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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집 가까운 시립 도서관에 갔다. 아이와 적당히 시간을 때우기에 그만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아들의 친구 가족이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아이를 친구 엄마에게 잠시 맡기고 책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매번 아이를 데리고 2층 자료실에 가면 여유는 커녕 나가자는 재촉을 대놓고 들어야 하는 터에 빈 손으로 나온 적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참 달콤했다.

 

나는 주로 '새로 들어온 책'코너에 오래 머문다. 집 가까운 시립 도서관은 '새로 들어온 책' 책장이 무척 넓다. 책들이 꽤 오래 그곳에 머물러 있다. 그점이 개인적으로는 참 좋다. 내 코스는 인문 쪽에서 자연과학을 거쳐 문학, 역사 및 여행의 책장에 꽂힌 순서대로 훑고 그 과정을 세 번 정도 하게 된다. 세번째에 가서야 눈에 띄는 사랑하는 책들이 꼭 있다. 아마 세번째 되어야 책들이 나를 받아주는 모양이다. '나 여기 있어, 그러니 날 데려가.'라고 자신을 허락해주는 모양이다.

 

 

금요일, 나를 불렀던 책은 김승희 시인의 <희망이 외롭다>와 한국 작가 9인이 쓴 <헬로, 미스터 디킨스>였다. 그중 시집을 얼른 먼저 읽었는데 살짝 내 취향은 아니어서 '미안'. <헬로, 미스터 디킨스>는 잊었던 사랑을 다시 만난 듯 반가웠다. 표지에 쓰인 김경욱, 김중혁을 비롯한 9명의 작가들이 찰스 디킨스를 테마로 한 권의 책을 엮다니, 잊었었던 설렘이 다시 찾아왔다. 그래서 결국, 아직도 표지만 쓰다듬을 뿐 읽지를 못했다. 이게 문제다. 너무 설레는 책은 마음의 준비를 하는 데에 너무 오래 걸려 결국 읽지 못하곤 한다. 조금씩 고쳐가고 있는데 잘 안된다.

 

 

 

 

일요일. 아는 분이 아이들과 키즈카페를 가자고 하셨다. 만남의 장소는 그 집과 가까운 시립 도서관이다. 이곳은 시설이 단연 좋고, 지은지 얼마 안되어 책상태가 좋지만 일단 책이 적다. 그리고 우리 마을 시립 도서관보다 '새로 들어온 책'의 책장이 턱없이 적다. 일일이 장르별로 뒤져야 하는 이를테면 목적형 대여에 가깝다.  그 몇 안되는 공간에서도 턱하니 나를 부르는 아이가 있으니 김성대의 <사막 식당>. 시인인 아는 언니가 강추하고 예전 우결에서 조정치가 낭독했을 때 좋았던 시집이라 반가운 마음에 빌리고 아동실에서 슬쩍 읽어보니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키즈카페에서 놀다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아 다시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으로 고고씽!

 

 

 

 

그곳에서 바로 나의 로, 맹가리 오빠의 책 <유럽의 교육>을 만났다. 역시 세번째 훑는 과정에서 '나, 여기 있어! 로맹 가리야, 네가 사랑하는.'이라며 손짓하는 살짝 찌그러진 상태로. 로맹 가리의 데뷔작인 이 소설은 책이 나올 때에도 책 좀 읽으시는 분들에겐 관심을 받았지만 일반 백성에게까지 유명해진 것은 국제도서전에서 대통령이 골랐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서점에는 그 타이틀로 묶여져 소개되곤 했는데 그것이 과연 책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 생각엔 이게 핀란드 선진 교육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골랐을 것 같다는 추측이 되는데 말이다. 이 책도 사실 굉장히 읽고 싶었었는데 매력 만점 맹가리 오빠이지만 <자기 앞의 생>와 <흰 개>를 읽는 느낌이 너무나 달랐기에 '내가 과연 그를 즐겨 읽을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을 가진 터라 이 책으로 한 번 실험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설렘에 비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책에 빠졌다. 책을 다 읽을 무렵 아이가 아파 속도가 느려졌지만 아이 곁에서 밤을 새며 읽었을 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 야네크의 이야기에 빠져있었다. '아! 나는 로맹 가리를 즐겨 읽을 수 있겠어!'라는 확신도 생기고 말이다.

 

일 주일동안 세 번 두 군데의 도서관에 다녀왔지만 '나를 부르는 손짓을 하는 책'을 만나는 데에는 우리 마을 도서관이 좋고, 그 책들을 읽기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는 남의 마을 도서관이 좋았다. 마을 버스를 타고 가면 30분이 걸리는 두 도서관을 모두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 둘의 장점을 서로 벤치마킹이라도 하길 바라지만 그건 뭐 내 욕심일 뿐이다.나를 향해 손짓하는 책들이 있는 넓은 책장과 함께 하는 시간도 좋고 넓은 테라스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으러 가는 마을 버스에서의 30분도 나쁘지 않다. 이만하면 도서관 환경 참 좋은 곳에서 살고 있다 싶고, 적어도 내 마음 헛헛할 때 받아줄 곳 둘 있어 다행이다 싶다. (실제로 부부싸움하면 간다^^) 아이가 빨리 수족구가 나아서 함께 또 나들이 가고 싶다. 아파 엄마가 잘해줘 그런가 애교만 늘어서, 이젠 엄마가 해달라는 것도 다 해줄거라는데 책 고르는 3회 반복의 시간을 기다려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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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는 어쩜 이다지도 무지한지.. 다니자키 준이치로, 슈테판 츠바이크, 제임스 설터, 구효서라...

한 달에 10여 권의 책을 읽고, 일 년에 100여 권의 책을 읽는다면 분명 우리나라 성인 평균 독서량보다는 많은데 나는 의외로 작가들을 잘 모른다. 물론 애정하는 작가가 있다. 알랭드 보통, 밀란 쿤데라, 헤르타 뮐러, 김영하, 김중혁, 김경욱, 오은, 김언, 심보선, 아멜리 노통브, 오르한 파묵, 알베르토 망구엘, 로쟈 등등. 하지만 인터넷 서점을 들락 거리거나 책관련 카페에서 소개되는 책들을 보면 마치 나만 모르고 다 아는 작가의 소설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채 하지만 나 정말 궁금하다. 사실 궁금해서 <한밤의 아이들>같은 경우에는 읽어보려고 시도 했었다. 다만 실패했을 뿐이다. 그렇게나마 해소가 되면 기호를 말할 수 있는데 대체 나는 그 유명한 작가들의 이름을 처음 접하니 할 말이 없다.

 

 

 

여러 번 페이지에서 언급했다. 김영하 작가가 읽어주는 <만>에 반해 그가 궁금했다고. 그러나 아직 그를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고 어제서야 바로 그 책 <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가 내 책장에 들어왔다. 탐미주의라고 했고, 실제 그의 삶이 탐미적이라고 했다. 탐미적이라고? 그게 무슨 뜻일까? 소설을 들어본 바로서는 무척이나 '여성의 몸'에 대한 탐미로 느껴졌다. 사실 혼자 책읽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나로선 썩 즐겨읽는 내용이 아니지만 왠지 끌렸다. <미친 사랑>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더더욱! 제대로 빠져보자 싶은 마음이 들었다. 김영하 작가가 소설을 읽어주며 언급한 <세설>이라는 (내 기억에는 그런데 확실하진 않다.) 작품도 궁금해하는 중이다. 최근 창비 세계문학 속에서도 <열쇠>라는 작품으로 포함되어 있으니 이 작가가 궁금한 것은 나만의 현상은 아닌 모양이다. 왜 우리는 그의 소설을 탐하게 되었을까? 세상이 어지럽기 때문일까? 어쩌면 현실도피적인 성향이 나랑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잊자. 아름다움을 제외하고 모두.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들을 한창 구입할 때만 해도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은 내 위시리스트에 올랐던 적이 없었다. 나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슈자도 몰랐었다. 그런데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하던가? <열린 인문학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유유출판사에서 나온 연두색 표지를 보고 가진 1%의 관심, 누군가 추천하는 페이지에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를 보고 사실 작가보다는 주제에 대해 가진 10%의 관심, <백년의 지혜>에서 알리사 할머니가 의지했던 <어제의 세계>에 대한 30%의 관심, 그러다가 그의 이름을 검색하고 나니 주루룩 목록이 뜨는 그의 많은 작품들, 작품들, 작품들.  나는 가랑비에 옷이 홀랑 젖고 말았다. 그리고 우선 <이별 여행>이라는 표지가 아름다운 책을 구입했다. 나는 그의 소설에서 무엇을 기대할까? 사실 소설 외의 책에도 많은 관심이 생기지만 우선 시작은 소설로 하고 싶다. 알리스 할머니에 의하면 그는 히틀러 집권을 미리 예감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의 소설이 심리묘사가 섬세하다고 한다. 섬세함과 통찰력을 갖춘 소설가! 어찌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인간의 조건 중의 하나이다

 

 

 

 

 

 

 

 

 

 

하하하, 난 이 페이지에 그의 데이터를 입력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가 여자인 줄 알았다.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이다. <가벼운 나날>의 표지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탓이다. <가벼운 나날>이 출간되어 책정보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난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가인데, '작가들이 칭송하는 작가' '미국 최고의 문장가'로 꼽힌다고 했다. 더욱이 이 책의 편집자는 “편집한 책 중에 다음 세대까지 오래 남을 책을 들라”는 질문에 설터의 <가벼운 나날>을 꼽았다고 한다. 고뤠? 그 정도야? 마음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기까지는 그저 <가벼운 나날>에 한하여 생긴 관심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트위터였다. 트친들이 주고받는 트윗들에 제임스 설터의 이름이 자주 거론되었다. 그 중 <어젯밤>을 읽었다느니 다시 읽을 예정이라느니 하는 말은 심히 부담되었다. 흔들리지 말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봤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꼭 읽어보고 싶은 작가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작가들 중 단연 독보적으로 백지상태의 지식이지만 왠지 문장력이 기대된다.

 

 

 

 

 

 

 

 

 

 

 

한국 소설을 어릴 때부터 읽은 것이 아니라 대학 때부터 읽었기에 의외로 한국 소설을 잘 모른다. 젊은 작가들의 소설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은희경, 김영하였고 나는 그 이전에 나온 작가들의 소설은 이문열의 삼국지가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경숙과 김형경의 소설을 읽지 않은 것은 아니나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나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더 선호한다. 그러다 구효서의 신작 모니터링을 하게 되었는데 사실 좀 놀랐다. 1958년생이면 우리 나이로 56세인데 문장에서 젊음이 느껴졌다. 탄탄했고 예상을 전복했다. 단편들의 내용도 좋았지만 그 점이 개인적으로는 인상깊었다. 이 작가의 소설을 더 읽어보고 싶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터에 이번에 <베를린 인 랩소디>를 구입했다. 책을 고르면서 '구효서'라는 이름만으로 책을 사는 팬층이 두텁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의 평은 내가 신작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 필력의 작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음악에 귀 기울이고 싶다.

 

 

 

 

 

 

 

 

 

 

아마 지금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렇지 더 많은 작가들이 내 머릿 속을 살짝 살짝 가랑비 뿌리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떤 계기로 소낙비 한 번 내려주면 나의 관심은 수직상승할 터이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된다는 것은 참 좋은 일 같다. 처음엔 몰랐던 작가가 유명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당황하기도 했지만 내가 꼭 그들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라며 일단은 합리화를 하고 그들 중 몇 분을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읽고 애정하게 되는 과정이 참 좋다. 이 네 분 중 세 분의 소설이 오늘이면 책꽂이에 자리하게 된다. 내 손에도 부디 빨리 오시길 바랄 뿐이다. 그건 나도 장담 못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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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사려던 책은 두 권(두 세트인가? 암튼)이었다. 요즘 잠자리책으로 읽어주고 있는 <피터래빗 10권 세트>와 출간예정이라던 김언 시인의 제목도 모르는 시집. 그런데 김언 시인 시집 출간이 예고도 없이 미뤄지고 있다. 그것을 기다리면서 장바구니를 차곡차곡 채워넣었다. 그렇게 되었다.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니었다. 결국, 김언 시인의 시집은 제외하고 다른 책들을 구매하게 되었다. 원래는 더 많았는데 그나마 이리 재고 저리 재어 가지치기를 하여 간택된 아이들이다.

 

1. 피터래빗 10권

- 어제도 아들이 책날개에 있는 다른 시리즈를 사달라고 잠들기 전 말했다. 사주마 사주마 하고 미뤘는데 이제야 사주게 되어 다행이고 미안하다. 그런데 사고나니 또 영미문학관에서 영어로 읽어주는 것을 듣다보니 영어판이 그리 탐이 난다....일단~~은 참자!

 

- 한국어 번역판 10권  19,500원

- 영문판 23권 세트  136,000원

 

가격의 차이가 심하구나...^^;

일단, 참는 걸로!

 

 

 

 

 

2. 김영하 신작 <살인자의 기억법>

 

 

김언 시인의 시집보다 출간 예정이 늦었지만 예약 판매를 시작하길래 아, 영하느님의 책을 사라는 신의 계시였나보다며 담았다. 전작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제외하고는 다 읽었고, 거의 다 샀지만 이번책은 간만에 흥미가 찐하게 생기는 것이 대박의 느낌이 든다. 김영하의 초기작의 냄새가 난다. 그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제목도 좋았는데 누군가 아멜리노통의 제목과 닮았다고 해서 아는 것이 <적의 화장법>밖에 없어 '별로 안 닮았구만?'했는데 알고보니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또 제목이 살짝 아쉬워진다.

 

- 알라딘가 9,000원 (아, 오랜만의 착한 가격 소설!)

 

 

3. 뿔 출판사의 럭키백

- 사실 즐겨 구입하는 출판사도 아닌데 '구효서'작가 때문이다. 그래서 구효서 작가책만 두 권 넣다가 <나가사키 파파>는 평이 왠지 나와 안맞을 것 같아서 <랩소디 인 베를린>만 구입했다. 그리고 바흐찐의 이론서 <예술과 책임>, 그리고 사실 듣도보도 못했지만 3권을 채우려 평을 보고 선택한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를 구입했다. 사실 이중 위시 목록에 있었던 것은 <랩소디 인 베를린>뿐이었건만 충동구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책이 마음에 들길 바랄 뿐이다.

 

 

 

 

 

 

 

 

 

 

 

 

 

 

 

4. 아들이 원한 <수잔네의 가을>

 

일전에 사준다고 할 때에는 관심도 안보이더니 유치원에서 이 책을 자주 봐서 그런지 사달라고 한참 전부터 졸랐다. 예전엔 책을 사달라고 하면 즉시 얼마든지 사주곤 했는데 그것도 교육엔 그렇게 좋은 것 같이 않고, 아이들은 흥미는 금세 사그라들기에 몇 번 더 이야기하면 사줘야지 했는데 이 책이 그랬다. 그런데 지난 번엔 <여름>을 사달라고 하더니 이번엔 <가을>을 사달랜다. 이 책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봤더니 끄덕이면서 글자가 없는 게 제일 좋단다 ㅎㅎㅎ

 

- 알라딘가 10,500원 

 

 

5. 한창훈 <그 남자의 연애사>

 

 

 우~~풍문으로 들었소! 이 소설이 뿅가게 흥미롭단 얘기를♬

 

 그렇게 풍문으로만 듣고 직접 읽어보려고 했는데 늘 사려고하면 지금처럼 딴 책만 사게 된다는 현실^^;; 2쇄가 오려나? 1쇄가 오려나? 그것만이 궁금할 따름이다. 뭐가 와도 좋다. 2쇄가 오면, 빠진 부분은 그저 또 우~~~우~~ 풍문으로만 들어야지! 그것도 좋다.

 

- 알라딘가 10,800원

 

 

 

 

 

6. 슈테판 츠바이크 <이별 여행>

 

최근 읽은 책들에서 심심치 않게 슈테판 츠바이크라는 이름을 만나게 되었다. 그 책들의 저자들은 그를 매우 좋아했다. 그 책들을 읽은 나는 그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사서 읽어보고 싶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들은 것은 문동세문의 <체스/낯선여인의 편지>밖에 없어 그 책을 사려고 했으나 그 책이 너무 저렴하여^^ 약 68,000원이길래 ㅋㅋ 7만원을 채우기 위해 다른 책을 알아봤다 ㅎㅎ 그러다 발견한 책이 <이별 여행>이다. 이 책이 나올 때 이 책을 본 것이 떠올랐다. 표지가 이별과 여행과 너무 심하게 잘 어울린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데,작가의 섬세한 묘사가 기대된다.

 

그나저나 3만원으로 계획한 구매는 7만원을 넘겼고, 그마저도 급히 사려고 했던 책보다는 위시리스트였거나 혹은 알지도 못했던 책들을 구매했다. 나만 그런건가? 아니잖아요! 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보관함으로 밀려난 책들이 눈앞에 어른어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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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2013-07-1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힝 ㅎㅎ 노통 책 중에 <살인자의 건강법>도 있지요. ㅎㅎ 김영하 작가의 신작 기대해봅니다..

그렇게혜윰 2013-07-12 16:00   좋아요 0 | URL
그건가보네요ㅎㅎ 나의 오류를 언제나 콕 찍어주 시니 고마워요^^ 센스쟁이^^
 
피터래빗 시리즈 10종 세트 - 전10권 베아트릭스 포터 베스트 콜렉션
베아트릭스 포터 글.그림, 김동근 옮김 / 소와다리 / 2013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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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권 세트로 나왔기에 소장가치 있구요. 참고로 EBS영미문학관 2013년 2월에 방송한 피터래빗 읽어주기와 함께하면 더 좋아요. 전 요즘 목아파서 그걸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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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여동생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1
펑슈에쥔 지음, 펑팅 그림, 유소영 옮김 / 보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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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주는 아련함이 있다. 복숭아꽃이 만발하던 때에 태어난 아타오의 막내 여동생, 책에서 표현한 것처럼 딱히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맑은 아기 냄새가 풍기던 그리고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마음이 몽글몽글 흐물흐물해지던 그 막내 여동생을 보는 것 같다. 이 말은 비유이기도 하고, 사실이기도 하다. 그 여동생은 아들을 바라던 아타오 아빠의 여섯번째 딸이고 이름도 우리말로 하면 육순이쯤 되는 류타오이다.(언니들은 아타오, 얼타오, 싼타오, 쓰타오, 우타오로 우리말로하면 일순이, 이순이, 삼순이, 사순이, 오순이 쯤 된다.) 이번에도 딸이면 복숭아나무를 벤다고 했던 아빠의 대단한 기대에 부응하지못한 류타오, 이야기는 그런 류타오에게서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 나도 어릴 적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아들과 딸>이 떠올랐다. 그땐 귀남이와 귀남이 부모를 욕하면서 봤지만 그런 사람은 주변에 늘 있었다. 아마 요즘에 태어난 아이들은 생각치도 못할 일이지만 나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을 어른이 될 때까지 인식하며 살았다. 한동안 잊었던 그것이 생각나서 류타오는 태어나면서부터 내게 연민의 대상이 되었다. 아마, 이야기 속의 모든 인물에게 그렇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류타오가 여동생으로 태어났기에 이 책의 모든 형제애는 더 애틋해진다. 그런 점에서 훌륭한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도시에서 온 간부의 딸인 '나'의 아홉살부터 2년 간의 묘족 마을 생활을 다룬다. 한족이고 도시 사람인 '나'의 가족들은 분명 이질적인 구성원이지만 2년간의 기억은 분명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타오의 가족이고 그 애정의 시작은 류타오였다. 딸이 여섯이 된 가난한 집은 그럭저럭 화목하지만 여느 형제많은 집들이 그러하듯 모두가 사이가 좋을 수는 없다. 싼타오와 쓰타오처럼 한 뱃속에서 나와도 정반대인 아이들은 여느 집에든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결국 피를 나눈 자매이기에 결정적인 계기를 함께 견디다보면 세상 둘도 없는 짝이 된다.

 

'나'에게도 라오볜이라는 여동생이 있지만 아주 각별한 것도, 그렇다고 자주 싸우는 것도 아닌 그런 여동생이다. 우리가 문득 여동생을 떠올릴 때의 바로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여섯 자매인 아타오의 형제애, 가령 류타오를 향한 아타오의 극진한 사랑이나 싼타오와 쓰타오의 끈끈해진 사랑을 통해 '내 여동생'인 라오볜을 생각하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이다. 라오볜에게 새 샌들을 사주기 위해 돌을 깨는 일을 하며 돈을 모으던 '나'의 모습을 보면서 내 여동생을 떠올렸다. 진짜 내 여동생. 새 샌들을 자랑하는 라오볜을 보면서 내 동생에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떠올랐다. '내'가 아타오를 통해 라오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겼듯이 나 역시 '나'를 통해 내 동생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생긴 것이다.

 

그 후 며칠 동안 라오볜은 기분이 들떠 있었다. 집에 붙어 있지 않고 걸핏하면 밖으로 뛰쳐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살짝 신발에 눈길만 주어도 바로 '언니가 돌 깨는 일을 해서 사줬어요!'라고 떠들어 댔다. 그렇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듯 했다.

사람들에게 칭찬을 들을 때마다 나는 행복하면서도 가슴이 조금 아릿했다. (105-106쪽)

 

미안했고, 저런 기분을 동생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행복하면서도 가슴이 조금 아릿한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오래 떨어져 살면서 남보다도 더 대화를 적게 하고 남보다도 사정을 더 모르고 남에게 준 만큼도 해주지 못한 것이 내내 미안해졌다. 뭔가 동생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현실은 지금 내가 동생을 좀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빨리 보고 싶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데?' 하던 어제의 메시지가 떠올라 더 미안해졌다. 내가 그렇게 무뚝뚝한 언니였구나 싶었다. 작게나마 기쁘게 해 줄 궁리를 해 봐야겠다. 라오볜의 웃음처럼 밝고 맑은 웃음을 터뜨릴 것을 상상하니 내 마음이 꼭 '나'의 마음 같다. 그 마음이 아타오의 마음이고 싼타오의 마음이고 우리 모든 언니들의 마음일 것이다.

 

중국 소설을 몇 편 읽었지만 그들은 너무 무거웠다. 잘 알지 못하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이야기하는 통에 인물이나 그들의 인간적인 삶을 잘 들여다보지 못했다. 중국 동화로는 두번째 읽는 이 이야기가 나는 소설들보다 더 좋았다. 어쩌면 지나간 우리의 시절을 돌아보는 듯도 했지만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제목이 '너는 내 동생'이 아니라 '너는 내 여동생'이라 더 애틋했는지도 모르겠다. '女'라는 말이 이렇게 끈끈하게 다가오다니, 세상의 모든 자매들에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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