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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 - 성장과 변화를 위한 글쓰기
한명석 지음 / 고즈윈 / 2011년 9월
평점 :
사람은 표현하는 존재다. 표현하지 못한 상처는 사람을 병들게하고 표현된 상처는 말이되고 글이 되고 예술이 되어 다른사람의 상처를 보듬는다. 나를 표현하는 매체에는 그림이나 음악, 조각, 몸이나 연극과 같이 다양한 예술 매체도 있지만 언어는 가장 일차적이고 강력한 자기 표현의 수단이고 언어 가운데서도 글쓰기야말로 자기표현의 꽃이라 하겠다.
어린 시절 우리 모친께서는 '내가 고생한 것을 글로 쓰면 책이 몇 권은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표현하는 존재인 인간은 자신의 고통과 슬픔, 상처는 물론 살면서 깨달은 교훈들을 글로써 남기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다. 치유적 글쓰기의 대가인 케슬린 아담스(Kathleen Adams)는 <저널치료>라는 책에서 심각한 질병에 들었거나 역경에 빠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글로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평소에 글쓰기 훈련이 전혀 안된 사람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열정만 가지고 덤빈 경우 대부분 실패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글로서 자신의 아픔이든지 깨달은 인생의 교훈이든지 표현해 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책 한명석의 <나는 쓰는 대로 이루어진다>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저자는 글쓰기의 방향을 '자기 성장과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유적 글쓰기를 몸소 실천하고 가르치는 나에게 먼저 눈에 띄는 점이다. 글을 쓰면 자신에 대해서 더 깊이 알게되고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고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자기 이미지 구축에 탁월한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글쓰기는 정말 힘이 세어서 '스쳐 지나가는 장면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실낱같은 가능성에서도 희망을 보게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학생시절 글쓰기를 돌아보면 그냥 숙제니까, 혹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대부분 글을 썼다. 타인을 위해서 글을 쓴 셈이다. 저자는 성인들이 글을 쓰는 목적과 방향을 올바로 알려준다. 글을 쓰면 치유가 일어나고 자신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자기 언어로 자신의 삶의 이야기의 저자가 되어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성인기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방향설정이 나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저자는 성인들이 글을 잘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심리적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즉 글쓰기는 문장력이나 학력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자기를 믿는 사람이 글도 잘쓰고 재미 있게 사는 사람이 또한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나도 저자와 같은 경험을 한다. 몇 해 전 노년기 여성들의 독서 모임을 지도한 적이 있었는데 장장 1년짜리 40주 프로그램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중반의 한 참여자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한 바닥 이상의 독후감을 써와서 발표했는데 그분의 학력은 무학이었다. 문법도 팔종성 가족용법(받침 여덟게로 모든 종성을 다 표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글씨도 삐뚤 빼뚤했지만 내용은 진솔하고 감동을 주었다. 이 분은 학교를 못다녀 글을 배우지 못했지만 나중에 종교 생활을 하면서 찬송가와 성경을 읽고 싶은 독학으로 한글을 배운 분이었다. 거기에 비해서 대학을 나온 참여자들의 글은 이분 보다 길이도 훨씬 짧고 내용도 피상적이어서 비교가 되었다. 이때 내가 깨달은 것은 글쓰기는 문법이나 학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뭔가 자기 안에 표현할 사연이 있고 그것을 글로서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맞춤법이나 흐름에 맞게 글을 다듬는 일은 다른 사람이 도울 수 있으나 글의 내용을 대신 써 줄 수는 없으니 글쓰기에 있어서 자신감은 본질 중에 본질이라 하겠다. 저자는 글쓰기에서 느낌이 없으면 레퍼런스를 키우고 자기 느낌에 자신이 없다면 '나는 느낌에 있어서 무조건 옳다.'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나를 드러내기 두려우면 '모든 작가들은 치부노출증 환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충고한다. 또한 한 문장도 완벽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하는 습관에 대해서는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여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한다.
2장과 3장은 실제 글쓰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법들을 소개하는 데 자신이 실천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지도하면서 효과가 검증된 방법들이다.
저자의 책이 다른 글쓰기 책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 있다면 무미 건조한 글쓰기 지침서가 아니라 글로서 자신의 삶을 다스리고 성장해 왔으며 다른 사람도 자신처럼 성장하도록 도와 온 경험들이 진하게 녹아 있다는 점이다. 무엇에 관한 개론서나 지침서를 읽으면서 감동하는 일이 드물터인데 이 책은 손에 잡는 순간 계속 읽게된다. 글로서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따뜻한 가슴으로 써내려간 훌륭한 글쓰기 지침서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람을 세우는 사람 이영식
http://www.bibliotherapy.p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