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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여행 -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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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쩌면 두고, 떠남이라는 말의 낭만으로 시작되는 일은 아닐까. 새로운 세계에 떨궈진 나의 그림을 상상하는 일만도 설레는 기쁨이지만 그 전에 두다의 홀가분함과 짜릿함이 있기 때문에 배가 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내려놓고 온 것에 대해 망각이 허락되는 순간 여기에서 생기는 에너지로 추진되는 힘이 바로 여행의 동력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마다의 경험 치로 여행의 정의를 내릴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해 본 의미란 역시 이방인일 수 있는 낯선 태도에서 비롯되는 듯 하다. 낯선 상황에 놓일 때에야 느낄 수 있는 흥분과 긍정의 불안 따위의 감정은 여행이 아니고서야 즐길만한 데가 드물다. 이런 양질의 스트레스라면 기꺼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계획된 기쁨과 흥분을 더해 막상 여행을 맞이하게 된 이후라도 막연한 두려움에서 영원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여행지에서 겪게 되는 돌발적인 일들과 낯선 풍경, 수많은 사람들이 일구며 살아가는 모습들 속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받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전시된 예술품을 보는 듯 생경하고도 벅찬 감정에 휩싸이는 일이며 여행을 계획한 순간부터 여행을 마치게 된 날에 이르는 꾸준한 에너지로 전달된다. 이방인일 수 있을때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여행서들을 읽고 있으면 여행자가 겪어왔던 황당하고 감동적이며 흥미로운 일들에 동요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크게 와 닿는 말이 있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란 여행 후에 찾아온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마침내 집에 돌아오면 역시 집이 최고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기도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서는 알지 못했던 일일의 감정들과 의미들이 부유하기 시작한다. 행자라면 이 켜켜이 남겨진 감정들이 여독처럼 퍼져서 내 고유한 감정으로 남게 되는 걸 맞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인 것이다. 




<헤세의 여행>을 보면 작가 헤르만 헤세의 여행에 대한 진실 된 사랑과 묘미를 섬세하고 지극한 면으로서 느끼게 되는 흥분이 있다. 헤세는 청년시절부터 매료된 여행의 맛 때문에 그 후 지속적으로 여러 나라를 계획하고 그 안에서 수많은 의미들을 만들어간 사람이다.




이 책은 헤세의 평생에 걸친 여행기만을 옮겨 놓았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헤세만의 응축된 철학, 유별난 사랑들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는 여러 차례 여행지에 대해 헌신적인 사랑’을 강조를 하고 있다. 사랑이 있어야만 낯선 풍경에 기꺼이 귀 기울일 줄 알게 되고, 그 안의 비밀을 풀려고 노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무리 낯설고 생경한 풍경이라도 단순히 다름을 인정하고 감탄에 머문다면 그 비밀까지 푼 것은 아니게 된다.

물론 헤세는 여행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보거나 알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주목하게 된 것이 있다면 집요한 사랑을 통해 그 비밀을 벗겨 버리는 수고를 감내하지 않을 수 없는 '여행자의 자세'를 배우게 된 것 같다. 이러한 노력이 있다면 그 하나의 비밀만으로도 여행의 충만함이 느껴질 수 있는 노릇이다.



 

이어 헤세가 여러 곳곳을 떠나면서 얻게 된 중요한 사실의 또 한가지는 세계의 비밀로 들어가게 된 열쇠를 쥐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이 세계인들의 가슴을 열고 사랑을 얻게 된 공감대가 성취된 까닭도 바로 이러한 토대 위에서 잉태 된 값진 노력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서있는 세상 이외의 전혀 다른 곳에서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역사와 개성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훨씬 더 이해받고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한 이질적 체험만을 위해 떠난 것이 아니라 진정 다름과 자신을 연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헤세의 일상에는 굳이 여행이 아니어도 소풍 정도의 풍경에서도 충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헤세의 여행은 이러한 식의 노력하는 시선과 따뜻한 관심으로 내내 행해져 온 것이었다.


 

헤세가 말하는 또하나의 여행의 본질에는 체험을 수반해야 한다라는 점이 중요시 된다. 물론 그처럼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에게는 상상만이어도 체험 이상의 것일 수 있다라는 확신이 들긴하지만 어쨌든 그는 경험치 이상일 수 없다는 단호함을 가진 듯하다. 상상은 직접 세상을 통해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공고해지고 발전되어 풍부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라면 체험의 본연에는 타자화된 정신적 관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헤세가 말하는 여행에는 풍경이 주는 낯선 일상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과의 소통, 서로 잇고 맺어지는 이해의 정신적인 관계가 매우 중요시 된다그러한 환경 위에서 자신과 세계가 진정으로 연결되는 일 일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여행에 대한 참 의미들을 되내기 위해 어떤 여행을 계획하고 즐겼는가, 내 안의 편견과 맞서고 알게 된 의미 이상에 도전하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덧붙여 그가 세계 곳곳을 여행했던 일화나 소회들을 떼어 놓고, 단지 여행자로서의 태도만으로도 마치 생경한 여정을 경험한 것 같은 영감을 준다. 헤세가 여행을 시작한 시기는 사실 해외여행이라는 말도 거의 생소하던 때여서 인류가 거의 처음 향유하게 된 진정한 시기였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막 세계화에 눈뜨고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게 된 시기가 도래하여 지성인으로서 열린 마음으로 임한 최초의 시절을 그는 직접 목도했고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 여행을 임할 때 선험자의 충고나 질서 없이 오롯이 자신일 수 있었고, 그래서 진지했으며 귀한 마음으로 그 하루의 감사함을 담는 큰 그릇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헤세의 여행에 대한 물음과 답을 통해서 느끼게 된 점은 단순히 재미있는 이질적 풍경이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고 그곳을 관통한 어느 한 사람의 중요한 자질을 보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타인이 사는 풍경을 들여다봄으로 내가 사는 이유를 돌아보고, 여러 의문과 다른 시선들이 나의 공허한 부분이 채워지거나 또 비워내는 피드백을 받게 된 점은 여행자가 지닐 궁극의 모습일 것이다

헤세가 남긴 여행기에는 우리네의 삶, 어떤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진기함이 있다. 이러한 보편적 일상과 가치들이 삶의 안목들을 비약적이게 고양할 수 있고 여행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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