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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화제의 책

우선 이 책으로 시작할까요? 인터넷 서점은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 무려 1997년에 발간된 <웬디 베켓 수녀의 명화 이야기>입니다. 나름 오래된 책이지요. 저때 질풍노도의 고교생이었던 저는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_-;; 한마디로 말하자면 (좀 진부하지만) 상당히 탁월한 서양 미술사 입문서입니다. 난이도와 흥미 사이에서 상당히 탁월한 균형감각을 보여줍니다. 늘 그렇듯 웬디 수녀님은 믿으셔도 좋습니다.

그래도 굳이 특장점을 조금만 꼽아 보자면, 

1. 미술의 사회/역사적 위치를 놓치지 않는 훌륭한 텍스트

<무서운 그림>에 드가 이야기가 언급된 바 있습니다. 발레리나들에 대한 계급적 착취의 공포를 얘기하는 다소 특이한 꼭지였지요. 하지만 원래 드가를 언급할 때는 리의 신윤복급으로 당대의 데카당스한 시대상을 잡아내는 능력을 빼놓아서는 안됩니다. 많은 미술사 책들은 시각적 화풍의 특색을 설명하는 데 급급해서 이런 부분을 상당수 놓치고 있습니다. 미술사조가 역사나 사회의 흐름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기본적인 인식을 간과할 경우, 그야말로 미술은 고급 유희 수준에서 머물게 됩니다. 입문서의 단순한 맹점이라기에는 너무 위험한, 그러나 너무 널리 퍼져 있는 고정관념이죠.

그러나 이 책은 드가의 이러한 사회적 관찰력을 놓치지 않습니다.

드가의 대표작 <폴리베르제르의 바>를 볼까요. 웬디 수녀는 화면 왼쪽 상단 구석에 삐져나온 '여자 다리'를 지적하며 파리의 사창가를 언급하고, 미녀와 함께 늘 등장하는 '배경 속의 관찰자'를 확인하면서 비현실적인 원근감과 관객들의 자각(저 관찰자의 자리가 그림을 보는 관람객의 자리다)에 대해 얘기합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인상주의 화가이면서 동시에 지독히 도시를 사랑했던 한 낭만주의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시절의 호기롭던 파리도 함께요. 저는 이런 '뉘앙스'야말로 드가를 말하기에 더없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참 좋은 건, 이 모든 설명이 원본과 함께 등장하는 확대 그림을 통해 친절히 부분별로 설명이 된다는 거죠)

물론 이 책은 내내 이렇습니다.

2.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인쇄

비록 10여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 와서는 다소 촌스러운 명조체가 신선(?)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컬러가 좋으니까요. 이 책의 컬러 인쇄는 현재 출간되는 책들에 비추어도 상당한 수준이며 (겨우 10년이 지난 지금) 세월의 흐름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4도 인쇄의 최대 난관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 묘사에 있어서 완성도가 높습니다.

종이가 잉크를 받아내지 못해 번들거리는 검은색, 조명의 위치에 따라 역전(negative) 현상을 보이는 암부, 원본 소스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색 왜곡, 출판사의 의도적인 콘트라스트 강화 등은 이 책에서는 거의 만나실 수 없습니다. 색은 차분한 편이며, 색 균형도 준수합니다. 미술사는 뭐니뭐니해도 그림 보는 맛이 좋아야죠. ^^

p.s: 물론.. 수입산 화보와 비교하기는 약간 무립니다. 황색이나 녹색이 도는 경우도 종종(빈도는 매우 낮지만) 있고요. 그 정도는 감안해 주시길. ^^; 



                                  대세는 '네 마음대로'

                                               

A. 우선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입니다. 조윤범 씨의 입담은 유명하죠. 곡을 해설하는 센스도 좋고, 재미있는 비유들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책의 포지션이 약간 애매한 것은 아닌가, 즉 완전 초보용도, 매니아들을 위한 책도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그게 이 책만의 매력이죠. 이 책의 목적은 어쩌면 완전 초보의 입문 단계를 지나면서 클래식 팬들이 겪게 되는 이런저런 고민들에 대한 멘토링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고정관념에 빠지지 말고 그대로 즐길 것, 남들의 말은 참고로만 듣고 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을 것.

천재 작곡가들의 에피소드 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특별히 파격적인 전개는 아닙니다. 코른골트 같은 근/현대 작곡가들이 포함되었다고 해도 별 차이는 없죠.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재기넘치는 입담과 패기입니다. 마음껏 온 몸으로 내 맘대로 즐기는 음악이 클래식일 거라고 강변하는 조윤범 씨 그 자신이 이 책에서 제일가는 미덕이지요. 바야흐로 강마에의 시대니까요.

 B. <네 멋대로 찍어라>는 제목부터 느낌이 옵니다. 장비에 구애받지 말 것(이 책의 추천 카메라 목록에는 DSLR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말 것, 충고와 조언은 충고와 조언 수준으로만 담아둘 것. 마치 <월든>의 유명한 문구, 자기 마음 속의 북소리에 맞추어 걸어가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모든 사진 초심자들이 명심해야 할 거의 유일한 덕목이죠. 실패도 괜찮으니까 멋대로 찍으라는 것 말입니다.

사진계의 매우 유명한 석학이나 학식으로 명망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조선희 씨의 이 책은 중수 이상의 아마추어쯤 되는 분들은 별로 땡기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안에 별 게 있겠나 싶을 수도 있겠고요. 물론 조선희 씨는 수잔 손탁이나 존 버거나 필립 퍼키스와 같은 인물은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읽기 시작했다고 고백할께요. 그렇지만 의외로 간단한 사진의 핵심이 거기 있었고, 그 미덕을 수없이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존재 가치는 분명하다고 봅니다. 사진을 시작하고 어려워하는 분들이 이 책을 잡겠지만, 결국엔 누가 봐도 괜찮습니다. 가끔 잊어버릴 법한 진리를 끝없이 되새겨주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니까요. 

-화제, 클

클래식 음악이 이렇게 뜰 수도 있을까요!!! 베토벤 바이러스가 대세입니다. 클래식 팬으로써 마냥 반갑습니다. 저변이 넓어지는 것은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니까요. 좋은 게 좋은 거지요. ^^ 보시다시피 클래식 관련 책들도 예년에 비해 잘 나옵니다. 이전 글의 두 권에 이어 이번에도 또 소개드리게 되어 기쁘네요.

 
우선 눈에 띄는 책은 <음악가의 탄생>입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음악에 종사하는 직업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변모했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음악 사회학 책인데요, 어렵지 않습니다. 특히 현재 클래식 음악의 대세인 원전연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시라면 작곡 당시의 사회상에도 관심이 많으시리라 생각되는 가운데,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쓴 좋은 책이 (뒤늦게나마) 나온 것이죠. 지적 호기심도 충족시키면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도를 보다 높일 수 있는, 드문, 좋은 기회입니다. <음악학> 역시 주목할만한 책이죠. 사람을 느끼고 세상을 듣는이라는 부제에 걸맞습니다. 화성 분석이나 존재론적인 탐구와 같은 어려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음악학이 충분히 유효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고마운 기회이기도 하죠. 입문서 수준의 쉬운 책은 아닙니다만, 기초적인 인문 지식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음악과 세계화에 대한 부분에서는 최근의 화제적 괴작 <굿바이 클래식>에 대한 우아한 대답이 될 수 있겠네요. 참고도서로 추천해 드립니다.

 
이번에는 연주가들입니다. 현재 BPO의 상임인 사이먼 푸들래틀 경과 피아니스트 랑랑이네요. 래틀의 경우에는 대담집 형식으로 구성되어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지휘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직접적인 형태로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두드러집니다. 곡에 대한 느낌, 지휘의 포인트, 음반 판매고의 딜레마, 콘서트 프로그램을 짜는 과정 등등 '지휘자'의 삶에 대한 수많은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BPO의 팬, 혹은 래틀의 팬, 혹은 지휘와 음악에 대해 월드클래스 지휘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립니다. 대담집이지만 가독성도 좋은 편입니다.<랑랑>은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성장기인데요, 꼭 영화 같습니다. 하긴 모든 천재들의 이야기는 다 드라마틱하죠. 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왜 녹음 연주를 했는가에 대해서는 얘기가 나와있지 않습니다. 그건 기대하지 마시구요.

 
다른 건축을 기대한다

정기용 선생님의 새 책입니다. 등나무 그늘로 가득찬 공설 운동장이라는 놀라운(?) 아이디어로 매스컴을 장식하기도 했던, 바로 그 '무주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죠. 건축이 인간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단순 명확한 진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실제로 무주 주민들의 인터뷰를 싣고 있어서, 주민들이 무엇을 원했고 무엇이 필요했는가를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건축이야말로 공학과 예술과 인류애가 만나야 하는 인간 정신 발현의 최전선이다! 라고 누가 말하더라도 저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꽤 즐겁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그 무게가 만만치 않은, 즉, 좋은 책이라는 얘깁니다.

아참, 근래 주목할만한 건축 책은 더 있죠. 세 권 나갑니다.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은 그야말로 신나는 책입니다. 말빨이 대단하세요! 남대문이 불탄 걸 보고 '남은 국보들도 불타기 전에 얼른 구경하러 다녀오자'라는 얘기부터가, 눙치는 맛이 일품입니다. 딸과 아버지가 여행을 다니며 건축 국보를 답사하는 테마도 좋거니와, 말빨이 살아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 건축 전공자이자 나름 다작(!)한 이용재 씨의 내공도 물이 올랐네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은 어디 놀러가서 '이게 이래서 좋은 건물이야'라고 자랑하실 수 있습니다. 농담이 절반이나 섞여 있어서 마치 자기 것처럼 얘기할 수도 있어요! -_-;;; 다른 건축은 아니고, 다른 건축 '이야기'라는 것만큼은 확실합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저자의 책이 두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소신있는 건축학자로 알려진 임석제 씨입니다. <교양으로 읽는 건축>의 경우에는 대학 교양 수준의 입문서로써, 건축이 인간 및 환경과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한국 근대 경제와 건축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 자본친화적 건축이 가져 온 여러 폐해 등등, 내실 있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역사, 기술, 인간>은 북하우스에서 근성으로 발간하고 있는 서양 건축사 시리즈의 제 5권이죠. 저자가 직접 촬영한 유럽의 유명 건축물들과 그 도면, 각종 양식의 분석과 설계의 비결을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5권에서는 18~19세기의 건축물들을 따라가며, 특히 이 시대가 현대 건축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대단히 중요한 한 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안돼, 아직 소개할 책이 많은데..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에드바르 뭉크>입니다. 정말 갓 나온 신간이라 오자마자 허겁지겁 읽어 보았는데요. 을유 예술의 거장 시리즈 중에서도 손꼽힐 만한 책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전기물의 기본을 지키는 무덤덤한 서술이 뭉크의 어두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뭉크도 뭉크려니와, 이런 느낌이 바로 전기물의 맛이죠.

한길사의 <성서 미술을 만나다>입니다. 미술작품을 통해 성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들은 많습니다만, 주로 입문의 관점에서 그린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본격적인 작품들을 수록하고 있어서 흥미진진합니다. 표지에도 나와 있는 파울 클레를 비롯, 몬드리안이나 그 이후 현대 미술의 성서적 측면까지 매우 흥미로운 관찰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강력 추천.

휴머니스트의 <시각문화교육 관점에서 쓴 미술교과서>입니다. 이게 진짜 대안 교과서죠. 행동하는 미술교육의 사례를 밝히고 있는데, 대가들의 걸작보다 동시대 또래들의 결과물이 가득 들어 있다는 점은 상당한 '학습적' 효과가 있을 걸로 생각됩니다. 유효!

시공사로부터 날아온 사진 에세이. <탈북자,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스케치에 가깝다고 봐야겠지만, 종종 범상치 않은 사진과 맞딱드릴 수 있습니다.

 -안녕히, 혹은 기습 사설

 <명랑한 고통> by 홍인숙

 

-대미;; 를 장식하는 책이네요. 국내 작가의 작품집이 단행본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참 드물고, 그 퀄리티가 일정 이상인 경우는 더더욱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저는 키치류의 감수성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그렇지만 이 책을 2주간 나온 수많은 예술 책 가운데 주목할만한 한 권으로 꼽으렵니다.

예술가들에게 '깊이에의 강요'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냅다 싸질러놓고 텍스트를 거기에 짜맞추는 식의 예술 작업은 이제 좀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억지로 세계를 불러 와서 수습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기가 안쓰럽고요. 프리스타일이라고 하면서 어디서 많이 본(이 경우 특히 일본꺼) 것들을 갖다놓는 것도 더 안 봤으면 해요. 차라리 다 깨놓고 맘대로 하는 걸 봤으면 좋겠습니다. (과정이든 결과든) 즐기거나 무너지거나, 결국 이 둘 사이에서 결판이 나는 게 아닐까요. 예술 작업이라는 것이요.

보드리야르의 사진전이 그의 책만큼 와닿지 않는 이유는 책만큼 재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하던 얘기를 사진으로 그냥 다시 만났죠. 설마 일부러 예술을 철학 개념의 하위에 두려고 계획하지 않은 다음에야, 그냥저냥 심심한 복제품을 구경한 기분이었으니까요. 이것도 '무너진 작업'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명랑한 고통>은 괜찮습니다. 어린 시절의 낙서같은 인물화가 나오다가, 어느새 동양화가 그 안에 편입되고 한시가 편입됩니다. 어린애가 쓴 듯 삐뚤빼뚤한 한시가 여자아이 전용의 공주님 그림체와 동화하고, 정밀하게 묘사된 산수화가 애들 수준(?)의 그림 속에서 오브제가 되어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성인과 유아의 경계, 고전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생겨나는 독특한 느낌은 꽤 맛이 좋아요. 간만에 작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반짝반짝하면서 '작품집'을 봤습니다. 재밌었어요. 그러니까 추천.

좀 뜬금없지만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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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칭 2008-10-1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 미술대안교과서 존경하는 학교 교수님도 필자진이신데 이제 나왔구나..항가항가 -ㅈ-

복숭아 2008-11-11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글 정말 부럽게 잘 쓰십니다. 음.. 갑자기 소개해 주신 책을 모두 구입하고 싶음은.. 흠..
아침에 기분 좋게, 그리고 풍성한 느낌을 안고 시작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08-11-1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적인 댓글이네요... 기뻐서 모니터를 멍하게 쳐다봤어요(좀 이상한가). 감사합니다. 하도 반응이 없는 블로그라 글 퀄리티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했는데..;; 부족한 글에 기분이 좋아지셨다니 앞으로도 용맹정진하겠습니다.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엉엉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책의 810페이지, R.슈트라우스의 <메타모르포젠>을 소개하는 글 중 일부입니다. 작곡가가 직접 악보와 함께 인용해 놓았다는 괴테의 싯구라지요. 저는 이 난해하고 음울한 작품에 대해 이토록 알맞은 소개글을 본 적이 없습니다. 드레스덴 대폭격이 남긴 참사에 대한 파괴적 추모곡인 <메타모르포젠>의 파괴적/혼란적 측면은 어디서 오는가, 이 책은 작곡가의 인용구를 실음으로써 그에 대한 가장 확실한 해답을 내놓습니다. 심지어 그의 세계관이 이후의 20세기 음악과 어떻게 이어지는가의 단초까지 제공하고 있죠. 이 책,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은 그 삐까번쩍한 이름과는 달리, 볼수록 깊고 특이하고 인상깊은 책입니다.

이상한 책, 색다른 음악 가이드이자 동시에 색다른 서양 음악사

그렇습니다. 1001곡에 달하는 클래식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책인 동시에 서양 음악사의 흐름을 잡아내는 게 가능한 책입니다. 기존의 책들처럼 단순히 색인별이나 작곡자별 소개가 아니라, 개별 곡들의 발표 연대순을 통해 정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음악사의 보다 세밀한 흐름을 잡아내는 데 매우 유용합니다. 작곡가들이 다른 작곡가와, 혹은 당시의 세계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흔적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여기 소개된 곡들의 음악을 실제로 들으면서 독파하는 분이 계시다면, 그야말로 서양 음악사의 궤적을 따라 걸어가는 경험이 될 겁니다.

이는 또한 중요한 유연함, 즉 작곡가 별로 취향이 굳어버리지 못하게 하는 유연함을 제공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베토벤의 각 교향곡 사이에 등장한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에 도전할 수 있으며, 모짜르트로 도배된 시대에 굳건히 껴 있는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에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겁니다.

 가이드북은 무덤덤하다, 그러나 역사 역시 그렇다

그래서 때로 묘한 상황도 느낄 수 있습니다. 모짜르트가 그렇지요. 그의 시대는 그 자신의 작품으로 거의 다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지면은 그의 <레퀴엠>을 마지막으로 하이든의 곡들로, 그리고 거대한 신예 베토벤의 것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모짜르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음악 가이드 북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가이드 북'을 기본으로 하는 이 책의 무덤덤함은, 역사와 시간의 특징을 거의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세월은 흘러가고, 시대는 끝없이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는 데 바쁘니까요. 모짜르트는 음악만을 남기고 그렇게 스러진 것이지요. 다만 중요 곡마다 들어있는 인용구가 <레퀴엠>을 쓰던 모짜르트의 마지막을 비춰주고 있을 뿐입니다.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던가? 이 레퀴엠은 나를 위해 쓰고 있다고..."    - 죽기 전 병중의 모짜르트 (p.186 중에서)

 업데이트 컴플리트 and 특전!

그런데 사실,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도 이게 제일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출판사 측 이야기로는 이 책의 원서가 매년, 혹은 격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될 것이며, 그렇게 개정된 원서를 속속 한글 개정판으로도 내겠다는 것이죠. 언제 구입하든, 가능한 최신의 음반 데이터가 녹아있을 거라는 얘깁니다. 펭귄 가이드를 부러워할 이유는 점점 줄어듭니다.

(사실 <죽기 전..> 시리즈는 개정판을 통해 조금씩 수정한 버전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 책만 예외는 아니겠지요. ㅎ)

아참, 혹시나 저작권에 걸릴까 싶어서 사진은 못 올리지만, 멋진 풀 페이지 사진들도 시원시원하고 좋습니다. 턱의 땀을 닦는 미켈란젤리의 무표정한 흑백사진은 '바로 저게 저 사람'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결정적인 한 컷. 멋져요!

하늘 아래 완벽한 것은 없다

그러나 이 책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양장본이라면 꼭 해 주었으면 하는 사철 제본 대신에 접착식 제본을 선택했다거나, 음악가들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옮긴 사례가 보인다거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중요 곡들의 '차선 추천' 음반들이 (짧긴 하지만) 죄다 영어로 소개가 돼 있다거나 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누가 제게 '그렇다면 소장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에 손을 번쩍 들겠습니다. 하긴 그래서 이 글을 쓰고 있군요.;;

애호가로서 놓치기 싫은 책이 나온 셈입니다. 혹시 고민만 깊어지는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기를 권해 드립니다. ^^ 아참, 혹시 가이드북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는 분이 계시죠? 제가 왈가왈부 하는 대신에, 첼로계의 철학자 스티븐 이설리스의 서문 일부를 옮기며 이만 물러납지요.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을 통해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하다. 예를 들어 글리에르의 교향곡 제3번이나 플로렌트 슈미트의 <살로메>같은 작품은 매우 인상적이다. 물론 사람마다 좋아하는 곡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왜 이 작품을 실었어? 하필이면 왜 이 공연이야?'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또는 갑론을박을 하던 중에 우정이 돈독해지거나 흔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떤가.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 아닌가. - 스티븐 이설리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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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예술 분야를 맡게 되었습니다. 너무 좋아하는 분야라서 오히려 걱정이 되죠. 좋아하는 것들을 일로 만나게 되었을 경우에 지켜야 할 도리(?)를 아시는 분들은 아실 터...ㅎㅎ

거두절미하고 가겠습니다. 분야를 맡은 8월 말부터 9/22까지입니다. 혹시 놓쳐버린 안타까운 책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보 환영합니다.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인류에 대한 직무유기니까요! 라고 써도 여유있게 받아 웃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리플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적당히 까 주시면 즐겁습니다.

 

-그림 그리기

가을이 감성을 자극해서인지, 그럴 거라고 출판사들이 생각해서인지, 어쨌든 그림 그리기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명실상부한 스테디 셀러 시리즈인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가 드디어 동물 그리기를 출간했네요. 지구 파괴나 일삼는 인간 대신에 자연을 벗삼으시려는 분들께는 희소식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별 산 그리기, 밤하늘 그리기 같은 게 나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초판 한정 증정이라는 구도틀은 그 단순함에 비해서 꽤 쓸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노려보셔도 괜찮을 듯.

그런데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경쟁작이 일본에서 날아왔습니다. 제목 참 멋진 <연필 하나로 시작하는 ** 연습장> 시리즈인데요. 일러스트와 스케치가 나와 있습니다. 특히 일러스트가 반응이 좋은데, 아무래도 이쪽이 무주공산이기 때문이겠죠? 수요를 꿰뚫는 공급이야말로 승리의 비결.

아,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이 책은 연필을 각성시켜 그림을 그려주게 하는 마법 주문서가 아닙니다. 정확한 제목은 일단 물질적으로는 연필 하나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연습장입니다. 초보일수록 많은 끈기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세요. 책 내지가 얇아서 뒤면이 좀 비치는 단점이 있는데, 2쇄에서는 해결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테들러 연필과 지우개 세트는 1쇄에서만 제공한다고 하니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ㅎㅎ

그 외에도 회화 구도의 기본인 원근법에 대해서는 <투시원근법 학교 - 기본편>이 등장, 색채 감각에 대해서는 기초부터 응용법까지를 담아 놓은 <수채화를 위한 색채 가이드>도 눈에 띕니다. 이거 왠지 다 모아 놓으면 왠만한 그림은..? 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책이 시간과 노력까지 주지는 않으니까요. 눈 딱 감고 시작하세요!

                                                                  

 

 

MD Preview :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

-뭔가 괜찮은 음반 가이드가 없나 주위를 둘러보시는 여러분, 이 책 괜찮습니다. 근래 번역된 음반 가이드 중에서는 가장 최신의 음반까지 추천 목록에 포함하고 있으며, 필진도 믿을만 합니다. 출판사에서는 매년 개정판을 낼 계획이라고 하니 추천 음반이 갱신되는 재미도 느끼실 수 있겠네요(사실 이 재미는 영어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펭귄 가이드 독자들의 전유물이었으니까요). 자신의 취향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어째서 빌헬름 켐프가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의 차선책인거죠?! 네?)

추천 가이드 중에서는 현대음악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므로 이 점은 각자 성향에 따라 감안하시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음악의 비중이 높은 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매우 유명한 곡과 음반들에 대한 아마추어 리뷰어들의 정보망을 감안했을 때, 그 정보량이 극히 부족한 현대음악에 대해 추천과 리뷰를 제공하는 게 매우 소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사진과 화보도 풍성한 편입니다.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 추천 음반의 주인공인 아바도의 젊을 적 사진은 정말 멋지네요. 잘생겼어요.

p.s: 책 발간이 약간 늦춰져서 이번 주부터 판매가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프리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9/22) 발매네요.

p.s: 원전연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참고하세요.

 

사설: 월간사진은 책을 어서 더 내 주세요

-현대 사진의 조류에 대해 가장 발빠르게 소개해 주고 있는 국내 출판사는 아무래도 (단행본 출판사로 보이지 않는) 월간사진이 아닐까 합니다. 적절한 현대 사진 개론서를 찾아내고 저울질하는 수고 대신에, 사진집 판형으로 '베스트 앨범' 류의 책을 연속으로 낸 것은 의미있는 시도입니다. 허공에서 질주하고 있는 비평가들과 감나무 밑에 누워 입을 벌린 사진가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책들이 보다 더 의미가 있겠지요. 비평이든 반동이든, 멋진 이미지를 앞에 놓고 시작해야 기깔이 나는 겁니다. 사진 비평을 텍스트로부터 시작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네 리플 달아주세요)

전작 <reGeneration>이 보다 젊은 작가들을 소개했다면, 근간인 <예술사진의 현재>는 그야말로 포토그래퍼 지구방위대 수준입니다. 때문에 일면 진부한 베스트 모음집이 될 수도 있는데요, 이 책은 현명하게도 편집자가 느끼는 비평에의 유혹을 작가 개개인의 인터뷰와 노트에 양보함으로써 그 위험을 피해갑니다. 예술 작업이 예술사의 일부이기 이전에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행동이라는 점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지요. 살아있는 워크북으로써, 많은 사진가들에게 귀감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월간사진은 책을 어서 더 내 주세요.

                                                 

 *위 사설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판매 성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_-;;

 

-사진 테크닉

<디지털 사진을 영화 속 장면처럼 보정하는 비법>. 제목이 다 말하고 있습니다. 포토샵 중상급자를 위한 가이드북으로, 툴을 쓰는 방법보다는 후보정 감각을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가득합니다. 특히 국산 책에서 종종 보이는 단점인 각종 툴의 조합을 통한 묘기(?)보다는 기본적인 레이어 플레이를 통한 콘트라스트 조절에 관심을 둔다는 점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단, 초심자 분들은 휘황찬란한 레이어 맵에 기가 질려버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사진의 완성, 구도 그리고 구성>은 예전 사진 월간지를 보시던 분들께는 익숙할 겁니다. 프레임을 분할해서 피사체를 어디에 집어넣는 게 좋을까를 가르쳐주는 정겨운 구성이네요. 구도 잡기가 감각이냐 계산이냐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이니, 부디 사진 애호가 여러분께서는 어서 칼로 그 매듭을 끊으시기 바랍니다.

<DSLR 쉽게 찍기>는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일종의 '감성'에 대한 팁이 가득합니다. 테크닉에 비해 '가르쳐주기는 어려운' 감성적인 코드를 피사체와 주제별로 공략하고 있네요. 꽤 독특한 시도입니다. 감성을 가르칠 수 있느냐 없느냐 역시 영원히 풀리지 않을 매듭이니... 칼은 여러분이 쥐고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든 휘두르세요.

                       

 

 

-예술의 역사와 비평

거창한 의미는 아니고 그냥 모아 봤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책은 <무서운 그림>인데요. 잘 빠진 표지와 제목만큼이나 명화 속에 숨겨진 각종 무서운 의미를 끄집어 낸다는 테마가 신선합니다. 종종 비약이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해당 시기의 사회적 문제나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파고드는 잡학스러운 재미가 괜찮습니다. 비주얼만 봐서는 제일 기괴한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제일 부실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별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였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_-;;

<손 안에 담긴 미술사>도 주목할 만합니다. 시대별 사조로 나뉜 것은 다른 미술사 책과 별다를 바가 없습니다만, 이런 다이제스트 미술사 책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작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별로 인덱스를 구성했기 때문인데요, 교양 지식을 쌓기 위한 미술사 책으로써 이런 특징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지면상 심도있는 분석이나 시원한 크기의 그림은 만날 수 없지만, 삼국지도 다이제스트로 보는 시대에 이런 다이제스트 북은 그야말로 타의 모범이 된다 하겠습니다.

키스 먹시의 <이론의 실천>은 지금까지 언급한 책들 중에 가장 어려운 책입니다. 구조주의와 후기 구조주의의 지리한 전쟁을 예술 코너에서까지 만나야 하나! 라고 괴성을 지르시기 이전에, 그래도 한 번 봐 주세요. 미학이 탈정치적이고 가치중립적이라는 환상에 대한 문화정치학/기호학적 반격입니다. 응? 이미 앤디 워홀과 그 일당이, 혹은 발터 벤야민과 수잔 손탁이 다 풀어놓은 썰이 아니냐구요? (사실은) 맞습니다. 이 책은 근/현대 미학사에 대한 일종의 메타 분석이니까요. 그러나 역사를 재조합하고 그걸 현실에 비추어보는 것 역시 멋진 일인 바, 충분히 배부르고 뜨뜻한 독서였습니다. 든든해요.

                   

 

 

-그리고

역시 폼나는 책들은 늘 나옵니다. 이번에는 두 권인데요, 마침 국가별 예술사(?)라는 공통점이 있네요. <The American century - 현대미술과 문화><이슈, 중국 현대 미술>입니다. 전자는 듬직한 판형과 가격(!)이, 후자는 새빨간 표지가 인상적이네요. 앞선 책의 경우에는 종종 풀 사이즈 삽화의 해상도가 문제시되는 부분이 몇 있는 점이 아쉽고, 중국 책은 작가론이라기보다는 바이오그래피에 가까운 면이 좀 아쉽습니다. 다만 두 책 모두 해당 예술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여지네요. 특히 아메리칸 센츄리는 방대한 근-현대 미국 미술사를 알차게 추려 놓아서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습니다. 싫든 좋든 종합 1위는 미국이니, 공부하시는 분들은 피해갈 수도 없겠네요. 구입하세요! ㅎㅎ

                                         

(비율이 똑같네요.. 크기는 왼쪽이 더 큽니다;;)

 

-안녕히, 그리고 불고기는 고마웠어요

-그냥 해 본 소립니다. 모두들 즐거운 독서와 함께 하시길!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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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9-23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어보이는 책이 많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08-09-2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취향은 쬐금, 화제의 책들이 많이 포함돼 있습니다. ㅎㅎ

starina 2008-09-24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 재밌어여... 예술 분야 분석의 새로운 획을 만들어주세여^^
<일러스트연습장> 표지가 넘 넘 귀여워여... 오늘부터 그림그리기 시작해야지~
<무서운 그림>두 너무 보고 싶은 책이네요~

외국소설/예술MD 2008-09-26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새로운 획을 열심히 그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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