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라파엘 로젠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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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해 불만이 가득했지만 좀더 삶의 내공이 쌓이다보니 수학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수학의 재미나 유용성을 좀처럼 느끼지 못하며 공부를 했기에 지금도 수학이라고 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질 만큼 트라우마가 가득하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면 수학을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사실 읽기 전에 그러기를 기대했다. 기대가 너무 컸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여전히 수학은 쉽지 않은 주제로 다가온다. 또한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차원을 떠나 실생활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1번 항목에 '엉킨 줄에도 수학이 숨어있다'라는 제목으로 매듭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래서 어쩌란 거인지. 사실 가방에서 이어폰이 꼬여있어서 푸느라 짜증났던 경험이 많긴 한데 그래서 그 사실이 수학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다. 9번 항목에서 지하철 노선도로 위상수학을 설명하는 부분도 설명의 한계가 느껴진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니 어떤 사례와 수학적 주제에 대해 연관을 짓기보다 그저 흥미로운 사례가 이런 이론과 관련될 수 있구나 정도로 읽고 넘어가게 된다. 물론 나 자신이 수학적 지식이 적다보니 드러나는 한계라고 생각한다.

 

다만 책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흥미있는 사례가 소개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당장 수학적 주제와 연관짓기 힘들더라도 이미 알파고와 이세돌의 게임 시즌에 언론에 많이 소개되었듯 바둑의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다든가, 최근까지도 많은 논란을 가져오는 4색정리에 대한 내용이라든가, 이미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로 흥미있게 보았던 내시 균형에 대한 소개 등은 깊이있는 내용까지는 잘 모르더라도 수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얼마전 버스를 한대 놓치는 바람에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뻔했던 일이 있었는데 33번 항목의 '버스는 왜 몰려다닐까'라는 내용을 보면 정체이유에 대해서 이미 짐작하고 있는 바를 카오스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친구관계의 역설을 소개하는 71번 항목에서는 우리나라 사람으로 예측되는 두 학자의 이름(엄영호, 조항현)이 소개되어 내용에 상관없이 흥미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역시나 수학은 어렵게만 느껴지지만 우리가 흔히 어려운 공식으로 머리속에 자리잡았던 다양한 이론들이 현실적 사례와 함께 소개되고 있어 어느 정도 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 지식이 적은 나 같은 사람에게도 모든 내용이 그렇지는 않지만 몇몇 이론과 사례들은 흥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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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공존 - 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김정은 옮김 / 반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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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과 함께 공존해온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인간과 함께 살면서 전쟁과 사냥의 도구로, 일(농사)의 도구로, 이동의 도구로 살다가 마지막에는 먹이를 제공하는 동물들이 우리와 공존하고 있었다. 평소에 개와 같은 애완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크게 끌리는 책은 아니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애완동물을 수준을 넘어 이들 동물 없이는 생존하기 힘들 정도로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공존하며 의존해 왔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동물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개를 비롯하여 염소, 양, 돼지, 소, 당나귀, 말, 낙타 등 여덟가지다. 머리말을 차근차근 읽다보면 각 동물들이 인간에게 어떤 편의를 주었으며 어떻게 공존해 왔는지를 대략 이해할 수 있다.


자급자족 농민에게 일하는 동물은 사회적 도구인 동시에 오해할 일 없는 친구이자 동료였다. 동물은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산 자와 존경받는 조상을 이어주는 중요한 고리였으며, 사람들 사이의 상호 연결과 끈끈한 유대를 상징했다.  - p.10


그러나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가축 사육장과 실험실까지 확장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오늘날에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동물의 권리를 더 넓은 시각에서 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 p.15


각 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해온 특별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웠다.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지역을 연결하는 이동수단의 연결을 담당했던 당나귀는 세계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길들여진 말들이 마차나 전차로 활용되면서 대규모 군사작전에 동원된 사례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나 몽골제국은 말에 크게 의존하여 대제국을 이루었다.


현재 대부분의 동물은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먹힌다. 그리고 한때 동등한 동반자의 위치에서 지구 역사를 변화시켰던 여덟 종류의 동물은 그들의 요구가 아닌 우리의 요구대로 다뤄지고 있다.  - p.374


후반부로 갈수록 동물들을 길들이고 가축화하는 내용과 함께 과학실험 및 노동에 과도하게 사용된 사례를 보다보면 동물과 인간의 관계는 '공존'이라기 보다 '지배와 피지배'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된다. 책에 소개된 여덟 가지 동물 이외에도 후반부에는 닭, 토끼, 고양이 등의 사례들도 간략히 소개하면서 지배와 피지배와 관계를 넘어 동물학대의 수준까지 활용된 사실을 소개한다. 인간의 주어진 환경 속에서 동물과 공존하는 능력이 필요해 보이는 순간이다.


요즘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언급되면서 '애완동물'의 수준을 넘어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등 평생 함께 할 동반자로 여기는'반려동물'의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난 솔직히 이런 부분에 대해서 관심은 없다. 오히려 반대로 동물은 동물과 같이 커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동물학대나 과학실험에의 과도한 활용은 반대한다. 공장식 사육시스템에 대해서도 그리 찬성하기 힘들다. 그것이 비단 인간의 행복과 생존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에게 그런 권리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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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벌 - 기획에서 병탄, 패전까지 1854~1945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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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포함하여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야욕의 근간이 되는 정한론과 관련된 19명의 일본인에 관해 설명한 책이다. 막부가 통치권을 천황에게 반환한 대정봉환을 거쳐 122대 메이지 천황이 주도한 메이지 유신이 시작되면서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되며 정한론의 근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고 다소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정한론자였다는 것이 다소 놀랍다. 그 이외에도 다뤄지고 있는 인물들 중에는 사이고 다카모리, 이토 히로부미,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이 개인적으로 들어본 인물들이었으며 명성황후 살해사건의 배후로 많이 알려진 이노우에 가오루 역시 이 책에서 다뤄지고 있는 인물 중의 하나다.



그동안 일본의 근현대사 관련 책을 가끔 보긴 했지만 국내 정세와 관련지어서, 특히 정한론에 대해 일본 학자들을 거론하며 설명한 책은 처음 읽어 보았다. 특이한 점은 책에서 거론되고 있는 19명의 일본인 중에 마지막으로 언급되는 4명은 '그들과 다른 일본인들'이라는 주제로 정한론을 반대하며 일본의 동아시아 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았던 인물들이 다뤄지고 있다. 오히려 일본인이면서도 조선인처럼 살았던 인물이라 하니 국내에서 친일파로 활동했던 많은 사람들조차 본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니었는가 생각해 보게 된다.


메이지 유신을 이끌었던 메이지 천황을 중심으로 당시 활약했던 일본인들이 있었기에 일본의 근대화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조선말기 우리나라 정치현실에 이런 인물들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일본은 그 이후 군국주의, 제국주의 국가가 되어 전쟁의 주도자가 되는 잘못된 길을 걷긴 했지만 근대화가 시작되는 과정은 정말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얼마전에 읽은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와 함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 좀더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접하게 되어 무척 도움이 되었다. 추가적으로 어떤 책들을 더 읽어야 될까 찾아보는 과정 자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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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가 인간을 보면? - 다큐PD 이채훈의 빅 히스토리 인문산책
이채훈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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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음식'이라 불리는 치맥은 이번 여름에서 많이 팔렸고 또 많이 먹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한해 7억 마리가 넘는 닭을 먹는다고 하니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치킨 사랑을 대단하다. 이 책의 저자는 닭을 이야기하며 치맥에 머무르지 않고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된 닭을 넘어 종차별주의로 나아간다.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동물의 이익을 무시하는 행위를 비판한다. 동물의 권리라기보다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살아간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이부분에 대해 소극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공장식 밀집사육을 지양하고 복지축산을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물론 다소 가격이 오르겠지만 오히려 더 인간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


30년간 MBC의 다큐멘터리 PD로 일했던 저자는 흔해빠진 인문학 도서들과는 차별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인간은 그저 지구 또는 우주에서 살고 있는 아주 작은 생명체 중의 하나일 뿐이며 좀더 겸손하게 사회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PD로 일하면서 다방면의 지식을 정리해 놓은 내용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저자가 책을 통해 다루는 주제는 상당히 다양하다. 역사, 과학과 우주, 경제, 문화, 지리 등 인문사회과학의 전분야를 아우른다. 그중의 중심은 역시 '사람'이다. 우리 시대에 가장 부족한 것은 우리 자신, 즉 사람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인지 책은 좀더 인간다운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으로 책은 마무리된다. 동서양의 유명한 철학자들을 언급하면서 정리하는 인간다움의 논리는 그야말로 동서양의 역사와 철학의 여러가지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동기가 된다. 또한 지식으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전체적인 내용이 그동안의 인문학 서적들의 일관된 흐름과는 차별된, 새롭고 다양한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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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 - 120년 만에 밝혀지는 일본 군부 개입의 진상
이종각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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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사에서 명성황후 시해사건은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약했던 우리의 국력으로 인한 비참한 시절을 대표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조선은 명성황후를 중심으로 일본의 힘을 러시아로 막고자 하는 세력을 모아갔으나 일본의 방해로 결국 명성황후는 시해당하고 고종황제의 폐위로까지 이어지게 되며 결국 일본은 조선을 강제 병합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슬픈 역사의 주인공이기에 명성황후는 그동안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현재까지 계속 공연이 이어지고 있으며 몇해전에는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동자였던 일본은 한마디 사과는 커녕 진상조사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며, 시해사건에 가담했던 친일파의 후손들 역시 자기 선조들의 과오에 대해 뉘우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저자는 대체로 알려진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인공을 일본 낭인이 아닌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고 믿고 그동안 조사했던 결과들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실 저자는 2009년에 ≪자객 고영근의 명성황후 복수기≫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 명성황후의 죽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저자는 2000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다가 퇴직 후 한일관계사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저자가 밝히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주모자는 제목에서와 같이 미야모토 중위라고 주장한다. 그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각종 한일 사료들을 제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서문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검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올해 2015년은 을미사변, 즉 명성황후가 시해된 지 120년이 된 해이다. 그러니까 1895년(을미년) 10월 8일에 시해당한 명성황후는 일본 군부의 군사작전이었고 그 역할의 중심 인물들을 밝히고 있는데 진정한 한일관계가 정상화되려면 과거의 역사에 대한 명확한 상호이해와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우치다 보고서와 한국와비살해사건 군법회의 판결서 및 우치다 사신도 본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비참한 역사의 주인공 명성황후의 정치적 입장과 역사적 상황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한 감이 있지만 한 나라의 왕비를 다른 곳도 아닌 왕궁에서 죽이고 불태워진 을미사변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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