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모험 에오스 클래식 EOS Classic 1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승영조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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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폭발 추리콤비의 모험담 속으로





셜록 홈즈의 모험







지난 해는 그야말로 고난이었다. 발암의 해가 지나고 새해가 밝아오는 게 되레 반가울 정도였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는 건 그래도 뭔가 서글프긴 하다.


그런데!

이를 달래줄 기쁜 소식에 두근두근, 설렘으로 새해를 맞이하다니 이런 일도 다 있을까 싶은데.


바로 영국 드라마 <셜록>의 크리스마스 스페셜판 격인 에피소드가 극장에서 상영되어 큰 스크린에서 셜록과 존을 볼 수 있게 된 것 때문!

시즌 하나 하나 완결될 때마다 인기가 날로 더해졌던 셜록은 이제 시즌4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도대체, 다음 시즌은 언제 방영될 것인지에 대한 인내심으로 일관하고 있던 찰나였으니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됐든, 신년의 출발의 꽤나 좋았기에 예전에 선물받아 고이고이 아껴두었던 책 한 권을 꺼내보게 되었다.


현대문학 출판사의 에오스 클래식 시리즈로 발간된 셜록 홈즈 시리즈 중 모험담을 위주로 한 단편 12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아서 코난 도일경의 셜록 홈즈는 워낙 유명하고, 다양한 매체로 매번 재탄생되는 훌륭한 컨텐츠이자, 세계 각국에서 셜로키언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는 단순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닌 살아 숨쉬는 실존인물과 같은 아우라를 지녔다고나 할까, 대단한 유명세를 오랫동안 누려왔고, 앞으로도 지속될 현상 같다.


즉, 그의 인기는 가히 무한대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내가 처음 셜록 홈즈를 접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방송사의 독서권장 프로그램으로 인해 불었던 독서열풍 덕분이었다. 추천을 받아 일년에 백권 읽기를 실행하곤 했는데, 말 그대로 당시의 상황에 휩쓸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했기에, 약간의 강박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당연히 독서의 큰 즐거움을 얻게 해준 책도 있는 반면, 몇 번이고 책장을 열었다 덮었다 반복하기를 수십 번, 앞장만 낡게 변색된 책도 있었다.


이중 단연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준 책은 셜록 홈즈 시리즈였다. 어린 나이에 어려운 단어는 이해하지도 못했고, 인물들의 대화 속 말투 또한 낯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중간 중간 삽화와 내가 상상해본 이미지를 가지고 인물을 대조해보며 읽어나가며 그들의 모험에 대한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다양한 사건과 해결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보물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이전에 여러 동화책과 위인전기를 바탕으로 시작된 독서도 있었지만, 꾸준한 즐거움과 그 폭을 넓혀주었던 것은 단연 홈즈 시리즈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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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단편 모두 흥미진진한데, 이중 더 재미가 느껴졌던 편은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보스콤벨리 사건],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푸른 석류석] 등등이 있다. 이렇게 꼽았지만 사실 전편 모두가 재밌게 읽기 좋은 단편들이라, 굳이 선택했다는 게 무색할 정도다.


다만 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근한 홈즈의 다양한 얼굴도 좋아하는 터라, 원작 다음으로 가장 애정하는 영드의 각색과 연관된 에피소드들이 눈이 더 들어왔을 뿐이다.


각색가들 또한 어지간한 셜로키언들을 능가하는 덕력을 지니고 있는 분들이라 그런지, 현대적으로 해석한 셜록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꾸 옆으로 새어 버렸지만, 셜록은 그저 좋은 것. 그야말로 진리 아닙니까...


열두 편의 단편들은 무료하거나, 지루한, 정신없이 바쁘고, 꿀 같은 휴식이 고플 때 읽을 거리가 필요할 때에 제 기능을 발휘하며, 훌륭한 텍스트가 되어준다. 


홈즈의 추리의 과학과 왓슨 박사의 서술과 사건 진행과정 등을 읽다 보면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릴 테니 말이다.




[보헤미아 왕실 스캔들] 잠깐의 맛보기



홈즈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는 강렬한 감정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도 없었다. 그것은 예민한 악기에 모래가 들어가거나, 높은 배율의 렌즈에 금이 간 것보다 더 곤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에게 딱 한 명의 여성이 있었으니, 그 여성이 바로 故 아이린 애들러다. 수상쩍고 미심쩍은 추억 속의 그 여성 말이다.  / 10쪽


"척 보고 추리하는 거지. 자네는 최근에 비를 흠뻑 맞았고, 일솜씨가 영 서툴고 경솔한 하녀를 두었군. 그런 사실은 또 어떻게 알아냈을 지 한번 맞춰봐." /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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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시리즈는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난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처음 셜록을 접하게 됐는데, 현재 읽고 있는 현대문학의 에오스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번역물도 나름 괜찮다. 모험에 이에 회고록, 사건집까지, 마지막까지 읽은 후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주홍색 연구> 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려 한다. 


그밖에도 엄청난 두께와 방대한 양을 자랑하는 <주석달린 셜록홈즈>가 있고,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추천하는 작가가 쓰는 셜록 홈즈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오리지널 창작물도 있다. 뭐, 아이들이 보기 좋은 만화책은 물론 드라마 케이스북도 있다. 최근에는 컬러링 북까지 나왔다. 


자기 취향대로 골라 읽을 게 다양하니, 골라 읽고 보는 재미가 있다. 또한 에피소드 군데군데 사건명으로 언급된 케이스들은 언제고 재창조될 수도 있으니, 앞으로도 홈즈의 인기는 식을 날이 없겠다.




고로 셜록 홈즈 포에버!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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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직톤의 초상 이승우 컬렉션 1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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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두 얼굴, 무수한 에리직톤들과 그를 위한 변명




『에리직톤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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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인간의 역사는 왜 폭력으로부터 시작되었는가.



소설의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1980년대 초에 쓰인 1980년대 초의 이야기이고, 2부는 1980년대 말이 쓰인 1980년대 말의 이야기이다.


병욱은 신학대학 출신이나 목회자의 길을 걷지 않은 인물이다. 신문기자가 된 그는 교황저격사건과 관련한 취재로 인해 은사인 정교수를 찾아가게 된다.


폭력과 자유에 대한 주제로 시작된 강의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어떻게 하여 인간의 역사가 탄생되었는지, 폭력의 탄생과 변명에서 비롯한 항의 등,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관계성에서 세상을 이루는 배경요소들의 탄생비화를 들려준다. 


모든 것은 굴절하고 왜곡되며, 결국 폭력의 기원은 에덴 동산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모든 폭력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완전한 에덴을 허문 것은 뱀이었고, 폭력 또한 뱀과 함께 들어온 것이며, 유전자를 통해 우리영혼 속에 보존되어 있다고 말한다. 


병욱이 사랑했던 연인인 혜령은 그가 목회자의 길을 걷지 않음을 알게 된 후, 이별을 고했다. 형석이라는 다른 남자와 유학을 떠난 혜령에게 미련이 남아있던 병욱에게, 정교수는 혜령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혜령과의 새로운 시작을 기대한 병욱과 달리 많이 지쳐보이는 모습을 한 혜령은 단호하게 지친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신앙생활에 집중하려 한다. 아쉬움에 뒤돌아서 병욱에게 독일에 남은 형석이 편지를 보내온다.


중학교 시절 받은 기묘한 체벌 방식으로 인한 어떤 트라우마의 잔재가 남은 듯한 형석.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온전한 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자했던 혜령과 겉보기에는 잘 맞는 상성같았지만, 어딘가 늘 불안해보이는 형석은 결국 홀로 남게 된다.


형석은 어린 시절의 허물어진 가정에서 받지 못한 사랑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하찮게 여겨지거나 부정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에서 탈피하고자  추크슈피체 산을 오른다. 우연히 들린 사격장에서 키작은 서양인 델브루케를 만나게 된다.


병욱의 미련과 달리 혜령은 수녀가 된다. 새로이 접점을 찾지 못해 어긋난 인연은 이로써 종결되는 듯 했다. 


정교수의 설교에서 언급되는 에리직톤이란 인물은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는 신성을 부정하고 여신 시어리어스가 아끼는 참나물 베어버렸기에 굶주림의 저주에 걸리게 된다. 먹을수록 허기가 지는 이 저주로 인해 재산도 탕진하고 하나 뿐인 딸까지 팔아버리는 등 분별력과 인간으로서의 도리마저 빼앗기게 되고, 종국에는 자신의 육신마저 뜯어먹음으로써 파멸에 이른다.



# 에리직톤을 위한 변명



혜령이 수녀원이 들어간 후, 교황 저격사건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병욱은 지금 만나고 있는 희수와 결혼을 생각해보지만, 자의에 의한 것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수동적이다. 희수의 압박에 못이겨 주례를 부탁한다는 핑계로 찾아간 정교수에서 다시금 혜령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신학대학 동기였던 태혁과 뜻밖에도 수녀원에서 재회하게 된 혜령은 자신의 삶, 그리고 그에 임하는 태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수직이 전제되지 않은, 모든 수평적인 것은 부정하고 수직의 절대성을 지원하는 예화로 인용됐던 에리직톤은, 태혁이 행하는 노동운동의 방법(폭력, 방화와 같은)에 대해 반대하며 말하는 혜령에 의해 다시금 인용된다.  


하지만 권력 앞에서 성역은 존재치 아니하게 되고, 박신부와 수녀들은 힘에 의해 끌려가야 했다. 태혁은 자해라는 표면적 이유로 입원하였으나, 고압적이고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눈과 입마저 틀어 막혀 버린다. 젊은 한 사람의 존재가 지워져 버릴 수도 있는, 무서운 힘이 작용되는 시대인 것이고, 슬프고 아프다.


지금도 별반 다를 것은 없는 것 같다. 되레 다른 방식의 억압이 심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혜령의 손에 겨우 남겨진 태혁의 노트에는 그는 말한다. 보통 가지고 있는 생각과 달리 신화는 객관적이지 않고, 세계상을 제시하는 모형도 아니면서. 신화는 탄생된 특정시대의 사고와 세계관과 언어로 이뤄지므로, 있는 그대로가 아닌 읽는 이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재해석하는 비신화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에리직톤은 정말 어떤 인물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신화 속 그대로 저속한 인물이었을지, 신성의 이름으로 인간을 억압한 구조를 개혁하고자 싸움을 벌인 의인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신에게 반기를 든 에리직톤의 시도는 실패로 끝이 났고, 신성모독의 죄를 가진 저속한 인물로 기록되었다. 반면, 파라오의 권력 앞에서 이집트 노예들을 구원하려 한 모세는 끝내 성공하였고, 그 과정에서 행한 살인은 정당화되기까지 했다. 에리직톤은 신화와 권력에 도전했지만, 실패함으로써 신화를 계속 유지하고 강화해준다. 반면 모세는 신화와 권력에 도전하여 성공함으로써 신화를 종결시킨다. 


이로 인해 신화에 기댄 권력은 사실상 붕괴되고 안정과 질서의 신화는 자유와 해방의 삶으로 대치된다. 모세에게 와서 비로소 에리직톤은 명예를 회복한다. 고로 모세는 비신화화한 에리직톤이다.


태혁은 에리직톤의 신화를 부수기 위한 더 많은 에리직톤이 필요하며, 그 순간 얻게 될 이름은 바로 모세라고 말한다. 즉, 해방자이자 구원자인 인물인 것이다.



# 구원과 폭력의 관계



형식과 개혁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억압으로 변한 굳은 형식과 삶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잘못된 개혁에 대한 경계이다. 형식은 개혁을 요청하고 개혁은 형식을 지향한다. 


소설 속 시대를 가리켜 병욱의 동료기자인 최는 한 사회심리학자를 인용하며 인간을 지배하는 두 가지 경향성에 대해 말한다. 바이오필리아는 생명을 사랑하는 정열이고, 네크로필리아는 생명을 파괴하는 정열이다. 생명을 사랑하고자 하는 정열이 성장을 멈추면 생명을 파괴하는정열이 증식한다는 것이다. 즉, 아무것도 창조할 수 없게 된 자아가 고립될 때, 유일한 대안은 생명 파괴로 나타나게 된다.


인간의 역사에서 폭력은 오래된 층에 속한다.


피에 대한 욕구가 신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시초에 산에 바쳐진 제물이 피였다는 사실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오래전, 사람들은 금방 죽인 양이나 비둘기의 피를 제단에 뿌렸다. 또한, 기독교에서는 피의 상징으로 포도주를 마시는 성례를 치른다고 한다. 


이처럼 피와 생명력은 맞닿아 있다. 형석은 자신의 살아있는 인간이며, 붉은 피가 가진 생명력을 확인해보고자 하는 욕구를 실행한다. 단지 생에 대한 집착으로, 가축이 아니고, 굼벵이도 아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확인하고자 하는 모든 부분에서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온다. 내가 겪은 통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릿해온다. 



고독한 어린 시절, 버림받았던 형석은 올바른 양육과 애정을 느껴보지 못했다. 피의 생동감을 확인하고자 첫 자살시도를 한 나이가 아홉살이었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분을 잘라내고, 특별한 인연의 델브루케가 또다시 실패의 저격으로 붙잡혔을 때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할수록 죽음의 흔적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형석은 이내 그 그림자에 잠식당하고 만다. 제일 아픈 손가락같은 인물 같다. 


지속된 관계가 드물었고,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병욱에게 자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친밀함과 적의가 한데 뒤섞인 모양새다.


사람은 어떤 위치와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인간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살인자인 동시에 희생자가 되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상대적인 속성을 지닌다. 세상과 종교에서 받지 못한 구원을 버림받은 아이들로부터 받는 혜령. 살아있음을 인정받고자 했던 형석, 권력이 행사하는 그릇된 형식과 개혁을 바로잡고자 했던 태혁, 표현을 하기 이전에 자기검열을 해야만 했던 병욱. 먼길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원점으로 복귀한 것 같다. 다시 시작할 일만 남은 것 같다. 학생들의 지지에 의해 학장이 된 정교수는 어느새 권력의 위치에 서 있단 이유로 퇴진을 요구받는다. 위치와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종교와 신화의 관점에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관심과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고 작용될 것인지 쉽게 짐작할 수는 없다. 다만 보지 못한 부분을 슬쩍 엿보게 된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폭력의 근원, 인간의 역사, 구원 등. 


고로, 슬픔으로 점철된 생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하고 바라본다.




( 이 리뷰는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 우리 영혼의 습지 한쪽에 독성의 혀를 날름거리는 뱀을 한 마리씩 키우고 있는 것이다. / 23쪽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아니면, 보아야 할 것만 본다. / 88쪽

지나친 빛 또한 어둠만큼 끔찍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빛 또한 소리와 같아서 수용할 수 있는 밝기에 제한 있는 것일까. 어떤 식으로 그 밝음을 표현하든, 우리가 느끼고 수용할 수 있는 밝음에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 / 151쪽

뉴스는 뉴스를 덮는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뉴스가 만들어진다는 것. 새로운 뉴스들이 다투어 교황과 아그자를 잊게 했다. / 165쪽

모든 신화는 권력으로부터 나온다. 권력만이 신화를 생산할 자격을 가진다. 권력 구조의 신성화. 그것이 신화의 참된 기능이다. / 243쪽

구원은 이처럼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하나는 희생이고, 다른 하나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폭력이다. 그리고 그 둘은 한 몸이다. / 269쪽

인간은 근본에 있어서 미친놈이며 범죄자이며 동시에 순교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개인의 특별한 정서를 악의적으로 해석하려 해서는 안 된다. 내면이야말로 개인에게 고유한 영역이다. 모든 일이 그곳으로부터 비롯한다.
/ 279쪽


개개인의 고유한 정열에 대해 그것의 합당함과 부당함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정열은 하나다. 오직 삶에 대한 열정만 있을 뿐이다. (…) 우리는 개인에게 자신의 고유한 삶에 대응하는 그만의 정열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을 인정해야 한다.
/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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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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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열망, 결국은 나를 여행한 것임을,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마이케 빈네무트. 183cm의 장신의 50대 싱글 여성이다. 어느날 그녀는 유명 퀴즈 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에 도전하여 상금 50만 유로를 받는 큰 행운을 누리게 된다. 인터뷰에서 말했던 그대로, 1년에 한 달씩, 12개 도시를 여행할 것이라는 목표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된다. 


22kg의 커리어 하나와 노트북, 그리고 가벼운 옷차림


그녀가 지구를 돌고 돌아 자신의 거처인 함부르크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긴 이 에세이는 가벼운 듯, 묵직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


여행에 관해 별 관심이 없었기에, 그와 관련된 서적을 잘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도시를 방문해 현지인처럼 생활하며 여행하는 방식은, 만약을 가정하여 내가 꿈꾸던 여행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이 사람은 어떤 걸 얻고, 어떤 것들이 남았을까?




**




그녀의 글들은 모두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대상은 친구나 가족이 되기도 하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또는 과거의 자신이나 전 남친이 되기도 한다. 받는 대상이 따로 있지만, 읽다 보면 친근한 말투 속에 녹여진 에피소드나 자신이 느낀 점들을 모두 솔직하게 풀어져 있어 저자와의 거리감이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어쨌든 남들이 쉽게 누리지 못한 행운을 얻은 것에 대해 알차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내가 상금을 타게 된다면 어떠할까. 도전의 시작 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했던 목표를 그대로 실천할까, 아님 지금 당장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용도로만 쓰여질까. 


물론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들 중 하나는 꼭 이렇게 자금이 없어도 여행은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작용된 건 떠날 수 있는 '용기' 라는 것.


(글쎄요)



무계획, 무약속, 무타협의 여행



사람마다 여행하는 방식이 각자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대학시절 친한 친구들과 2박3일로 국내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물론 꼼꼼하게 계획을 세운 친구가 있어 좋은 점도 많았지만, 의견조율이 잘 되질 않아, 자꾸만 엇갈렸었다. 시간대비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대한 그 도시에 사는 사람처럼 생활하듯이 여행하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다. 난 후자 쪽에 속하기에 빡빡하게 세워진 계획으로 진행되는 여행에는 거부감을 느꼈고 그 후론 '여행'이란 것을 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계획이 없었다고 하지만, 적어도 어디를 가고 어디를 안 갈건지는 분명히 정해뒀기에, 큰 틀은 있되, 세부계획만이 부재했다고 생각된다. 여행지로 자주 선택되는 도시들이 그 틀에는 제외되어 있어 의문이 들었다고는 하나, 결국은 여행자의 마음대로다. 자기가 가고 싶은 도시를 방문하는 게 가장 최선일 것 같다. 많이들 방문한다고 해서 꼭 자신에게도 잘 맞는 곳이라고 말할 순 없을테니 말이다.


그녀는 우연에 몸을 맡기어 친구의 친구, 타지에서 새로이 사귄 친구가 소개해준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만들고, 우연의 허락을 받아 점차 커진 눈덩어리처럼 널리널리 관계를 불려나간다.


또한 저널리스트기라는 직업의 속성상 어떤 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기에, 여행 속에서 생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게 가능했다. 아파트형 게스트 하우스에 묶고 제2의 도피 장소를 정해, 매일같이 방문하여 현지인처럼 생활했다.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났고 그 인연들의 또 다른 인연을 얻기도 했다.


그녀는 여행준비의 일면으로 여행블로그를 개설했는데, 앞으로 쌓일 추억들을 기록해두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그때 그때의 호기심을 해결하기도, 또다른 즐거움을 얻기도 했다.


그녀는 독특하게도 일을 벌이는데, 여행하는 틈틈이 색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약간은 개인적인 성향이 담긴 실험들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쥐트도이체 차이퉁>과 같이 독자에게 주문을 받아,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도시에서 무언가를 부탁하면 자신이 대신해주는 것이다. 주문은 사소한 것부터 허무맹랑한 것까지 천차만별이다. 현지 물건을 구입하는 것부터 동창을 대신 만나보는 것을 포함하여, 요구사항은 참으로 다양했다. 

어찌보면 미친 짓 같기도 한데, 이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실행하는 것을 보면 활력이 넘치는 사람 같다. 걷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과 만나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듯 하다(술 얘기가 빠지질 않는 걸 보니, 사람자체를 좋아하는 인물같다).


각 도시별로 배움은 분명히 존재했기에, 대략 열 가지로 추려 정리하는 식으로 마무리한다.



좋아하게 될 일 말고 지금 당장 좋아하는 일 하기.



그녀는 가보고 싶은 곳을 방문하기도 하지만, 배움에도 열성적이다. 우쿨렐레를 배우기도 하고, 스페인어와 탱고를 배워본다. 많은 배움을 통해 그녀가 다다른 결론은 좋아하게 될 일이 아닌 당장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특히 탱고를 배우면서 더욱 확실히 깨달은 듯 하다. 


세상엔 하고픈 일도 많지만 해야 할 일도 참 많다. 사실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해치우는 게 그리 즐겁지 만은 않다. 막상 닥쳐보면 꼭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 아닐 때도 있다. 


단지 실행에 옮길 용기가 부족했을 뿐. 

허니 내가 사랑하는 게 뭔지 찾아내서 그것을 하면서 최대한 매순간을 누려보라고 한다. 


사실 마음 내키는 대로 살기가 그저 쉬운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사회에 따라 그 분위기도 달라지는 것일까. 그녀가 반복해서 말하는 내려놓기, 버리기, 눈치 안보고 살기, 하고 싶은 대로 살기, 아무 것도 안 하기 등등. 실행해 보고픈 매력적인 것들은 참으로 많은데 왜 이렇게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다행스러운 한 가진, 삶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대답을 바꿔도 된다는 것이다. 사이의 틈이 존재하니까. 질문을 던지는 힘으로, 질문을 사랑하는 힘으로 살아가보자.



순간을 사랑하기



도시와 사람 간에도 상극이 있다. 긍정적인 성향에 뭐든 잘 흡수하는 듯 보이는 그녀에게도 상극인 도시가 있었는데, 인도 뭄바이가 그러했다. 빈부격차와 만원버스, 오염된 공기와 단절된 환경.


도시와 대화를 나누듯 여행을 해왔는데, 상극인 도시를 만나고 좌절하게 되고 친구 네트워크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만나는 사람도 없게 되었고, 기껏 세웠던 여행이 다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좌절을 맛보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인도 뭄바이에서 인내심이라는 걸 기르게 된다. 맞지 않음, 견디기 힘듦. 그걸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자신의 기분을 드러내었기에 그녀의 마음이 더 진심으로 다가왔다.


역사적으로 맞닿아 있는, 이스라엘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프고 또 아픈 공간. 엄숙한 분위기의 속죄일. 도시 곳곳이 멈춰서 고요한 적막이 감도는, 속죄하는 날. 

겸손하였고, 지난 역사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얘기하였다.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내전, 참혹한 현장. 위험이 도사리는 공간. 그녀는 이 곳을 '삶이 다시 시작되는 곳'이라 말한다.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겸손을 배워간다.

 


 

자유를 향한 열망



여유로움과 설렘으로 시작해서, 색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상극인 도시에서 인내심을 길러야 했다. 또한, 한없이 머무르고픈 곳에서 떠나는 게 아쉽기도 했으며, 생활하고픈 곳을 찾기도 했다. 


그녀는 자유를 향한 열망으로 도전하였고, 변하였다.


현실, 자신의 거처였던 함부르크에 돌아와서도 그녀는 여전히 짐을 풀지 못했고, 여행자의 시각을 버리지 못했다. 이미 자신의 내면이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었으므로. 


당연할 것 같다. 여러 도시에서, 여러 사람들과 여러 방식으로 마주하고 그 순간을 나누었다. 되새겨볼 것들과 앞으로 맞이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 그 여운을 다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육체의 피로감과 안도가 이런 변화의 시작을 원래대로 돌이킬 수는 없을 것 같다.


현실로 돌아와선 되레 낯선 감각이 주는 안도감에 기뻐한다. 낯설게 하기. 여행자처럼 우연에 몸을 맡기고서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묻히지 말고, 새로이 실천해보자는 것이다. 새롭게 느끼고, 새롭게 실행하는 것.


가벼운 마음과 기쁨으로 행한 일에는 반드시 보상을 받는 것처럼. 자유의 피를 느낀다. 1년 이라는 시간의 다른 형태의 공백과 변화를 감지한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금 떠날 채비를 한다. 1년 간 12도시를 여행했던 것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나를 알아가기 위한 '진짜' 여행길의 시작이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사람은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다른 것을 보고 배우고 느낀다. 각자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다른 방식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싶기도 하다. 경험하고 느낀 것의 제한을, 그 선을 넘어서고 싶은 것이다.


열 두 도시를 여행한 마이케 빈네무트도 그랬다. 그녀는 각 도시에서 지내는 시간 동안 각자 다른 인격의 자신을 보았다고 했다. 스스로도 말투와 분위기의 묘한 변화를 느꼈다. 생활하면서 그곳의 얼굴로 닮아가는 것이다.


답답한 현실을 자조하는 내게, 어떤 사람은 늘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것 역시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나보면, 완전히 낯선 곳에서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하지만 사실 난 여행에 딱히 생각이 없어서 이런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렸다. 


하지만 요즘엔 가끔씩 그런 생각도 든다.

 

한 번쯤은 떠나봐도 좋지 않을까. 너무 한 곳에서 오래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지금이 지긋지긋하니까. 그냥 도피하는 식이 아닌, 조금은 즐기고픈 마음으로 떠나고 싶다. 또 만약을 가정해서.

 

 

진짜 자유라는 것이 존재할까.

아직 어디로든 떠나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하고 싶진 않다.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부러움 반 설렘 반이었지만. 그렇게 배아픈 현실이지만.


차라리 떠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한데, 자꾸 여건을 따지게 된다.

그저 떠날 날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하고 설렘을 기대할 때, 다시 펼쳐보려 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곳과 사랑하는 것을. 

숨어 있는 나의 다른 얼굴을 찾아서.



(이 리뷰는 북라이프 북트레일러 스크랩 이벤트에 선정되어 작성되었습니다.)






8. 기대에 부응하느라 삶을 허비해선 안 된다. 남의 기대든 자신의 기대든.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꼭 해야 하는 일이 별로 없다.
(p 153 / 호놀룰루에서 배운 열 가지 中)

인류학에는 ‘리미널리티‘라는 개념이 있다. 두 발달 단계 사이에 낀 상태로 ‘더는 아닌‘과 ‘아직 아닌‘ 사이의 단계를 말한다. 나는 지금 정확히 리미널 단계에 있다. 더는 떠나지 않고 아직은 여기 있는 상태.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리미널리티 단계에 있는 사람은 주로 목표 상태에 벌써 도달한 것처럼 흉내를 낸다고 한다.
(p 356 / 함부르크, 독일)

내 삶의 최대 장점은 앞으로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올해 무엇을 할지 나는 모른다. 또한 알고 싶지도 않다. 어차피 살아보면 이미 내 안에 있었던 걸 그저 끄집어냈을 뿐이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나를 여행한 것이다.
(p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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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보스 Girlboss - 훔친 책을 팔던 소녀, 5년 만에 1000억대 CEO가 되다
소피아 아모루소 지음, 노지양 옮김 / 이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은 크게, 시작은 작게! 절실하게 원하고 행동하기,




『#걸보스 GIRLBOSS』




**


성공과 실패. 이 세상에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성공하길 원한다. 이분법적인 사고로 나눠진 것 같지만, 어쩌면 한몸과도 같은 두 단어.

 

흔히 성공담이란, 온갖 역경과 고난 끝에 결국 이뤄낸 것으로, 결국 자기자랑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듣고 있기 마냥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보게 될 때가 있다. 지금 내 삶이 퍽퍽해서, 내 미래의 변화가 성공으로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노하우 한톨 전수받기 위해, 그렇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찾게 된다(적어도 나는 그렇다). 


 **



#걸보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저자 소피아 아모루소, 그녀 스스로 읊는 자신의 연대기를 보자면, 어떤 의미로 참 대단하다.


십대시절 반항기를 제대로 겪은, 학교가 끔찍히도 싫었던 일명 부적응자, 우울증과 주의력 결핍증을 진단받은 환자. 궁금하면 일단 벽에 던져보는 호기심이 가득한 여자, 아나키스트, 샌드위치 강박장애를 앓았고, 프리건에 빈티지를 열렬히 사랑했다. 그녀 특유의 감각과 센스는 부모님께 유전받은 것이었고, 두 분의 이혼을 계기로 독립을 하게 됐다. 

 

서브웨이 BLT샌드위치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편한 일들을 찾아 헤맸다.  2주 만에 그만둔 것도 있고, 더 오래 일한 일도 있었지만, 역시 가장 장기간으로 일한 곳은 '내스티 갤'이다(7년이다 됐다고 한다). 어린 좀도둑으로 훔친 물건을 되팔아 월세를 냈었고, 탈장 진단을 계기로 이베이 숍을 개설하게 되었다. 현재는 연매출 1억 달러 이상의 사업체를 경영하는 CEO이다.

이처럼 그녀의 성공담을 더욱 감동적으로 연출할 만한 수식어들이 참으로 많다.

정해진 수순을 밟아나가는 다른 이들과 달리 독특한 이력을 가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녀는 단지 탈장 진단을 받은 이후, 치료를 위해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는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찾은 게 바로 미술 학교 로비에서 학생증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지루한 일에 시간은 넘쳐나는 반면, 인터넷이 잘 터지는 학교 로비에서 "내스티 갤 빈티지"라는 이름의 이베이숍을 열게 된다.


이베이 숍에 대한 기본서 한 권과 반항적인 기질을 발휘한 작명. 오로지 오래된 것들, 빈티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시작. 동네 중고매장을 돌며, 문닫는 극단이나 고령의 사망자들의 집 등을 공략했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모델을 구했고, 햄버거와 예쁜 프로필 사진으로 모델료를 대신했다. 물론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되기도 했다. 


발품팔아 구입한 옷들을, 직접 사진도 찍고, 포토샵으로 수정작업은 물론 세세하게 사이즈 기입하고 옷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주문 받고 포장하고 고객과의 소통까지. 혼자서 참으로 열심히 움직였다. 


많은 일들을 거쳐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낸 기쁨으로 즐겁게.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었던 이들이 단골이 되고, 매출이 늘어가는 반면, 다른 셀러들의 질투로 인해 독자적으로 쇼핑몰을 개설하게 된다. 직원을 하나둘씩 뽑게 되고, 창고의 평수가 늘어났고, 회사로 발전, CEO로 성장하였다.


걸보스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적극적으로 손짓한다. 궁금하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면서, 하지만 일확천금이나 무조건적인 성공의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지나친 겸손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도 CEO로 성장할 수 있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며 용기를 주면서 기대고 싶은 센언니가 솔직담백하게 말을 건넨다.



#걸보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자신만의 세계 만들기



생각해보면 항상 그때 그때마다 하고 있는 일이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고 지겨워졌던 것 같다. 성격에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참아내고 할 때면 출근하는 게 싫고, 당장이라도 다른 곳으로 떠나고픈 충동을 이겨내기 힘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전문적으로 대우받는 일일지라도 나와 맞지 않다면 고통일 따름이었다.

반면 단순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의 어느 부분에서는 재미를 느낀 적도 있었다. 정말 사소한 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느껴져서 고된 부분도 보람으로 느껴졌었다.

 

이는 곧 자신에게 맞는 일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믿음을 준다. 남들의 기준이 아니라 오로지 나의 기준에서 말이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도, 빠져들어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도 모두, 내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확고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늘 자신의 주관과 기준이 뚜렷한 걸로 보인다. 또한 뭐든 부딪혀보고 실패할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다. 결과가 처참할 지라도.

(별다른 특징 없이, 딱히 할 말이 없어 그저 '착한'사람이라는 수식어로 소개되는 나와는 정반대)


어쩌면 그녀는 이러한 자세를 가졌기에 무수히 많은 시도와 경험 끝에, 자연스레 자신이 애정하는 일로 인도받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연신 돌직구를 던지며 말한다.

'네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 돈도 주고 성공으로 이끌어줄 일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패리스 힐튼으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송곳같은 말이 가슴이 와서 박히는데참 통쾌하다


내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돌이켜보면 난 단지 미래에 대한 상상의 나래만 펼쳤을 뿐거기에 다다르기 위해 행동한 것이 거의 없었다. 그저 막연히 '찾고만 있었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참을성 없는 성질과 요즘 세대의 특징으로 말하는 것들에 대해 반성하고 솔직히 인정한다때문에 비록 후진 일이라고 해도 일이 되게 만드는 사람들을 존경하고명품 참치 샌드위치 만들 줄 안다는 것으로 이 말을 증명할 수 있다면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들 말하지만알게 모르게 갖는 편견들이 있다내가 왜 저런 일을 해야 돼? 와 같은. 이렇게 멋모르는 생각일랑 접으란 소리다.

 

본인의 약점과 강점 잘 파악하고, 무엇보다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

 

부적응자에 대한 손가락질시스템 개선이 아닌 당사자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현실

그녀는 학교가 끔찍하게 싫다면 자신의 재능이 발휘될 수 있는잘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라고 말한다. 물론 참을성 있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는 이는 계속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다.

 

십대후반의 방황과 닥치는 대로 시도하고 거부했던 시절. 자본주의를 혐오했고, 환경에 대한 관심과 채식주의, 아나키스트로서의 삶을 추구했었다. 몇 번의 지능적인 절도를 했었고, 이러한 절도가 발각된 것을 계기로 자신을 더 망치지 않도록 방어할 수 있게 되었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어떤 사업을 일으키기도,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녀는 사소하고 작은 사항들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포장박스에 로고 스티커 하나 붙이는 데도 반듯하길 바랐던 사람이니 당연한 소리일지도. 모든 사항을 꼼꼼하게 확인하길 당부한다. 


여러 방식으로 돈은 자유를 불러오기도 하기 때문에, 무언가 사고 싶은 유혹이 빠질 때면 그 물건이 빳빳한 새 지폐로 만들어졌다고 상상해보는 것이다. 그 지폐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구르는 것보다 은행에 있을 때 더 예쁘게 느껴질테니. 단순히 명품이니까, 충분히 필요한지 가늠해보지도 않고 있어도 좋을 만한 것들을 '지르는' 행위는 자제하기를 권하는 것이다.

 


카오스 매직, 특정한 신념들이 이 세계를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한다는 사고방식


믿고 상상하는 힘에 대한 말이다. 내가 나를 믿어야 남들 또한 나늘 믿을 수 있다는 것.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부정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은 곧 그러한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이는 곧, 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과 같다. 때문에 내 삶의 긍정적인 일들에만 집중해야 한다. 남이 아닌 내가 직접 부릴 마법의 힘을 믿으면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신경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일을 구할 때는 누구보다 열렬히 구애해야 한다. 


그러니, 일단 시도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무엇보다 절실하게 원했을 때, 스스로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면, 나 역시 나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된다.




#걸보스, 색다른 자극제



저자인 소피아 아모루소의 십대시절을 보면, 생뚱맞게도『나의 라임오렌지나무』'제제'가 떠오른다.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제제는 남들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악동에 사고뭉치라며, 매를 맞고 혼이 난다. 소피아 역시 모두에게 적당한 프리사이즈 옷처럼 들어맞는 학교가 지독히도 싫었을 뿐,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던 여자애였다. 제제도 그랬지만, 소피아 역시 자신만의 세계 안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꿈꿨고, 행동했다. 


그녀가 생각하고 경험했던 것들만 봐도 지금의 내스티 갤의 성공이 결코 과장이나 운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유를 원했기에 자신의 의지로 학교를 나왔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했다. 미성숙한 시절을 민망해할지 몰라도 그때의 그녀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거라 생각된다. 


과장된 것 없이, 자신의 성공을 떠벌리는 게 아니라 솔직하게 모든 것을 고백하고 반성하고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진심이 더욱 와닿는 것이다. 그녀는 소녀였다가, 꿈을 꾸는 여자였다가, CEO의 얼굴로 냉정히 말하기도 한다. 확실히 위치에 따라 생각하는 관점이 달라지는 것도 흥미롭다. 


주의력 결핍증을 진단 받았던 소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발견해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출근 준비하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는 워커홀릭이 되었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그녀는 시도했었고, 나는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타로 날리는 돌직구에 나도 모르게 유쾌한 기분으로 묵혀뒀던 자소서를 수정할 뻔 했다. 문제는 여기는 한국인데, 미국식 유머를 던질 뻔 했다는 것이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조금 가볍고, 지나치게 솔직한 어투로 말이다.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다. 타인의 조언에 그렇게 흔들리지 말라고 당부한 그녀지만, 묘하게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너무 다른 상황이지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믿음이 간다. 




이제 내 자신에게 걸고, 스스로를 믿고 사랑해보려 노력하면서.

뭐, 일단은 판에 박힌 자소설부터 수정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련다.






< 본 리뷰는 출판사 이봄의#GIRLBOSS 북클럽에 선정되어 작성된 것입니다.>






지금 내가 아는 건, 사실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지루한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당신에게는 지루한 일이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지루하다 못해 그 일이 싫다면, 아마도 지금 엉뚱한 장소에 와 있다는 결정적인 신호다.
p 79

이 모든 잡다하고 시시한 일자리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건, 때로는 아무리 애써도 좋아할 수 없는 일도 기꺼이 참고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 얼마 동안이라도 말이다. 이는 부모님 세대에 ‘인격 형성’이라 불렀을 법한 말인데, 나는 "#걸보스 트레이닝"이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 나는 모든 일을 사랑하게 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하고 그 일의 어떤 부분에는 애착을 갖고 하다보니 결국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p 82 – 83

모든 일을 재미난 실험일거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일이 잘 안 풀린다고 해도 그렇게 서운하지 않다. 계획이 바뀌는 게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 모든 실패 뒤에는 미처 몰랐던 기회들이 숨어 있어서 그 기회를 통해 다른 챕터로 들어갈 수 있다. (…)
처음부터 꿈의 직업에 안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곧 우리 모두 어디선가는 출발을 해야만 한다는 말이다.그다지 근사하지 않았던 과거 직업들을 돌아보면 볼수록 지금 이 행복한 직업에 더욱 감사하게 되고 그 모든 것을 통해 무언가 배웠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p 83

# 걸보스에게 도전이란,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않고 일단 머리부터 뛰어들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목표를 쌓고 관점을 넓히고 지식을 얻는 것이라고 보면, 실패란 있을 수 없다. 어쩌면 실패도 우리의 소중한 발명품이다. p 168

#걸보스, 성공적인 사업의 열쇠

1. 돈 안드는 마케팅 방법 찾는 것(내 할 일을 잘하면 된다)
2.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3. 고객들에게 공유할 것을 주는 것

흔해 빠진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내가 나를 충분히 사랑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이 필요 없다.
p 255 - 256

당신은 세계를 창조해나갈 수 있다. 한 땀 한 땀씩. 세계를 발견하는 것도, 만들어나가는 것도 오직 당신의 몫이다. p 283

진정한 도전은, 어떤 규칙을 따르고 어떤 규칙을 다시 써야 할지 판단하는 기술을 완벽하게 다듬어가는 것이다. 더 많이 실험하고, 모험하고, 실수를 할수록, 자기 자신과 이 세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목표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다. p 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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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심리학 - 뇌가 섹시해지는
앤 루니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마음은 어디 있는 걸까?



잘못 알고 있는 통념으로 우리의 뇌가 실제 사용되는 게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수정이 필요한 말인데, 좌우 두 개 반구의 모든 영역은 저마다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뇌의 전부를 사용한다고 한다.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아닐지라도.

 

거의 모든 기능이 뇌의 양 반구에 동일하게 수행되고 있기 때문에, 기능에 따라 한쪽이 더 활발해질 뿐, 좌뇌형 인간은 논리적이고 우뇌형 인간은 창조적이라는 공식 또한 성립하기에 논리적 기반이 취약하다 볼 수 있겠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특정 반구가 일을 하는데 있어 개인 간의 편차가 있을 뿐인 것이다.

 

17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르네 데카르트는 인체는 기계적인 법칙을 따르고, 기계처럼 작동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은 남겼지만, '정신'이 어떻게 육체에 깃드는가에 대한 질문은 해결할 수 없었다.

 

고로,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마음속, 자신의 정체성인 '나'를 찾고, 마음 혹은 정신은 바로 '뇌'속에 존재하거나 뇌에 의해 창조된다고 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종교를 통해 말했듯이 마음이란, 신이 우리에게 불어넣은 혼백이나 영혼인 것일까? 혹은 우주적 의식의 작은 판박이일까?


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깊어져가지만, 여전히 오늘날에도 마음이 존재하는 곳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마음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정의할 수 없다. 신비의 역역인 '뇌'만큼이나 마음은 미지의 세계와 같다.


『15분 심리학』은 프롤로그를 통해 마음이 있는 곳, 그리고 심리학의 접근 방식과 주요 화두에 대한 언급을 하며 시작한다. 마음, 생활, 원인 등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좀더 세밀하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파트 별 질문에 해당하는 핵심 주제를 연구한 심리학자, 그의 실험 사례를 통해 얻어진 결론을 통해 답을 찾도록 도와준다. 잘못 알고 있었거나,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에 대한 설명 또한 깨알 팁으로 제공되니, 읽는 이로 하여금 소소한 재미를 얻게 해준다.

 

 


*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공상 : 장난기 많고 생기 넘치며 희망적인 형상화다. 창조성을 기르기 좋은 유형

* 죄책감과 불쾌한 기분이 드는 공상 : 불안과 공포가 포함되며 고통스러울 수 있다. 이것은 영웅적 행위, 실패, 공격, 야망 등의 이미지를 낳는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된 트라우마의 강박적인 반복 체험 포함

* 빈약한 주의 제어 능력 : 특징으로 불안을 들 수 있다.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주위가 산만한 공상의 유형
( p 113 / 심리학자 제롬 싱어, 공상의 세 종류)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은 전전두피질의 손상이나 저활동성과 연관있다. 뇌의 이 영역은 계획을 세우거나 충동을 조절하거나 뇌의 다른 부분들로부터 전달되는 방해자극을 걸러낼 때 중요한 역할은 한다.
그러나 대부분 전전두피질이 손상되거나 저활동 상태에 빠져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핑계를 쉽게 할 수 없다.
(…)
우리는 대부분 게으르고 의지력이 부족하고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아 일을 뒤로 미룬다. 이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뿐이다.
(p 296)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되다‘라는 의미처럼 간단하고 쉬워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그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걱정하고, 적응해야 하는 문제나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잉하는 문제로 너무 속을 태운다. 이 같은 소속감은 매슬로가 하나의 욕구로 인정했던 것이다.
(p 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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