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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1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2
밀드레드 테일러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5월
평점 :
"내 기분을 형이 어떻게 알아? 유색인과 백인 사이에 끼어 있는 기분을 짐작아니 해? 아버지의 백인 손님만 왔다 하면 식탁에서 쫓겨나는 기분을 어떻게 알겠어? 그런 걸 형이 어떻게 아냐고?"(p.87)
이 책의 주제가 잘 표현된 대화의 한 부분이다. 주인공 폴은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일명 "흰 검둥이"이다. 어머니는 남북전정이 발발하기 이전 아버지 농장의 노예신분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비록 법적으로는 노예가 해방되었다고 하나 사회적 분위기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다. 백인에게 대드는 흑인들을 백주 대낮에 린치를 일삼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그런 분위기였다.
폴이 어린 시절 아버지 에드워드씨는 백인 아들들과 혼혈 자녀들간에 별 차별을 두지 않고 길렀다. 하지만 폴이 자라 십대가 되지 그 역시 당시 사회적인 관습을 거스리지 못하고 폴에게 현실을 알려주고자 한다. 자식을 사랑하기에 백인에게 대들지 못하도록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 아버지와 갑자기 달라지는 아버지의 태도, 그사이에서 폴은 갈등한다. 특히 동갑내리고 어린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냈던 백인형제 로버트의 배신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폴의 고민은 흑인도 백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흑인(유색인)들은 폴이 건방지다고 괴롭히고 백인들은 흑인 유색인 주제에 기어오른다고 멸시한다. 그 사이에서 폴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씨름해야 한다. 어린 시절 듬뿍 누린 아버지의 사랑, 어른이 되어가면서 체감하는 인종차별의 냉혹한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자리, 자신의 땅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작품속에 한 혼혈인의 성장과정이 드라마틱하고 질솔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자기를 놀리는 친구들과의 관계, 어머니와의 관계, 아버지와의 관계, 백인 형제들과의 관계문제가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게중에는 주인공을 놀리는 사람도 있지만 따뜻하게 지지해주고 용기를 주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사이에서 누구의 견해를 무게 있게 채택할지 이제 그의 선택이다. 뿐만 아니라 유색인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도 잘 묘사되어 있다. 좋은 작품은 교훈이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인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주인공이 인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뿐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한 가족이 어떻게 반응하며 서로를 지지하는지 따뜻한 인간애가 그려져있어 가슴을 훈훈하게 한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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