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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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다기에, 『울지 않는 아이』를 먼저 읽고, 연이어『우는 어른』을 읽었다. 목차를 읽고 첫 장을 마주하는데 웬걸, 첫 장의 첫 구절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 인생에 무언가 예정한 일은 없는데,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은 종종 있어 우습다. 예정이 없는데, 예정에 없는 일은 있다니. (p.10)

 

예정한 일이 없기만 한 건 아니지만, 위 구절처럼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생각할 때가 나도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을 읽게 된 것. 이 책을 읽게 된 일이 예정한 일은 아닌데, 예정에 없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인 행위로 우느냐 안 우느냐는 차치하고, 어른이란 본질적으로 ‘우는’ 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울 수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것이겠죠.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을 다소는 듬직하게 여겼지만,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쁩니다. (p.229 작가 후기 중)

 

진정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닌, 울 수 있는 우는 어른이 된 그녀의 에세이는 분명 성장 에세이다. 이 책의 목차처럼 크게 네 꼭지, 비가 세계를 싸늘하게 적시는 밤, 남성 친구의 방, 갖고 싶은 것들, 햇살 내음 가득한, 어슴푸레한 장소라는 시간 혹은 공간 속에서 그녀는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몸과 마음을 다해 기쁨을 표현하고, ‘지금’이 전부라는 찰나적인 태도로 나날을 살아가고, 때로는 그런 강아지들의 체질에 위로받으며(p.55), 가령 뜻하지 않은 때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사람과 우연히 마주친, 신이란 존재를 믿고 싶어지는 순간을 지나며(p.148), 아마도 자신이 반듯하기 때문에 타인을 믿을 수 있고, 자기 안에 악의가 없는 것이고, 아주 단순한 하이디의 선함이 하이디의 강함이라며 하이디처럼 선한 마음을 원하기도 하면서(p.194) 말이다.

 

그리고 그 성장 끝에서, 사무치게 와 닿는 구절을 만났다.

 

인생에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아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런 순간을 당시에는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슬픈 것이다. (p.217)

 

한 문장 한 문장이 모순이다. 모순인데, 사무치게 와 닿았다. 누구에게나 아주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있고, 그런 순간을 당시에는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슬픈, 인생의 특별한 순간. 그런 순간을 당시에는 모르고,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슬프다는 점에서 청춘과 닮은 구석이 있는, 이 순간이 있어 우리네 삶은 애달프지만 살만하다.

 

열두 살 때나 지금이나 외톨이는 아니지만 외로운 여자고, 고독하고 히스테리컬한 여자,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성장 에세이를 읽으리라 예정한 일은 없었고, 그래서 예정에 없던 일이었지만 위 구절을 읽으면서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진정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장소를 찾게 되면, 그리고 그 장소에서 울게 되면, 그 때 내 곁에 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에쿠니 가오리 『울지 않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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