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약진의 시대를 지향하며 - 일본 코뮤니스트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시이 가즈오 지음, 홍상현 옮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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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공산당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본은 처음 방문했었던 1992년 여름 교토의 어느 길을 걷다가 공산당이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받아보고 처음 알게 되었으니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 내 나이 또래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공산당이라고 하면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머리 깊숙한 곳에 어렴풋이 남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을 통해 일본공산당의 정책을 알게 되었고 시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저자인 시이 가즈오는 일본공산당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당대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은 저자가 직접 집필했다기보다 2010년 이후 언론상의 인터뷰나 연설문을 엮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과 동북아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가지 현실적이고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과 공산당의 공식적 당론을 기초로 하여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든가, 원전 사고, 영토 분쟁 등의 이슈는 일본인으로서도 대단히 민간한 주제였을텐데 동북아 더 나아가서 세계 시민으로서의 객관적 시각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먼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아베 정권이 고노담화를 재검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을 반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993년 8월 4일에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밝힌 담화를 흔히 '고노담화'라고 한다. 고노담화에 여러가지 내용들이 담겨 있지만 결국 요점은 위안부는 일본군에 의해서 강제로 모집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초 일본의 많은 정치인들이 위안부를 강제연행했다는 증거는 없으며, 한국의 위안부를 대상으로 한 청취조사 내용도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저자는 고노담화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발표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고노담화를 재해석하자는 주장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역사를 고쳐 쓸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주볼 수는 있습니다. 역사의 진실에 정면으로 마주하여 성실하고 진지하게 잘못을 시인하며 미래의 교훈으로 삼는 태도를 취할 때 일본은 비로소 아시아와 세계로부터 신뢰와 존경 받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p.51


두번째 장에서는 2011년 1월 1일에 있었던 일본 외교를 주제로 한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인데 특히 영토 분쟁에 관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일본은 현재 센카쿠 열도, 독도, 치시마 열도 등으로 중국, 한국, 러시아와 영토 분쟁 중이다. 저자가 바라보는 영토분쟁의 입장은 한마디로 태평양 전쟁 시절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없다보니 침략으로 빼앗은 영토와 정당하게 영유한 영토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p.158)는 것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적 도리에 근거한 영토교섭을 단 한 번도 진행했던 적이 없다(p.93)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먼저 센카쿠 열도는 청일전쟁을 틈타 몰래 훔친 것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실제로 청일전쟁 후 시모노세키 조약을 통해 할양받은 것은 타이완과 펑후 제도이며 이는 침략전쟁으로 인한 강탈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반환해야 했지만 센카쿠 열도는 시모노세키 조약과 관련된 어떤 교섭 기록을 보아도 나오지 않는다(p.90)고 말한다. 따라서 일본의 영토가 맞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분쟁 중인 치시마 열도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독도의 경우는 좀 색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먼저 독도에 대해서는 1905년 1월에 일본은 독도를 영토에 편입시켰고, 일본공산당은 1977년 일본의 영유에 역사적 근거가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하지만 1905년 1월은 한국으로부터 사실상 외교권을 빼앗은 후였으므로 한국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두면서 독도 문제는 냉정한 공동의 역사연구를 통해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짜피 역사적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영토가 맞는 것이 확실하므로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우리나라에게 상당히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판단된다. 특히 이와 관련지어서 1910년의 한일합방과 관련되어서 일본은 '합법적이며 유효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저자와 일본공산당은 군사적 압력에 의해 강제된 불법·부당한 것(p.92)이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1965년에 있었던 한일조약을 통한 국교정상화 작업에 있어서도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한국 병합의 부당성(p.154)을 재차 주장하고 있다.


세번째 장에서는 원전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원전에 대해서는 진보적 정치가답게 완전 폐기를 주장한다. 일본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전력이 원전을 통해 생산해 낼 수 있는 발전량의 40배에 달한다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점진적으로 자연 에너지를 보급하여 원전을 대체해 나가야 한다(pp.115~116)고 주장한다. 네번째 장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간지 구독률이 월등히 높은 일본에서 신문사가 소유한 상당한 자본으로 TV방송국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상을 비판한다. (일본의 일간지 발행부수는 5100만부로 OECD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햇으며 일간지 구독률도 92%로 캐나다 73%, 미국 45%, 한국 37%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신문과 방송이 서로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하지만 서로 지분을 공유하며 '크로스 오너십'을 구현한 것은 큰 잘못이라는 비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해전 종편사업자 선정의 과정에서 논란이 있기는 했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신문과 방송이라는 산업이 어짜피 기술적으로 컨버전스될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의견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었다.


다섯번째 장은 '정당의 가치는 무엇으로 가늠되는가'라는 제목으로 한 연설문으로 구성되었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나라의 정당 정치인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내용이 많다고 생각된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정당의 가치 척도는 다음과 같다.


제1의 척도 : 어떤 기치, 강령을 가지고 있는가

제2의 척도 :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가

제3의 척도 : 외교력을 가지고 있는가

제4의 척도 :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

제5의 척도 : 풀뿌리로 국민과 결합하여 그 힘으로 정치를 움직인다.


이 부분에서 두번째 척도와 네번째 척도를 인상적으로 읽게 되었다. 두번째 척도를 설명하면서 올해(인터뷰 당시 2010년)로 창당 88년을 맞이하면서 한번도 당명을 개정하지 않고 활동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특히 일본 군국주의에 의한 침략전쟁이나 식민지 지배에 목숨을 걸고 반대했던 유일한 정당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 연설문이 작성된 2010년은 한국 병합 100주년이 되는 해였는데 이 부분에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주장은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고 생각되었다. 


한국 병합은 일본군에 의한 반복적 침략, 황후 살해, 황제·정부 요인에 대한 협박, 민중의 저항에 대한 군사적 압살 등으로 실현된 것이며, 한국 병합조약은 일본이 한국에 대해 군사적 강압을 통해 일방적으로 강요했던 불법·부당한 조약입니다.  - p.154


또한 네번째 척도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산당의 입장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사회주의=독재'라는 공론이 널리 펴져있는 것이 현실임을 인정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 발전 정도에 따라 인류의 진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강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절대로 사회주의는 독재가 아니며 오히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독재의 길로 나아가려는 그 어떤 움직임도 용납하지 않겠다(p.169)고 단언한다. 이어서 여섯번째 장에서 등장하는 2012년 신춘 인터뷰 기사에서도 공산당의 혁명은 사회주의 혁명이 아닌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최대의 핵심은 일본이 직면해 있는 혁명이 사회주의혁명이 아닌, 독립·민주·평화의 일본을 만드는 민주주의혁명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라 하겠습니다.  - p.187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2011녀에 있었던 조선왕조의궤 반환을 통해 한일관계가 진전되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저자는 드라마 '이산'을 팬으로서 즐겨 보았다고 하면서 드라마에서 나오는 도화서가 의궤를 만든 곳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것이 흥미롭다.


저자는 마지막 맺는 말을 통해 '우향우'를 거듭하고 있는 아베정권을 다시 한번 비판함과 동시에 동북아시아의 평화협력을 위한 구상을 짧은 글로나마 피력한다.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ASEAN이 실천하고 있는 평화를 위한 지역 공동의 대처를 동북아에서도 구축하자(p.229)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현 일본 정권으로 벌이고 있는 헌법 9조의 개정 움직임, 고노 담화의 재검토 주장,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통해 일본 군국주의가 벌인 과거의 침략전쟁을 긍정하고 미화하는 입장이 계속된다면 저자가 말하는 동북아 평화공동체 구상은 허상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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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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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백성실록≫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후속작이 나와 재밌게 읽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일반 백성들의 이야기가 다수 다루어지며 그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해야만 했던 '직업'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물론 직업을 가지고 있던 양반들도 있었지만 이 책에서 다루지는 직업들은 일반 백성들이 가졌던 직업들이 대부분이다.



조선시대에도 사우나가 있었을까.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지고 이른 아침 출근하면 사우나 생각이 간절해지게 되는데 그 사우나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니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조선시대 때 사우나는 주로 몸이 안좋은 사람이 치료를 목적으로 이용하였다는데 그곳을 관리하던 사람은 대부분 중이라고 한다. 또한 치료를 못해 죽은 사람의 시체를 묻는 직업도 매골승이라는 이름의 중이 수행했다고 한다.


전부 스물 한개의 직업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는 몇해 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던 '다모', '추노객' 등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을 통해 궁궐의 조리사들은 여자들로 구성되었을 것이라고 착각하게 되는데, 조선시대 때 숙수라고 불렸던 궁중 조리사들은 대부분 남자였고 그나마도 전부 '노비'였다고 한다. 노비로 천대받던 숙수들에게 조선 왕조의 멸망은 오히려 기회가 되어 궁중요리라는 새로운 장르의 음식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많은 직업들이 지금 보았을 때 이런 직업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고 별난 직업들이 많다. 장례식에서 대신 울어주는 곡비라는 직업도 특이하다. 지금도 결혼식 때 하례객으로 대신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니 장례식도 있을 법 한데 대신 곡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특히 곡비의 가장 큰 고용주는 왕실이었다고 한다. 왕실에서는 장례식뿐만 아니라 왕릉을 옮길 때에도 곡비를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계층과 서열문화에 길들여져 있는 듯 서로 상위 1%가 가는 대학, 상위 1%가 다니는 회사에 가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뤄진 직업들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상위 1%의 직업들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그들은 분명히 조선 백성의 일원이었고 조선이라는 사회의 구성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책에서 각 직업들을 소개하는 말미에 서울 근교에 다녀볼 만한 박물관이나 사적지를 소개하고 있는 점은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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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 행복을 결정짓는 작은 차이
조르디 쿠아드박 지음, 박효은 옮김 / 북로드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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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을텐데 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왜 모호한가.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냥 행복하다고 자위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는 행복하다고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이 있을까.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지부터 논의하고 있다. 행복의 정의에 대해서 고대 사상가들과 철학자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먼저 바로 '주관적 안녕감'과 '심리적 안녕감'이 그것이다. 주관적 안녕감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부정적 감정은 피하고 긍정적 감정을 유지하며 전체적인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심리적 안녕감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긍정적 대인관계를 형성하면서 온전한 자아실현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대부분의 학자들은 주관적 안녕감에 동조하는 추세인데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실험은 '체감되는' 행복에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행복이란 긍정적인 잣대나 프레임이 있다기보다 주관적으로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설명이다. 행복의 솔루션으로 '몰입'을 제시한다. 몰입은 그 자체로 즐거움, 자아실현, 성취감과 같은 긍정적 감정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우리의 삶을 의미있고 풍요롭게 만들고 긍정적 기분을 느끼게 되어 행복감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행복은 전염될까. 이 대목을 읽기 전부터 나는 예상할 수 있었다. 분명히 행복은 전염된다. 반대로 불행도 전염된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긍정적인 행동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로 이어진다. 결국 행복하다고 믿는 생각은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염시킨다. 저자는 나의 행복의 사회전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먼저 행복해지면 나의 배우자, 가족, 친구, 지역사회, 나아가 사회 전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 p.47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가 될까. 책에서는 로널드 잉글하트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시행한 행복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47위라고 제시한다. 좀 예전 자료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순위가 크게 변화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47위라는 순위는 중국이나 일본보다 낮은 순위이며 나이지리아,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베트남, 필리핀보다도 낮다. 이 결과에서 1위는 푸에르토리코가 차지했다.


결국 행복의 조건은 상대적이며 어떤 분야에 몰입이 되어 있을 때 행복한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어떤 목표에 몰입해야 하는 것일까. 로체스터 대학의 크리스토퍼 니에미에츠의 2009년도 연구 결과(p.185)에 따르면 개인적 발전, 타인과의 관계, 사회 참여, 신체건강을 주요 목표(본질적 목표)로 설정한 참가자들은 대단한 만족감을 드려냈고 이와는 반대로 비본질적인 목표(타인의 존경, 재물, 매력적인 신체 등)를 설정한 실험 참가자들은 목표에 도달했음에도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았다. 이 연구와 함께 이와 유사한 다른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할 때 상당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 목표가 그 자체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지 외부적 동기로 채워진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행복의 조건으로 '돈'을 이야기한다. 일단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도 '돈이 행복하게 해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론은 돈이 행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돈의 많고 적음이 행복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장 돈이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소소한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돈은 우리 삶에 많은 이득을 가져다주지만 이득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저자는 그 부작용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돈이 가져다주는 이득은 비교적 쉽게 예상하면서도 그것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략) 돈은 한 손으로는 이득을 주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앗아가면서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 p.115


책의 결론은 다시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간다. 우리 주변의 소박한 것들을 즐기며 그 기쁨을 이웃들과 나누라는 것이다. 너무 싱거운 결론일지는 모르겠지만 저자가 조사한 여러 연구결과들이 이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있었지만 이 책의 차별점은 바로 저자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지 않고 행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연구를 해서 도출된 결과들을 기초로 했다는 점이다. 물론 행복이라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소재를 사회과학기법을 주로 사용한 연구 결과들에 근거했다는 점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매일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보여도 사실 우리가 가진 것은 너무나도 많다. 기본으로 돌아가면 행복의 조건을 깨달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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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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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를 고르라면 바로 '공동체'라고 할 것이다. 요즘 사회에서 공동체를 찾기란 정말 어렵다. 아파트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과 인사는 제대로 하며 지내는가를 생각하면 바로 답이 나올 것이다. 나만 해도 2006년 결혼과 함께
 신혼집으로 이사하면서 떡을 맞춰서 옆집 사람들에게 돌린 뒤로는 한동안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후로 옆집 사람들이 모두 이사간 뒤에는 아무도 인사를 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한 현실이다.



저자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누가 만들어주는 공동체를 찾기만 할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만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독서모임, 스터디 서클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에서 삶을 나누는 사회적 유대야 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공동체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출발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하여 타인과의 대화를 피할 수 없는 장소를 만들라는 조언(p.74)은 인상적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사옥을 기획할 때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회사 건물 중앙에 커다란 홀을 만들고 모든 시설이 홀과 연결되어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지역사회나 국가차원에서도 이러한 노력들은 필요해 보인다. 광장, 공원, 노천카페 등 낯선 사람과 대화하여 그들은 배려하는 것은 공공선에 주목하는 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근원이 된다(p.76).


저자가 이러한 공동체 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경쟁의식 때문이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방법이라고 가르치고 또 배우는 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은 모든 상황에서 경쟁을 의식한다. 경쟁이 기반이 된 사회에서 상대방은 그저 나의 경쟁상대일 뿐이다. 하지만 경쟁이 아닌 협력이 기반이 된 사회에서 상대방은 동역자이가 동지가 된다. 나의 꿈과 비전을 나누고 함께 이루어갈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의 표지에 적힌 부제목도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라고 되어 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지만 실천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씩 실천하다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사회모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미친사람' 취급을 당할 것이다. 또는 잘난체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거나 무시당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닫혀진 사회이며 자기 이익의 유무에 따라 사람과의 네트워크 방식이 달라지는 현실을 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10여 년 전 일본을 여행하면서 그들의 질서의식과 배려정신에 놀란 적이 있다. 여러가지 경험들이 있었지만 몇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먼저 회전문에서 경험한 사례이다. 회전문을 이용할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배려정신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내가 갈만큼 보다 훨씬 더 회전문이 많이 움직이도록 세게 밀어서 뒷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일본에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회전문을 통과할 때마다 힘차게 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느낀 것은 나혼자 밀고 있는 것처럼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었고 언젠가 회전문을 밀면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밀지도 않는 것이었다.


일반문도 마찬가지이다. 문을 열고 나서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잠시 잡아주는 것이 예의이고, 일본에서는 열이면 열 모든 사람이 그런 배려의 행동을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시도해 보았다. 그런데 만약 앞사람이 문을 잡아주는 상황이라면 같이 힘들여 잡는 척이라도 하면서 고맙다는 목례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 거의 대부분은 나가면서 문을 잡아주면 뒤에 따라오는 사람은 그 문틈 사이로 얌체같이 더 빠른 걸음으로 냉큼 통과해 버린다. 순간 앞에서 문 잡아주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것이다. 나는 몇번에 걸쳐 바보가 된 이후에 다시 하던 대로 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뒤에 사람이 다치던 말던 내가 나갈 수 있는 만큼만 열고 세게 닫아버린다. 우리나라에서 길에 걸어가거나 차창을 열어놓고 운전을 하면서 담배를 파우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이 담배연기를 마시건 담배재를 뒤집어쓰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책의 저자는 대체로 미국을 비판하고 있는 있다. 하지만 몇명 되지는 않지만 내가 경험한 미국의 중상류층 사람들은 최소한 이렇게 남에게 배려하는 정신은 몸에 배여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배려정신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정말 멀고도 먼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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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 인문고전 읽기의 첫걸음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지영 옮김 / 북로드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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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인문고전 48권의 핵심을 요약하여 정리한 책이다. 평생 이 48권의 책만 읽어도 진정한 인문학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려운 책을 읽게 되면 누가 좀 이해하기 쉽게 요약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하게 된 이유도 이와 같다. 저자는 대학원 시절 헤겔의 <법척학>에 도전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몇해동안 연구를 거듭만 결과 요약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의 갖추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요약이 가능한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를 해준 자료들이 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인문학 고전들은 거의 대부분 도전하겠다고 마음먹기 조차 힘든 수준의 것들이다. 예를 들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입문>은 청소년용으로 사두고도 아직 읽지 못했다. 또한 대부분이 제목은 한두번씩 들어본 책들이지만 제목도 처음들어보는 생소한 책들도 몇권 되며 저자의 이름조차 생소한 책도 손을 꼽는다.


인문고전을 쉽게 접하게 할 좋은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너무 짧게 요약을 하는 바람에 문장의 압축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지 요약된 문장 자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자주 발견된다. 특히 원문 자체가 상당히 난해하다고 알려진 몇몇권의 책들은 도전의 의욕이 상실될 정도로 요약 자체가 상당히 난해하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저자가 안내하는대로 차근차근 따라가보면 제목만 겨우 알고 있던 많은 책들의 간단한 줄거리와 주장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다. 스피노자라고 하면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범신론을 주장했으며 당대에 유대교에서 파문당하고 기독교로부터도 비난받았으며 책에서 요약정리한 <에티카>의 경우 스피노자가 죽은 뒤 익명으로 은밀히 간행되었다는 정보는 나에게 신선했다.


또한 48권의 책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또다른 저작과 저자의 일생을 통한 주장을 곁들이면서 이해도를 높이도록 한다. 예를 들어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요약하는 과정을 통해 자유를 설명하면서 <소유냐 존재냐>와 <사랑의 기술>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은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좀더 확장해서 이해시킨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학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교양지식을 쌓는 과정이라면 효율성을 따져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적은 시간에 많은 산출물, 즉 많은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책이 좀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난해한 요약말고 정말 쉬운 문장으로 요약한 책들 말이다. 다만 걱정스러운 부분은 이런 요약본 몇권 읽고 인문고전 전문가랍시고 나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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