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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두려움을 가진 이들에게 권함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시대의 지성, 청춘의 멘토 박경철의 독설충고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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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지성과 뜨거운 감성을 균형있게 지닌 리더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 대개 어머니처럼 따뜻한 정이 있으면 냉철한 비판 의식이 없고 엄격한 선생님 처럼 냉철한 비판의식이 있으면 인정머리가 없는 법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식과 분명한 방향설정이 있지만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의 모순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짚어준는 부분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보면 기업의 이익은 천문학적인 수치를 기록하는 데 이상하게도 청년들의 일자리는 태부족이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 원인이 신자유주의 경체체제 자체에 있다고 지적한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기업의 이익만 증가하면 그만이라는 신자유주의적 시장만능주의를 견제하지 못하면 우리 청년들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것이라 진단한다. 다시말해서 자국의 젊은이들이야 일자를 얻든 못얻든 상관 없이 값싼 노동력이 있는 나라로 공장을 옮겨서 창출한 기업의 이익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가 지닌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취직 못하는 것을 청년들의 무능이나 게으름, 준비 부족과 같은 개인적인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어불성설임에 틀림없다.  

신자유주의가 미래 대안이 아니라면 젊은이들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방향을 설정해야하는가? 이에 대해서 저자는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시장과 사회가 어떻게 동행 할 수 있는지 부단히 문제를 제기하고 시스템의 개선을 이끌어 내라고 청년들에게 주문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 119조 2항에도 신자유주의적 질서에 반대하고 경제력 남용과 분배의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는 소위 경제민주화 조항이 있음을 상기시킨다. 또한 미래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할 가치를 제시하는데 기계가 아닌 사람, 공존과 공생, 환경, 그리고 공공의식을 가진 공감형 리더십 등이다. 다시 말해서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이웃집 아이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는 가히 자기계발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들이 현실의 모순은 덮어 둔채 업무의 효율성이나 사업에 성공하여 돈을 버는 방법, 잘 취직하고 가정생활을 잘하는 방법 등을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내용이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이라면 우리 사회를 좀 더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하여 모순은 물론 가능성을 함께 보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청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가 또 주목해서 본 대목은 4장 "자기혁명을 위한 배움과 성장"이다. 학과 습이 균형을 이룬 배움을 권하면서 특히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 자신은 대략 1만권의 장서를 소유하고 있으며 시골에 살지만 작가로 성장하게 된 것은 독서의 힘이라고 밝힌다. 낭중치추라는 말처럼 실천적인 독서를 통해 꾸준히 자기 성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시골이든 도시이든 공간이 문제겠는가!  

독서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가 실천한다는 독서 10계명이 눈에 띈다. 다음과 같다. 

독서1: 좋은 책을 읽는 것보다 나쁜 책을 읽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독서2: 항상 지금 읽기에 조금 버겁고 힘 든 책을 고른다. 

독서3: 저자의 논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반대 논리를 펴는 책도 읽는다. 

독서4: 늘 새로운 분야를 읽는다. 

독서5: 다독보다는 독서 후의 충분한 사유이다. 

독서6: 좋은 글을 수차례 필사하고 나름대로 고쳐본 다음 같은 주제로 내 글을 쓰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익힌다. 

독서7: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골라내는 무의식적 반응에 주목한다. 

독서8: 오락인지 학습인지 목적에 맞는 책을 선택한다. 

독서9: 시기별로 적절한 책을 읽는다. 

독서110: 돌아가신 분의 책을 읽는다(저자보다 오래 살아 남은 책이기에) 

올바른 방향은 성실과 열정이 대체하지 못한다. 이 책의 내포 독자인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저자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과 올바른 방향설정, 진실한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젊은이 들에게 이 책을 나침반 삼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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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글쓰기
한명석 지음 / 고즈윈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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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표현하는 존재다. 표현하지 못한 상처는 사람을 병들게하고 표현된 상처는 말이되고 글이 되고 예술이 되어 다른사람의 상처를 보듬는다. 나를 표현하는 매체에는 그림이나 음악, 조각, 몸이나 연극과 같이 다양한 예술 매체도 있지만 언어는 가장 일차적이고 강력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고 언어 가운데서도 글쓰기야말로 자기표현의 꽃이라 하겠다.  

어린 시절 우리 모친께서는 '내가 고생한 것을 글로 쓰면 책이 몇 권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표현하는 존재인 인간은 자신의 고통과 슬픔, 상처는 물론 살면서 깨달은 교훈들을 글로써 남기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다. 치유적 글쓰기의 대가인 케슬린 아담스(Kathleen Adams)는 <저널치료>라는 책에서 심각한 질병에 들었거나 역경에 빠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글로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에 글쓰기 훈련이 전혀 안된 사람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열정만 가지고 덤빈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글로서 자신의 아픔이든지 깨달은 인생의 교훈이든지 표현해 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책 한명석의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저자는 글쓰기의 방향을 '자기 성장과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유적 글쓰기를 몸소 실천하고 가르치는 나에게 먼저 눈에 띄는 점이다. 글을 쓰면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알게되고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고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자기 이미지 구축에 탁월한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글쓰기는 정말 힘이 세어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실낱같은 가능성에서도 희망을 보게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학생시절 글쓰기를 돌아보면 그냥 숙제니까, 혹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대부분 글을 썼다. 타인을 위해서 글을 쓴 셈이다. 저자는 성인들이 글을 쓰는 목적과 방향을 올바로 알려준다. 글을 쓰면 치유가 일어나고 자신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자기 언어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의 저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성인기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방향설정이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성인들이 글을 잘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심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글쓰기는 문장력이나 학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자기를 믿는 사람이 글도 잘쓰고 재미 있게 사는 사람이 또한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나도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한다. 몇 해 전 노년기 여성들의 독서 모임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장장 1년짜리 40주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중반의 한 참여자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한 바닥 이상의 독후감을 써와서 발표했는데 그분의 학력은 무학이었다. 문법도 팔종성 가족용법(받침 여덟게로 모든 종성을 다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글씨도 삐뚤 빼뚤했지만 내용은 진솔하고 감동을 주었다. 이 분은 학교를 못다녀 글을 배우지 못했지만 나중에 종교 생활을 하면서 찬송가와 성경을 읽고 싶은 독학으로 한글을 배운 분이었다. 거기에 비해서 대학을 나온 참여자들의 글은 이분 보다 길이도 훨씬 짧고 내용도 피상적이어서 비교가 되었다. 이때 내가 깨달은 것은 글쓰기는 문법이나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뭔가 자기 안에 표현할 사연이 있고 그것을 글로서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맞춤법이나 흐름에 맞게 글을 다듬는 일은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으나 글의 내용을 대신 써 줄 수는 없으니 글쓰기에 있어서 자신감은 본질 중에 본질이라 하겠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느낌이 없으면 레퍼런스를 키우고 자기 느낌에 자신이 없다면 '나는 느낌에 있어서 무조건 옳다.'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나를 드러내기 두려우면 '모든 작가들은 치부노출증 환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한 문장도 완벽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는 습관에 대해서는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여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한다.  

2장과 3장은 실제 글쓰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법들을 소개하는 데 자신이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면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들이다.  

저자의 책이 다른 글쓰기 책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미 건조한 글쓰기 지침서가 아니라 글로서 자신의 삶을 다스리고 성장해 왔으며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성장하도록 도와 온 경험들이 진하게 녹아 있다는 점이다. 무엇에 관한 개론서나 지침서를 읽으면서 감동하는 일이 드물터인데 이 책은 손에 잡는 순간 계속 읽게된다. 글로서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따뜻한 가슴으로 써내려간 훌륭한 글쓰기 지침서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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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냉철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시대의 멘토
    from 책사랑님의 서재 2011-11-09 21:42 
    냉철한 지성과 뜨거운 감성을 균형있게 지닌 리더가 되는 일은 쉽지 않다.대개 어머니처럼 따뜻한 정이 있으면 냉철한 비판 의식이 없고 엄격한 선생님 처럼 냉철한 비판의식이 있으면 인정머리가 없는 법이다.이 책은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한 비판의식과 분명한 방향설정이 있지만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무엇보다 나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은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의 모순을 정확하게 꿰뚫어보고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짚어준는 부분이다. 오늘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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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내게 준 선물
함영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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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생은 마흔부터 시작된다."라는 소제목이 마음에 든다. 축구 경기에서 하프타임이 있는데 이는 전반전을 성찰하고 후반전 전략을 모색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냥 물만 마시고 멍하니 앉아 있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인생에도 하프타임이 있다. 바로 40대 중년기이다. 중년기, 갑자기 많아진 시간때문에 오히려 혼란스러운 전업주부, 다니던 직장을 퇴직해야 하는 중년 남성들 모두 같이 위기를 격는다.  

책으로 사람들의 성장을 돕는게 직업인 나로서는 중년기가 위기라고 말들은 많이 하면서 어떻게 인생을 정리하고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지에 대해서 참고할 만한 책이 적어 안타까웠는데 올해는 이 분야의 책들이 많이 나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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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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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인칭을 활용한 서사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은 다층적 담화를 형성하는 복수의 화자와 수화자 기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먼저 각 장의 인칭을 살펴보면 1장은 ‘너’라는 이인칭을 사용하며, 2장은 ‘그’로 삼인칭을, 3장은 ‘당신’이라는 존칭 이인칭을, 4장은 ‘나’ 일인칭, 그리고 5장 에필로그에서는 다시 ‘너’라는 이인칭을 사용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전체 다섯 개의 장에서 3개의 장을 이인칭으로 기술한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삼인칭(2장), 일인칭(4장)으로 기술된다.

“오빠 집에 모여 있던 너의 가족들은 궁리 끝에 전단지를 만들어 엄마를 잃어버린 장소 근처에 들리기로 했다. 일단 전단지 초안을 짜보기로 했다. 옛날 방식이다...........글을 쓰는 사람이니 문안작성은 네가 해라, 오빠가 너를 지명했다. 글을 쓰는 사람. 너는 해서는 안될 일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귀밑이 붉어졌다. 과연 네가 구사하는 어느 문장이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데 도움이 될지. (p.10)


굳게 잠겨 있는 파란 대문 앞에 젊은 여자가 집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누구요?
당신이 뒤에서 기침 소리를 내자 젊은 여자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머리를 뒤로 묶고 매끈한 이마를 지닌 여자의 눈에 반가움이 실렸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바라보자 젊은 여자가 미소 지었다.
-여기가 박소녀 아주머니 댁이지요? ............... 당신은 홍태희라고 자신을 소개한 젊은 여자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책을 읽어 드리기로 약속했다니? 아내에게 말인가? 당신은 아내로부터 소망원 이야기도 홍태희라는 이 여자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pp.139-140)

위에서 인용한 대목에서 보듯이 이인칭으로 기술된 서사는 나에게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인칭 소설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고 외국의 경우 몇 몇 작품에서 실험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서 비로소 이인칭 소설이 어떤 모습일지, 어떤 느낌인지 가슴으로 다가온다. 이인칭으로 기술된 1,3,5장을 읽고 있으면 화자가 마치 독자인 나의 면전에서 나에게 말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또 같은 이인칭인데도 ‘너’와 ‘당신’은 매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1장과 5장 에필로그에서의 ‘너’는 마치 수화자인 ‘나’의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는 반면 3장의 ‘당신’은 엄마 박소녀가 자신의 남편에게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1장에 등장하는 장녀의 목소리 일수도 있지만 아버지를 면전에 대고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이인칭으로 기술된 서사를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은 1995년 필리핀에서 상담훈련을 받을 때였다. 물론 소설은 아니고 <임상목회훈련>이라는 과정에서 나의 담당 감독자가 한 과정이 끝날 때 제공했던 나에 대한 평가서로 “영식, 당신은 어쩌고 저쩌고~”라고 문장이 시작되었다. 나의 내면세계를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것은 강력한 거울효과가 있다. 그래서일까? 『엄마를 부탁해』에서 이인칭으로 기술된 부분은 고해성사를 듣는 느낌이 든다. 천주교 전통에서 그러하듯이 신부님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그 고백을 다시 신부님의 입을 통해서 재확인하는 것 같다.


2. 인칭-화자-수화자-시점의 다양한 조합

이인칭으로 기술되는 1장 『아무도 모른다』에서 화자, 수화자, 시점은 어떻게 설정되어 있는지 보자. 우선 화자가 이인칭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수화자는 필연코 ‘너’가 될 수 밖에 없다. 마틴 부버가 일찍이 말했듯이 나와 너는 짝 말이기 때문이다. 즉 나는 너를 전제로 하고 너는 나를 전제로 하여 성립되는 말이다. 1장에서 수화자인 너는 어머니 박소녀의 장녀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소설에서 화자가 ‘누가 말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면 시점은 ‘누가 보는가’에 대한 해답이다. 대개 화자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화자와 시점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1장에서 화자는 ‘너’에게 말하는 ‘나’이지만 자신의 시각으로 보는 대신 ‘너’의 시각, 즉 장녀의 시각으로 어머니의 실종에 대한 상황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반추하는 내용을 거울처럼 반영해준다. 이런 식으로 인칭-화자-수화자-시점의 조합을 장별로 살펴보자.
2장 『미안하다, 형철아』는 삼인칭으로 기술되며 시점은 장남이다. 이인칭과 달리 삼인칭 서술에서는 수화자가 누구인지 뚜렷하지 않다. 삼인칭의 특징이 서술의 대상으로부터 한걸음 물러서서 거리를 두기 때문에 이인칭 화자에서 보는 짝 말이 없기 때문이다. 2장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어머니와 장남의 관계이다. 자신이 검사가 되기를 바랐던 엄마. 그것이 자신의 꿈이었고 대수롭지 않게 포기한 것인데 바로 엄마의 꿈이기도 했다는 자각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검사가 되지 못했다. 엄마는 그에게 니가 하고 싶어 하는 것, 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것이 엄마의 꿈이기도 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청년시절에 꾼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그의 엄마의 꿈을 좌절 시킨 것이라고는 생가하지 못했다. 엄마는 일평생 그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게 한 게 엄마 자신이라고 여기며 살았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미안한 사람은 저예요, 나는 약속을 못 지켰으니까. 엄마를 찾아내면 오로지 엄마만 돌보고 싶은 욕망으로 그의 가슴은 터질 듯 했다. (pp.136-137)


3장의 『나, 왔네』는 ‘당신’이라고 이인칭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나”가 화자이다. 시점은 어머니 박소녀의 남편으로 설정되어 있다. 물론 이야기 안에서는 화자인 “나”의 정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다.

“딸이 참지 못하고 수화기 저편에서 어--어어어 소리를 내어 울었다. 당신은 송아지 같은 딸의 울음소리를 수화기를 귀에 바짝 붙이고 들었다. 딸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당신이 붙잡고 있는 수화기 줄을 타고 딸의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당신의 얼굴도 눈물범벅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잊어도 딸은 기억할 것이다. 아내가 이 세상을 무척 사랑했다는 것을, 당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을.(p.198)

생각하기에 따라 고해 성사를 받는 신부님일 수도 있고 아버지의 또 다른 자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 아내에 대한 남편의 고해성사이다. 하지만 4장의 화자로 등장하는 어머니 박소녀의 영혼일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어머니 박소녀가 자신의 속 썩이는 남편에게 진짜로 듣고 싶었던 말이 그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온다.



4장 『또 다른 여인』은 일인칭 화자로 서술되며 화자와 시점은 어머니 박소녀 자신의 시각이다. 인칭-화자-시점이 같은 인물이기 때문에 별 다는 변화가 없는 반면 막내딸을 비롯하여 이은규, 남편, 시누, 친정엄마 등 다양한 수화자가 등장한다. 『엄마를 부탁해』라는 작품 전체의 구조에서 볼 때 이 대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족들을 위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아 부으신 엄마, 그 엄마를 서울역 지하철에서 잃어버리고 엄마에 대한 자신들의 무심함, 무책임, 무관심, 몰이해를 큰 딸을 비롯하여 큰 아들, 남편이 차례대로 고해성사 하는 내용이 1,2,3장이라면 4장은 한 인간으로서 어머니가 어떤 분인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시각으로 보고 진정 어떻게 느꼈을 지를 조명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삶은 정말 불행하기만 했을까? 가족들을 위해서 희생하는 삶이 전부였을까? 물론 아니다. 이런 점은 엄마가 평생의지하고 살았던 정인 이은규의 등장으로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 사람의 생애에는 슬픔과 비극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족들을 위한 헌신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 여자로서 연정을 품은 사람도 있고 집을 지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도 있지만 이제 훌훌 벗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은 욕망도 있다. 이제 일인칭 화자로 등장한 엄마는 자신이 관계를 맺었던 중요한 인물들을 차례대로 방문한 다음 마지막으로 자신이 태어난 공간, 친정어머니가 계신 어릴 때 집으로 돌아 엄마의 품에 안긴다.

저기,
내가 태어난 어두운 집 마루에 엄마가 앉아 있네.
엄마가 얼굴을 들고 나를 보네. 내가 이 집에서 태어날 때 할머니가 꿈을 꾸었다네........엄마가 방금 죽은 아이를 품에 안듯이 나의 겨드랑이에 팔을 집어넣네. 내 발에서 파란 슬리퍼를 벗기고 나의 두발을 엄마의 무릎으로 끌어 올리네. 엄마는 웃지 않네. 울지도 않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p.254)

5장 에필로그: 장미 묵주. 이 부분은 4장에서 탈고한 뒤 덧붙인 부분이라고 한다. 엄마를 기억하고 사랑하기에 아직 늦은 것이 아니며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란다. 1장과 똑 같은 인칭-화자-수화자-시점으로 서술된 이 대목은 엄마를 소재로한 작품을 끝내고 작가 자신이 엄마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기억들이 어떻게 치유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엄마를 잃어버린 지 1주일째와 9개월 사이에 엄마에 대한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단일한 작가가 집필한 소설은 몇 명의 화자를 내세우든지 몇 개의 시각으로 기술되든지 본질적으로는 일인칭이요 작가의 시점이다. 『한 세계 자체로서 엄마』(p.275)로서 작가 자신의 엄마를 일인칭, 이인칭, 삼인칭을 총동원하고 장녀의 시각, 장남의 시각, 아버지의 시각, 엄마 자신의 시각을 빌어 기술함으로써 입체적으로 풍성한 서사를 생산했지만 결국 본질적으로는 작가 자신의 시각의 확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점을 다각화함으로 얻는 유익은 무엇일까? 일인칭 참여자 시점의 좁은 시야를 탈출할 수 있다. 이는 치유를 목적으로 실행되는 치유적 글쓰기나 사이코드라마의 근간이 되는 기법이기도 하다. 모르긴 하지만 저자 신경숙은 이 소설을 쓴 다음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 더 넓고, 더 깊고, 더 풍성한 이해에 도달 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한 여자, 태어난 기쁨도 어린 시절 소녀시절도 꿈을 잊은 채 초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혼을 해 다섯 아이를 낳고 그 자식들이 성장하는 동안 점점 사라진 여인. 자식을 위해서는 그 무엇에도 놀라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여인.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여인, 너는 엄마와 너를 견주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한 세계 자체였다.(p.275).

엄마는 자신의 좁은 일인칭 참여자 시각을 훨씬 벗어난 보다 넓고 높고 깊은 우주 같은 인격체였다는 깨달음이다. 다음의 고백도 들어보자.

너는 새벽빛 속에 서 있는 오빠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오빠는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건 우리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엄마를 슬프게만 기억하는 건 우리 죄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오빠는 용케도 엄마가 항상 입에 달고 지내던 말을 생각해냈다. 엄마는 조금만 기쁜 일이 생겨도 감사허구나! 감하헌 일이야!라고 말했다. 엄마는 누구나 누리는 사소한 기쁨들을 모두 감사함으로 대신 표현했다. 오빠는 엄마의 감사함들은 진심이었다고 했다. 엄마는 모든 것에 감사해했다고.감 사함을 아는 분의 일생이 불행하기만 했을리 없다고.(p.272)

엄마에게 효도하지 못한 죄의식에 사로잡힌 일인칭, 참여자의 관점을 벗어나 엄마의 삶을 엄마의 시각에서 조명하는 대목이다. 물론 1,2,3,4장의 과정이 없이 이 말을 했다면 엄마에 대한 죄의식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변명이나 합리화, 무의식적인 자기 방어기제에 불과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화자와 시점으로 기술된 철저한 자기 성찰다음에 깨달은 고백이기 때문에 독자인 나에게 가슴이 아리도록 핍진성 있게 다가온다.


3. 시점의 확장은 치유의 본질적 요소이다

나는 치유의 관점에서 서사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때문에 상담의 치유적 요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고 있다. 치유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가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점의 확장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제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좁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즉 자신의 과거 상처된 경험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을 보고 타인을 보기 때문에 창의성이 떨어지고 문제에 사로잡힌다. 그러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시각을 확장하여 보다 깊은 인간이해로 안내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좋은 모범을 보여준다. 나도 치유적 자서전을 쓰면서 엄마라는 존재가 태산처럼 기억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것을 체험했다. 그때는 일인칭 참여자 시점으로 기술했고 그렇게만 해도 도움이 되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흉내내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같은 엄마지만 다양한 시각, 다양한 화자로 기술하면 더 깊은 이해에 도달 할 수 있다. 그리고 치유의 본질은 자신의 좁은 시야를 탈출하여 더 깊은 자기 이해, 타인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다.


2009년 3월 27일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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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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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을 형이 어떻게 알아? 유색인과 백인 사이에 끼어 있는 기분을 짐작아니 해? 아버지의 백인 손님만 왔다 하면 식탁에서 쫓겨나는 기분을 어떻게 알겠어? 그런 걸 형이 어떻게 아냐고?"(p.87)

이 책의 주제가 잘 표현된 대화의 한 부분이다. 주인공 폴은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일명 "흰 검둥이"이다.  어머니는 남북전정이 발발하기 이전 아버지 농장의 노예신분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비록 법적으로는 노예가 해방되었다고 하나 사회적 분위기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백인에게 대드는 흑인들을 백주 대낮에 린치를 일삼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그런 분위기였다.

 폴이 어린 시절 아버지 에드워드씨는 백인 아들들과 혼혈 자녀들간에 별 차별을 두지 않고 길렀다. 하지만 폴이 자라 십대가 되지 그 역시 당시 사회적인 관습을 거스리지 못하고 폴에게 현실을 알려주고자 한다. 자식을 사랑하기에 백인에게 대들지 못하도록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 아버지와 갑자기 달라지는 아버지의 태도, 그사이에서 폴은 갈등한다. 특히 동갑내리고 어린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냈던 백인형제 로버트의 배신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폴의 고민은 흑인도 백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흑인(유색인)들은 폴이 건방지다고 괴롭히고 백인들은 흑인 유색인 주제에 기어오른다고 멸시한다. 그 사이에서 폴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씨름해야 한다. 어린 시절 듬뿍 누린 아버지의 사랑, 어른이 되어가면서 체감하는 인종차별의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자리, 자신의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작품속에 한 혼혈인의 성장과정이 드라마틱하고 질솔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자기를 놀리는 친구들과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 아버지와의 관계, 백인 형제들과의 관계문제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게중에는 주인공을 놀리는 사람도 있지만 따뜻하게 지지해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사이에서 누구의 견해를 무게 있게 채택할지 이제 그의 선택이다. 뿐만 아니라 유색인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도 잘 묘사되어 있다. 좋은 작품은 교훈이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인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주인공이 인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뿐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한 가족이 어떻게 반응하며 서로를 지지하는지 따뜻한 인간애가 그려져있어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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