 소수자가 아닌 민중 전체가 갖는 것이 더 좋다. 이런 명제는 다수의 미개한 민족 사이에서는 의심스럽다. 민중의 권한은 최고위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감사하는 데 있다. 이러한 국가 제도에 대한 우려. 어떤 분야의 사람들에 대해 판단하고 감사하는 것은 문외환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 몫이다. 이런 우려에 대한 반작. 두 번째 우려. 우리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유능한 자들이 아닌 대중에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런 우려에 대한 반박. 국가의 권력을 행사는 것은 민중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법정과 민회 전체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은 법이어야 한다.
(p. 162)

 

 

  올바르게 제정된 법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통치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모든 경우에 보편타당한 규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법이 정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없는 엄무들만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p. 166)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의다. 모든 학문과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이다. 정의는 평등한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데 있다. 시민의 평등과 불평등의 판단 기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서 시민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우월성이 다 비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공직을 배분할 때는 자유민의 신분, 부, 정의, 전사로서의 탁월함 같은 국가 존립에 필요한 요소들만 고려해야 한다.
(p. 167)

 


  학문이나 기술이 포괄적인 것이 되려면 모든 시각에서 대상을 고찰해야한다. 정치학의 과제, 진정한 정치가가 되려면 최선의 정체뿐만 아니라 가능한 정체와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정체도 고찰해야 한다. 정체와 법. 법을 정체에 맞춰야지 정체를 법에 맞춰서는 안 된다.
(p.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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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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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의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죠지 레이코프 / 유나영 / 삼인 / 235쪽
(2013. 09. 04.)

 


현실 정치의 싸움은 프레임의 구축에서 시작된다.
프레임은 상대방의 중심 전략을 잘 대표하는 언어를 선택하여 구축하고 그속에 지뢰들을 예쁘게 포장하려 심어놓는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빨,파,노의 프레임들 중에서 어떤 것들이 가장 강력할까?

  
  프레임을 이해하는 것의 중요한 측면은 30초 안에 가치 있는 교훈 하나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우리 모두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 경쟁자의 프레임을 공격하는 것은 그들의 메시지를 더욱 강화해 줄 뿐이라는 - 교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발짝 전진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의 가치관, 소망, 사명을 담은 프레임을 구성하되, 상대방의 프레임을 공격하지 않는 것이다. 왜나하면 그렇게 하는 순간, 그들의 생각이 바로 공론의 중심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p. 14)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 행동의 좋고 나쁜 결과를 결정한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 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한다. 프레임을 바꾸는 것은 이 모두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이다.
(p. 17)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상식이 통용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요구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
(p. 18)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 이익에 따라 투표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투표합니다. 그들은 자기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합니다. 물론 그들은 자기 이익과 자신을 동일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정체성에 투표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정체성이 자기 이익과 일치한다면 두말할 것 없이 그쪽으로 투표할 것입니다. 이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단순히 자기 이익에 따라서 투표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입니다.
(p. 52)



  상대방의 주장을 부정하는 흔한 실수를 저지르지 마라. 대신에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프레임으로 프레임으로 구성되지 않은 사실은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없다. 단순히 사실을 진술하고 그것이 상대편의 주장과 모순됨으로 보여 주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프레임은 사실을 이긴다. 프레임은 유지되고 사실은 튀겨 나간다. 언제나 프레임을 재구성하라.
(p.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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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조지 오웰 / 정희성 / 민음사 / 444쪽
(2013. 08. 28.)

 

 

조지 오웰은 이 소설 속에서 30년후인 1984년의 디스토피아를 묘사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은 1984년으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아주 똑같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랍다

 

 


  닫힌 창유리에 비친 바깥은 추워 보였다. 거리 저편에서 한 줄기 바람이 먼지와 종잇조각들을 흩날렸다. 태양은 빛나고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지만, 여기저기 붙어 있는 포스터 외에는 색채란 게 없어 보였다. 검은 수염의 얼굴이 관망하기좋은 구석구석 어디에서나 내려다보고 있었다. 포스터는 바로 맞은편 집 앞에도 붙어 있었다. 검은 눈이 윈스턴의 눈을 매섭게 노려보며 '빅 부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을러댔다.
(p. 10)

 

 

  그들은 의식을 가질 때까지 절대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반란을 일으키게 될 때까지는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p. 100)

 

 

  과거는 이미 변조되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조 될 것이다. 그를 악몽처럼 괴롭히는 것은 '왜' 그 같은 엄청난 사기 행위가 행해지고 있는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과거를 날조함으로써 즉각적으로 얻게 되는 이점이 무엇인지는 명백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궁극적인 동기가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펜을 들고 글씨를 썻다.

  나는 '방법'을 안다. 그러나 '이유'는 모른다.
(p. 112)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엇이든 다 진실일세. 당의 눈을 통해 보지 않고는 실재를 볼 수 없네. 윈스턴, 이것이 바로 자네가 다시 배워야 할 사실이네. 여기에는 자기 파괴의 행위, 즉 의지의 노력이 필요하지. 자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려면 먼저 스스로 겸손해여야 할 필요가 있네."
(p. 347)

 

 

  권력이란 곧 인간 위에 군림한다는 점일세. 권력은 인간의 육체도 그렇지만, 특히 그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야 하네, 무질에 대한 권력, 자네 식으로 말하자면 외적인 실재에 대한 권력은 중요하지 않네. 사물에 대한 우리의 권력은 이미 절대적이니까 말일세."
(p. 369)

 

 

  "진정한 권력, 우리가 밤낮으로 추구해야 하는 권력은 물질에 대한 권력이 아니고 인간에 대한 권력이야."
  "윈스턴,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자기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겠나?"
  윈스턴은 곰곰이 생각한 끝에 대답했다.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맞았네, 권력은 타인을 괴롭힘으로써 행사할 수가 있지. 보종으로는 충분하지 않네, 괴롭히지 않고, 어떻게 권력자의 의사에 복종하는 지 안 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권력은 고통과 모욕을 주는 가운데 존재하는 걸세. 그리고 권력은 인간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서 권력자가 원하는 새로운 형태로 다시 뜯어 맞추는 거라네."
(p. 373)

 

 

  윈스턴은 빅 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사십 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불필요한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안을 떠나 스스로 고집을 부리며 택한 유형(流刑)이여! 그의 코 옆으로 진 냄새가 나는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잘 되었다. 싸움은 끝났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p.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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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3-0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드를 긁으면 어디서 무엇을 소비했는지 데이터베이스화됩니다. 정말, 현대는 빅브라더의 감시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숨막히는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