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뵈러 오클랜드 다녀왔다. 2014년말에서 2015년초까지 다녀온 뒤 3년2개월인가 3년3개월만에 다시 밟는 뉴질랜드.
4월18일 화요일 아침 비행기로 인천을 떠나 홍콩 가고 홍콩에서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까지 가고 브리즈번에서 오클랜드에 19일 수요일 낮에 닿는 일정이었다. 많이 갈아타고 공항에서 20시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대신 싼값에 갈 수 있어 나름 만족.
가는 길에 꾸린 책은
1~6. 최인호 <가족> 2~7권
7~9. 현경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1,2>, <현경과 앨리스의 신나는 연애>
10. 박완서 <잃어버린 여행가방>
11. 키티 퍼거슨 <스티븐 호킹>
12. 최효찬 <세계 명문가의 독서교육>
13. 한비야 <1그램의 용기>
14. 혜민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5. 안민희 엮음 <소로우가 되는 시간>
거의 다 어머니가 부탁하신 책이라 내 취향이랑은 좀 거리가 있다.
18일 아침비행기라 늦을까 봐 미리 17일 월요일 밤에 인천공항으로 가서 책과 함께 밤 샜다. 18일 아침 인천공항에서 작은 소동이 있었는데 탑승수속하던 아시아나항공 직원이 내가 호주 들린다는 걸 알고는 호주는 환승하느라 공항에만 잠시 머무르는 데도 방문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였다. 아시아나직원이 호주정부 비자담당 웹싸이트 주소를 알려줬는데 내가 인터넷 연결이 없어 한참 헤맨 끝에야 공항의 Coffee&Work라는 커피랑 빵 파는 데서 간신히 접속했다. 어렵게어렵게 비자서류 만들었는데 호주달러 16인지 20인지를 내야 한단다. 문제는 내가 크레디트카드가 없다는 것. 옆에서 커피 마시는 여행객 한 사람에게 사정 설명하고 간신히 그 분 카드로 돈 내고 그 분께는 우리돈 2만원 드렸다. 그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 부랴부랴 달려서 어렵게 시간 맞춰 비행기 탔다.
19일 아침 브리즈번에 가니 놀라운 소식이 기다렸는데 바로 환승하는 사람은 방문기자 없어도 된다는 거. 아시아나직원의 실수 땜에 생난리친 셈.
부모님 댁에 가 보니 그 새 전자렌지,tv,스피커,컴퓨터는 새 것으로 바뀌었고 없던 블루레이 디쓰크 플레이어랑 홈엔터테인먼트 씨쓰템 제어기가 생겼다. 문제는 동생이 조작법을 알려드려도 자꾸 잊으셔서 제대로 쓰시질 못하고 계셨다. 게다가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한국dvd를 읽지 못한다. 옛날 쓰던 dvd플레이어는 어느 나라 dvd나 다 읽는 똘똘이였는데.
첨으로 조카를 봤다. 지난해 10월 태어나서 오늘 기준으로 7개월 조금 못 된 사내앤데 동생과 제수씨 말로는 밤에 잘 자고 다루기 쉬운 아이라고. 동생네 고양이 둘과 개 둘도 이젠 나이가 많아 노년 초입에 들어섰다.
아버지는 여전하셨다. 박근혜는 청렴결백하고 사심없는 사람인데 빨갱이들의 흉계로 감옥에 갖힌 거고 멍청한 문재인이 임종석을 비롯한 빨갱이들 손에 놀아나서 김정은이랑 회담도 갖는다고. 교활한 빨갱이들이 손 내미는 척 하다가 뒷통수 칠 거고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총살된 사람이 문재인인데 그 모질이가 그것도 모르고 놀아나고 있다는 거였다. 이미 아버지랑 정치 얘기로 싸울 만큼 싸웠기에 지겨워서 그냥 맞장구쳐 드리고 끝냈다.
동생과 아버지는 2013년인지 2014년에 크게 싸우고 나서 만나지 않는다. 어머니는 내가 중재자가 돼서 화해를 주선하셨으면 하는 눈치지만 아무리 봐도 둘은 이제 남남이고 남남으로 사는 게 내가 보기에도 좋을 듯하다. 결국 오기 전날 어머니에게 크게 꾸중들었다. 아버지랑 동생이 사이가 나쁘면 너가 화해를 주선해야지 어쩜 그리 싸늘하고 무관심할 수 있냐는 거였는데 그냥 잠자코 들었다. 내가 보기엔 어머니는 쓸데없이 맘고생하고 계시다. 아버지도 동생도 서로 안 보고 사는 게 행복하다는데 정작 당사자 둘은 바라지도 않는 억지화해를 주선하려고 홀로 힘빼신다. 세상엔 그냥 안 보고 사는 게 더 나은 가족도 있고 우리가족도 그런 가족들 가운데 하나라는 걸 받아들이시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뉴질랜드 날씨도 그렇고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씁쓸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