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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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관해 어떠한 배경 지식 없이 읽었는데, 1권의 마무리가 어쩐지 속편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뒤늦게 검색을 해보았다.

 

<티보 가의 사람들>

 

1881년 출생해 1937년 노벨상을 수상하고 1958년 사망한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장편소설. 14살 소년 자크가 학교 당국의 비열한 처벌에 격분해 가출을 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1904년부터 1913년까지 대략 10년에 걸쳐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요한 사건만을 압축, 요약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최초의 앙가주망 소설로, 인간의 투쟁과 현대 생활의 여러 단면을 날카롭게 묘사한 사실주의 작품이다.

 

19년에 걸쳐 완성된 대하소설로 총 여덟 부로 나눠진 작품이었고, 지난 2000년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의 정지영 교수가 필생의 역작으로 선보였던 <티보가의 사람들>을 가볍고 읽기 쉬운 쏜살문고로 다시 정리해 선보인 것이었다. 내가 읽은 <회색 노트>, 전형적인 부르주아 가문의 차남 자크와 자유분방한 프로테스탄트 집안의 다니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는 성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추신 - 이 편지를 간직해 줘. 네 마음이 처량해질 때, 그리고 보람 없이 어둠 속에서 부르짖는 일이 있을 때 이 글을 다시 읽어 줘. (p.78)

 

내 마음은 너무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아! 나는 이 끌어 넘치는 파도를 이 종이 위에다 쏟을 수 있는 한 쏟아 볼 생각이야.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 또한 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내 일생의 이야기는 단 두 줄로 요약될 수 있어.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은 사랑. 그리고 나에게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인데, 그건 너야! (p.82)

 

14세 소년의 편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해서, 낯설고 새로운 마음으로 두 소년의 편지를 눈에 담았다. 나는 이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6장이 참 마음에 들었다, 편지를 통해 서로를 향한 각자의 마음을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두 사람이 단순히 우정만을 교류한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교류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크와 다니엘의 이야기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다니엘의 어머니, 퐁타냉 부인의 철학이었다.

 

 

 

 

게다가 여기 증거물이 있습니다.” 그는 모자를 떨어뜨리며 허리띠에서 빨간 테를 두른 회색 노트 한 권을 꺼내며 소리쳤다. “잠깐만 이걸 읽어 보십시오, 부인. 부인의 모든 환상을 벗겨 버린다는 것은 여간 잔인한 일이 아니겠습니다만,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어쩔 수가 없군요. 이걸 보시면 부인께서도 잘 알게 되실 겁니다!”

그는 억지로 부인이 그 노트를 받게 하려고 두어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나 부인은 일어섰다.

여러분, 저는 단 한 줄도 읽지 않겠어요. 그 애의 비밀이 여러 사람 앞에서, 그 애 모르게 폭로되고, 그 애에게는 변명할 여지조차 남겨 주지 않다니요! 전 그 애에게 이런 대우를 받도록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 (p.38-39)

 

아들의 사생활이 담긴 회색 노트를 많은 사람 앞에서 읽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는 부인의 말을 읽는데 이렇게 훌륭한 어른이자 부모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쏜살 문고에서 이 작품을 선보이지 않았으면, 나는 티보 가의 사람들도 로제 마르탱 뒤 가르도 영영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판형이 다소 작고 1부의 분량이라 많지 않았음에도 읽기가 쉽지 않았는데,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처럼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소설이었다. 작가에게 노벨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티보 가의 사람들> 연작 가운데 제7<1914년 여름>이라던데, 쏜살 문고 버전으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검색했던 검색어들인데, 서평에 이 단어들을 담았기에 덧붙여본다.


앙가주망 문학(engagement literature) : 참여문학을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에 의해 주창된 문학사상이다. 그는 인간을 억압하는 모든 정치 세력들과의 투쟁에 참여하는 것이 문학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임무라고 역설한다. 사르트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반파시스트 투쟁과 레지스탕스 활동에 직접 참가하면서 인간 존재의 공동체적 규정에 새롭게 눈뜨고, 문학의 정치적 · 사회적 기능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앙가주망 문학 [engagement literature] (Basic 고교생을 위한 문학 용어사전, 2006. 11. 5., ()신원문화사)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 16세기의 종교개혁이래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분파(分派)한 각종 기독교회에 귀속한 사람들을 프로테스탄트(개신교도)라고 한다. 프로테스탄트라는 말은 15294월 독일의 제국의회(帝國議會)에서 루터계 종교개혁파의 제후(諸侯)와 여러 도시가 로마 가톨릭의 다수파 측의 황제 카를 5세 등 로마 가톨릭 세력에 대해서 당당히 자신의 신앙을 표명하고 항거([라틴어]protestatio ; 프로테스타티오)’한 데에서 유래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프로테스탄트 [Protestant] (21세기 정치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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