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해든이 학교가 개학을 했다. 예전에는 학교 가기 싫다며 개학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기분이 안 좋았는데 어제는 어쩐 일인지 기분도 엄청 좋았다. 더구나 오늘 아침엔 일찍 일어나서 혼자 준비를 다 하고 머리에는 젤까지 바르고 우리에게 언제 학교에 갈거냐고 그러기까지!! 근데 우리가 너의 개학을 너보다 더 좋아할껄!! ㅎㅎㅎㅎ
엔군은 오늘 사랑니 4개를 다 뽑기로 한 날이라서 남편이랑 치과에 가서 뽑고 왔다. 미국에선 치과의사가 세분화 되어 있다. 한국도 점점 그런 추세가 되는 것 같은데 암튼 사랑니는 일반 치과의사가 뽑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도 Oral and Maxillofacial Surgeon에게 가서 엔군의 사랑니를 뽑았다. 가격은 놀라지 마시라!! $2500!!! ㅠㅠ 한국이라면 그렇게 비싸지 않을텐테 여기는 정말 너무 심하다. ㅠㅠ 엔군은 턱쪽이 퉁퉁 부었는데 친구랑 페타를 하면서 하는 말이 자기 얼굴이 제이 레노(사진 참조)같다고 하면서 웃는다. 나는 아들이 이를 빼고 집에 온 이후로 계속 얼음 찜질을 하라고 지금껏 잔소리를 하고 있다. 그래도 말을 안 들어서 한 시간 정도 내가 옆에 앉아서 찜질을 도와주고 있는데 계속 비협조적!! 더구나 엔군은 알약을 못 먹는다. 의사가 페니실린과 진통제를 처방해 줬는데 다 알약. 그래서 나는 오늘 미니절구(? 근데 나 이거 늘 사고 싶었다는;;)를 사서 아들의 약을 빻아서 먹이고 있다. 페니실린은 처방한 약을 다 먹어야 하는데 4시간마다 먹어야 하니 미니 절구를 안 살 수 없었다는. (사진 참조)
그런데 나는 약을 빻아 주는 게 너무 신이 나는 거다!! ㅎㅎㅎㅎ 약사처럼 약을 조제하는 느낌이 든달까??? ㅎㅎㅎㅎ 그래도 앞으로 아들이 알약을 잘 먹어야 할텐데. (사실 나도 알약을 잘 못 먹는다. 나를 닮아서 그렇겠지. ㅠㅠ)
남편은 큰아들과 치과에 있어서 내가 학교로 해든이를 데리러 갔다. 녀석은 친구들과 즐겁게 얘기하며 걸어나왔다. 첫날이 어땠냐고 하니까 재밌다면서 공부도 쉬웠다고 한다. 프시케님이 조언하신대로 여름동안 칸아카데미를 하게 했는데 그 덕을 보는 것 같다. 고마와요 프시케 님!!❤️ 그래서 매일 열심히 칸아카데미를 하기로 약속했다.
우리는 먼저 스벅에 가서 grilled cheese sandwich 와 vanilla bean frappuccino 를 사먹었다. 해든이가 좋아하는 메뉴인데 개학 축하로 사줬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해든이가 읽을 책을 빌려왔다. 반은 만화책이고 반은 시리즈의 첫 책들. 저 시리즈에 맛을 들이면 녀석은 계속 책 읽는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저녁은 시어머니가 만드신 스페니시 라이스와 치킨 퀘사디아를 먹었다. 엔군은 먹을 수 없어서 나중에 내가 치킨 누들 스프를 만들어 줬다. 저녁을 먹고 해든이는 샘(우리 강아지)하고 산책을 하고 온 뒤 내일이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쓰레기통을 거리로 내놓고 샤워를 하고 일기를 쓰고 내일 입을 옷을 골라서 책상 위에 올려 놓았다!!! 정말 학교 가는 것이 재밌나보다. ㅎㅎㅎㅎ
해든이의 담임 선생님은 우리가 사는 거리에 사신다. 그리고 해든이가 킨더가든에서 친하게 지냈던 해리슨하고 같은 반이 되었다! 그동안 한 번도 안 만났는데 초등학교 마지막 5학년이 되어서 만나다니. 나는 해든이의 오학년은 어쩐지 순조롭게 잘 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든이의 4학년의 시작은 엄청 험난했던 것이 생각나서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금요일에 딸이 오는데 이번에는 꼬리를 달고 온다. 남자친구. 작년 러시아에 갔을 때 만난 친구인데 이 아이는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다. 어쨌든 우리집에 금요일에 와서 다음주 수요일에 떠난다. 지낼 곳을 다른 곳에 마련하겠다고 하는데도 우리랑 같이 지내고 싶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대청소를 하고 있다. ㄴㅃㄴ 벌써부터 고생시켜. ㅠㅠ 그 아이가 오면 해든이 방에서 지내기로 했다. 엔군의 방에서는 딸아이와 해든이가 자고 엔군은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엔군의 이가 빨리 나아야 할텐데.
대청소를 하고 있는데 시어머니가 오셔서 앞으로 우리 집에 청소하는 부부가 일주일에 한번씩 오기로 했다고 하신다. 그동안 내가 하던 청소는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실과 복도 정도였다. 그런데 앞으로 내가 학교를 다니면 그것 마저 못할테니까 청소하는 부부가 정기적으로 오기로 했다고 하시는데 좀 감동했다. 시아버지가 그렇게 하겠다고 하셨단다.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인가! 응? ㅎㅎㅎㅎ
좀 전에 모처럼 오공주와 짧은 카톡을 했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고 좋은 사람들과 여전히 연결이 되어 있어서 행복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