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구름 하나 달랑 낮게 떠 있는 것이 보였다. 40마일로 달리고 있던 참이라 전화기 꺼내서 저 귀한 구름을 찍고 싶었다. 아침인데도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대부분의 구름은 다 증발이 된 것 같은데 저 아이는 살아남았더라. 내 눈엔 대낮에 떠 있는 작은 우주선 같아 보였다는. ^^;;
저 앞에 STOP사인이 있다는 표시가 보인다.
아! 나는 구름을 너무 좋아해!!
저 위로 완만하게 가파른 길을 더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난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서 다시 STOP사인을 지나서 오르막길을 더 올라가면 (많이 올라가네..ㅠㅠ)
내가 사는 동네가 나온다. 이쁜 동네. 운전하고 다닐 맛 나는 동네... 단점도 많지만, 나를 사로잡는 이 풍경들,, 여긴 그나마 좀 덜 이쁜 풍경임.;;; 어쨌든 저 코너를 싹 돌면 우리집이 나온다. 집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작아지는 것 같은 구름. 서서히 증발하고 있어서 그렇겠지.
어제의 일은 땡스기빙 다음 날이라 그런지 환자가 거의 없었다. 아픈 것과 명절이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명절 때는 환자들이 줄었다가 명절 끝나면 막 몰린다는. 오늘 또 일을 하게 되는데 오늘부터 환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고 하니 긴장을 하고 있어야지. 하지만 어제의 환자들은 무거운 환자들도 아니었고 약을 많이 줘야 하는 환자들도 아니어서 그랬는지 시간이 많이 남아돌아서 <닥터 지바고>도 읽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지금은 도입부를 읽고 있어서 그런지 아직은 재밌는 줄 모르겠다. 내가 소설에 재미를 못 붙인 가장 큰 이유는 번역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성급한 내 성격 때문에 초반에 지쳤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가 좀 들어서 성격도 좀 달라지고, 느긋이 초반을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어서 그런가 재밌어진다. 소설 읽을 나이라는 것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나는 확실히 나이 들어 소설을 더 잘 읽고 있는 것 같다.
그제께는 땡스기빙인데 나는 그날도 일했다. 딸아이가 문자로 그날 일하면 돈 더 주냐고 물어왔는데, 돈 더 준다.ㅎㅎㅎ 1.5배. 하지만 나는 돈 더 받으려고 신청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해야 하는 주말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도 내가 일해야 하는 주말이라 일 한다는. ㅠㅠ
어쨌든 그날 일하는 차지널스 대행인 N이 그날 일하는 사람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우리끼리 땡스기빙데이 potluck을 하자고 해서 (병원에 허락도 받았고) 각자 먹을 것을 가져오라고 했다. 나는 뭘 가지고 갈까? 고민하다가 펌킨 스파이스 라테를 가지고 갔다. 아몬드 밀크를 첨가한 펌킨 스파이스 라테. 은근 중독되는 맛이 있었다. 사진엔 음식이 다 나오지 않았는데 터키도 있었고 햄도 있었고, 다른 음식이 더 있었는데 내가 중간에 찍어서 다 안 나온다. 내가 가져간 것은 저 오렌지 호리병처럼 생긴 커피 두 병. 같은 크기인데 사진으론 사이즈도 달라보이넹.
앞에 보이는 피칸 파이는 그 전날 일할 때 V라는 직원의 생일이라고 누가 사 온 것인데 먹고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다시 가져온 것이다. 음식 정말 많았는데 일부만 보인다는.
땡스기빙데이에 일했던 간호사들. 줄무늬 입은 사람이 난데, 사실 나는 일 시작하면서 받은 환자가 많은 intervention을 요구하는 환자라서 돌봐주고 너무 더워져서 간호사 옷을 벗은 상태였다는.. 처음 저렇게 벗고 일했다. ㅎㅎㅎㅎㅎ;;;; 이름표는 그래서 바지에 달았는데 안 보인다. 그리고 몇 시간 지나서 간호사 옷 다시 입었지만.ㅋㅋ
그리고 이건 땡스기빙 전 날 일했을 때 사진인데 빨간 화살표의 간호사의 생일이라 축하하는 모습. 나는 노란 화살표.ㅋㅋ 그날 다른 핑크색 옷 입은 사람이 있어서 재밌었다. 저 간호사는 나와 같은 시기에 졸업했는데 뒤늦게 일을 찾은 케이스라 지금 오리엔테이션 받고 있다. 그런데 젊은 간호사라 그런지 저 간호사복 회사에서 나오는 옷을 다 갖고 있는 지 없는 색의 옷이 없다는. 그런데 좀 통통해서 그런가 자기가 입고 있는 저 스타일을 선호하는 것 같다. 나는 무조건 가슴에 주머니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고 바지는 역시 무조건 주머니 많은 바지! 늙어서 그런가 주머니에 뭐 넣고 다니는 거 좋아함.ㅋㅋ
이렇게 삼일 연속으로 일하냐고 엔군이 왔는데도 함께 식사도 못하고 땡스기빙 날도 함께 시간을 못 보내고 그랬다.ㅠㅠ 엔군은 멀리 가야 해서 오늘 아침에, 아니 어제 아침에 떠났는데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해서 많이 서운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 올 거니까 위로가 되지만.
그리고 누군가 남긴 저 메시지. 왜 뭐 떄문에 나는 저 메시지가 넘 귀엽다. Hello!,,라닛!!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자기 얼굴 같은 것을 그린 것 같은데,,, 머리숱은 별로 없으시고,, 안경은 안 끼고,,, 누굴까?? 암튼 귀여운 분이라는 생각. 작은 것이지만, 자신의 시간을 내어 저런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착하고 좋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 그렇쥬?ㅋㅋ
벌써 땡스기빙데이도 지나고, 이제 남은 것은 크리스마스!! 2021년, 많은 일이 있었는데,,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붙잡을 수 없는 날들...
그나저나 프야님이 책을 보내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작가에게 직접 책을 받는 기분 엄청 좋으면서 은근 으쓱하게 만든다는. ^^;; 프야님의 책이 오면 그 책부터 읽고 <닥터지바고> 읽어야지... 2021년이 가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까?
Doctor Zhivago - Lara's Theme
André Rieu & 150 dancers - Lara's Theme & Light Cavalry
닥터 지바고 만큼 유명한 Lara's Theme! 이거 피아노 곡도 유명했었는데.. 영화 음악 방송에서 자주 들리던 음악.. 어즈버,,, 사랑이 뭐라고 조강지처를 버리는지 이해 못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오르는 영화. 책을 읽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너무 궁금한 독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