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다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나는 소설을 쓰고 싶은 욕심이라곤 개불 새끼발가락만큼도 없지만 제임스 설터처럼 쓸 수 있게만 해준다면야 소설 그거 몇 만 번이고 시도해 볼 수 있다- 뭐 이런 주의다. 설터를 향한 나의 사랑이 이렇게 맹목적이다.

  

-1.1  나도 이 사람처럼 쓰고 싶다- 라는 욕심에 부질없이 몸부림치게 만드는 작가가 누구에게나 하나씩은 있는 줄만 알았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 글을 잘 쓰고 싶은 욕심은 확고하지만 딱히 워너비 작가가 있는 것은 아닌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또 어른 쪽으로 씁쓸하게 한 발짝 더 밀려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다르구나. 너는 내가 이상하겠지. 내게 네가 이상하듯이.

 

 

2  나는 언제나 나의 글이 싫었다. 대체로 하찮고, 그래서 늘 보잘것없어 보였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하찮고 보잘것없을 예정이다. 예정이란 말은 살짝 비겁한 것 같고, 그러면 운명이라고 할까? 그러나 그걸 다 알면서도 쓸 일만 생기면 썼고, 쓸 일이 생기지 않으면 쓸 일을 만들어서 썼고, 쓸 일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냥 썼다. 쓰레기를 만드는 일에는 늘 양심의 가책이 뒤따르지만 한 가지 강령만 준수하면 그런대로 견뎌낼 만하다.

 

-2.1  지금 쓰는 문장이 지금까지의 내가 고민 없이 써낼 법한 그저 그런 문장이라면, 미련 없이 내다버릴 것.

 

-2.2  하지만 재능 없는 사람에게 그건 결국 아무것도 쓰지 말자는 다짐이나 같다. 보채듯 깜빡거리는 커서를 마주하고 앉아서 자신 있게 누를 수 있는 키라고는 스페이스와 백스페이스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시간들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타협의 때가 왔다. 살아야 했으니까.

 

-2.3  딱 한 문장, 한편의 글 속에 어제까지는 결코 이 세상에 없었을 문장을 더도 말고 딱 하나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기꺼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지 않을까?

  

-2.4  세상은 넓고, 냉혹하리만치 좋은 문장들이 많고, 그 결과 스스로를 용서해줄 설득력 있는 변명거리가 될 딱 한 문장을 찾는 것조차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2.5  결국 나는 철저하고 처절하게 물러선다. 내가 뭐라고. 내 깜냥에 뭐 안나 카레니나를 만들 거야, 토지를 만들 거야. 유별나게 굴지 말고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세상 사람들 다 그렇게 살아.

 

 

3  한 인간의 삶과 또 그가 스스로의 삶을 묘사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글 솜씨를 놓고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삶에 비해 글이 부족한 사람, 글에 비해 삶이 부족한 사람, 그리고 삶과 글이 서로에게 충분하고 충만한 사람.

 

-3.1  어느 시점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넘치는 삶과 그 삶을 다 표현하기에 너무도 미흡한 글을 지니고 산다. 그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특정한 경계선을 넘어서는 때가 찾아오고, 인간은 세 갈래 길 가운데 한 쪽으로 떠밀려 나아간다. 삶이란 지칠 줄 모르고 덤벼드는 짐승 같아서, 대부분의 경우 삶이 축적되는 속도는 몸 가누기 어려울 만큼 빠른데 비해 글이 단련되는 속도는 느리다


-3.2  또 어떤 이들은 삶에 실컷 물리고 두들겨 맞은 상처를 품에 안고 골방으로 숨어들어 죽은 체하거나 와신상담한다. 숨어버린 그들을 찾는 삶의 이빨이 닿지 않는 동안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치열하게 자신의 글을 단련하는데, 그런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간혹 글이 삶을 넘치는 인간이 탄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나 같은.

 

-3.3  돌을 맞은 호수의 파문이 수면보다 높이 섰다 낮게 앉았다를 반복하다가 잠잠해지듯, 삶과 글이 서로에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인간이 되는 일은, 둘 중 어느 하나가 나머지 하나를 초과하는 국면이 교대로 일어나는 파도 위에서 실컷 자빠져가며 긴 서핑을 끝내고 난 뒤에야 겨우 이를 수 있는 드높은 경지다. 빼어난 글을 욕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하며, 훌륭한 삶을 갈구하는 데 지치지 않아야 한다. 훌륭한 삶을 빼어난 글로 드러내는 것. 훌륭한 내용과 빼어난 스타일, 그런데 그것은 우리가 소설을 사랑할 때 놓치지 않고 손에 꼽는 조건들이다. 그리하여 한 인간이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한 권의 소설책처럼 여겨진다면, 좋은 소설을 쓰는 방법은 좋은 인간이 되는 방법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삶이 한 편의 소설이라면.


-3.4   삶이 한 편의 소설이라면.


-3.5   

사심 없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건 기교의 문제가 아니에요나는 솔기가 터져서 나 자신이 적절히 드러나게 하려면 어느 정도까지 고백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어요동시에 소설처럼 읽히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내 삶에 관심을 가지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 77

 

4  어디서든 흔히 들을 수 있을 것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듣기란 의외로 쉽지 않은 말 가운데 내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내 인생 역정을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 한 편은 거뜬하다고같은 대사가 있다. 그래서 이 말은 주로 인간사보다는 인간됨을 드러내는 용도로, 그가 없는 자리에서 타인의 입으로부터 또 다른 타인의 귀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조롱으로 쓰고 버리기에 아까운 어떤 진실의 작은 파편 같은 것들을 저 말이 지니고 있어서 한 번 쪼개 본다.

 

-4.1  잘 된 소설들을 뒤져보면 의외로 역정이라고 이름붙일 만한 어마어마한 사건의 연속이 없이도 단단한 서사와 설득력 있는 서술로 책 한 권을 꽉 채운 좋은 이야기들이 많다. 우리는 이제 초현실적/비현실적 사건들을 만나면 소설 같다라기 보다는 영화 같다고 표현하는 쪽을 즐긴다. 소설 같은 이야기의 문턱은 예상보다 낮다. 소설 속 사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겪음직하고, 실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어 넘기는 사건들은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소설적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우리의 삶에 이야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야기에 우리의 삶은 충분하다(물론 아닌 인간도 있다. 예를 들면 나 같은.)

 

-4.2  그러니까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히 하루의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혹은 더 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더 세심하게, 혹은 더 아름답게 묘파할 수 있는 글 솜씨일 수 있다. 가만 두면 허공에 흩어져버릴 뿐인 삶을 잡아채 고정시키면 우리는 그것으로 서랍을 만들어 과거를 보관하고, 거울을 만들어 현재를 살피고, 비료를 만들어 미래를 가꿀 수 있다. 그렇다면 소설을 쓰지 않는 이에게 역시 소설을 쓰는 법은 불필요하지 않다.

 

 

5 

  물론 하나하나의 단어가 모두 다 완벽한 단어일 수는 없습니다모든 방이 다 강이 바라보이는 방일 수는 없잖아요수많은 평범한 단어들이 한 권의 책을 만듭니다수많은 평범한 군인들 사이에 가끔씩 영웅들이 있는 군대처럼 말입니다하지만 잘못된 단어들또는 문장이나 해당 페이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단어들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우리는 우리가 쓰고 있는 글에 대한 감식력이 있어야 합니다글이 나빠졌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해요.

실은 올바른 단어는 없을 겁니다완벽한 단어는 더더욱 없을 테고요어쩌면 우리는 마음을 바꾸어서 두 단어를 바꾸거나 혹은 그 문장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릅니다모든 책이 모든 문장모든 단락에 대해 그렇게 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모든 작가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좋은 정도가 있는 거예요.

  하지만 문체style는 그와는 다른 것입니다문체는 철저히 작가인 것이지요독자가 몇 줄 또는 한 페이지의 일부만 읽고 나서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그때 그 작가는 문체를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플로베르는 작품에서 자기 자신을 완전히 없애려 노력했지요마치 자신의 태도자신의 아이러니 감각자신의 취향 등이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는 듯 자기 자신 없이 작품이 존재하게 하려고 노력한 겁니다하지만 그는 작품에서 자신을 없앨 수 없었습니다작품에는 다른 어떤 것이 있으니까요나는 '문체'라는 말에 저항감을 느낍니다왜냐하면 그 말은 '장식'이나 '양식같은뭔가 긴요하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그래서 나는 종종 문체 대신 '목소리'라는 말을 선호하곤 합니다문체와 목소리는 정확히 똑같은 것은 아니에요문체는 선택적인 것이고 목소리는 거의 유전적인 것전적으로 독특한 것이지요다른 어떤 작가의 글도 이사크 디네센처럼 들리지 않습니다그 누구의 글도 레이먼드 카버나 포크너처럼 들리지 않습니다그들은 끊임없이 고쳐 씁니다바벨플로베르톨스토이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들 말입니다그들에게 작가가 된다는 것은 고쳐 써야 하는 형벌을 받은 것을 의미합니다그들이 쓰려고 했던 것은 그게 아니니까 말이에요혹은 쓰려고 했던 게 잘못 생각한 것이었으니까요또는 고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테니까요너무 길거나 단조롭거나 요점을 벗어났거나 좀 엉성한 것 같아 보이니까 말이에요그렇지만 그 작품은 언제나 그들이 한 말처럼 들립니다그것이 그들의 문체입니다그들의 목소리인 것입니다. _ 30-31

 

-5.1  세상엔 목소리가 너무나 많고, 그 가운데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답거나 부러울 정도로 힘 있는 목소리들도 있어서, 초라하고 약한 내 목소리 하나를 세상에 풀어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오히려 뭔가를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한다. 그럼에도 뭔가를 계속 쓰는 이유는, 아무리 아름답고 힘 있는 목소리라도 세상 모든 곳에 닿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예 소리를 내지 않고 살 수는 없는 것이 삶이라면 내 목소리가 미치는 좁은 영역을 들어 줄만한 소리로 채워나가는 것은 내 책임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목소리를 가장 크게 듣는 귀는 바로 내 귀라는 것 때문이겠다.

   

-5.2  목소리는 힘이 세다. 잘 들리기만 한다면. 목소리를 잘 들리게 하는 것은 오로지 귀의 책임만은 아니다. 목청을 가다듬고, 혀를 부드럽게 하자. 웅얼거리지 말고, 진실한 눈빛과 따뜻한 표정으로, 목소리 뒤에 숨지 말고 목소리 앞을 가리지도 말고, 그저 목소리 위에 올라타서.

 

 

6  , 그리고 부록도 있다. 잘 들리게 말하는 사람은 잘 듣는다. 잘 듣지 않고 잘 들리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6.1  써놓고 생각해 보니 부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큼직한 선물인 것도 같다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5-1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3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읽고도 이렇게 멋있게 쓰시면...아니 게다가 설터보다 더 “-쓰고 싶다면”에 적합한 글을 이리 쓰시면...읽는 저는 감사합니다. 오늘은 (비루하게) 쓰는 저도 함께 감사드립니다.

syo 2019-05-13 13:11   좋아요 1 | URL
왜 또 이러세요ㅋㅋㅋㅋㅋㅋ 또 저하고 민망배틀 한 판 뜨실 거예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19-05-13 15:28   좋아요 0 | URL
솔직히 이 정도 잘 쓰신 글은 서재 올리면서 흠 나 좀 잘 쓰는 듯-하고 으쓱 하시지 않나요? ㅋㅋㅋ 계속 으쓱 하는 글 올려주세요. 저는 계속 으둠의 영역을 맡을게요. (넌 못 쓰고 너도 못 쓰고 난 더 못 써! syo는 잘 써!하는ㅋㅋ)

syo 2019-05-14 07: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으쓱으쓱 아니랍니다.
올리고 나서 다시 읽어보면 늘 삐꾸같은 데가 많아서 글 하나 올리면 ‘수정‘ 버튼을 평균적으로 5~6번은 누른다구요.
으둠의 영역도 좋지만, 밝은 세상 함께 만들어요.....?

반유행열반인 2019-05-14 10:06   좋아요 0 | URL
고치고 고치라는 설터 할배의 가르침을 성실히 따르고 계시군요. 짝짝짝. (으둠이 있어야 밝음이 더 짙어지지요ㅎㅎ)

2019-05-14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4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3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4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4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식쟁이 2019-05-13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적고뇌 중이신 쇼님. 👍👍

syo 2019-05-14 07:57   좋아요 0 | URL
작가적 고뇌 같은 무시무시한 고뇌 아니에요 ㅎㅎㅎㅎㅎ
우우

칼르페디엠 2019-05-1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무원 시험 준비중이셨군요. 제가 보기엔 쇼님은 작가를 하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재능이 아까워요.
공무원이라니요..T..T
제가 잘 아는데 공무원의 삶은 정말 쇼님하고 잘 안맞을 듯요.
재고하시고 쇼님의 재능을 살려보세요~!

syo 2019-05-14 08:04   좋아요 0 | URL
칼르페디엠님은 저를 항상 좋게 봐 주시지요. 늘 작가를 권하시구요 ㅎㅎㅎ
이것 참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항상요 ㅎㅎ

저는 공무원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지만 제 재능에 대해서는 좀 알 것 같거든요. 전 그냥 알라딘 서재에 이런 저런 잡글이나 쓰면서 즐거워하면 될 딱 그 정도 깜냥이에요^-^

아직 공무원이 되지도 못했고, 운 좋게 공무원이 되어도 공무원으로 제 인생이 끝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작가의 길을 걷기에는 제 재능이 비루하다는 거? ㅎㅎㅎㅎ 칼르페디엠님의 말씀은 정말 기분 좋은 칭찬으로 듣고 만족하겠습니다.

2019-05-1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길담 2019-05-15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자주 쓰게 되는 대학원생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한 편의 글 속에 결코 이 세상에 없었을 문장을 딱 하나만 만들어내기. 이것만 할 수 있어도 참 감사할 것 같아요.

syo 2019-05-15 09:53   좋아요 1 | URL
길담님 반답습니다.
꿈의 한 문장, 재능 없는 사람에겐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인데요. 요즘은 이번 생을 통틀어 딱 한 문장 건지는 걸 희망하며 살아야하나 싶습니다.....
 
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90년대 초반, 60명의 코흘리개들이 모여 앉아 코를 흘리는 어느 시골 국민학교학급에서, 차별 혹은 부당한 대접을 받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최악의 소수자는 다름 아닌 왼손잡이였다.

 


2  오른손은 그야말로 옳은 손이었다. 실제로 우리 할머니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 부르셨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왼손은 틀린 손, 그른 손이 되는 것이고 결국 그 시절, 코흘리개 syo는 왼손잡이가 아니라, 틀린 손잡이였다. 정의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서 세우고 바로잡아야 하는 초월적 가치였으므로, 틀린 손잡이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교정과 훈육의 대상으로서 나름의 고된 삶을 살아내야 했다. 국민학생 syo가 겪은 몇몇 사건들을 통해 그들의 고난을 짐작해보자.

 


3-1  syo(8, 경남 창녕 거주). 학교라는 곳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조약돌처럼 조그만 아이들이 빽빽이 들어찬 교실, 각자에게 주어진 정말 작은 책상 위에 커다란 네모 칸이 그려진 공책을 펴놓고 아이들은 한글을 배웠다. 칸 속에 희미한 색깔로 그려져 있는 선 위를 연필로 따라 그으면 가갸거겨를 쓸 수 있었다. 그게 또 재미있어서 몰두하는 그야말로 애기들이었다. syo는 집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왼손에 연필을 쥐고 칸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담임선생이라는 작자는 학부모가 순서를 정해서 사 바치게 되어 있는 지시봉이라는 물건을 들고 책상 사이사이를 거닐며 아이들이 글자를 그리는 모습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틀린 손으로 연필을 쥐고 있는 syo를 발견, 지시봉으로 손을 탁 때리며 말한다.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거야.” 그런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syo는 처음 알았다. 그래? 그렇다면 그래야지. 즉시 오른손으로 연필을 고쳐 잡았으나 글씨는 삐뚤빼뚤해지고, 무엇보다 속도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나갔고, 공책 한 바닥을 다 채우지 못한 아이들은 교탁 앞으로 나가 줄을 서서 손바닥을 맞고 자리로 돌아갔다. 생전 처음 맞아본 손바닥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억울했다. 내 실력이 이 정도 가 아닌데. 심지어 난 집에서 받아쓰기도 맨날 백점인데! 그리고 다음날, ‘나냐너녀가 시작되었다. 또 손바닥을 맞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syo는 왼손으로 연필을 쥐고는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냐너녀에 몰입하여 주변도 잊고 네모 칸을 채우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귀싸대기가 날아왔다. 너무 놀라 아픈 줄도 모른 채 올려다보니, 담임이라는 작자가 무슨 공산당 빨치산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으로 syo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거라고 했지!”

 


3-2  syo(9, 아직도 경남 창녕 거주). 천운으로 이번 선생은 좀 더 온건했다. 온건했지만 그녀 역시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는 주의였고, 그런 주의를 syo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자주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syo는 요지부동이었다. 싸대기를 맞아가면서도 선생이 안 볼 때는 몰래 다시 연필을 옮겨가며 지켜낸 왼손이었으니 주의를 주는 정도의 약한 처방으로는 syo틀린 손을 고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선생은 제 딴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징벌을 내렸다. 국민학교 2학년 1학기 syo의 통지표에는 이런 식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성격이 활달하여 교우관계가 폭넓고 학업 성취도가 뛰어나지만 왼손으로 글을 씀.” 이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를 말하는 것일까? 활달한 성격 + 넓은 교우관계 + 뛰어난 학업성취도 왼손잡이 = 0? 그것이 궁금했던 아버지는 통지표를 들고 학교에 찾아가 선생과 면담한다. 그 자리에 syo도 있었다.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1년 내내 얻어터지고 돌아올 때는 콧방귀도 안 뀌더니 통지표에 한 줄 적혀 있다고 당장 학교에 찾아가는 아버지의 교육관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선생의 당당함도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버님, 이유야 어찌 되었든 왼손으로 쓰는 건 교육상 고쳐야 합니다.”만 주구장창 반복되다보니 결국 아버지도 열이 받은 것이다. “이보세요, 선생님. 우리 애 교육은 제가 결정할 문제지 이제 반년 더 보고 말 선생님이 이래라 저래라 하실 건 아니지요. 목욕탕에서 짜장면을 시켜먹건, 똥밭에서 수박화채를 말아먹건 그건 우리 자유니까 선생님이 간섭하지 마세요.” 뭐 이런 식의 대꾸를 남기고 아버지는 돌아섰는데, 결국 아버지 입장에서도 아들이 왼손으로 글을 쓰는 건 똥밭에서 수박화채를 먹는 것과 유사한 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 왼손으로 쓰고 싶으면 그냥 써. 지들이 뭔데 지랄이야.” 이랬던 걸 보면, 경상도에서 태어나 경상도 남자로 경상경상 살다 가신 우리 보수 아버지(지지정당 민자당)에게도 뜻밖의 반골기질은 있었던 것 같다.

 


3-3  syo(10, 대구시 거주). 과연 대처의 선생은 달랐다.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해서는 틀린손잡이들을 교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는 화전양면전술을 구사, 친구들이 보는 데서는 때렸고 친구들이 없는 데서는 얼렀다. 굳이 왼손이 이유가 아니더라도 맞거나 단체기합을 받거나 하는 일이 여사였던 개 같은 시절이었으므로 3년쯤 국민학교를 다니고 보니 체벌은 피해야 할 일이 되었을 뿐, 행동양식을 교정하는 데는 이미 영향력을 소실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르고 달래는 것은 참신했다. 물론 참신하다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syo, 오른손을 쓰라는 건, 다 너를 위해서 그래. 봐봐, 우리 반에 너 말고 왼손으로 쓰는 애가 있니? 친구들 다 오른손잡이잖아. 너만 왼손으로 써서 되겠어?” “선생님, 우리 반에 저 하나 손 씨라고 제가 성을 갈 수는 없잖아요.” “syo, 그게 아니라, 우리 반에서 너만 왼손잡이인 것처럼, 온 세상에는 왼손잡이보다 오른손잡이들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물건들도 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단다. 가위만 해도 봐봐, 네가 가위질을 잘 못하는 게, 가위가 오른손잡이용으로 만들어져서 그래요.” “선생님,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면 되잖아요.” “그런 건 못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다 오른손잡인데 왜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겠어.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으로 바꾸면 일이 훨씬 쉬운데.” “선생님, 사람들은 TV도 만들고, 게임기도 만들고, 심지어 비행기도 만드는데, 왜 왼손잡이 가위를 못 만들어요?” 화전양면전술은 끝났다. 철없는 syo는 이제부터 친구들이 보건 말건 얻어터지기 시작한다.


 

3-4  8, 9세의 syo가 겪은 일도 돌아보면 참 인상적이지만, 마지막 선생의 대응이야말로 놀랍도록 많은 것을 시사한다.

 


4  어떤 생각을 품은 사람들은, 그 생각이 다수의 것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당하고 교정의 대상이 된다. 세상은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에게 불편한 곳이고, 그 불편을 해소할 역량이 충분하고도 남음에도 되레 불편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방향으로 작동함으로써 소수자를 교정하려 한다. 심지어 이게 다 너를 위한 거라는 말까지 덧붙여 가며. 그 부당한 불편함(‘다른 생각에게 주어지는 불편함은 왼손잡이가 당해야 될 소소한 고통 따위에 비할 바가 아닐 만큼 다면적이면서 거대하다) 혹은 불편한 부당함에 맞닥뜨리면 많은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거나 수정하여 세상과 보폭을 맞춰 살아간다. 그건 비난할 일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그래서 행복하다면야. 그러나 끝내 세상과 다투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 세상은 얼른 표정을 바꾸고, 어르고 달래기를 포기한다. 낙인찍고, 탈락시키고, 빼앗고, 모욕한다. 이렇게 되면 여기서부터는 싸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일방적인 폭행의 국면이 열린다. 그 안에서 꿋꿋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의 싸움을 모색하고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이 책 안에 있다.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노하우들을 잔뜩 던져주면서.

 

좌파의 최종진화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생활좌파는 이론좌파보다는 한 발 더 나아간 입장인 것 같다. 세계는 우리의 이론이 아니라 생활에 침투한다. 그들은 우리의 태도, 자세, 언어, 관계, 생계를 건드린다. 이런 판국이라면 우리는 마르크스의 말씀보다 더 적실한 무기를 찾아내 무장해야 한다. 그 무기를 어떻게 발명하는가, 인터뷰이들은 그 무기의 레시피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5-1  첫째, 시련이 필요하다.

 

나는 이전까지 신체적으로 완전히 건강하고내가 건너뛸 수 없는 역경은 없으며내가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러나 유도를 하다가 부딪힌 그 단순한 사고로 나는 잠시나마 오직 죽기만을 열망하는 시간을 겪었고거기서 날 구해준 사람들은 비제도권의 의사였다이 사회가 내쫓은 사람들인 것이다내가 견고하다고 믿었던 이 세상의 모든 겉모습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나는 진정으로 무엇을 알고 있는지내 삶이 잠시라도 헛된 일에 소모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러자 자본의 논리로만 굴러가는 이 세상의 어리석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아무것도 손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직 돈을 내고 뭔가를 사서 소모하고또 뭔가를 소비하기 위해 돈을 번다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의 모델이 역겨워졌다. _ 92


 

5-2  둘째, 시련을 벽이 아니라 시련으로 바로 볼 수 있는 더듬이가 필요하다.

 

그들(지배계급)이 이 모든 것을 '문화'라고 분류하는 순간 우린 그것으로부터 소외된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어쩌면 문화부가 생겨나지 않았던 시절그들이 팔 걷어붙이고 달려들어 한류며 케이팝이며 관광단지며 무형문화재 따위를 만들어내지 않았던 시절아니 문화라는 단어가 제도와 자본 사이에서 이토록 역겹게 나뒹굴지 않고 우리가 그런 개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던 시절우린 익숙하게 문화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_ 63

 


5-3  셋째, 내 시련이 아닌 남의 시련은 없다는 것을 알아채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Q. 당신에게 좌파는 어떤 사람인가?

A. 다른 먼지들이 진정한 자유를 갖지 못하고 있을 때 ''라는 먼지만 홀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_ 204


 

5-4  넷째, 나의 방식을 찾기 위해 누구보다 나를 잘 들여다보는 눈이 필요하다.

 

  자크 제르베르의 아름다움을 향한 예찬은 단지 예술작품에 그치지 않는다길에 서서 이야기를 하다가도 서쪽 하늘에 석양이 걸릴 때면 "저길 좀 봐정말 아름다워"라며 말을 끊기 일쑤다길을 같이 걷다가 건물 벽에 조각된 여신상을 보면 그것을 벌써 300번쯤 보는 것일지라도 "제발 저것 좀 보라고저 곡선의 아름다움을"이라고 말하며 감탄의 신음을 연신 내뱉는다이제 예순을 조금 넘긴 이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포착하느라 분주하다.

  이 같은 열정은 파리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집회에 얼굴을 들이밀고 권력의 거대한 힘에 저항하는 소수자들 속에서 한 뼘 더 성장하고 싶어 하는 그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언제나 첫사랑을 만난 듯 밝게 상기되어 있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싱그러운 농담을 건네려고 애쓰는 그를 보면 곳간에 장작이 쌓여 있지 않아도 지금 가진 초 하나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의 차가운 손을 녹이려고 애쓰는 사람 같다그가 집회장과 전시장영화관을 하나의 단상에 나란히 올려놓고 그곳을 갔다 올 때면 자신이 한 뼘 움직였음을 느낀다고 말할 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그것이 바로 그가 말한 일상적 실천과 제도적 혁명을 양손에 쥐고 가는 그의 방법이라는 사실을유토피아는 결코 지옥의 끝에 문득 다가오지 않을 것이며더 많은 미소와 환희희열들이 일상에 쌓이고 쌓였을 때어느새 옷처럼 우리에게 입혀지리라는 것을. _ 80-81


 

5-5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활이 끝나기 전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벼려 나가는 끈기가 필요하다.


대학은 굳은 지식을 전하는 곳이야거기서 배운 지식은 사람들을 해방시키기보다 가두는 경우가 더 많아하지만 운동가는 자신이 꾸는 꿈과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로 인해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하고 방법을 모색하게 되지토론하고 선언하고 실천해 나가면서 온전히 우리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지식과 지혜를 삶 속에서 얻고그것은 우리를 더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해방의 열쇠를 제공하지. (...) 그러니 질문을 멈추지 말 것질문의 노마드로 계속 살아가는 것그것이 활동가의 첫 번째 사명이야. _ 28 


 

6  좌파에게 좌파라는 것은 별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름이 아니라 우리가 지니고 있는 태도고, 세상에 대응하는 방법이고, 삶을 만들어가는 자세다. 왼손을 틀린 손으로 만드는 것은 오른손을 옳은 손으로 드높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치사한 말장난일 뿐이다. 내가 좌파인 것은 우파에게만 경천동지할 일이다. 왼손잡이는 오른손 가위만 있는 세상에서도 그럭저럭 살아냈다. 그러나 오른손만이 바른 손인 이들에게 왼손 가위의 등장은 바른 손의 권위를 나눠줘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까 때로는, 생활 차원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왼손 가위를 발명하는 것이, 이념 차원에서 저들의 견고한 성벽에 뜻밖의 포탄을 날리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생활 좌파라는 것은 아름답지만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개인의 개인적 투쟁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추상적 집단을 위해 동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또 다른 개인을 위한 옹호가 될 수 있는 것. 옹호 받은 개인 역시 자신만의 개인적인 방식으로 생활 속 전쟁을 이겨나가는 중에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동지가 되는 것. 21세기형 좌파는 이렇게 앞으로 가는 것인가 보다. 이념의 거대한 깃발을 잘 나누어 각자의 방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그 조각을 나의 개성에 맞게 리폼한다. 다시 광장에 나온다. 광장은 이제 백만 개의 저마다 다른, 그럼에도 어딘지 닮은 깃발들의 바다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깃발을 올려다보기보다는 깃발을 든 서로의 표정을 마주본다.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5-02 17: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2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설해목 2019-05-02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훌륭한 글을 읽고나서도 제가 궁금한 건 그래서 syo님은 글씨를 여전히 왼손으로 쓰는건가.. 입니다. ㅎㅎㅎ;;;
저도 왼손잡이입니다. 아빠에게 왼손이 묶여 하루를 굶기도 하고 syo님처럼 아이들 앞에서 선생한테 손등을 엄청 맞고......
저는 결국 선생에게는 굴복하여 글씨만 오른손으로 쓰고 그 외의 손으로 하는 모든 건 왼손으로 하지요.
명절때 모인 어른들의 왼손으로 밥먹으면 시집 못간다는 말을 꿋꿋하게 무시해가면서 버텨온 긴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ㅋㅋㅋ
한때는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왼손잡이의 역사> <왼손이 만든 역사> <왼손잡이 여인> <왼손잡이> 뭐 이런 책들도 좀 봤더랬지요. ㅋㅋ

각자의 개성에 맞게 리폼한 21세기형 좌파라..... 이거 정말 멋진 표현입니다!
고민하던 부분이었는데 한결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

syo 2019-05-02 17:57   좋아요 3 | URL
네. 저는 왼손으로 글씨를 씁니다.

심지어 패면서 고치라는 게 너무 기분이 나빠서 더 엇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발까지 왼발로 바꿨습니다. 어린 syo는 그래도 고집과 강단이 있었지요.

지금 같으면 아마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좌파는 이념이 아니라 자세라고 합니다. 물론 이론과 개념들이 자세를 바로잡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자세와 태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무식하지만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려구요 ㅎㅎㅎ

설해목 2019-05-02 18:35   좋아요 0 | URL
부럽습니다. 그때 고통에 굴해 오른손으로 옮겨간 것이 무지 후회가 되네요, 두고두고.

그 자세와 태도에 대해 고민 아닌 고민이었거든요. 좋은답 얻었습니다. ^^

레삭매냐 2019-05-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을 읽다 보니 예전 학창 시절,
좌장면만 먹고 좌전거만 타고
좌측통행만 한다던 선배 생각이
문득 났습니다...

그나저나 쁘띠부르주아 지식인
의 글은 왠지 불편하게 다가오네요.

어느 삐딱선의 투정일까요...

syo 2019-05-02 18: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제가 저간의 사정을 잘 몰라서 달리 말씀드릴 건 없지만, 이 책은 인터뷰집이라서 아무래도 사정이 좀 낫겠다 싶습니다.

그나저나 좌장면 좌전거라는 표현은 살짝 옛스럽지만 되게 좌밌습니다ㅋㅋㅋ

stella.K 2019-05-02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랍네요.
제가 어렸을 때 오른손, 왼손에 대한 가르침과 눈총이 심하지만
스요님 때는 그런 게 거의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랬네요.
전 오히려 이해 받는 쪽에 속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은 오히려 왼손을 더 쳐준다면서 말이죠.

저도 스요님과 같은 생각을 했더랬죠.
바른손이라는 것도 왼손이 있어야 가능한 거지 혼자 바른손이면
뭐하겠습니까? 순간 그렇게 나누는 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엔 왼손잡이도 많아졌고 오히려 왼손으로 글씨 쓰면 멋있지 않나요?ㅎㅎ
참고로 저도 왼손으로 글을 씁니다.

근데 오늘은 3-1, 3-2. 3-3....으로 나눠 쓴 게 인상적이군요.
무슨 기준으로 나눈 건가요?
마치 반인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때 3-4반이었는데...ㅋㅋ

syo 2019-05-03 00:42   좋아요 0 | URL
많은 왼손잡이님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음을 증언하고 계시네요 ㅎㅎㅎ 저도 억압의 막차를 탔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선생님들이 마치 짠 것처럼 아무도 제 왼손을 터치하지 않더라구요.

3-1, 3-2 이렇게 나눈 건 그냥 내용상 병렬로 구성되는 게 맞겠다 싶은 문단을 나란히 배열하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ㅎㅎㅎㅎ

그리고 전 3학년 2반이었지요 ㅎㅎ

수연 2019-05-02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잔나비 들으면서 읽다가 저도 모르게 아 좐나비 좋다...... syo님은 더 좋아요......

syo 2019-05-03 00:43   좋아요 0 | URL
요즘 수연님이 잔나비에 흠뻑 빠져 계시다는 걸 제가 익히 알고 있는데, 무려 more than 잔나비라니, 신납니다^-^

독서괭 2019-05-02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왼손잡이라는 이유만으로 귀싸대기를 맞다니.. 그 이유만이 아니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건만요. 정말 폭력적인 시절이었네요... 그나저나 그 어릴 때 이미 syo님의 좌파적 앞날은 예고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syo 2019-05-03 00:47   좋아요 1 | URL
그렇습니다. 어릴적부터 이미 될성부른 빨갱이였던 것입니다!! ㅎㅎㅎ

요즘은 저렇게 패지는 않겠지만, 제도권 교육이라는 것이 소수자에 가하는 교정 압박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부분에서는 알게 모르게 소수자고, 전 제가 낳은 아이들에게 이런 제도 하의 교육을 시키면서 분노하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하고 있답니다. 물론 전적으로 교육환경 때문만은 아니겠습니다만......

반유행열반인 2019-05-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왼손과 오른손이 공생하는
세상이 오길...올까요? (오른손잡이 대표 겸 못난 선생 대표로 반성하며 오른뺨 철썩철썩)

syo 2019-05-05 12:06   좋아요 1 | URL
탄압받다가 탄압받지 않게 된 왼손잡이 입장에서는 이 정도면 공생하는 세상이 왔다고 말하겠습니다만,
사실 저건 비유적인 말씀이셨겠으니, 대답이 되지 않겠죠? ㅎㅎㅎㅎ
답이 없으니 대답이 없는 걸로 할까요.

오른뺨 말씀이 나와서 말씀인데,
내 부어 오른 오른뺨을 자연스럽게 만져줄 수 있는 상대방의 손은 그의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임을 오른손잡이들이 알게 된다면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여기서 ‘오른손잡이들‘은 당연히 비유고요 ㅎㅎ

쟝쟝 2019-05-05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체 왜 때려요 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저도 그시대를 살았지만 ㅠㅠㅠㅠ 정말 ㅠㅠㅠ 말도 안되는 시절이었어ㅠㅠㅠㅠㅠㅠㅠ

syo 2019-05-05 20:14   좋아요 1 | URL
하도 맞다 보니 맞는 사람도 맞을 만해서 맞는다고 착각할 정도였잖아요 ㅎㅎㅎ 저도 심지어 왼손으로 쓰면 얻어터진다는 건 당연히 깔고서 ‘그럼에도‘ 쓴다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쟝쟝 2019-05-05 20:18   좋아요 0 | URL
전 맞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나 맞을때 최대한 안아픈척 하는 것이 복수하는 거라 생각했던 아픔을 잘 참는 (서늘한) 어린이였어요... 어린이날 맞이 독한 어린시절 배틀 같네요 ㅋㅋㅋㅋ

syo 2019-05-05 20:35   좋아요 1 | URL
전 별로 독한 아이는 아니었어요 ㅋㅋㅋㅋ 기꺼이 패배를 인정합니다. 쟝쟝님이 이 구역의 독한 어린이세요.

쟝쟝 2019-05-05 21:41   좋아요 0 | URL
맞을 줄 알면서도 왼손으로 쓰는 그 마음이 더 독한거예요☝️전 맞을 상황을 최대한 피했다구요.. 독한어린이!!

문모운 2019-05-1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녕이 이상했던 건가 대구가 이상했던 건가 아리송하구만. 왼손잡이 탄압이 버킷리스트에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구는 사람들을 어찌 그리 많이 만났어? 나는 왼손잡이들을 동경했었는데~

syo 2019-05-12 13:29   좋아요 0 | URL
특별히 골라서 만난 건 아니고 그냥 그땐 다 그랬던 것 같은데.
하도 다들 그러니까 특별히 그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받지 못했어.
내가 이상한 놈 같았지.

근데 알다시피 나는 이상한 놈 취급 받는거 은근 즐기는 변태였잖아. 그런 이유로 퉁쳐서 그럭저럭 살만 했어.

문모운 2019-05-13 10:09   좋아요 0 | URL
@syo 엄청 변태였네 몰랐어☺️

syo 2019-05-13 11:21   좋아요 0 | URL
뭐래, 남의 매력포인트 함부로 비하하지 마라.

문모운 2019-05-13 13:42   좋아요 0 | URL
syo 변태혐오 안 하겠습니닷😑
 

 

이번에는 책을 좀 성의 있게 처분하는 중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 전체를 까뒤집어 놓고서는 고작 몇 권 억지로 뽑아내 손을 벌벌 떨며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치운 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사과 박스를 통째로 해치워버린 건 처음이다. 그래봐야 얼마 쳐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나는 또 책을 사겠지..... , 어쩌다 끝없는 욕망과 시장경제의 허망한 콜라보에 걸려들었나. 책 판 돈으로 책 사고 그 책을 다시 팔아서 또 책을 사고.....

 

고전이고 나발이고 두 번 읽지 않을 것 같다거나, 내 역량으로 읽어봐야 연구서나 개론서 한 권 읽는 것보다 건지는 게 없겠다 싶은 철학 원전 등등을 과감하게 숙청한다. 첨엔 마음이 좀 허전했지만 떠나보내고 나니 걔가 원래 있던 앤지 없던 앤지, 난 자리가 흔적조차 없는 마당이다. 이럴 걸 왜 그리 움켜쥐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경험상, 칸트가 썼건 칸트 와이프(없다)가 썼건, 구해놓고 3년이 지나도록 한 번을 열어보지 않은 책은, 결국 열어보지 않는다. 지금 팔아치웠다가 정말 읽고 싶어서 미칠 지경일 때(가 만약에 온다면) 다시 사서 읽으면 된다. 그럴 때가 오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책을 팔아치웠으니 잘된 것이고, 그럴 때가 오면 그건 그거대로 땡큐다. 단돈 몇 만원 손해보고 몇 년 동안 생기지도 않던 고전독서의 의욕을 사들인 것이라 치면 되지 않을까.

 

하여간 이놈의 정신승리란.

 

 

201904 : 24

 


1.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

: 김보통 작가님 스스로는 사건도 주제도 교훈도 없는 글을 쓴다고 너스레를 떨며 첫 꼭지를 열었지만, 그건 그야말로 엄살일 뿐이라는 사실을 syo는 바로 알 수가 있다. 주제도 교훈도 없는 글이 어떤 글인지, 그걸 쓰는 기분은 또 어떤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또 s모씨이기 때문이다......

: 실제로는 사건도 주제도 그리고 교훈도 다 있다. 심지어 그림까지 있다. 그런데 엄살까지 갖췄단 말인가? 이 정도면 이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거 아닌가요?(당연히 아닙니다) 이런 보통 아닌 글을 쓰면서 스스로 김보통이라 칭하다니, 이거는 부정경쟁방지법이나 상표법 저촉 아닌가요?(이것 역시 아닙니다)

 

2.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 김나연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

: 일단 제목에 들어있는 모든 명사가 나를 꼬신다. 동물, 그거야말로 이 험한 세상의 빛이요 소금이지. 우울, 그것은 하루 두 끼 식후에 꼬박꼬박 챙겨먹는 디저트 같은 감정이고. 그리고 세.....섹스. 허허허허허허 어허허허허허.

: 이 책 속에 동물이나 우울이나 섹스가 syo의 예상(기대)만큼 들어있었는가를 놓고 생각하면 입맛만 다실 밖에. 그러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저런 것들이 잔뜩 있었고, 잘 쓰는 글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 역시 배부르도록 느낄 수가 있었다.

 

3.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8

: 이것은 인문학 책이다. 선생님 허수경의 생각을 눌러 담은 책이 아니라, 읽는 이가 생각을 펼칠 수 있게끔 발굴자 허수경이 자신의 발굴 도구를 선뜻 빌려주는 책이다. 이런 책이 이젠 더 나오지 않는다니.....

 



4.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

: 표현은 개인의 취향이겠으나, 시가 겨냥하고 있는 마음이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지 않나? 그리하여 물론 공감의 여지는 많겠으나, 공감하였음을 자랑할 만한 생각들은 아니지 않나? 누구나 이만큼의 사랑을 얻을 수는 없겠으나, 누구나 이만큼의 글을 지을 수는 있지 않나?

 

5.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

: 읽는 사람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장의 신기함을 허용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있을 것이다. 보조관념과 원관념 사이의 거리가 너무 먼 비유법이라든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동시에 반드시 필요한지도 아리까리한 의인법, 활유법이라든가 하는 기술들이 과연 어디까지 기교로, 참신함으로,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 따위를 결정하는 경계선 같은 것. 문장이 그 경계선에 가까이 다가가 붙을수록 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 정말 천재다! , 이런 사람이 있으니 나 같은 놈이 글을 써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것은 죄악일거야! 따위의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다가 그 선을 넘어서는 순간, 뭐야, 욕심이 과했네! 뭐야, 잘난 척 쩌네! 뭐야, 읽는 사람 배려 안 해? 같은 반응으로 급전환 되는 그런 경계선. 저마다의 경계선. 황학주 선생님은 syo의 경계선에 바짝 붙어 계신다. 아슬아슬하리만큼 아름다웠다.

 



6. 이토록 보통의 /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

: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사랑이란 참으로 신묘하여,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랑들도 각자 저마다의 방향으로 사방팔방 결론난다. 모든 결론이 다 가능하다. 모든 사랑이 다 개연성이 있고, 아무리 쓰레기 같은 사랑 이야기여도 최소한 세상의 누구 하나는 그 사랑에 공감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남의 사랑 이야기는 더욱 쓸모가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구 표면의 어디선가는 결코 있을 법하지 않은 개막장 사랑이 진행되는 중이며, 바로 그 시각 또 다른 어디선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아 고귀한 동시에 진귀한 참트루 러브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사랑 이야기를 하나 창조하는 일은 사실 하나 이상의 실재하는 사랑을 옹호하는 일이 된다. 누군가에게 보통 아닌 사랑이, 이미 누군가에겐 이토록 보통의 사랑일 따름이다.

 

7. 사랑을 멈추지 말아요 / 이종산 외 지음 / 큐큐 / 2018

: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아무리 망한 사랑이라도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고, 이야기를 옹호하는 일이 되므로. 그리고 그 이야기가 다시 지구 어딘가에서 울고 있는 어느 약한 사랑의 등을 두드려줄 것이므로. 사랑하는 것은 인간의 맡은 일이다. 사랑을 멈출 수는 있어도, 사랑하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8. 멜랑콜리 해피엔딩 /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

: , 짧지만 이건 너무 좋아! 하는 글들이 몇 있는 반면, 와 이건 정말 성의가 없군, 싶은 글도 있었다. 짧은 지면 속에서도 딴딴하게 몰아붙이는 작품도 있었지만, 휘뚜루마뚜루 덤벼드는 글도, 뱀 꼬리마냥 스리슬쩍 찍 마무리지어버리는 글도 있었다. 스무 개가 넘는 작품이 다 좋을 수는 없다. 당연하지. 그렇지만 아마도 책으로 묶여 나온 걸 보고 아차 싶었던 작가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9. 인간 루쉰 / 린시엔즈 지음 / 김진공 옮김 / 사회평론 / 2007

: 上下 합쳐 1500쪽은 되는 분량을 채우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우선 루쉰이 쓴 글을 폭넓게 싣는다. 그리고 루쉰에 대한 견해를 풍부하게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루쉰이 했으리라고 추측되는 생각이나 그가 친구들과 나눴으리라고 짐작되는 대화 같은 것들을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구성한다. 특히 마지막 기술은, 달아나지 못하도록 독자를 현혹하고 1500페이지의 대장정을 끝마치게 하려면 구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과하긴 하지만, 단 한 종의 평전만 소유하려면 이 책이 가장 든든한 것도 사실이다.

 

10. 루쉰 문학선 / 루쉰 지음 / 루쉰전집번역위원회 옮김 / 2018

: 루쉰 평전을 읽기 전에 읽은 루쉰의 글과, 그 후에 읽은 글이 다르다. 광인은 왜 저런 모양으로 미쳤는지, Q는 대체 뭐 어쩌자는 자식인지, 저 캐릭터들은 어째서 태어나야만 했는지를 100년 후의 타국에 사는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 같다. 결국 평전과 작품이 시너지를 만든다. 서로를 읽게 한다. 아직 루쉰 평전을 읽기 전이시라면, 루쉰의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그리고 루쉰 평전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루쉰의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결국 당신은 루쉰을 읽어야 하는 운명인 것입니다. 답정루. 으하하.

 



11.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 박현찬, 정상혁 지음 / 서울연구원 / 2017

: 별다른 말을 붙일 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서울시에 세워진 건축물들에 높이에 관한 역사, 규정, 현황과 나아갈 방향 같은 것들에 대한 정보를 별다른 색깔 없이 제시하는 얇은 책이다.

 

12. 마르크스 평전 / 프랜시스 윈 지음 / 정영목 옮김 / 2001

: 작년,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몇 권의 책이 추가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는 빨간 표지의 마르크스 평전 트로이카라는 것이 존재했다. 걔들은 저마다 특색이 뚜렷하다. 이사야 벌린의 책은 전반적으로 마르크스를 깐다. 자크 아탈리의 책은 반대로 마르크스를 빤다. 그리고 이 책은 마르크스를 놀린다. 그렇다면 셋 중 누가 마르크스의 유령과 가장 친한 친구겠는가. 다양한 평전이 나와 있는 시점이다 보니 이런 질문 또한 읽을 책을 고르는 데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3. 논어를 읽기 전 / 정춘수 지음 / 부키 / 2013

: 눈이 밝고 생각이 깊은 이는 논어를 읽지 않아도 벌써 이 정도다. 반면 syo 같은 인간은 논어만 해도 각종 번역본으로 다섯 번을 읽었으나 아직도 이렇게 산다. 뭐 철학이 대충 다 그렇지만, 동양철학이라는 놈들은 유독 더 사람 차별한다. 과연 반상의 법도는 지엄한 법인가요.

 

14. 군자를 버린 논어 / 공자 지음 / 임자헌 옮김 / 루페 / 2016

: 번역자의 재량을 좀 크게 투여하여, 마치 2016년 당시 살아 있는 공자를 찾아가 묻고 대답을 들은 것 같은 문체로 논어를 풀어냈다. 쓸모는 당연히 있고, 득실의 크기는 독자가 저마다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15. 실학, 조선의 르네상스를 열다 / 정성희 외 지음 / 사우 / 2018

: 여러 저자가 한 꼭지씩 맡아서 완성한 책인데, 단순히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 글들임에도 글쓴이마다 편차가 크다. 지식의 편차, 문체의 편차가 아니라 정성의 편차.

: 도대체 <흠흠>는 누가 쓴 뭐하는 책인가요. 이 오타를 낸 이의 글은 전반적으로 보아 퇴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재밌는 것은, 이분이 또 다른 꼭지에서는 글을 굉장히 잘 썼다는 것이다. 그것 참.

: 누구라고 말을 하지 않겠지만, 또 다른 이는 글을, 정말 너어어무 못썼다. 처음 손끝에서 나온 글을 그대로 던져 놓은 게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전공이 무엇이건 인문학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그리고 막대한 양의 활자를 헤치고 나와 그 위치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지니게 될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수준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syo는 이거, 그냥 정성 부족이라고 본다.

 

16. 문장의 온도 /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 / 2018

: ‘온도라는 어쩐지 포근할 듯한 단어를 달아놓은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자신이 연구하는 사람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연구자의 극찬이 일반 독자들에게 과찬으로 들리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당연히 이덕무의 글은 좋다. 그렇게 많이 읽고 꾸준히 쓴 사람의 글이 200년 전 작품이라 해서 별로기는 어렵다. 시간을 들여 읽어볼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대목도 있다. 그럼에도 좋게 말하자면 고풍, 막 지껄여보자면 고루한 데는 있다. 이덕무의 문장이 훌륭하다는 것이야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분위기지만, 그걸 훔쳐와 내 문장에 매끄럽게 바르려면 센스가 꽤 필요하겠다. 그런데 그 정도 센스가 있는 사람은 자기 문장을 잘 쓸 것이다. 문장 안에 든 생각 역시 당대에는 깨치고 치고 나간 생각이었겠으나 200년 지난 관점에서 보면 상식에 절반, 상식 이하에 절반이 걸쳐 있는 수준이다. 오늘날 눈높이로 이덕무가 낡았다고 욕하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나서 얻은 게 이덕무는 뛰어난 사람이었다.”라는 한 문장이라면 이건 나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 이덕무를 위한 독서가 되는 거잖아.

 

17. 단박에 조선사 / 심용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

: 심용환 선생님의 책을 몇 권 읽었더니, 이제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심용환 선생님의 코멘트가 시작되는 순간 어떤 관점으로 풀어나가실지 예측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이제 다른 작가의 역사책을 읽어볼 필요가 생긴 것이라 하겠다. 그런 책이다. 부족하지 않은 한 권인 동시에 한 권으로는 부족하겠으니 계속 읽어나가 보자는 기분이 들게 하는.

 



18-23.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11 /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

: 한 달에 딱 다섯 권씩 읽어서, 네 달이면 정복하리라는 계획이다.

 



24. 본격 한중일 세계사 1 /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

: 이른바 서브 컬쳐라는 컬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그 컬쳐가 컬쳐는 무슨 컬쳐냐는 생각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책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굽시니스트 작가님은 센스가 좋고 글도 참 잘 쓴다는 사실은 언급해두고 싶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5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해목 2019-05-01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그런거였군요. 3년 동안 열어보지 않은 책은 미련없이 처분해야 한다는 syo님의 말씀에 저도 처분할 책들 선별작업 들어가야겠습니다. ㅋㅋ 근데 그런 책들이 너무 많아........... 책장 절반이 빌 것 같아요. ㅎㅎㅎ;;;;;
저 두꺼운 루쉰 평전 읽게 될까봐 루쉰 문학선을 읽지 말아야 하나 고민 들어갑니다. ㅋㅋ
<멜랑콜리 해피엔딩>은 제 발 저리는 작가가 누구일지 궁금해서라도 읽어봐야하나 갈등 들어갑니다. ㅋㅋ

syo 2019-05-01 22:03   좋아요 1 | URL
제가 또 고민거리를 남겨드렸군요.
아니야 이게 다 설해목님의 독서의욕이 충만하시기 때문이에요!! 제 탓 아닙니다 ㅎㅎㅎㅎㅎ

책장은 비워봐야 사실 곧 다른 책으로 찰 텐데 말이에요 ㅎㅎ

단발머리 2019-05-01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처분의 시원섭섭함이란 뭐,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 처분하고 나면 그 책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이....
아, 내가 그 책 왜 버렸지? 아니면, 아닌데!! 그 책 안 버렸는데, 왜 없지? 이런 생각 ㅠㅠ

빨강의 유혹 <마르크스 평전>이랑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읽어봐야겠어요.
쇼님 글 읽으면 다 읽어보고 싶지만, 간추리고 솎아내고 추리고 추려서^^

syo 2019-05-01 22:06   좋아요 0 | URL
같은 책 있는지도 모르고 또 사는 거랑 어느 게 더 착잡한 일일까요??

그러고 보니 안젤라 카터 책 두 권 사셨던 어느 다....님이 떠오른다?? ㅎㅎㅎ

단발머리 2019-05-01 22:08   좋아요 0 | URL
그 분이 이 댓글을 좋아합니다^^
자나깨나 다...님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9-05-01 22:12   좋아요 1 | URL
그럼요.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는데요. 다싸부님.

다락방 2019-05-02 17:22   좋아요 0 | URL
누가 제 얘기 하나봐요. 귀가 간지러워요...

syo 2019-05-02 17:25   좋아요 0 | URL
일부러 다...라고 익명처리했는데, 이렇게 나서시면 저의 노고가 물거품이 되잖아요. 어휴, 깜쪽같이 아무도 몰랐을텐데......

2019-05-1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15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만화는 죄가 없다. 죄는 어떻게든 읽은 권수를 늘리고 싶어서 꼼수를 쓰는 인간에게 있을 뿐이다. 허허허.

 

이번 달에는 한 번도 안 나타날 것처럼 비장하게 굴었지만 꽤 등장했고, 한 권도 안 읽을 것처럼 단호하게 굴어놓고는 스무 권을 읽었다. syo는 또 죄인인가? 아니야, 난 그저 얍삽했을 뿐이다. 스무 권 안에 만화가 5, 한 권이 단편소설 한 편 분량인 책이 3, 무상무념으로 읽어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가 너덧 권 들었으니, 이 정도면 사실상 한 10권 읽은 셈으로 치고, 면죄부를 받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요. 한 달에 10권이면 사흘에 1권인데, 그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것도 안 되나용......

 

그러나 딴에는 또, 이 정도 무게의 책들로 도배했는데도 20권이라니, 으아아아 이 모든 게 다 거짓말 같다. 끝나지 않는 만우절 같다.

 


201903  20

 

 


1.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 김신회 지음

: 위로는 내용보다 궁합이다. 궁합이 잘 맞는 어떤 이는 그저 옆에서 숨만 쉬어 줘도 위로가 되는 반면, 백만 명의 쓰린 마음을 다 보듬고 돌아와 내 앞에 선 위로의 그랜드마스터라도 궁합이 황이면 이쪽에서는 가뜩이나 짜증면 곱빼긴데다 불짬뽕 말아먹는 기분이 되고 만다. 더없이 아무것도 안하는 syo로서는 뭔가 큰 기대를 안고 책을 펼친 것인데, 허허허.

 

2.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 헤르츠티어 지음

: syo가 또 되게 건방진 게, 이런 장르의 책을 읽을 때면 자꾸 이 사람이 나보다 잘 쓰느냐 아니냐를 체크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책들이 이 낮은 허들을 수월하게 통과하긴 한다. 가끔 그렇지 못한 책이 나오면 되게 신랄하게 깐다. 물론 소심한 syo가 할 수 있는 맥시멈 능욕이라는 것이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정도에 그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되게 열 받는 말일 수 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이런 장르의 책(책을 펼치면 대체로 한 페이지에는 사진, 다른 페이지에는 글이, 줄글로 써도 되는 것을 괜히 시처럼 행갈이 해놓은 글이 쓰여 있는 책)을 고를 때면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혹시 내가 까게 되면 어떡하지? 아아아, 그럼 안 되는데, 안 되는데......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오들오들 떨며 책을 업어오는 일에는 장점도 있는데, 막상 펼쳐보니 되게 잘 썼다 싶으면 갑절로 감동을 받는 것이다. 그랬다.

 

3. Lo-fi / 강성은 지음

: syo가 아는 강성은은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의 그 강성은이다. 추억 속의 그 강성은은 굉장히 잔인한 사람이었다. 그 시집을 읽던 무렵의 syo는 매주 한두 편씩 시를 쓰면서 제 깜냥도 모르고 언젠가는 시인이라는 것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던 천둥벌거숭이였다. 그러나 시를 쓸 욕망을 키워주는 것도, 시를 쓸 용기를 꺾어버리는 것도, 언제나 시였다. 넌 재능이 없지, 넌 흉내만 낼 줄 알지, 그것조차 넌 썩 잘하지 못하지, 우리의 시가 태어났으니 너의 시는 태어날 필요가 없지. 이런 모진 말들을 하는 시인들의 명단이 있었다. 으드득 이를 갈며 그 명단에 강성은의 이름을 꾹꾹 눌러 담던 어느 초겨울의 몽촌토성역이 syo는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녀의 시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벌써 10년이 다 되가는 이야기다.

: 오늘 다시 읽은 강성은의 시는 그날의 그 시와는 좀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해주는 말도 모양새가 조금 바뀌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때 시를 포기하길 잘 했지? . 감사합니다. 크게 잃은 것 없이 시만 쏙 버리게 해줘서. 전이되기 전에 일찌감치 적출해줘서. 그리고 과연 그러기를 잘 했다 싶게 좋은 시를 여전히 쓰고 있어줘서.

 



4.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지음

: 옛날에는 강신주라는 사람이 되게 신기했다. 세상에 모르는 게 없고, 해결하지 못하는 고민도 없고, 못하는 말도 없고. 젊은 날에 숭배하기 딱 좋은 사람이었다. 책은 죄다 사 모았고, 강연도 몇 번 들었다.

: 지금 내가 강신주 선생님을 대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숭배의 불길은 일찌감치 잡혔고, 그 자리에 나는 어떤 씨앗을 뿌려 화전을 일구고 있나. 지금의 나라면 이 책을 두고두고 읽을 필요는 없겠다며 과감히 처분하는 동안, 나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었나. 난 이제 나라는 사람이 제일 신기하다.

 

5. 3·1혁명과 임시정부 / 김삼웅 지음

: 핑계 같지만 김삼웅 선생님 책이 유독 건조하긴 하다. 사실 김삼웅 선생님의 평전들은 덕장에 널어놓고 딱 3일만 꾸덕꾸덕 말리면 사전처럼 메말라 책상으로 돌아올 것 같은 느낌이다. 3·1운동에 대한 평전(?)이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는 듯하다. 그러니까 빗겨 말하자면, 김삼웅 선생님의 글에는 flow가 없다. 사료는 누구보다 풍부하게 갖추시지만 서술감각으로 보면 그 사료를 단순히 나열하는 데서 그다지 멀리 벗어나지는 않으신다는 느낌. 그러다보니 주인공의 인생사 자체가 flow를 타지 않으면, 평전이 비교적 지루하다는 느낌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것도 아니면 읽는 사람이 알아서 flow를 타줘야 한다.....

 

6.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왕은철 옮김

: ‘당신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어떻게 이 말을 잊고 있었을까. 절대로 잊지 말아야지 그렇게 다짐을 했었는데. 막사에 불이 꺼지고 몇몇 아이들이 총을 차고 나가는 밤, 목까지 끌어올려 덮은 모포 아래로 두 주먹을 꽉 쥐고서 세 번씩, 더 많이 그리운 날은 다섯 번씩 마음속으로 읊었던 그 말을, 어느 결에 나는 잊어버리고 만 걸까.

: 두 번은 잊지 않으려고 단단히 읽어 두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이 말을 건네기 기꺼운 사람이 있는 독자에게라면, 이 책은 기억보다는 마음에, 그리고 입보다는 손발에 깃든다. 내용을 모두 잊고, 이 책은 그대로 버려도 좋다. 저 말을 잊지 않고, 저 말을 해줄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면.



 

7. 베를린에서 있었던 베를린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들 / 김인철 지음

: 그렇습니다, 김인철 선생님. syo보다 연하이신 것 같아도 책이 몇 권이나 나왔으니 마땅히 선생님이시지요. 선생님, 글이 참 재미져요! 그리고 물론 syo보다 더 잘 쓰세요. 이건 너무도 당연한 소리라 칭찬도 뭣도 아니긴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고 또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선생님, 만약 선생님께서 최선을 다하신 거라면, 정말 그렇다면 선생님, syo보다 그리 많이 앞에 가 계신 건 또 아닌 것 같아요. 후후후. 제가 보기엔 그렇다고요. 안녕하세요. 손syo입니다. 본관은 '오만불', 오만불손 씨지요.

 

8. 임정로드 4000km / 김종훈, 김혜주, 정교진, 최한솔 지음

: 이쯤 되면 임정로드를 가 보라는 건지 우리가 가 봤으니 너는 안 가 봐도 된다는 건지 헷갈린다. 사전지식 없이 여행길에 올랐다가 빙충이같이 놓치고 돌아올 것들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임정로드를 걷는 것보다 이 책을 읽는 게 훨씬 합리적이고 안전한 선택일 수 있다. , 다 읽었으니까 이제 안 가 봐도 되겠어,

: 라고 말하면 으하하, 그건 다 뻥이옵니다. 이 책은 임시정부와 임시정부를 일으킨 이들의 발자취를 상세히 더듬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직접 걸어보고 싶게 한다. 모조리 알지만 직접 겪어보진 못한 것보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한 번 그 위에 올라서는 것이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길이 있다. 위대한 인간들이 앞서 걸었던 글이 대체로 그렇다. syo는 나라를 별로 사랑하지 않지만, 내가 사랑하지 않는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것을 만들어내고 지키는 사람들은 사랑한다. syo는 역사를 그다지 소중히 여기지 않지만 그 역사를 소중하게 만든 이들을 소중히 여긴다.


9. 소설을 쓰고 싶다면 / 제임스 설터 지음 / 서창렬 옮김

: 제임스 설터를 누구보다 숭배하는 syo로서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또 어마어마하게 좋은 것도 아니라서, 좋아하는 작가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 모으기에는 이제 돈도 없어서, 돈이 없는데 책을 사기에는 철이 좀 들고 그래서. syo가 설터에게 기대하는 것은 기본값이 어마어마고 여차하면 기절초풍이라서.

 



10.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이영미 옮김

: 에세이는 어떤 글일까? 에세이는 독자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만날 때면 항상 곱씹는 질문이다. 무라카미는 대체로 그저 에세이를 툭툭 써낼 뿐, 그 에세이를 가지고 특별히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독자의 마음속에 에세이라는 장르가 어떻게 정의되어 있느냐에 따라 무라카미의 에세이가 지니는 약효혹은 약빨은 천지차이다. 허튼 말은 하지 않는 사람 같으면서도 가끔 보면 참 허투루 말하는 사람 같기도 하다. 비유만 해도 그렇다. 대체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비유를 구사하는 것 같으면서도 무라카미가 하는 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비유일 거야라는 선입견 뒤에 숨어 방만하게 비유하는 일도 있는 것 같다. 난 참 이 사람을 잘 모르겠다.

 

11. 인간이란 무엇인가 / 백종현 지음

: 뵌 적도 없는 백종현 선생님의 음성이 찌렁찌렁 울리는 것만 같다. 칸트 입문서로 더 쉬운 책, 더 친절한 책이 있기는 하지만, 혈혈단신으로 칸트 전집을 번역해오고 계신 선생님의 아우라를 고려해보면 최소한 다른 책의 존재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낮게 매겨질 일은 없겠다.

 

12.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1 / 서중석, 김덕련 지음

: 자칭 알라딘 빨갱이라는 syo는 무지하게도, 이 지독하다시피 한 기계적/신앙적/자동적 반공 이데올로기가 4공화국 작픔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그러나 그 시작점은 심지어 1공화국도 아니며, 공화국이라는 것이 생기기도 전이라고 한다. 친일파. 난 그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약하고 가난한데 친일파 후손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것이 문제겠거니 하고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해방 직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데올로기 투쟁에 뛰어들고 프레임을 선점하는 작태를 보고 있자니 소름이 끼친다.

 



13. 부케를 발견했다 / 최정화 지음, 이빈소연 그림

: 최정화. 불안의 마에스트로. 딱 한 페이지만 더 넘기면 당장 뭔 일이 터질 것 같은데, 넘기고 넘겨도 별 일이 터지지는 않는데, , 진짜 이번에는 진짜 터질 것 같은데, 그럼에도 또 터지지는 않는데, 아니 뉘앙스가 전에 분명 뭔가 끔찍스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결코 그게 뭔지 알려주지를 않는데, 아 이게 뭐지 이게 뭐지, 이렇게 쫄깃하게만 만들어놓고 또 끝내 이거였다 떡하니 내질러주지는 않는, 불안의 맛집.

 

14. 꿈은 미니멀리즘 / 은모든 지음, 아방(신혜원) 그림

: 은모든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고 당연히 그 이름이 박힌 책도 처음 읽어 보았다. 간소한데 단아한지는 모르겠다. 소소한데 소중한지는 모르겠다. 깔끔한 만남이었지만 다시 만나고 싶을지는 모르겠다.

 

15. 아무도 없는 숲 / 김이환 지음, 박혜미 그림

: 그냥 그랬다. 모든 면에서 그랬다. syo의 관점에서는 이 이상 더 보탤 말이 없다.

 



16-20.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5 / 박시백 지음

: 출판문화 판에서 박시백 화백(무슨 유상무 상무 느낌이긴 한데)님의 독보적인 입지를 확립해준 걸작. 긴 설명이 필요할까. 이 책 욕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4월에도 박시백 선생님의 성은으로 분발할 작정이다. 마음잡고 보면 남은 15권 하루 나절에도 보겠지만 마음 같은 거 잡지 말아야지. 그리고 에세이는 도서관에 산처럼 쌓여 있다. 요즘은 유익한 동시에 후다닥 넘어가는 이런저런 만화책들도 꽤 많다. 얍삽하고 싶은 인간은 얼마든지 얍삽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늙어 보니까 하루치 집중력과 정신력이 딱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된다. 그걸 아껴야 잘 산다. 헤겔 이런 거 읽다가 그걸 탕진하면 나는 끝장이다. , 눈물.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6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9-04-01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01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19-04-01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왜 안 나타시려고 그러셨어요? syo님이 안 계신 썰렁한 북플은 어쩌라구요??

syo 2019-04-01 19:48   좋아요 0 | URL
안 썰렁하고 잘 돌아가던데요?? 툐툐님도 계시잖아요 ㅎㅎㅎㅎㅎ

설해목 2019-04-0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우절 거짓말이죠?
실제로는 50권쯤 읽었는데 20권으로 줄여 말한거죠? 그렇죠? ㅋㅋㅋ
요즘 설터 작가님의 저 책을 읽고 있는데 바로 전에 읽었던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비교가 되면서 나는 정말로 콕콕 짚어주는 주입식 교육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지 뭡니까.... 그래서 설터작가님 책이 잘 안넘어가요. ㅎㅎ;;

syo 2019-04-01 19:50   좋아요 0 | URL
후후후후. 진실은 저 너머에..... 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저는 만우절에 거짓말을 안 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스타일이라......

이승우 선생님의 책을 읽어보아야겠네요. 전 설터를 먼저 읽었으니 손해날 게 없겠어요 ㅋㅋㅋㅋ

독서괭 2019-04-01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권이라도(?) 올려주셔서 넘 좋아요~~^O^

syo 2019-04-01 19:51   좋아요 0 | URL
4월에는 10권이 될지도..... 하하하하.....ㅠ

토큰 2019-04-0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짓말 같이 syo 님 등판^^

syo 2019-04-01 19:51   좋아요 1 | URL
토큰님 반갑습니다. 등판하였으나 방어율이 영 나쁘네요.....

단발머리 2019-04-01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syo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꼭, 꼭, 약속합시다!!!

syo 2019-04-01 23:21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단발머리님~~~~~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요^-^

또 봄. 2019-04-02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만화에서 인생을 배웠습니다.^^

syo 2019-04-04 21:14   좋아요 0 | URL
저도 만화한테 참 많이 배웠습니다만 조선왕조실록으로는 좀 힘에 부치네요 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4-0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syo 2019-04-04 21:15   좋아요 1 | URL
😆😆😆

tintin2506 2019-04-08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 선생님에 대한 단상이 저와 거의 똑같아 놀랐습니다. 그의 실력이 다소 과장이었다 할지라도, 대중들에게 분명 어떤 씨앗은 뿌려졌던 것 같아요. 중요한건 현재의 ‘내‘가 그 씨앗을 어떻게 발현시켜 나가고 있느냐 인 것 같아용.

syo 2019-04-09 20:36   좋아요 0 | URL
tintin님 반갑습니다^-^

말씀대로 당시 강신주 선생님의 역할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는 다른 독보적인 어떤 역할이요. 그 역할을 나눠 질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어쩐지 선생님 요즘 좀 뜸하신 것 같지만, 선생님의 일정과는 별개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꾸준히 가야겠지요 ㅎㅎ
 

 

1

 

얼마만의 알라딘 등판인지 잘 모르겠다. 글은 닷새 만에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올린 글이 가슴에 관한 글이군. 제목에 가슴 두 개가 떡허니 박혀 있어. , 니가 하는 게 그렇지.

 

 

 

2

 

봄이 오는 것 같다.

 

 

 

3

 

이런 저런 사정과 이런 저런 마음이 만나 조그만 다짐이 되었다.

 

2019년은 탈백수를 해 볼 작정이다. 다짐만 있지 조짐이 있는 것은 딱히 아니지만.

 

 

 

4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5

 

안 읽으려 하는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매번 실패했다.

안 쓰려 하는데, 그건 잘 될지도 모르겠다. 읽어도 잘 안 쓰는 판인데, 안 읽으면 금상첨화(?).

 

 

 

6

 

같이 읽기로 약속한 것들, 쓰기로 약속한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까지는 천천히 한발 한발 걸어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한동안은 의무감으로 읽거나 쓰는 일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사실 아무도 준 적이 없는 의무를 혼자 받아 설친 꼴이라 관두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정말 읽고 싶어서 몸부림쳐지는 책은 참지 말고 읽고, 정말 쓰고 싶어 칼부림 날 것 같은 날에는 참지 말고 쓰기로 하고,

 

 

 

7

 

2월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3월에는 아마 이런 월말 결산 페이퍼를 올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이고. 결산 페이퍼를 다시 쓸 날은 과연 언제 올 것인가......

 

사실 이런 공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닌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꼴값, 이게 당최 무슨 돼먹지 못한 자의식 과잉인지.

 

 

 

8

 

그만하고 가서 공부를 시작하자.

 

 

201902 : 35

 

1.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고대사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굉장히 치열한 모양이다. 많이 들여다보지는 않아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재미있는 데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어떤 논점을 두고 대립하는 양쪽이 사실은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저놈도 다 알면서 모종의 이유로 그걸 모른 척, 사료를 조작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중이라는 태도만큼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yo는 고조선의 위만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지, 백제가 요서에 진출할 만큼 강력한 해양세력이었는지, 발해가 말갈족의 나라인지 고구려인의 나라인지, 가야에 왜놈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위의 사실들이 어떻게 결론이 나건, 그게 오늘 내가 사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저 치열한 전투가 정말로 어느 한쪽의 의도적 왜곡으로 인해 벌어진 싸움판이라면, , 굳이, 무엇하려 왜곡씩이나 하는 건지, 그 마인드, 혹은 그 뒤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어떤 이권의 맥락이 훨씬 더 궁금하다.

 

2. 몰입 / 패티 스미스 지음 / 김선형 옮김

: 글쓰기를 운명으로 감고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하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아하면서 질투하고, 부러우면서 다행이다 싶고.

: 글쓰기에 대한 소명의식을 드러내는 단단한 목소리를 마주하는 일이 내 안의 무엇인가를 깨워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이런 글을 열심히 찾아 읽는다. 아름답기까지 하면 감사한 일이다. 감사하다.

 

3. 전락 / 알베르 카뮈 지음 / 유영 옮김

: 스물 두 살의 syo이방인을 읽고 어쩐지 잉잉 울어버린 습한 추억이 있는데, 하등 울 일이 아닌데도 어쩐지 잉잉 울어버린 것인데, 그때부터 카뮈를 더 읽었다가는 울보가 되어버릴까 봐 십년이 훨씬 지나도록 더는 카뮈를 읽지 않았다는 거짓말 같은 거짓말이 전해지는데......

: 이번엔 안 울었다. 후후. 이제 카뮈를 읽어도 되겠군.

: 카뮈는 살아생전 말을 얼마나 잘했을까. 게다가 국가급 외모에 탈국가급 글빨.... , 이 사람 이거...... , 잠깐, 지금 이거 눈물인가??!!!!!(깨달음) 으어허허허(해탈) 역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딴소리)

 


4.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이현우 지음 / 조성민 그림

: 처음 이 책을 읽으며 로쟈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러시아 문학에 손을 댈 때가 오면, 프롤로그 느낌으로 이 책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자 이제 러시아문학을 시작할 때가 왔도다!

: , 이 책을 다시 또 읽는 불상사가 더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대채 몇 번째 시작이냐. 마르크스건 도스토예프스키건, 너는 어째서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느냐, 아이고 syo, syo.....

 

5. 맑스주의 역사 강의 / 한형식 지음

: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통사로는 이만한 게 있을까. 명쾌하다고까지 할 바는 아니지만 쉽고, 균형 감각이 쩐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가려 받아들일 만은 하고, 늘 그렇듯이 함량이야 부족할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겠지만, 대체로 이 정도면 넘치지 않나 싶기도 하고.

 

6. 돈 후안 외 / 티르소 데 몰리나 지음 / 전기순 옮김

: 재미? 없다.

: 의미?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들면 찾아지긴 하는 법이다.

 


7.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페터 한트케 지음 / 안장혁 옮김

: 페터 한트케는 헤맨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순탄한 상황이라면, 내면의 오래 묵은 찌거기를 왕창 뒤집어 엎어서라도 기어이 헤매고야 만다. 누구도 재현할 수 없고 심지어 자신조차도 반복할 수 없는 그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방황이 어째서 나의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8. 처음 만나는 혁명가들 / 마이크 곤살레스 외 지음 / 이수현 옮김

: 사실 전기를 읽으면 좋은데, 만만치가 않다. 마르크스만 해도 종류도 다양하고 두꺼운 건 1000페이지. 레닌 평전은 4권짜리고, 트로츠키 평전도 두껍한 책 3. 룩셈부르크의 경우 거의 절판이라 구하기도 어렵다. , 있는 건 너무 있고 없는 건 너무 없다. 결국 이런 요약서를 통해 간이나마 볼 수 있는 것을 기뻐해야 하는 건지, 간이나 보고 말아야 하는 것을 슬퍼해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만다.

 

9. 불교입문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지음

: 입문서 빠돌이가 입문서 떠돌이가 되어 결국 불교입문에까지 흘러들어왔다. 불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놔서 얼마나 알찬 책인지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지만, 형식으로만 보자면 그냥 평범한 입문서다. 특별히 재미도 없지만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만큼 지루하지는 않다.

 


10. 죽어가는 짐승 / 필립 로스 지음 / 정영목 옮김

: 야하다. 히히.

: 이 짐승의 마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말빨이 되게 좋긴 한데, 별로 설득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이쪽도 별로 설득될 생각이 없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야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이야기로만 기억될 것 같다.

 

11. 전락 / 필립 로스 지음 / 박범수 옮김

: 야하다. 히히히.

: 이 짐승의 마음은 조금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죽어가는 그 짐승에 비하면 말빨이 별로긴 한데, 오히려 묘하게 설득되는 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야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 결국 오래 지나면 두 짐승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한 가지 차이는 있다. 죽어가는 짐승은 살았고 안 죽어가는 짐승은 죽었다...... 스포일러 죄송합니다만, 어차피 둘 다 첫 페이지부터 오늘 내일 하는 인간들처럼 보이는지라,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체는 스포일러가 되지도 않는다구요. 그저 왜 죽었고 왜 안 죽었는지가 중요합니다.

: 그리고 이 두 짐승을 만들고 돌아가신 필립 영감님은 정말 글을 너어어어어어어어무 잘 써. 지나쳐. 지나쳤어.

 

12. 물고기들의 기적 / 박희수 지음

: 1년도 더 전에 읽고 좋은 평을 남겼었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띠꺼운 표정으로 띡띡 페이지를 넘기다가 휙 던져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늘의 내가 망한 것일까, 그때의 내가 멍한 것이었을까?

 


13.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지음 / 권남희 옮김

: 일단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쪽이 더 좋았다는 사실.

: 그렇지만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건, 영화만 보는 케이스와 영화와 이 책 둘 다 보는 케이스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가 하는 것.

 

14.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이병훈 지음

: 좋은데, 도스토예프스키 사진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든가(세상 그 어떤 인간이 그 앞에서 떳떳할 것이냐는 변을 달아놓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말년에 살았다는 집에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하는 대목은 좀 과하게 간지러운 데가 있다......

 

15.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한민 지음

: 박학한 동시에 말에 재간이 있는 이와 나누는 이야기는 즐겁고 유익하다. 이런 친구가 주변에 한둘 있으면 왕왕 만나서 3900원짜리 커피 한잔 맥이고 39900원짜리 이야기를 듣고 오고 싶다. 대체로 그런 이들은 이야기할 기회를 마다하지 않던데.....

: syo가 빌린 책만 그런 거겠지만, 48쪽 다음에 81쪽이 불쑥 나오기에 어어, 하며 읽어갔는데 96쪽까지 읽었더니 그 다음이 65쪽이다...... 결국 49쪽부터 64쪽까지는 오리무중이다.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 얼마나 위대하냐면요. 피라미드가 파라오의 무덤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었다.....



16.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임미진 외 4인 지음

: 이 지혜롭고 아는 것 무한한 양반들조차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심지어 4차라고 불러야 되는지 아닌지도 합의 불발 상태)의 특징이 아닐까. 그래도 인터뷰 대상자들의 네임 밸류가 워낙 떠르르하여, 어쩐지 손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책이다. 내 마음 자동문과 같이 활짝 열리니, 그대여 천천히 오오..... 제발 천천히 오오......

 

17. 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지음 / 김인순 옮김

: 근래 들어 읽은 책 가운데 단연 가장 많이 베껴 적은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근래란 반년 안짝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놓고 볼 것인지는 아직 좀 더 망설일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까 산도르 마라이는 현역 시절 되게 현란하면서도 뜻깊은 플레이를 펼쳤던 전설적인 축구선수이며, 현재 그의 모든 기술을 내게 전수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인데, 정작 내 꿈은 농구선수인 상황 비슷하달지.

 

18. 슬픈 인간 /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 정수운 옮김

: 나쓰메 소세키가 마음먹고 웃기려 들면 나란 놈은 별 수 없겠구나.

: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마음먹고 쓸쓸하게 하면 나란 놈은 꼼짝 못하겠구나.

: 고바야시 다키지가 마음먹고 현실몽둥이로 후려치면(사실 그는 매번 그런다) 나란 놈은 고추짬뽕 먹은 늙은 쌈닭처럼 볼품없는 깃을 세우고 깝치겠구나.

 


19.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니콜라이 고골 지음 / 조주관 옮김

: 고골의 웃긴 미친놈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슬픈 미친놈은 차이가 있다. 그 중 어느 미친놈을 더 아끼느냐는 짜장면 짬뽕 수준의 인식론적 칼날로 독자의 성향을 가른다. 그러나 결국 좀 더 읽다보면 웃기게 미친놈이 슬픈 놈이고 슬프게 미친놈이 웃긴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웃지도 슬프지도 못하고 미치겠다. 그럼에도 syo가 보건대, 도스토예프스키는 애를 써도 고골만큼 쓰리게 웃기지 못하고, 고골은 애를 써도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선명하게 비참한 인생을 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둘이 같은 운동장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두 운동장이 그리 멀찍이 떨어져 있지는 않아서.

 

20. 사양 /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유숙자 옮김

: 이 인간 군상들의 마음이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 뒤표지에는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이라고 쓰여 있지만 난 이 말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해한 척하고 싶은 충동에 못이겨 대충 얼버무리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름값 높은 작가/작품들. 다자이 오사무도 이름 값으로 보면 충분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해하는 척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책이다.

 

21. 나의 사랑, 매기 / 김금희 지음

: 이 책 바로 직전에 나온 김금희의 다른 책에 대한 평을 달면서, 나는 언젠가 김금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할 당시에는 언젠가는 그럴 것이라는 어렴풋한 느낌, 기대와 당위 사이에서 애매하게 줄타기하는 흐릿한 감정에 기대어 예언 같은 방언을 툭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 권을 더 읽고 나자, 어쩐지 김금희가 모두를 이길 수 있는 이유를 조금 감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두세 권을 더 읽고 나면 또렷한 정신으로 당당하게 떠들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은 김금희가 이긴다.

 


22.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지음

: 첫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박준의 시는 이런 것임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 두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이런 것은 박준의 시임을 세상에 각인시키려한다.

: 세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반쯤 기대한다. 나머지 반쯤은 피곤하다.

 

23.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 용경식 옮김

: 코 흘리던 시절(정말 오래도 흘렸다, 그놈의 코)syo가 이 책을 읽고 생각건대, 와 이 모모 되바라진 어린노무식혜 참 몹쓸 놈일세, 하였다. 그걸로 땡. 고만고만한 책이네, 이러고는 상실의 시대연금술사니 뭐 이런 것들을 읽으러 후다닥 달려갔겠지. , 그랬던 코흘리개 걔가 코 닦고 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24.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 한눈에 알아보았다. 만약 이 사람이 알라딘에 나타난다면, syo는 그길로 장사 접고 은둔해야 한다....


 

25.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이경덕 옮김

: 이런저런 입문서를 불필요할 정도로 중복해서 읽는 것으로 알라딘에 이름이 떠르르한 syo가 보건대, 우치다 선생님은 정말 최고시다, 무대를 다 뒤집어놓으셨다......

 

26. 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 하상복 지음

: 지난 번 읽었을 때 그랬다. 이번에는 푸코 때문에 읽었지만 다음 차례는 하버마스라고. 1년도 더 전이었다. 그랬으나 이번에도 역시 푸코 때문에 읽었다. 하버마스로 나아가기는커녕 그나마 알고 있던 푸코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 syo 이 못난 놈.....

 

27. 지하에서 쓴 수기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김근식 옮김

: 골방 생활자들을 싸잡아 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나도 그리 다른 인간은 아니기에), 자기만 인정하고 자기에게만 인정받은 자기만의 사상을 잔뜩 키워놓고서는 그 되먹지도 못한 걸로 횡설수설 세상을 가르치거나 고려치려 하고, 그게 성공했다고 혼자 착각해서 도취되었다가, 그게 아니었단 걸 깨닫고 나면 이 미친 세상이 또 나를 배신했다는 한탄과 함께 침 한번 퉤 뱉고는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럴 줄 다 알았다고 자위하면서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는 패턴. 그런 패턴을 반복하는 인간은 솔직히 피하고 싶다.

: 언제나 그렇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찌질이 멘탈 묘사는 설득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찌질이 찌질이 상찌질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까지 현실적이다. , 극사실주의라 어쩐지 더욱 정 안 가는 찌질이들....

 


28.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 차은정 옮김

: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도표들은(특히 레비스트로스 파트에서) 별로 쓸모가 없다. 다른 프랑스 현대철학 개론서들과 비교해봤을 때, 굳이 흐름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박아넣을 만큼 특출나게 흐름스러운데는 없다.

 

29. 수학의 감각 / 박병하 지음

: 수학, 물리(중에서도 양자역학), 그리고 건축. 이런 분야에 몸담아 사상을 갈고 닦은 이들의 손에 어느 정도의 글솜씨까지 주어지면, 그들은 늘 독창적인 방식으로 syo를 무장해제 시킨다.

 

30.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 저자의 신작 진화한 마음을 어쩌다보니 구입하게 되어, 프리퀄 느낌으로 한 번 읽어 보았다. 진화심리학에 흥미는 있으나 애정은 없고 신뢰하지만 신임하지는 않는지라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겠다.

:진화한 마음은 과연 여기서 얼마나 진화하였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꽂이에 꽂힌 그 책을 바라만 보고 있다. 원래 멀리서 바라만 볼 때 가장 설레는 법이지......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설마 영원히 안 보진 않겠지???? , 그러고 보면, 사기 전에는 탐내다가 사서 꽂아놓으면 읽지 않는 심리의 진화심리학적 해석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얻어낼 수 있다!



 

31.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 HOW TO READ 시리즈에 자리 잡은 책들을 소개할 때마다 늘 하는 말을 또 반복하지만, 얘네들은 결코 입문서가 아니다. 굳이 말하면 난이도를 낮추지 않은 요약서에 가깝고, 그 중에는 저자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대상 철학자들을 재해석한 책들도 속속 있다. 애 책의 경우 푸코의 재해석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겠으나, 이 책으로 푸코를 시작하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똑똑치 못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입문서 두어 권쯤 꼼꼼히 읽고 돌아와 이 책을 만나면, -하고 장탄식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가 대충 다 그렇다. 1학년은 모르고 2학년은 아리까리한데 3학년은 갑자기 감동의 눈물이 난다.

 

32. 세상을 바꾼 화학 / 원정현 지음

: 내가 애들 보는 책 그만 뺏어 보라 그랬지!?

 

33.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 고의관 지음

: 뭐왜뭐, 애들 보는 책이 뭐가 어때서!?

 


34. 권력 / 스기타 아쓰시 지음 / 이호윤 옮김

: 얇은데도 의외로 내실이 있어서 놀랐다. 작년에 다섯 쪽만 읽고 반납했었는데......

: 각자의 권력론을 전개한 사상가들이 밤하늘 별처럼 많은데 그 중 누구든 다섯 명 정도만 먼저 숙지하여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미리 찍어놓고 그걸 기준점으로 하여 이 책을 시작하면 좋겠다. 사실 꼭 그렇지 않아도 죽 읽어나갈 수 있을 만한 책이긴 하지만 밑천이야 언제나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것이니까.

 

35.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홍일표 지음

: 처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기교가 승하다고 생각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기교라도 이 정도면 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정말 이게 그저 기교일 뿐인지 의심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더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더는 뭐가 뭔지 알 필요가 없게 되었다.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2-2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기다리다 읽게 된 글이라 좋아요~ 를 누르지만.... 난 반댈세!!!!

syo 2019-02-27 21: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반대에 나도 찬성하지만,
인생이란 참 무엇일까요.

어허허허허허.

북다이제스터 2019-02-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겹치는 책이 한 두 권 보여 반갑습니다.
그 중 하버마스에 공감합니다.
현실적으로 그의 말이 실현되길 어렵지만, 그의 말이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올해 원하시는 바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syo 2019-02-27 22:03   좋아요 1 | URL
입문서를 통해 만나면, 하버마스는 너무 순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이게 바로 입문서의 대표적인 폐해겠죠? 후려치기......

언제 한번 하버마스를 꼼꼼히 읽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2-27 22:08   좋아요 1 | URL
입문서만 읽은 제 폐단이군요. ㅠ
그의 원본을 읽을 실력은 아직 안 되고...
조만간 그의 깊이에 빠져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syo 2019-02-27 22:12   좋아요 2 | URL
북다님께 원전 읽으시라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저도 입문서 밖에 못 읽었는데 그렇게 보였다는 말씀이었어요 ㅠㅠ

저도 말로는 ‘언제 한번‘ 이라고 폼나게 해놨지만 사실 엄두가 안나요......
그냥 폐단 속에 평생 살까 싶은 지경입니다;;;;

이렇게 써 놓고 제가 쓴 댓글 보니까 저 진짜 싸가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언제 한번‘ 이라니 ㅋㅋㅋㅋㅋ 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폐가 많았습니다;;

다락방 2019-02-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다 히히

하는 거 귀엽다 히히 🤗

syo 2019-02-27 22: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야한 게 좋은거라,
제가 아마 키보드로 ‘히히‘ 치면서 현웃으로 히히 그랬을 걸요? 안 봐도 비디온데 봤어.

카알벨루치 2019-02-2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군 역쉬 만세!!!🍗

syo 2019-02-28 00:5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닭다리 잘 먹겠습니다.

잠자냥 2019-02-2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저도 야하다 히히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말입니다....

syo 2019-02-28 01: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 대목이 눈에 잘 들어오긴 하나봐요ㅎㅎㅎ 것참, 어쩐지 쑥스럽습니다.

이하라 2019-0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신 책 중에 불교입문서가 있길래 권해 드리고 싶은 책이 언뜻 떠오르는군요. 각묵스님의 <초기불교이해>라는 책과 범일스님의 <수트라 여시아독>이라는 책입니다. 불교에 입문하기로는 역시 초기불교이고 초기불교 가르침을 잘 전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수트라라는 책은 저도 아직 읽고 있는 중입니다만 저자이신 범일스님의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법이 딱 syo님과 맞는 부분이 있을듯해서 적극 권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안 읽고 안 쓰겠다고 선언하셨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권하는 이유는 syo님께 독서와 글쓰기를 끊는다는 건 숨 안쉬고 오래 참기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참고로 숨 안쉬기(?) 기네스 기록이 30분이 넘는다더라구요. 그래도 결국엔 숨을 쉬어야 했겠지요^-^;

syo 2019-02-28 01: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당장이 되진 않겠지만 두 권 다 반드시 읽어보겠습니다.
이하라 님께서 권하시는 건데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숨을 엄청 오래 참고, 아주 잠깐 쉬고, 다시 엄청 오래 참는 식으로라도 버텨 볼까 싶습니다^-^

psyche 2019-0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syo 2019-02-28 01:02   좋아요 0 | URL
올해는 탈백수하여 떳떳하게 내 돈 주고 책 사 읽어보겠습니다!

2019-02-2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9-02-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뮈,맑스,에밀 아자르등 또한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도 읽어야 할 것인가?
김금희 나도 좋아하긴 하지만,저렇게 대놓고 편애하다니???
궁시렁대면서도 늘 눈에 들어오는 책들 많았어요.결국 언젠간 읽어보고 싶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얼마전, 서점에서 나도 모르게 필립 로스 책 한 권 사들고 와서 읽고 있더라는~~^^
야하다고 추천해준 대목 때문만은 아녔.....는데 야한 대목은 확실히 야했습니다.
야하면서 글을 잘 쓰는 작가!
님의 표현이 맞았어요.
묘하게 설득되어 다음 책을 찾게 되더라는~~~
이런 페이퍼 자주 볼 수 없다는건 아쉽겠지만...늘 건투를 빕니다^^

syo 2019-03-01 00:54   좋아요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