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만의 알라딘 등판인지 잘 모르겠다. 글은 닷새 만에 올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 올린 글이 가슴에 관한 글이군. 제목에 가슴 두 개가 떡허니 박혀 있어. , 니가 하는 게 그렇지.

 

 

 

2

 

봄이 오는 것 같다.

 

 

 

3

 

이런 저런 사정과 이런 저런 마음이 만나 조그만 다짐이 되었다.

 

2019년은 탈백수를 해 볼 작정이다. 다짐만 있지 조짐이 있는 것은 딱히 아니지만.

 

 

 

4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그건 우리에게 중요한 일이니까.

 

 

 

5

 

안 읽으려 하는데, 그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매번 실패했다.

안 쓰려 하는데, 그건 잘 될지도 모르겠다. 읽어도 잘 안 쓰는 판인데, 안 읽으면 금상첨화(?).

 

 

 

6

 

같이 읽기로 약속한 것들, 쓰기로 약속한 것들이 있어서 그것들까지는 천천히 한발 한발 걸어서 마무리하기로 하고,

 

한동안은 의무감으로 읽거나 쓰는 일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사실 아무도 준 적이 없는 의무를 혼자 받아 설친 꼴이라 관두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정말 읽고 싶어서 몸부림쳐지는 책은 참지 말고 읽고, 정말 쓰고 싶어 칼부림 날 것 같은 날에는 참지 말고 쓰기로 하고,

 

 

 

7

 

2월은 이렇게 마무리하고, 3월에는 아마 이런 월말 결산 페이퍼를 올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야 할 것이고. 결산 페이퍼를 다시 쓸 날은 과연 언제 올 것인가......

 

사실 이런 공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닌 글을 쓸 때마다 생각한다. 꼴값, 이게 당최 무슨 돼먹지 못한 자의식 과잉인지.

 

 

 

8

 

그만하고 가서 공부를 시작하자.

 

 

201902 : 35

 

1. 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고대사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굉장히 치열한 모양이다. 많이 들여다보지는 않아서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긴 하지만 재미있는 데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어떤 논점을 두고 대립하는 양쪽이 사실은 내 말이 옳다는 것을 저놈도 다 알면서 모종의 이유로 그걸 모른 척, 사료를 조작하거나 제멋대로 해석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중이라는 태도만큼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syo는 고조선의 위만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지, 백제가 요서에 진출할 만큼 강력한 해양세력이었는지, 발해가 말갈족의 나라인지 고구려인의 나라인지, 가야에 왜놈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지 없었는지 따위의 사실들이 어떻게 결론이 나건, 그게 오늘 내가 사는데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그들만의 저 치열한 전투가 정말로 어느 한쪽의 의도적 왜곡으로 인해 벌어진 싸움판이라면, , 굳이, 무엇하려 왜곡씩이나 하는 건지, 그 마인드, 혹은 그 뒤에 숨어있을지도 모를 어떤 이권의 맥락이 훨씬 더 궁금하다.

 

2. 몰입 / 패티 스미스 지음 / 김선형 옮김

: 글쓰기를 운명으로 감고 태어난 것 같은 사람을 발견하면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좋아하면서 질투하고, 부러우면서 다행이다 싶고.

: 글쓰기에 대한 소명의식을 드러내는 단단한 목소리를 마주하는 일이 내 안의 무엇인가를 깨워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이런 글을 열심히 찾아 읽는다. 아름답기까지 하면 감사한 일이다. 감사하다.

 

3. 전락 / 알베르 카뮈 지음 / 유영 옮김

: 스물 두 살의 syo이방인을 읽고 어쩐지 잉잉 울어버린 습한 추억이 있는데, 하등 울 일이 아닌데도 어쩐지 잉잉 울어버린 것인데, 그때부터 카뮈를 더 읽었다가는 울보가 되어버릴까 봐 십년이 훨씬 지나도록 더는 카뮈를 읽지 않았다는 거짓말 같은 거짓말이 전해지는데......

: 이번엔 안 울었다. 후후. 이제 카뮈를 읽어도 되겠군.

: 카뮈는 살아생전 말을 얼마나 잘했을까. 게다가 국가급 외모에 탈국가급 글빨.... , 이 사람 이거...... , 잠깐, 지금 이거 눈물인가??!!!!!(깨달음) 으어허허허(해탈) 역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딴소리)

 


4.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19세기 / 이현우 지음 / 조성민 그림

: 처음 이 책을 읽으며 로쟈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러시아 문학에 손을 댈 때가 오면, 프롤로그 느낌으로 이 책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자 이제 러시아문학을 시작할 때가 왔도다!

: , 이 책을 다시 또 읽는 불상사가 더는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게 대채 몇 번째 시작이냐. 마르크스건 도스토예프스키건, 너는 어째서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느냐, 아이고 syo, syo.....

 

5. 맑스주의 역사 강의 / 한형식 지음

: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통사로는 이만한 게 있을까. 명쾌하다고까지 할 바는 아니지만 쉽고, 균형 감각이 쩐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가려 받아들일 만은 하고, 늘 그렇듯이 함량이야 부족할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겠지만, 대체로 이 정도면 넘치지 않나 싶기도 하고.

 

6. 돈 후안 외 / 티르소 데 몰리나 지음 / 전기순 옮김

: 재미? 없다.

: 의미? 세상 모든 것이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 들면 찾아지긴 하는 법이다.

 


7.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페터 한트케 지음 / 안장혁 옮김

: 페터 한트케는 헤맨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고 거기까지 가는 길이 순탄한 상황이라면, 내면의 오래 묵은 찌거기를 왕창 뒤집어 엎어서라도 기어이 헤매고야 만다. 누구도 재현할 수 없고 심지어 자신조차도 반복할 수 없는 그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방황이 어째서 나의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8. 처음 만나는 혁명가들 / 마이크 곤살레스 외 지음 / 이수현 옮김

: 사실 전기를 읽으면 좋은데, 만만치가 않다. 마르크스만 해도 종류도 다양하고 두꺼운 건 1000페이지. 레닌 평전은 4권짜리고, 트로츠키 평전도 두껍한 책 3. 룩셈부르크의 경우 거의 절판이라 구하기도 어렵다. , 있는 건 너무 있고 없는 건 너무 없다. 결국 이런 요약서를 통해 간이나마 볼 수 있는 것을 기뻐해야 하는 건지, 간이나 보고 말아야 하는 것을 슬퍼해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기가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만다.

 

9. 불교입문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지음

: 입문서 빠돌이가 입문서 떠돌이가 되어 결국 불교입문에까지 흘러들어왔다. 불교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어놔서 얼마나 알찬 책인지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지만, 형식으로만 보자면 그냥 평범한 입문서다. 특별히 재미도 없지만 도저히 용서하지 못할 만큼 지루하지는 않다.

 


10. 죽어가는 짐승 / 필립 로스 지음 / 정영목 옮김

: 야하다. 히히.

: 이 짐승의 마음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말빨이 되게 좋긴 한데, 별로 설득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이쪽도 별로 설득될 생각이 없다.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야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이야기로만 기억될 것 같다.

 

11. 전락 / 필립 로스 지음 / 박범수 옮김

: 야하다. 히히히.

: 이 짐승의 마음은 조금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죽어가는 그 짐승에 비하면 말빨이 별로긴 한데, 오히려 묘하게 설득되는 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야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 결국 오래 지나면 두 짐승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한 가지 차이는 있다. 죽어가는 짐승은 살았고 안 죽어가는 짐승은 죽었다...... 스포일러 죄송합니다만, 어차피 둘 다 첫 페이지부터 오늘 내일 하는 인간들처럼 보이는지라,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죽었는지 살았는지 자체는 스포일러가 되지도 않는다구요. 그저 왜 죽었고 왜 안 죽었는지가 중요합니다.

: 그리고 이 두 짐승을 만들고 돌아가신 필립 영감님은 정말 글을 너어어어어어어어무 잘 써. 지나쳐. 지나쳤어.

 

12. 물고기들의 기적 / 박희수 지음

: 1년도 더 전에 읽고 좋은 평을 남겼었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띠꺼운 표정으로 띡띡 페이지를 넘기다가 휙 던져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오늘의 내가 망한 것일까, 그때의 내가 멍한 것이었을까?

 


13. 카모메 식당 / 무레 요코 지음 / 권남희 옮김

: 일단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영화 쪽이 더 좋았다는 사실.

: 그렇지만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건, 영화만 보는 케이스와 영화와 이 책 둘 다 보는 케이스 중에 어느 쪽이 더 나은가 하는 것.

 

14.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이병훈 지음

: 좋은데, 도스토예프스키 사진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다든가(세상 그 어떤 인간이 그 앞에서 떳떳할 것이냐는 변을 달아놓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오버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말년에 살았다는 집에 방문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든가 하는 대목은 좀 과하게 간지러운 데가 있다......

 

15.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 한민 지음

: 박학한 동시에 말에 재간이 있는 이와 나누는 이야기는 즐겁고 유익하다. 이런 친구가 주변에 한둘 있으면 왕왕 만나서 3900원짜리 커피 한잔 맥이고 39900원짜리 이야기를 듣고 오고 싶다. 대체로 그런 이들은 이야기할 기회를 마다하지 않던데.....

: syo가 빌린 책만 그런 거겠지만, 48쪽 다음에 81쪽이 불쑥 나오기에 어어, 하며 읽어갔는데 96쪽까지 읽었더니 그 다음이 65쪽이다...... 결국 49쪽부터 64쪽까지는 오리무중이다.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왕이 얼마나 위대하냐면요. 피라미드가 파라오의 무덤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었다.....



16.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 임미진 외 4인 지음

: 이 지혜롭고 아는 것 무한한 양반들조차 앞으로 어떻게 될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심지어 4차라고 불러야 되는지 아닌지도 합의 불발 상태)의 특징이 아닐까. 그래도 인터뷰 대상자들의 네임 밸류가 워낙 떠르르하여, 어쩐지 손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책이다. 내 마음 자동문과 같이 활짝 열리니, 그대여 천천히 오오..... 제발 천천히 오오......

 

17. 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지음 / 김인순 옮김

: 근래 들어 읽은 책 가운데 단연 가장 많이 베껴 적은 책이다. 여기서 말하는 근래란 반년 안짝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놓고 볼 것인지는 아직 좀 더 망설일 필요가 있겠다. 그러니까 산도르 마라이는 현역 시절 되게 현란하면서도 뜻깊은 플레이를 펼쳤던 전설적인 축구선수이며, 현재 그의 모든 기술을 내게 전수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인데, 정작 내 꿈은 농구선수인 상황 비슷하달지.

 

18. 슬픈 인간 /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 정수운 옮김

: 나쓰메 소세키가 마음먹고 웃기려 들면 나란 놈은 별 수 없겠구나.

: 아쿠타카와 류노스케가 마음먹고 쓸쓸하게 하면 나란 놈은 꼼짝 못하겠구나.

: 고바야시 다키지가 마음먹고 현실몽둥이로 후려치면(사실 그는 매번 그런다) 나란 놈은 고추짬뽕 먹은 늙은 쌈닭처럼 볼품없는 깃을 세우고 깝치겠구나.

 


19.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 니콜라이 고골 지음 / 조주관 옮김

: 고골의 웃긴 미친놈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슬픈 미친놈은 차이가 있다. 그 중 어느 미친놈을 더 아끼느냐는 짜장면 짬뽕 수준의 인식론적 칼날로 독자의 성향을 가른다. 그러나 결국 좀 더 읽다보면 웃기게 미친놈이 슬픈 놈이고 슬프게 미친놈이 웃긴 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웃지도 슬프지도 못하고 미치겠다. 그럼에도 syo가 보건대, 도스토예프스키는 애를 써도 고골만큼 쓰리게 웃기지 못하고, 고골은 애를 써도 도스토예프스키만큼 선명하게 비참한 인생을 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이다, 둘이 같은 운동장을 쓰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도 두 운동장이 그리 멀찍이 떨어져 있지는 않아서.

 

20. 사양 / 다자이 오사무 지음 / 유숙자 옮김

: 이 인간 군상들의 마음이 조금도 이해되지 않는다.

: 뒤표지에는 일본의 패전과 몰락 계급의 비극을 여성의 목소리로 그린 페미니즘적 작품이라고 쓰여 있지만 난 이 말이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이해한 척하고 싶은 충동에 못이겨 대충 얼버무리게 되는 책들이 있다. 이름값 높은 작가/작품들. 다자이 오사무도 이름 값으로 보면 충분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해하는 척 하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생기지 않는다. 그런 책이다.

 

21. 나의 사랑, 매기 / 김금희 지음

: 이 책 바로 직전에 나온 김금희의 다른 책에 대한 평을 달면서, 나는 언젠가 김금희가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할 당시에는 언젠가는 그럴 것이라는 어렴풋한 느낌, 기대와 당위 사이에서 애매하게 줄타기하는 흐릿한 감정에 기대어 예언 같은 방언을 툭 던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한 권을 더 읽고 나자, 어쩐지 김금희가 모두를 이길 수 있는 이유를 조금 감지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두세 권을 더 읽고 나면 또렷한 정신으로 당당하게 떠들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은 김금희가 이긴다.

 


22.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지음

: 첫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박준의 시는 이런 것임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 두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이런 것은 박준의 시임을 세상에 각인시키려한다.

: 세 번째 시집으로 박준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반쯤 기대한다. 나머지 반쯤은 피곤하다.

 

23. 자기 앞의 생 / 에밀 아자르 지음 /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 용경식 옮김

: 코 흘리던 시절(정말 오래도 흘렸다, 그놈의 코)syo가 이 책을 읽고 생각건대, 와 이 모모 되바라진 어린노무식혜 참 몹쓸 놈일세, 하였다. 그걸로 땡. 고만고만한 책이네, 이러고는 상실의 시대연금술사니 뭐 이런 것들을 읽으러 후다닥 달려갔겠지. , 그랬던 코흘리개 걔가 코 닦고 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24.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 이수은 지음

: 한눈에 알아보았다. 만약 이 사람이 알라딘에 나타난다면, syo는 그길로 장사 접고 은둔해야 한다....


 

25.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 우치다 타츠루 지음 / 이경덕 옮김

: 이런저런 입문서를 불필요할 정도로 중복해서 읽는 것으로 알라딘에 이름이 떠르르한 syo가 보건대, 우치다 선생님은 정말 최고시다, 무대를 다 뒤집어놓으셨다......

 

26. 푸코 & 하버마스 : 광기의 시대, 소통의 이성 / 하상복 지음

: 지난 번 읽었을 때 그랬다. 이번에는 푸코 때문에 읽었지만 다음 차례는 하버마스라고. 1년도 더 전이었다. 그랬으나 이번에도 역시 푸코 때문에 읽었다. 하버마스로 나아가기는커녕 그나마 알고 있던 푸코조차 지켜내지 못했던 것이다. syo 이 못난 놈.....

 

27. 지하에서 쓴 수기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김근식 옮김

: 골방 생활자들을 싸잡아 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나도 그리 다른 인간은 아니기에), 자기만 인정하고 자기에게만 인정받은 자기만의 사상을 잔뜩 키워놓고서는 그 되먹지도 못한 걸로 횡설수설 세상을 가르치거나 고려치려 하고, 그게 성공했다고 혼자 착각해서 도취되었다가, 그게 아니었단 걸 깨닫고 나면 이 미친 세상이 또 나를 배신했다는 한탄과 함께 침 한번 퉤 뱉고는 사실 내가 처음부터 이럴 줄 다 알았다고 자위하면서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는 패턴. 그런 패턴을 반복하는 인간은 솔직히 피하고 싶다.

: 언제나 그렇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찌질이 멘탈 묘사는 설득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찌질이 찌질이 상찌질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까지 현실적이다. , 극사실주의라 어쩐지 더욱 정 안 가는 찌질이들....

 


28.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 차은정 옮김

: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도표들은(특히 레비스트로스 파트에서) 별로 쓸모가 없다. 다른 프랑스 현대철학 개론서들과 비교해봤을 때, 굳이 흐름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박아넣을 만큼 특출나게 흐름스러운데는 없다.

 

29. 수학의 감각 / 박병하 지음

: 수학, 물리(중에서도 양자역학), 그리고 건축. 이런 분야에 몸담아 사상을 갈고 닦은 이들의 손에 어느 정도의 글솜씨까지 주어지면, 그들은 늘 독창적인 방식으로 syo를 무장해제 시킨다.

 

30. 오래된 연장통 / 전중환 지음

: 저자의 신작 진화한 마음을 어쩌다보니 구입하게 되어, 프리퀄 느낌으로 한 번 읽어 보았다. 진화심리학에 흥미는 있으나 애정은 없고 신뢰하지만 신임하지는 않는지라 큰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문제겠다.

:진화한 마음은 과연 여기서 얼마나 진화하였는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꽂이에 꽂힌 그 책을 바라만 보고 있다. 원래 멀리서 바라만 볼 때 가장 설레는 법이지...... 한 걸음 뒤에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댄~ “영원히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설마 영원히 안 보진 않겠지???? , 그러고 보면, 사기 전에는 탐내다가 사서 꽂아놓으면 읽지 않는 심리의 진화심리학적 해석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 책을 통해 얻어낼 수 있다!



 

31. HOW TO READ 푸코 / 요하나 옥살라 지음 / 홍은영 옮김

: HOW TO READ 시리즈에 자리 잡은 책들을 소개할 때마다 늘 하는 말을 또 반복하지만, 얘네들은 결코 입문서가 아니다. 굳이 말하면 난이도를 낮추지 않은 요약서에 가깝고, 그 중에는 저자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대상 철학자들을 재해석한 책들도 속속 있다. 애 책의 경우 푸코의 재해석이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겠으나, 이 책으로 푸코를 시작하는 것은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그리 똑똑치 못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입문서 두어 권쯤 꼼꼼히 읽고 돌아와 이 책을 만나면, -하고 장탄식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가 대충 다 그렇다. 1학년은 모르고 2학년은 아리까리한데 3학년은 갑자기 감동의 눈물이 난다.

 

32. 세상을 바꾼 화학 / 원정현 지음

: 내가 애들 보는 책 그만 뺏어 보라 그랬지!?

 

33. 작은 수학자의 생각실험 / 고의관 지음

: 뭐왜뭐, 애들 보는 책이 뭐가 어때서!?

 


34. 권력 / 스기타 아쓰시 지음 / 이호윤 옮김

: 얇은데도 의외로 내실이 있어서 놀랐다. 작년에 다섯 쪽만 읽고 반납했었는데......

: 각자의 권력론을 전개한 사상가들이 밤하늘 별처럼 많은데 그 중 누구든 다섯 명 정도만 먼저 숙지하여 카시오페이아자리를 미리 찍어놓고 그걸 기준점으로 하여 이 책을 시작하면 좋겠다. 사실 꼭 그렇지 않아도 죽 읽어나갈 수 있을 만한 책이긴 하지만 밑천이야 언제나 넘치면 넘칠수록 좋은 것이니까.

 

35.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 홍일표 지음

: 처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기교가 승하다고 생각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기교라도 이 정도면 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정말 이게 그저 기교일 뿐인지 의심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더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 다음 다섯 수를 읽으면서, 더는 뭐가 뭔지 알 필요가 없게 되었다.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2-27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고 기다리다 읽게 된 글이라 좋아요~ 를 누르지만.... 난 반댈세!!!!

syo 2019-02-27 21: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의 반대에 나도 찬성하지만,
인생이란 참 무엇일까요.

어허허허허허.

북다이제스터 2019-02-2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겹치는 책이 한 두 권 보여 반갑습니다.
그 중 하버마스에 공감합니다.
현실적으로 그의 말이 실현되길 어렵지만, 그의 말이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올해 원하시는 바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syo 2019-02-27 22:03   좋아요 1 | URL
입문서를 통해 만나면, 하버마스는 너무 순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예요.
이게 바로 입문서의 대표적인 폐해겠죠? 후려치기......

언제 한번 하버마스를 꼼꼼히 읽어야 할 텐데 말이지요.

응원 감사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2-27 22:08   좋아요 1 | URL
입문서만 읽은 제 폐단이군요. ㅠ
그의 원본을 읽을 실력은 아직 안 되고...
조만간 그의 깊이에 빠져들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

syo 2019-02-27 22:12   좋아요 2 | URL
북다님께 원전 읽으시라고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저도 입문서 밖에 못 읽었는데 그렇게 보였다는 말씀이었어요 ㅠㅠ

저도 말로는 ‘언제 한번‘ 이라고 폼나게 해놨지만 사실 엄두가 안나요......
그냥 폐단 속에 평생 살까 싶은 지경입니다;;;;

이렇게 써 놓고 제가 쓴 댓글 보니까 저 진짜 싸가지 없네요 ㅋㅋㅋㅋㅋㅋ ‘언제 한번‘ 이라니 ㅋㅋㅋㅋㅋ 미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폐가 많았습니다;;

다락방 2019-02-2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하다 히히

하는 거 귀엽다 히히 🤗

syo 2019-02-27 22: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야한 게 좋은거라,
제가 아마 키보드로 ‘히히‘ 치면서 현웃으로 히히 그랬을 걸요? 안 봐도 비디온데 봤어.

카알벨루치 2019-02-2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군 역쉬 만세!!!🍗

syo 2019-02-28 00:59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닭다리 잘 먹겠습니다.

잠자냥 2019-02-2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저도 야하다 히히 이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말입니다....

syo 2019-02-28 01: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 대목이 눈에 잘 들어오긴 하나봐요ㅎㅎㅎ 것참, 어쩐지 쑥스럽습니다.

이하라 2019-0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신 책 중에 불교입문서가 있길래 권해 드리고 싶은 책이 언뜻 떠오르는군요. 각묵스님의 <초기불교이해>라는 책과 범일스님의 <수트라 여시아독>이라는 책입니다. 불교에 입문하기로는 역시 초기불교이고 초기불교 가르침을 잘 전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수트라라는 책은 저도 아직 읽고 있는 중입니다만 저자이신 범일스님의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설법이 딱 syo님과 맞는 부분이 있을듯해서 적극 권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안 읽고 안 쓰겠다고 선언하셨는데 이렇게 과감하게(?) 권하는 이유는 syo님께 독서와 글쓰기를 끊는다는 건 숨 안쉬고 오래 참기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참고로 숨 안쉬기(?) 기네스 기록이 30분이 넘는다더라구요. 그래도 결국엔 숨을 쉬어야 했겠지요^-^;

syo 2019-02-28 01:0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당장이 되진 않겠지만 두 권 다 반드시 읽어보겠습니다.
이하라 님께서 권하시는 건데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

숨을 엄청 오래 참고, 아주 잠깐 쉬고, 다시 엄청 오래 참는 식으로라도 버텨 볼까 싶습니다^-^

psyche 2019-02-28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syo 2019-02-28 01:02   좋아요 0 | URL
올해는 탈백수하여 떳떳하게 내 돈 주고 책 사 읽어보겠습니다!

2019-02-28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8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9-02-28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뮈,맑스,에밀 아자르등 또한 카모메 식당을 책으로도 읽어야 할 것인가?
김금희 나도 좋아하긴 하지만,저렇게 대놓고 편애하다니???
궁시렁대면서도 늘 눈에 들어오는 책들 많았어요.결국 언젠간 읽어보고 싶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어요.
얼마전, 서점에서 나도 모르게 필립 로스 책 한 권 사들고 와서 읽고 있더라는~~^^
야하다고 추천해준 대목 때문만은 아녔.....는데 야한 대목은 확실히 야했습니다.
야하면서 글을 잘 쓰는 작가!
님의 표현이 맞았어요.
묘하게 설득되어 다음 책을 찾게 되더라는~~~
이런 페이퍼 자주 볼 수 없다는건 아쉽겠지만...늘 건투를 빕니다^^

syo 2019-03-01 00:54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합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야한 할아버지도 감사합니다ㅎㅎㅎㅎ

저는 이제 덜 읽겠지만, 책나무님의 굳건한 독서생활을 기원할게요^-^

설해목 2019-02-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보는 syo님 글에 앞으로는 syo님 글을 더 보기 힘들거라 하니... 기운이 쫘악 빠집니다. --;;
그래도 탈백수를 향한 syo님의 다짐 멀리서나마 응원할게요! ^^
간간이 소식은 전해주실거죠?

syo 2019-03-01 00:52   좋아요 0 | URL
그럼요, 살아 있는 티는 내려고 생각중이에요. ㅎㅎㅎㅎㅎ
그러고보면 작년에도 이렇게 설레발은 쳐놓고 엄청 읽고 쓰다가,

망해서 올해의 제가 되었지요.....-_-

stella.K 2019-02-2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나타나서는...
이렇게 치고 빠지는군요.ㅠ
하긴 저도 장사를 좀 하게될 것 같아 예전만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예스24에서 미션 수행하면 4만원씩 주는 파워블로그 활동도 이번 달로 쫑내기로 하고.
3월은 뭘 다시 시작해도 좋은 달 같습니다.
뭘 하던 다 형통하길 빕니다. 스요님은 잘 할 겁니다. 응원합니다.^^

syo 2019-03-01 00:52   좋아요 0 | URL
장사를 하신다구요? ㅎㅎㅎㅎㅎ
뭔가 신변정리를 하시는 분위긴데, 스텔라님도 새로운 도전 흥하시기를!! 저도 응원합니다 ㅎㅎ

독서괭 2019-02-2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결산페이퍼 참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보기 힘든 건가요.. ㅠㅠ 두세달에 한번이라도 올려주시는 건..?
그래도 syo님의 결심이니 응원하겠습니다. 너무 참다가 병나지는 않게 조절하셔요~~

syo 2019-03-01 00:50   좋아요 0 | URL
결산페이퍼를 쓰려면 적어도 달에 스무 권은 읽어 줘야 하는건데, 그렇게 되게 두지 않으려구 해요 ㅎㅎㅎ
뜨문뜨문 읽다가 두 달이 됐건 세 달이 됐건 얼만큼 쌓이면 써 올리긴 할건데, 얼마나 읽게 될지....

응원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2-28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이 빠질 뻔 하다 읽은 책 이야기 새 소식은 ...울지 않을테다. syo님의 결심과 시작 모두 응원합니다. 이제 (syo님 덕에 느지막히 깐)북플 앱 켜고 새로고침 하는 일도 줄어들 듯...엉엉

syo 2019-03-01 00:4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울지 않을테다 재밌어...... 알아뒀다 써먹을테다.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구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들어와서 글 남기지 않을까 싶어요. 책을 안 읽을테니 책 이야기는 거의 못할 테고, 그냥 잡설 같은 거......

사실 잡설이 본분이니 그렇게 따지면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군요;

tintin2506 2019-03-04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많은 책을 읽으시는 데 전부 구매하시나요? 도서관도 이용하시나요? 꾸준히 서재글 올려주시는 데, 이렇게 다독 및 감상평을 통해 얻고자하는 바,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syo 2019-03-05 03:34   좋아요 0 | URL
1. 안녕하세요, tintin2506님, 반갑습니다^^

2. 정말 많은 책을 읽는다고 까지 할만한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권 페이스입니다.

3. 저는 백수여서 제가 읽는 책의 1할 정도만 구매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다 도서관 덕이구요. 정말 슬프기 그지 없는 일이네요 ㅠㅠ

4. 꾸준히 서재글, 올리지 못할 것 같은 요즘입니다...... 흐규ㅠ

5. 제가 이 서재질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손에 꼽기에는 너무 많지만, 부차적인 것들을 다 쳐내고 나면 결국 제일 원하는 건 아마도 ‘관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답변이 만족스러우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9-03-06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카뮈 <전락>은 순전히 얇아서 읽기
시작했는데... 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
네요.

먹고사니즘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
나 좋을까요 ㅇㅇ

syo 2019-03-20 20:35   좋아요 0 | URL
세상에 두 주나 지나서 댓글을 확인하네요 ㅠㅠ 죄송합니다...
이런 사태야말로 먹고사니즘의 어마무시한 폐해군요....

쟝쟝 2019-03-14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왔는데...어디가셨어요? ㅠ_ㅠ

syo 2019-03-20 20:34   좋아요 0 | URL
여기요, 여기......
그러나 이제 곧 다시 저기, 저기로..... ㅠ_ㅠ
 

 

<감자엔 소스닷 토마토케첩 맛>을 먹다가 입천장을 베었다. 따끔하기에 뱉었더니 감자칩에 붉은 얼룩이 묻어 있었다. 당연히 케첩맛 소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RH+A맛 소스였다.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감자. 내가 그를 아끼는 마음의 반절의 반절만이라도 그가 나를 아꼈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지.

 

내 너를 너무도 사랑하여 거침없이 내 안으로 받아들였거늘 너는 어찌 날카로운 비수를 몰래 품고 들어와 내 마음에 한줄기 붉은 상흔을 남겼느냐. 스스럼없이 내 가장 약하고 부드러운 곳을 너에게 맡겼는데 너의 그 매섭고 차가운 칼질에 나는 다쳤고 향후 최소 아홉 끼는 고춧가루 구경도 못하게 되고 말았구나. 내 너를 사랑한 것이 네게 그리도 무거운 일이었더냐. 어찌하여 내게 닝닝하고 밍밍한 아홉 끼를 형벌로 내렸느냐. 대답을 해 보아라. 어서. 입이 있다면 말을 해 보란 말이다. , 너는 입이 없구나. 그것은 나에게 있구나. 너는 입이 없어 변명할 길도 없겠으나 나는 입이 있어 입의 일을 하려한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이리 아플 수도 있는 일이었음을 이제 알았으나 그럼에도 내 사랑은 변함없이 사랑의 일을 하려 한다. 피는 내가 흘릴 터이니 너는 즙을 흘리자. 그리하여 나의 것과 너의 것이 한데 어우러져 떠나자꾸나, 멀고 먼 대장 소장 십이지장으로. 혈액은 아랑곳 않고, 가거라, 감자칩아.

 

융털을 만나면 흡수되기 전에 꼭 안부를 전해다오.

 

 

우리에게는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이 있다그러나 그 운명은 순순히 응종하면 할수록 점점 증장하여 닥쳐오는 것이다강하게 대하면 의외에 힘없이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나혜석글 쓰는 여자의 탄생


결국 내 입에 느껴지는 맛이란나는 계속해서 숙제를 읽었다내가 가장 최근에 먹은 도리토스 맛에서 기억해낸 것과맛을 내는 일종의 화학물질과그리고 실제로 무슨 맛이 나는지 따위는 별로 관심 없는 나의 의식 없는 마음이 합쳐진 것입니다기억화학물질그리고 의식 없는 마음마술을 만들어내는 삼총사라고 할까요이것들이 합쳐져서 한 봉지를 다 먹고 싶게 만들고 그러고 나서 어쩌면 한 봉지 더 먹고 싶게 만드는 미각의 속임수를 만들어냅니다.

에이미 벤더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201901 : 44


 

1.고전학 공부의 기초 / 브루스 손턴 지음 / 이재만 옮김

: 정말 목록 제공 수준의 얇은 책이다. 가치와 무가치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2. 책혐시대의 책읽기 / 김욱 지음

: 혐오란 게 그렇더라. 혐오를 없애는 길은 혐오하는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뿐인데 요원하다. 혐오하는 이들은 어지간해서는 마음을 돌리지 않고, 대부분은 자기들이 혐오중인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누구도 나는 책을 혐오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그 말이 맞았거나 틀렸거나, 책을 안 읽는 건 맞잖아. 결국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를 역설하는 책은 읽지 않는 이들을 설득하는 쪽보다는 읽는 이들의 자위용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우린 달라. 우린 나아. 그리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맞았거나 틀렸거나 그 말은 까딱하면 읽는 이들이 스스로를 망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읽지 않는 이도 망할 수 있고 읽는 이도 망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책이 인간을 혐오하는 시대 같기도 하다.

 

3. 아무튼 비건 / 김한민 지음

: 천천히 식습관을 교체하기 위해, 일단 일주일에 하루라도 육류 및 유류 섭취를 중지함으로써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어 보기로 했다. 물론 김한민 선생님은 이렇게 쭈뼛쭈뼛 시작하는 syo를 호되게 야단칠 것이다. 전체적으로 분노와 한탄의 정서가 드러나는 책이다. 치킨의 노예, 시종일관 죄송한 남자 syo는 그저 조아릴 뿐이옵니다......

 



4.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 / 나카네 하지메 지음 / 류두진 옮김

: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내게 필요한 책을 골라야겠다. 어쩐지 더 피곤한 것 같더라니.

 

5. 최고의 엔지니어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 다쿠미 슈사쿠 지음 / 김윤정 옮김

: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내게 필요한 책을 골라야겠다. 엔지니어는 아니지만 최고의 뭐가 됐건 어떻게든 성장하려면.

 

6. 황인숙이 끄집어낸 고종석의 속엣말 / 고종석, 황인숙 지음

: 고종석이라는 사람을 한 번도 좋아한 적은 없었지만, 한 번은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이 사람 한 번을 좋아하지 않겠구나 싶어졌고, 그 사실 자체가 하나도 아쉬울 것이 없는 것은 syo나 고종석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아니 그렇다면 이 책은 대체 왜 읽은 것인가?

 


7. 도시의 발견 / 정석 지음

: 딱딱하다고까지는 하지 않겠으나, 그다지 읽는 재미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도시에 관해 식견이 없어놔서 내용이 충실한지는 평가하기 어렵다. 사두고 반복하여 읽을 책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알 것 같다.

 

8. 모두의 내력 / 오선영 지음

: 발견할 때, 그리고 재발견할 때 독자는 발견의 기쁨과 동시에 자신의 안목과 감각에 대한 신뢰를 조금쯤 얻는다.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나조차 이제껏 몰랐다는 것은, 그만큼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지!), , 이게 이렇게 좋았다니!(그땐 몰랐는데 이제는 알았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것이지!) 레벨이 더 많이 오르면 이런 발견과 재발견들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syo는 아직 발견 앞에 심장이 쿵쿵 뛰고 마음이 들썩거려 내가 이 작품을, 이 작가를 발견했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 안달하는 쪼렙일 뿐이다.

: 아니, 그래서 이 책이 그랬다는 건 아니구요...... 이 책을 읽으며 syo는 심장이 뛰었다가 말았다가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이다. 역시 이 작가의 새 책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들썩거렸다가 말았다가 할 것이다. 읽게 될까? 결론이 선명하지 않다.

 

9.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 이완배 지음

: 제목이 마르크스를 목 놓아 불렀으나, 마르크스 책이 아니라 큼직큼직한 경제학자들을 빠르게 훑어주는 청소년용 책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마르크스를 불렀다면 읽어 줘야 진정한 맑덕후가 아니겠는가.

: 아 참, 책을 평하자면, 어른이 읽기에는 <위대하고 찌질한 경제학의 슈퍼스타들>이라는 만화책이 이 책보다 재미와 깊이 양면에서 월등하다.



10.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 김정선 지음

: 좋은 글임을 알면서도 동시에 나와는 맞지 않은 글임을 직감하게 되는 때가 많다. 아름답지만 탐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들어가 자리하겠으나 내 가슴의 문 앞에서는 되돌아서는 글들이 있다. 그런 글에 대해 평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11.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 김금희 지음

: 작가로서 김금희의 단점은 무엇일까. 이를테면 김연수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을 처음 읽었던 젊은 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카버의 <대성당>을 읽었던 날 같은, 내 어리고 비린 눈으로는 눈곱만큼의 단점조차 찾아내기 어려운 작가를 만났던 충격의 날들이 있었다. 사실 그런 작가들은 속속 등장했고, 그러다보니 이후의 만남에서는 점차 충격량이 감소하곤 했다. 리스트가 길어지면서, 감동 없는 찬사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 되었지만, 그래서 찬사를 조심성 없이 남발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나중에 철회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 syo의 머릿속에서 김금희는 최은영의 좋은 맞수, 정도로 기억되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책이 나오고, 결국에는 최은영한테 지는, 그러니까 최은영이 손오공이라면 김금희는 베지터 같은...... 그런데 지금 보면 어쩐지, 결국에는 김금희가 이길 것 같다.

 

12. 보통의 식탁 / 조동범 지음

: 아무리 보통이 아닌 사람이더라도 인생에서 보통이 아닌 식탁보다는 보통의 식탁을 더 많이 마주할 것이다. 하물며 보통 사람들에게라면. 그러나 그 어떤 보통의 식탁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보통의 사연일 수 있고 보통이 아닌 사연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 사연들을 건너와 매일 보통의 식탁을 차린다. 당연한 듯이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먹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치운다. 그 당연하거나 아무렇지 않거나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내일의 식탁에 다시 등장할 것이다. 모레도, 그 다음날도.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식탁과 식탁을 둘러싼 모든 것들을 조금 더 깊은 눈으로 들여다 보아도 좋지 않을까.

 



13. 사진의 용도 / 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지음 / 신유진 옮김

: 섹스 전에 벗어 놓은 옷더미를 섹스가 끝나고 찍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섹스가 아니라 그 전과 그 후를 생각하자. 섹스의 주변을 훑어보자. 거기가 생각할 게 많은 장소다.

 

14. 무신론자와 교수 / 데니스 C. 라스무센 지음 / 조미현 옮김

: 거대한 지성들 사이의 빛나는 우정의 사례로써 자주 언급되곤 하는 데이비드 흄과 애덤 스미스. 흄은 그렇다 치더라도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편지를 몇 남겨놓지 않은 편이라, 이 두 사상가의 교류에 대해 서술하는 책이 과연 얼마만큼의 두께를 지녀야 좋을지(지닐 수 있을지) 궁금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흄과 스미스의 관계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것 이상의 특별한 사실을 채굴하진 못한 듯하고, 오히려 두 사람의 사상을 비교 대조하는 데서 뜻밖의 역량을 드러냈다. 특히 흄에 대해서라면, syo는 이 책에서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15.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김민주 지음

: 깔끔하다. 지도나 상황도가 거의 인포그래픽에 가깝다 할 정도로 깔끔하여 힙해 보였다. 일단 여기까지만 써 놓고,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이 얼마나 기억나는지 월말에 다시 점검해서 다음 줄을 써 보겠다.

: ......헤헤(머쓱).



16. 철현쌤, 공무원 연봉 진짜 얼마에요? / 조철현 지음

: 그랬구나, 공무원이, 그랬었어.....

 

17. 밥보다 일기 / 서민 지음

: syo는 자기가 쓰는 모든 글을 일기로 규정하는데(독서 일기, 연애 일기, 추억 일기, 일기, 일기, 일기....), 그것은 일기를 너무너무 사랑하여서가 아니라, 도리어 일기를 업신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글을 리뷰라고 부르기에는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므로, 누구나 충분히 떳떳할 수 있는 일기라는 장르를 참칭하는 것이 맞춤했다. 스스로 일기를 미완의 글, 부족해도 되는 글, 제 멋대로 써도 되는 글이라 낮잡아보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이제 일기를 존중하게 되었다, 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내가 아무리 저를 업수이 여겨도 저 착한 일기 녀석, 항상 내가 내 글과 성품을 함양하는데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쿨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고마워 일기야. 나도 어릴 적에 친구 신발주머니에서 만 원짜리 전화카드를 슬쩍한 적이 있지만, 오늘날 해인사에 쳐들어가 팔만대장경을 훔쳐내는 인간으로 자라지 않을 수 있었어. 이게 다 네 덕분이야.

 

18. 나는 왠지 떳떳하지 못합니다 / 마쓰무라 게이치로 지음 / 최재혁 옮김

: 아주 예전에, 내가 지금 대체 뭘 읽고 있는지 정말 1도 모른 채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조르주 바타이유의 저주의 몫을 읽었던 적이 있다. 뭘 자꾸 주고 심지어 뭘 자꾸 불태우라는데, 이 양반들이 왜 이러는지 영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기억이다. 오늘 이 책을 다 읽고 났더니 문득 그들이 그리워진다. 나는 이제 어느 사회에 주도적으로 퍼져 있는 재화와 감정의 교환 방식이 인간의 자아와 관계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납득할 만큼의 지성은 갖춘 듯하다. 제목만 보고서는 젠더 문제에 관한 책이리라 짐작하고 집었는데, 뜻밖에 새로운 방향의 독서 길이 열린 듯하다.



19.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리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 1회독 당시 별 5

: 2회독 후 별 5+ 마음속의 추가 별 2(팬심 1, 회독 보너스 1)

: 이런 식이라면 과연 나 죽을 때, 마음속에 몇 개의 별이 나와 함께 질 것인가.

 

20. 인생 직업 / The School of Life 지음 / 이지연 옮김

: 알랭 드 보통의 글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려고 무슨 시도를 하진 않았지만.

: 알랭 드 보통의 지성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려고 얄팍한 시도를 했을 뿐이지만.

: 알랭 드 보통의 머리(두뇌 말고)를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고 갖은 시도를 다했다. 샴푸, 검은 콩, 검은 콩, 검은 콩...... 내 나이 때의 그의 사진을 보면, 아직까지는 성공적으로 방어를 하고 있다.

: 이런 걸 평이라고 쓰고 앉았으니, 아무래도 앞의 두 가지 항목은 달성이 요원하겠다. 이러니 나는 더욱더 세 번째 항목에 목을 매게 되는 것이다.....

 

21. 딱 이만큼의 경제학 / 강준형 지음

: 진짜 딱 이만큼이다.



22.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위화 지음 / 김태성 옮김

: 제목이 좀 거창한 바가 크다. 선생님은 새로운 말씀을 하시진 않으셨다. 그 감옥을 살펴보았지만 나는 특별히 무엇인가를 발견하지는 못하였다. 선생님이 지금 글쓰기의 감옥 안에 계시지 않기 때문일까. 독서 피라미드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소용에 닿는 책이 아닐 수 있다. , 모든 책이 그렇긴 하다.

 

23. 요즘 것들의 사생활 : 결혼생활탐구 / 이혜민 글 인터뷰 / 정현우 사진

: 마음이 그리는 여러 그림 가운데, 사랑의 풍속도는 시대가 변하면 가장 빨리 따라 바뀌는 그림일까, 가장 마지막에서야 바뀌는 그림일까? 새로운 형식의 사랑과 결혼이 세상에 만개하였다면, 우리는 그것을 다가올 거대한 변화의 조짐으로 봐야 할까, 이미 세상이 크게 변하였다는 증거로 봐야 할까?

: 각자의 사랑을 지키는 일에 각자의 사랑을 지키고 있는 다른 이들의 행보를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면, 우리는 누구나 다른 이들이 지키고 있는 사랑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꾸짖거나 응원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지키고 있는 사랑을 다시 한 번 비추어 보기 위해서라도.

 

24. 진심의 공간 / 김현진 지음

: 좋은 글 솜씨가 그에 걸맞은 소재를 만나는 것이 훌륭한 작품을 낳는 기초적인 조합이겠지만, 더 크게 보았을 때, 좋은 눈과 좋은 손을 지닌 인간이 사색에 친한 직업을 만나는 것은 훌륭한 작품을 낳는 궁극의 조합이 아닐까. 부럽다. 앞으로 나올 그녀의 모든 책을 나는 읽을 것이다.



25.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 페터 한트케 지음 / 윤용호 옮김

: 이 두 배쯤 되는 분량이었다면 어쩌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포기했어도 언젠가는 돌아와 읽었을 것이다. 페터 한트케가 내게 무슨 짓을 해놨는지 당장은 알 수 없겠지만, 무슨 짓인가 해 놓기는 해 놨다는 느낌이 든다.

: 100자평이 이 따위야. 읽으래는 거야 말래는 거야.

: , 제가 읽고 딱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26. 러시아 혁명사 강의 / 박노자 지음

: 박노자 선생님의 글이 언제나 그렇듯, 이 책도 현재를 향해 있다. 러시아 혁명이 뒤집어 쓴 누명 같은 건 벗겨도 좋고 못 벗겨도 그만이지만, 그 속에 잠들어 있는 영양분만큼은 어떻게든 추출하여 오늘 날 우리 땅에 링거라도 한방 놓고 싶어서 지은 책이라고 보는 게 옳겠다.

 

27. 경제학의 모험 /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 김진원 옮김

: 무심하게 칼로 툭툭 끊어서 대애애충 던져주는 것 같아서 받아먹어봤더니 꽃등심.



28. 프랑스어의 실종 / 아시아 제바르 지음 / 장진영 옮김

: 내가 두 개의 언어를 할 줄 알았다면 이 책을 읽고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이해했을 것이다. 아마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정신적 활동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를테면 외국에서의 유학생활 같은 상황 속이었다면, 아마 울거나 그에 준하는 거센 감정 날씨를 경험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외국이 내 모국을 식민지로 삼은 적이 있었더라면 많이 아팠을 것이고, 심지어 내게 식민 치하의 어두운 역사를 겪은, 이를테면 형틀에 묶여 온 몸을 두들겨 맞는 가운데 누군가 내 코에 주전자로 천천히 모래를 들이부은 그런 끔찍한 경험이 내게도 있었더라면, 아마 나는 이 책과 함께 실종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29. 비커밍 / 미셸 오바마 지음 / 김명남 옮김

: 미셸 오바마는 기대 이상으로 글을 잘 썼고, 특히 자기 인생에서 인상적이라 할 순간들을 골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차림으로 독자의 앞에 가져다 놓을 줄 아는 능력이 있다. 500쪽이 넘는 책을 읽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차창 너머 지나가는 풍경 보듯 책장을 휙휙 넘기고 싶은 때가 오게 마련이다. 그럴 때, 독자의 눈을 다시 붙들어 매는 닻은 역시 에피소드다. 그런데 자서전은 그대로 에피소드의 연속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에피소드로 집중력을 잡아채는 데는 오히려 불리한 면이 있다. 우유 우유 꿀 우유의 꿀은 달지만, 초코 초코 꿀 초코의 꿀은 조금 덜 단 법이니까. 그래서 자서전은 에피소드의 위치, 중량, 밀도를 결정하는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그게 이 책에는 있다.

 

30.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정지혜 지음

: 이상하게 syo가 고른 독립 서점, 동네 책방 관련 책들은 대체로 폐업했거나, 휴업하는 걸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다. 오늘도, 무사정도만 무사했지 나머지 책은 어쩐지 늘 슬픈 결말이나 슬플 결말로(그러나 아직 희망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는 뉘앙스와 함께) 마침표를 찍어왔다. 그렇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동네 책방이 동네의 공공재에 가깝다는 사실을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고,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현실을 조작할만한 역량이 있는 이가 몇이라도 있으면 더 좋겠다.



31. 소설처럼 / 다니엘 페나크 지음 / 이정임 옮김

: 소설을 예술이나 고전이 아니라, ‘이야기로 읽었던 아름답고 행복한 독서의 때가 syo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너무 아련해서 언제였는지는 흐릿하지만. ,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언제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할 게 아니라 응당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32. 키 재기 외 / 히구치 이치요 지음 / 임경화 옮김

: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 도련님의 시대를 보면, 히구치 이치요를 떠올리며 상념에 잠겨 있는 모리 오가이의 아련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나쓰메 소세키가 그려진 장면이 나온다. 20세에 첫 작품, 23세에 마지막 작품을 내놓고 폐결핵으로 스러져야 했던 아까운 천재. 모리 오가이는 아직 읽지 못했으니 나쓰메 소세키와만 비교해 볼 때,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는 방식은 나쓰메 소세키보다 히구치 이치요 쪽이 훨씬 아름답고 아련한 데가 있다. 도리어 현대적이랄지. 그것은 히구치 이치요가 여성, 그것도 아픈 몸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으며 정혼자에게 파혼까지 당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성취였다고 넘겨 짐작해본다.

 

33.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지음 / 류경희 옮김

: 고전이라는 명찰이 작품에게 꼭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세상에는 고전이라는 말만 들어도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그들에게는 합당한 이유도 있다. 유명 대학이라면 다 하는 짓이 있는데, 그 학교 교수라는 작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등학생이 읽어야 할 고전 100따위의 리스트를 뽑는 일이다. 그걸 보고 있자면, 과연 이 리스트를 만든 인간들이 이 책을 다 읽었는지 묻고 싶어질 때가 여간 아니다. 나 같아도 고전에 경기하게 생겼다.

: 오만과 편견이 고전의 반열에 들었다는 사실 자체도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지만, 고전이라는 타이틀이 불가피하게 가져다주는 편견(, 너무나 지루할 것 같애)을 생각하면, 제인 오스틴은 좀 복잡한 심정일 듯하다. 한 마디만 하고 싶다. 믿을 수 없겠지만 이 책은, 되게 웃기다. 빵빵 웃음이건 실실 웃음이건, 제각각 한두 번씩만 터진 게 아니다.

: 그러나 번역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15년도 더 전에 민음사 판으로 읽었다가 굉장히 지루하여 1부도 못 넘기고 포기한 기억이 있다. 사실 당시 코흘리개였던(추우면 대학생도 코를 흘릴 수 있습니다. 사람은 그럴 수 있습니다.) syo의 역량이 역겨울 지경이었기 때문에 그랬을 공산이 더 크다. 민음사 판을 다시 읽지 않은 상태라 섣부르게 번역 탓을 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문학동네 판은 2017년 번역이다. 민음사는 그보다 14년 앞선다.



34.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 / 다니엘 벤사이드 지음 / 양영란 옮김

: ‘사용 설명서라는 이름에서 어쩐지 초심자용 책이라는 뉘앙스를 풍기지만, 실제로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근데 그게, ‘마르크스 철학 초심자는 읽기 힘든 책이라기보다는, ‘프랑스 철학자 문체 초심자에게 쉽지 않은 책이라고 보는 쪽이 더 나은 설명이겠다. 좀 과하게 현란한 데가 있다.

 

35.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지음

: 십 몇 쇄를 찍고 개정판까지. syo는 임경선 작가님의 매력을 잘 못 느끼는 축인데도 판세가 이 정도로 돌아가면 어떤 아우라에 얻어맞으며 꼼꼼히 읽게 된다. 그리고 판단하건대, 이 책이 이만큼 팔릴 가치가 없는 게 아니라, 다른 책들이 이 책만큼 팔릴 만한데도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한 것이라 생각하는 쪽이 더 안전하며 일견 더 정확하기도 하겠다.

 

36.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 공부 / 홍춘욱 지음

: 못마땅한 데가 없진 않았으나, 믿고 한 번 추천하는 책들을 주욱 읽어보기로 하였다. 내 입장에선 그것이 성과가 있어야 이 책을 평할 수 있겠다.




37. 은근한 잘난 척에 교양 있게 대처하는 법 /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 강수연 옮김

: 읽고 나서 이제 5일이 지났는데, ! 다 사라졌지! 감쪽같지?!

 

38. 어둠의 심연 / 조셉 콘라드 지음 / 이석구 옮김

: 코흘리개 대학생 시절 <암흑의 핵심>을 읽었었는데, 이제 허리가 다 굽어 <어둠의 심연>을 읽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둘 중 어느 게 더 나은지 비교하기에는, 두 권 사이에 흐르는 세월의 강이 너무도 넓고 깊고 세차게 흐르고 있구나......

: 이 책의 경우, 실은, 책 자체에서 어떤 재미나 감동을 얻는다든지 지혜나 통찰을 챙긴다든지 하는 식으로 읽는 것보다, 이 책이 (결점으로) 지니고 있는 다양한 논점들을 들춰내고, 그것들에 관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지나가는 데 집중하는 방식으로 거꾸러뜨리고 나가는 쪽이 훨씬 남는 장사겠다.

 

39.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한국사 1 / 김상훈 지음




40. 오영수 교수의 매직 경제학 / 오영수 지음

: syo는 경제학에 관해서라면 아는 바가 적지만(이렇게 적고 나니까 경제학 빼곤 좀 아는 놈 같아서 좋다. 신나는 자기기만), 이 책 괜찮은 줄은 알겠다. 첫 번째 경제학 책으로 손색이 없(진 않다만-예를 들면 철지난 유머-없는 걸로 해도 거의 무방하겠).

: 위의 유쾌한 이코노미스트께서 제시한 도서목록의 1번 타자인데, 못해도 2루타 정도는 때린 것 같다. 시작이 좋다.

 

41. 노생거 사원 / 제인 오스틴 지음 / 조선정 옮김

: 번역. 오역은 당연히 아니겠으나, 류경희 번역의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의 그 실감, 말맛, 캐릭터의 다채로운 대화들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 이 판본 하나만 읽고 뭐라고 하긴 섣부르니 다른 번역을 읽어보고 기회가 되면 언급하기로 하겠지만, 어쨌든 100쪽 더 이상을 읽어나갈 맛이 나지 않아서 중도 포기.

 

42. 예브게니 오네긴 /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 김진영 옮김

: 오랜만에 이 책을 읽으니, 로쟈 선생님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듣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풋풋한 30대 초반이었는데, 어느덧 이제 몇 해만 더 살면 푸슈킨이 세상 뜬 바로 그 나이가 되는구나. ..... ....

: 이야기는 정말 단출하다. 복잡한 플롯도 없고 갈등선도 한두 개에 그친다. 이야기로서 그다지 매력이 넘치는 책은 아니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떻게 러시아 문학사에 거대한 이름을 남긴 책이 되었는고 하니,

: 푸슈킨은 원래 시인이고, 이 작품은 원래 시다. 러시아어로 읽으면 뭔가 운율과 라임이 쩌는 작품인 것 같다(는 것을 역자 해설을 통해 짐작이나 할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쩌는지 마는지를 우리는 도무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이야기만 먹고 빠지자면 굳이 권할만하지는 않다.



43. 소설가의 사물 / 조경란 지음

: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 봐도 없기에 놀랐다. syo는 조경란 작가님의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심지어 수상 작품집 속의 단편조차 한 번도. syo는 조경란 작가님이 수상하지 않은 수상 작품집만 골라 읽었고, 조경란 작가님은 syo가 읽지 않은 수상 작품집만 골라 수상하셨다. , 우리의 이 수상한 관계.

: 그리하여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덧칠하고자하는 욕심이 정말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문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반적으로 시인의 산문집보다 소설가의 산문집이 욕심을 덜 부리는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정도까지 색을 빼고 선으로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걸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만 지은 책을 만나는 일은 드물다. 그러면 이 글의 주인이 다른 장르 다른 곳에서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어지는 마음이 쓱 드는 것이다.

 

44. , 영원한 아이 / 에곤 실레 지음 / 문유림, 김선아 옮김

: 큰 울림이 없었다. 어쩌지...... 어쩐지 저 사람한테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근데 어떡해, 글이고 그림이고, 난 저 사람이 그냥 그런 걸......




2월이구나. 2월은 February.


.........-_-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5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9-01-31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나도 아침에 <오만과 편견> 읽었는데... 찌찌뽕!!
우리집엔 민음사판, 펭귄판 있는데, 나두 문학동네로 읽어야겠어요. 아, 기다려진다. 오스틴 읽는 시간^^

syo 2019-01-31 17:05   좋아요 0 | URL
제인 오스틴은 <감자엔 소스닷>과 함께!
하지만 페이지 귀퉁이에 빨간 케첩 소스가 묻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해요.

북깨비 2019-01-3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지만 탐나지 않고. 이거 강렬한데요?

syo 2019-01-31 17:07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김정선 선생님의 이야기는 항상 저하고는 겉돌더라구요.....

북깨비 2019-02-01 14:30   좋아요 0 | URL
김정선님은 아직 모르는 분이에요 ㅠㅠ syo님 표현이 너무 멋있어서. 아름답지만 탐나지 않는게 저도 있어요. ㅎㅎ

짜라투스트라 2019-01-31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네요
근데 요새 저는 동양철학책을 너무 많이 읽다보니 다시 소설이 이야기처럼 보이며 재미있네요 ㅎㅎㅎ

syo 2019-01-31 17:23   좋아요 0 | URL
어마어마한 책들을 어마어마하게 읽고 계시던데요?
ㅎㅎㅎㅎ 짜라님 곧 동양철학의 거장이 되시겠더라구요.

짜라투스트라 2019-01-31 19:55   좋아요 0 | URL
^^;; 책모임 때문에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모르는 걸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네요ㅎㅎㅎ

syo 2019-01-31 20:22   좋아요 1 | URL
응원합니다. 나중에 제가 동양철학책 읽을 때 짜라님께 많이 배우겠습니다ㅎㅎ

설해목 2019-01-31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번 의견에 저도 동조하며 24번 책은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
35번은 정말이지 왜 쇄를 거듭하는지 저는 여전히 모르겠으며 42번은 몇 년전 친구들과 함께 읽은 추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감자칩을 어떻게 먹으면 피맛을 볼 수 있나요. @.@
하지불안증후군때문에 저는 오늘 철분제를 처음 먹어봤는데 약간 피맛이 나더군요. -.-

syo 2019-01-31 18:08   좋아요 1 | URL
뭔가를 장바구니에 담으셨다는 말씀은 항상 저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ㅎㅎㅎㅎㅎㅎ 취향이란 무엇인가요.....
35번의 정체는 또 무엇인가요.....

감자칩을 왕창 넣고 씹었는데, 그 중 몇몇이 옆으로 섰더라구요-_-;;;
피맛이 알고보면 혈액속의 철분 맛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쇠맛...

카알벨루치 2019-01-3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4권이라 그 숫자는 나를 향해 죽으란 44한 말!!!!! 아~웜메 기죽어 ㅋㅋㅋㅋㅋ1월도 읽는다고 고생한 쇼군 👏👏👏

syo 2019-01-31 20:23   좋아요 0 | URL
콕 찝어 44라면 노림수 냄새가 물씬나긴 하네요. 올해는 444를 목표로 할까요.....

카알벨루치 2019-01-31 20:26   좋아요 0 | URL
쇼님 매달 44권 목표도 개안네 500권은 족히 넘을거고 ㅎㅎ

syo 2019-01-31 20:28   좋아요 0 | URL
엌ㅋㅋㅋㅋ 올해는 슬쩍 줄여보려 했는데ㅋㅋㅋㅋㅋ 카알님 철벽방어... 골키퍼 아니신데 이러기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1-31 20:32   좋아요 0 | URL
내가 막지 않아도 그대는 그렇게 흘러갈 것을 아니 “쇼군의 쇼군됨”을 지키심이 좋겠다는 ㅎㅎ

stella.K 2019-01-31 2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 이제 두 권 읽었는데...
내가 비교를 말아야지. 비교하면 지는 거예요.ㅋ

카알벨루치 2019-01-31 20:41   좋아요 1 | URL
비교불가 쇼군!!!

syo 2019-01-31 22:24   좋아요 0 | URL
다 부질 없는 일입니다...... 허허...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요.... 어허허....

카알벨루치 2019-01-31 23:08   좋아요 1 | URL
들도 있제 ㅋㅋ

stella.K 2019-02-01 14:5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한 분은 절로 가실 태세고
한 분은 광야에서 외치실 태세군요.
오호 통제라.ㅋㅋㅋㅋㅋ

카알벨루치 2019-02-01 18:04   좋아요 0 | URL
마자요 저 광야에 있습니다 ㅋㅋ

무식쟁이 2019-02-0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슬럼프.. 라고.. 내가 들은 적..이..

syo 2019-02-01 09:01   좋아요 0 | URL
다행히 사흘만에 물러갔습니다. 눈이 즉효네요.....

반유행열반인 2019-02-01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이거 별로야...나랑 안 맞아...라는 소리를 자신 있게 하기 위해 참고 읽는 시간도 있지요...이번 달에는 운수?좋게 그런 시간이 줄어들길 빌며! 감자에 금이 간 syo님 입의 쾌유도 빕니다.

syo 2019-02-01 14:24   좋아요 1 | URL
금세 낫고 있습니다. 날고 긴데도 제깟놈이 감자칩인데 그어봐야 얼마나 긋겠어요. 입의 상처보다 걔가 나한테 그랬다는 마음의 상처가 큰 것이지요.....

카알벨루치 2019-02-01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겁고 알찬 시간 보내시요 맛난거 많이 드시고 be happy~ 사람들 말에 신경도 잘 끄고 ^^

syo 2019-02-01 23:07   좋아요 0 | URL
카알님두요 ㅎㅎㅎㅎ 즐겁고 알차고 배도 차고 공도 차는 해피 설날 되세요!!

카알벨루치 2019-02-01 23:10   좋아요 0 | URL
배차면 안되 내가 “배씨”야 ㅋㅋ

syo 2019-02-01 23:11   좋아요 1 | URL
배카알님ㅋㅋㅋㅋㅋ

서니데이 2019-02-01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syo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좋은 인사 남겨주셔셔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명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설처럼 문지 스펙트럼
다니엘 페낙 지음, 이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머나먼 변경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와 지금 이곳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는 남자의 손에 지팡이도 물통도 아닌 책 한 권이 들려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철물점 집 사내놈이 봤다는구먼.” 사람들은 마을에 하나뿐인 술집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다들 알다시피, 그 멍청한 놈이 아직 글을 못 깨쳤잖아. 그래서 그 나그네가 들고 있는 책이 뭔지, 그 중요한 걸 알아내지 못하고 그냥 발길을 돌렸다는 거야.” “세상에!” 몇몇 사람들이 동요하며 발을 굴렀는지, 바닥에 짜넣은 널빤지가 끽- 불길한 소리를 내질렀다. “도대체 무슨 책일까?” “얼마나 중요한 책이면 이 넓은 나라의 끝에서 끝을 가로지르는 내내 손에서 내려놓질 못하는 걸까?” 사람들은 궁금증에 너무도 깊이 매몰되어 제일 중요한 사실, 아직 맥주를 시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술집 주인마저 그랬다. 때때로 궁금함은 어떤 독주도 흉내 내지 못할 만큼 확실히 사람을 취하게 한다.

 


러시아 작가의 소설이 아닐까? , 전당포 할멈을 도끼로 잔인하게 내리친 어느 가난하고 비열한 겁쟁이가 죄책감과 자기기만 속에서 벌벌 떠는 이야기로 천 페이지를 꽉 채운 그 유명한 책 말야.” 먼저 입을 연 것은 목수였다. “책 속의 그놈은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치안의 그물망에 걸려들고 말지. 망설였거든. 멍청하게도. 저 나그네인지 뭔지 하는 작자도 어쩌면 국경에서 사람을 도끼로 쳐 죽이고 끈질기게 도망치는 중인지도 몰라. 그건 정말 좆같이 힘든 일이지. 마음에 구멍이 숭숭 나거든. 거기 서 있는 예쁜 언니가 신은 싸구려 검정 스타킹처럼 말이지. 그래 언니, 거기, 거기 말야. , 하여튼 도망치다보면 말이지, 지쳐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온다구. 신체의 자유를 팔고 그걸로 마음의 자유를 사고 싶은 약한 마음이 드는 거지. 그럴 때 다시 한 번 그 책을 읽고는 구두끈을 고쳐 매는 거야. 마음의 자유라는 게 생각보다 꽤 비싸거든. 제 몸을 꽁꽁 묶고, 심지어 전당포 할망구처럼 머리통을 쪼개 도끼를 처박은 채로 경찰서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간대도, 그 망할 마음의 자유라는 놈을 살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재수 없으면 몸은 교도소에 처박혔는데 마음도 계속 지옥 불에 튀겨지는 꼴이 나는 거거든. 결국 몽창 꼬라박고 쪽박만 찰까봐 불안한 거지.” 목수가 아이 머리통만한 손을 탁자에 쾅쾅 내리쳐대며 말을 이었다. 마을에 흘러 들어온 게 두 해도 채 되지 않는 그가 그 전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마을 사람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그 크고 투박한 손에 든 연장을 오로지 목재를 다루는 데만 썼다고 보증해줄 이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것이 목수의 가장 친한 이웃조차 그의 과거를 단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이유였다. “어쩐지 난 알 것 같단 말이지.” 목수는 두꺼운 목을 세차게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에, 그렇게 소중하게 여긴다면 그 책은 아마도 성경이 아닐까 싶은데요.” 다음으로 입을 연 이는 며칠 전에 목사관에 새로 짐을 풀었다는 신출내기 목사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가늘지만 깊은 그의 눈, 마찬가지로 가늘지만 단단해 보이는 그의 목 같은 곳을 훑는 동안 목사는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작은 소리로 목을 가다듬었다. “창조주 하느님 아버지가 흙으로 빚어 입김을 불어넣으시고 직접 그 이름을 지으셨으며 다른 모든 것들의 이름을 지을 위대한 권한을 내려주신 아담이 하느님 말씀을 어기고 금단의 과실을 탐하여 낙원에서 쫓겨나는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바로 인간이 정처 없이 걸어야만 하는 운명을 받게 된 그 순간을요. 에덴의 출구에 찍혔을 인간의 첫 발자국부터, 하느님이 지으신 모든 땅을 뒤덮고도 모자라 이제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에까지 찍어놓은 인간의 수많은 발자국들, 그 모든 발자국은 추방의 순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로 가려 했던 걸까요?” 목사가 말을 멈추고 좌중을 둘러보았다. “글쎄, 누더기 하나 걸치고 쫓겨났으니 배가 고팠을 테고, 스컹크 한 마리라도 잡아먹으려고 근처 풀숲을 뒤지지 않았을까?” “두고 온 사과 생각이 절실했겠는데?”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으며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 아버지, 구하소서. 신앙이 약한 마을이로다. 목사는 고개를 내저으며 이번에는 들으라는 듯이 티 나게 목을 가다듬더니, 외치다시피 했다. “그들은!” 일순 조용해졌다. “죄 사함을 받으러 길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 바로 그렇습니다. 그 모든 여행이 죄의 길이면서 사죄의 길이었고, 반란의 길인 동시에 반성의 길이었으며, 역경의 길이지만 곧 희열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이 예배하신 그 길 위에 어리석은 우리가 범한 죄업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의 버터처럼 녹아내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럴 때마다 점점 가벼워지는 우리의 발걸음, 점점 천사와 닮아가는 우리의 웃음을 상상해 보는 겁니다!” 목사는 자기도 모르게 두 팔을 치켜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누구도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래도 목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행이 그런 것이라면, 그 여행의 길이 길고 길수록 가장 잘 어울리는 동반자는 바로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그 사람은 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다고 했지요? 그럴 수밖에요. 그는 그 어떤 지팡이보다 훌륭한 지팡이, 바로 거룩한 성경을 들고 다니고 있으니까요! 한 걸음에 한 구절, 말씀을 짚고 발걸음을 옮기는 그 거룩한 여행자가 목사관 앞을 지나만 간다면, , 내가 바로 뛰어나가 꿀처럼 달콤한 물과 그보다 몇 배는 단 기도와 축복을 그에게 부어줄 텐데!” 스스로의 말에 도취되기라도 한 듯, 목사는 두 손을 모으더니 이내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도 이런 유형의 인물은 건드리지 않는 쪽이 낫다는 것을 알만큼은 똑똑했다. 그러는 자기는 빈손이구만. 몇 백 킬로미터를 걷는 사람도 들고 다닐 만큼 훌륭한 책이라지만, 목사관에서 이 술집까지 오는 짧은 거리를 걷는 데는 성경이 별 필요가 없었나 보군. 목수는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이어가는 목사의 가는 목덜미에 송송 돋아있는 솜털을 내려다보며 속으로 빈정거렸다.


 

우리 젊은 목사님, 기도하는 목소리는 듣기 좋은데 세상 사는 게 어떤 건지 알려면 앞으로 한참 더 마셔야 되겠어요.” 한 사람이 들고 왔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맥주잔을 테이블에 소리도 없이 내려놓으며, 여인이 말했다. 여인은 왼손으로 허벅지 근처를 문지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맥주를 옮기다 묻은 거품을 닦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스타킹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가리는 중이었다. 숭숭 까지는 아니라고, 숭숭 까지는. 여인은 조용히 목수를 흘겨보았다.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목수는 누구보다 먼저 맥주잔을 낚아채 단숨에 들이켜는 중이었다. “길에 얹혀 사는 인생이라는 게 있는 거라, 길 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역시 길 위에서 하루를 끝내는 사람들이 제일 욕심내는 게 뭔지 알아요? 그건 바로, 고향이에요, 고향. 그리고 추억이지. 걷고 또 걷는 동안 닳아 없어지는 게 신발 밑창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라구요.” 여인은 허벅지에서 뗀 왼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테이블에 앉은 이들을 낮은 눈빛으로 훑었다. “신발 안에 자꾸 모래나 돌멩이가 들어온다거나, 재수 없을 땐 피를 보고 나서야 신발 바닥에 구멍이 났다는 걸 알게 되는 거잖아, 인간이란 게. 마찬가지예요. 어느 날 문득,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 거지. 태어나 처음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곰 인형이었는지 토끼 인형이었는지, 글도 다 못 뗀 코흘리개 시절 혼자 좋아하느라 밤잠을 설쳤던 그 철자법 선생님의 이름이 뭐였는지.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개울에서 헤엄치고 놀다가 바닥에서 뭘 주워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살아있는 메기 새끼였어요. 난 그때 내 손에 들어있는 길고 미끈한 그 물건이 너무 징그러워서 얼른 내던져버리고는 엉엉 울었거든요. 그때 사촌 오빠가 제일 먼저 다가와서 세상 모르고 우는 나를 물 밖으로 끌어내 주고 있었는데, 멀리서 뒤늦게 그 모습을 본 우리 아버지가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오빠의 뺨을 후려치는 거야. 그게 무슨 상황인지 알 턱이 없는 나는 계속 울기만 했고, 아빠는 나를 번쩍 들쳐 매고는 성큼성큼 물 밖으로 걸어 나가는데, 오빠는 너무 놀란 얼굴로 울지도 못한 채 개울 속에 멍하니 서서 뺨을 만지고 있더라구요. 이 모든 그림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도, 그때 그 여름날 내가 몇 살이었는지는 아무리 생각을 해도 모르겠단 말이죠.” 맥주잔 세 개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여인은 물어보지도 않고 손가락을 튕겨 주인의 시선을 끌더니 손가락 세 개를 세웠다. 바 너머에서 주인이 새 맥주잔을 꺼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실내는 조용한 가운데 사람들은 여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잃어버린 기억이 얼마나 많을 거야. 그걸 서서히 잃어버리는 건, 그러니까 우물에 빠뜨린 설탕 주머니를 내려다보는 기분이랑 비슷한 거죠. 돌이킬 수도 없는 거고. , 내가 없어지고 있어, 아아 내가 사르르 녹아 사라지고 있어.” 여인은 연극 대사라도 읊듯 텅 빈 눈동자로 공중을 응시하며 말했다. 주인이 새로 채운 맥주 세 잔을 내려놓고 빈 잔을 거둬갔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술집에서 맥주를 나르는 여자도 심심할 때는 책을 읽기도 하죠. 그게 성경도 아니고, 우리 산도적 같이 생긴 목수 씨가 읽었다는 천 페이지짜리 그런 두꺼운 책도 아니고, 그냥 한낱 이야기책에 불과하지만요. 그 이야기책에는요, 오직 사랑하는 남자의 옆에 가고 싶어서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를 포기하는 공주가 하나 나와요. 상상할 수 있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고운 목소리라구요. 그녀가 노래를 부르면 세상 어느 남자든지 그녀에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런 고운 목소리요. 그런데 그녀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그 목소리를 포기하는 거예요. 놀랍죠? 그런데 더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바로 내가, 이 작고 초라한 마을에서, 밑바닥 판자가 다 꺼져가는 낡은 술집에서 술이나 나르는 하찮은 여자인 내가, 그 공주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거예요. 글쎄, 내가 눈물이 다 나더라니까요? 여기 누구, 내가 우는 걸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다면, 당신들이 오늘 마신 맥주는 내가 다 사죠.” 그러나 그럴 일은 결코 없었다. “난 공주도 아니고, 이제껏 몇 놈을 만나왔지만 나한테 들러붙은 것들은 죄다 쓰레기였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가 다 뭐야, 지금 나를 계속 짜증나게 하는 이 구멍 난 스타킹하고도 바꿀 가치가 없는 그저 그런 놈들뿐이었다구요. 그런 내가, 어떻게 겪기는커녕 냄새도 못 맡아본 그 공주의 경험에 공감을 할 수 있었을까?” 여인이 다시 손가락 네 개를 들어올렸다. 목수는 이번에도 새 잔을 받을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게 내가 잃어버린 추억과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난 그렇게 생각했어요. 내가 공주가 아니었던 건 확실하지만, 나라고 사랑을 하거나 사랑을 받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닐 거잖아요. 단지 내가 잊은 거야, 기억이 안 나는 거야,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선생님의 이름 같은 거야, 울지 않는 오빠를 울면서 바라보던 꼬맹이의 나이 같은 거야, 그렇게 생각했죠. 그러고 나니까 말이에요, 이 개떡 같은 인생도 조금은 봐줄만해지는 것 같았어요. 언제까지 이 허름한 술집에서 찌든내 나는 맥주나 나를지도 알 수 없고, 당장 이번 주말에 새 스타킹을 살 급료를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지만요,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공주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 주까지 꾹 참고 살아도 되지 않겠냐구요.” 여인은 누구라도 대답해 보라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들 어쩐지 먹먹한 표정으로 먼 데를 응시하거나 자기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아무도 눈치 채진 못했지만 목수는 입술을 닦는 척 슬쩍 눈가를 닦아내고 있었다. “저 불쌍한 나그네가 들고 다니는 것도, 분명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가득 찬 책일 거예요. 확실해요. 이야기에 기대지 않고 대체 어떻게 자기를 지키며 끝없이 걸을 수가 있겠냐는 거예요.”


 

이거 뜻밖에 꽤 좋은 이야기를 들었구만.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지.” 백발의 깡마른 노인이 역시 백발인 턱수염에 묻은 거품을 소매로 훔치며 말했다. “하지만 다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아마도 그건, 그냥 지도책이거나 도감 같은 걸걸?”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후회되는 게 참 많아. 아직 젊은 우리 마누라 손 놓고 그냥 그렇게 보낸 거, 그러다보니 하나뿐인 자식 놈을 응석받이로 키우게 된 거, 그 응석받이 응석에 못 이겨 결국 새 마누라를 맞이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를 놓쳐 버린 거...... 심지어 냉장고에 하나 남은 달걀을 어제 부쳐 먹지 않은 것도! 오늘 아침에 깨 봤더니 아슬아슬하게 상했더라고.”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간이 만드는 안타까운 표정은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진지하기 일쑤라, 마을 사람들은-특히 목사는-노인이 타조알이나 심지어 공룡 알을 먹지도 못하고 내버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동정어린 표정들일랑 넣어 두게. 아직 가장 후회되는 것은 꺼내지도 않았으니.” 노인은 잠깐 혀를 찼고, 말을 이었다.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무엇보다 후회되는 건 말일세, 바로 일찌감치 책을 읽지 않은 것일세.” 노인은 지금이야말로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라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할 뿐이었다. 노인은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과 그 옆에 서 있는 두 번째로 한심한 사람을 쳐다보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크게 젓더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세상의 모든 문제는 언제나 그에 걸맞은 해답을 준비해놓고 있더란 말이지. 단지 그 해답이라는 놈을, 문제를 맞닥뜨린 바로 그 순간에 우리가 모를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야.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제아무리 운이 좋은 인간이라도 태어날 때부터 모든 답을 입에 물고 날 수는 없더라 이거지. 그 답들은 우리가 얼른 발견해주기를 바라면서 세상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데 말이야, 내 이날 이때껏...... 근데 내가 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있나? 아니지?” 두어 명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직 이 마을에는 희망이 있군. 목사가 생각했다. “하여튼, 지나고 보니 내가 틀렸던 모든 문제의 답들이 책에 다 들어있더라고. 내 이날 이때껏 살아보니 가장 비참한 순간이 언제인 줄 알아? 그건 바로 아, 내가 이 책을 이십 년 전에만 읽었더라면 오늘 이 모양 이 꼴이 되진 않았을 것을, 하고 후회하며 읽던 책을 바닥에 내던지는 순간이야! 그것보다 더 비참한 순간이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똑같은 꼴의 후회를 하되 이십 년 전이 아니라 두 시간 전에 읽지 않은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는 순간이지.” 흥분하여 밭은기침을 내뱉느라 이야기가 자꾸 지연되었으나, 사람들은 아무 내색도 없이 끈기 있게 기다려주었다. 목사는 점점 희망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가 들고 있는 건 그냥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들이 들어있는 책일 확률이 높아. 그랬으니 그 사람이 이렇게 먼 길을 아무 탈 없이 계속 걸어올 수 있는 거라니까. 알겠으면 다들 책 좀 읽으란 말이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내가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 책과 노인은 그야말로 지혜의 보고라고.” 노인은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듯 손을 들어 테이블을 두드렸지만 그 손이 너무도 가냘파서 테이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왜 우리 집 영감이 책을 못 읽는지 알겠구만. 일단 책을 손에 들 수가 없겠는걸. 청년이 고개를 저었다. 그는 노인의 수많은 후회 가운데 하나인 응석받이 아들의 되바라진 아들이었다. “어떤 지혜의 보고에는 내가 이때껏 살아보니 말인데라는 말이 끝도 없이 적혀있나 보네요. 할아버지, 여기까지 어떻게 걸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또 술집에 오신 걸 아버지가 알면 잔소리를 세 시간은 쉬지 않고 들으셔야 할 거예요.” “차라리 네 어미한테 말하려무나. 그래도 똑같이 잔소리 세 시간이겠지만 최소한 네 어미는 나를 훌쩍 들쳐 업고 집까지 갈 만한 힘과 배짱은 갖췄잖니? 징징거리기만 하는 네 애비랑은 다르게.” 주점에 웃음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엄마가 됐든 아버지가 됐든, 아마도 두 사람 중 누군가는 할아버지를 잡으러 여기로 오고 있을 거니까, 기다리는 동안 우린 그 책 이야기나 더 하는 게 좋겠군요.” 청년이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들의 의견이 다 그럴듯하고 또 좋은 말씀들이었어요. 그렇지만 다들 책을 크게 과소평가하고 계신 것 같아요. 책은 그러니까 그야말로 불꽃같은 것이라구요.” 급하게 달아오르는 것은 어느 시대나 청년의 미덕이자 단점이었다. “꼬마야, 네 말대로라면 책 한 권이 다른 책들을 홀랑 다 태워 먹겠구만? 그럼 누가 책 한권만 가지고 와 봐, 나 담뱃불 좀 붙여야겠어.” 목수가 빈정거렸다. 그러나 청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럼요! 태우고 말구요. 책뿐만 아니라 사람도, 집단도, 한 나라나 심지어 온 세계도 다 태워버릴 수 있는 게 책인데요. 봐요. 어떤 인간을 다른 인간보다 못한 인간으로 취급하던 관습들이 있었어요. 그 관습들을 싹 불태우는 데 책이 몇 만 권이나 필요했을까요? 아니에요. 몇 권이면 충분했어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기생충 같은 무리들을 모조리 화형시키는 불쏘시개로 쓰려고 몇 백 권의 책을 찍어내야 했을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 모두가 꿈꾸는 좋은 세상, 모두가 배부르고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열차를 움직이기 위해 몇 권의 책을 태워야 하냐구요? 딱 한 권! 딱 한 권이에요.” 청년은 목이 말랐지만, 어쩐지 아무도 그에게 맥주를 가져다주지 않았다. “책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어요. 사람들은 그래서 책을 읽는다구요. 저는 어쩐지 그 사람이 여행하는 혁명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런 의지도 없이 그 먼 길을 그저 걷는다구요? 그게 더 말이 되지 않죠. 그 사람은 지금 어딘가로 가서 그곳의 뭔가를 바꾸려고 걷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런 사람의 손에 들린 책이 뭐겠어요. 그게 뭐가 되었든, 얼마나 크고 위험한 책이겠어요. 나는 우리도 그 책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 마을 사람들도 다 그 책을 읽어야 한다구요.” 말을 마친 청년이 주인 없는 맥주잔에 손을 뻗는데 목수가 테이블을 쾅 치더니 맥주잔을 가로채며 말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가 어디서 헛바람만 잔뜩 들었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개소리야. 떠들 힘이 있으면 손에 연장이나 쥘 일이지.” 목수의 말을 시작으로 사람들의 분분한 의견이 주점을 온통 뒤흔들었다. 주인은 조용히 빈 술잔을 세어 보았다. 이야기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고, 술은 더 많이 필요할 것이었다. 책이야 어찌 되었건, 주인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다들 그렇게 궁금하면 그 여행자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붙잡고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출입구에 작업복 차림의 여인이 팔짱을 낀 자세로 서 있었다. "엄마가 오셨네요. 할아버지, 이제 들쳐 업힐 차례예요." 청년이 노인을 보며 말했다. 노인이 채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작업복 여인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팔에 낀 검정색 토시를 걷어붙였다. "입 닫고 너도 얼른 따라 나오는 게 좋을 거다. 내가 몇 번을 말해. 이런 데 들락거리려면 넌 아직 한참 더 자라야 된다고, 이 천하에 불효자식놈아." 여인이 옆에 다가서자 청년은 유독 작아보였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노인은 아예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어이, 얼른 데리고 나가서 젖이나 더 먹이라고. 그리고 여긴 어른들 말씀 나누시는 곳이니까 앞으론 얼씬도 하지 말라고 그래." 이미 다섯 잔이나 비운 목수의 말이 조금씩 꼬이고 있었다. "지랄하네.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고 있군. 내일도 무사히 대패질 하고 싶으면 입은 맥주 마시는 데나 쓰는 게 좋을걸. 이놈이나 저놈이나 팔뚝이나 가슴팍에 그 징그러운 털만 달면 제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 목수는 딸국질을 시작했다. "여기 있는 당신들, 죄다 똑같아. 술집에 모여 앉아 맥주잔만 비우면 나라에서 남자 자격증이라도 주는 줄 아나 본데, 천만에. 당신들이 진짜배기라면 여기 모여 주접떨 시간에 그 사람 발걸음을 붙잡고 직접 물어봤겠지. 대체 뭐가 겁이 나서 이 음침한 소굴에 모여서 쑥덕공론이야? , 내 말이 틀려? 여기 오는 길에 보니까 지금 그 그넨지 나그넨지가 광장 벤치에 앉아서 신발을 말리고 있더군. 오늘은 이 마을에서 묵으려는 모양이지. , 당신네들이 진짜 남자임을 증명할 시간이 앞으로 반나절 정도 남았다는 거야. 내 말 알아듣겠어? 특히 당신, 그 솥뚜껑 같은 손을 달고 다니는 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박차고 일어나서 어디로 가야 되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이 양반아." 여인이 한 손에는 청년의 손목을 쥐고, 다른 한 팔로는 노인을 옆구리에 끼우듯이 들고 술집 밖으로 나갔다. 솥뚜껑 손을 한 목수가 비틀거리며 뒤를 따랐고, 그 뒤로 모든 사람들이 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도 술값을 받지 못한 주인이 바 너머에서 자신도 광장으로 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고민은 잠시였다.


 

아직 해가 다 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둑어둑한 광장 한 귀퉁이에서, 여행자는 벤치에 등을 대고 길게 누운 채 책을 잘도 읽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책을 읽는 일에 꽤나 익숙한 모양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그네는 상체를 일으켜 책을 내려놓고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앉았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벤치 아래에 벗어둔 신발을 들고 모래를 털어냈다. 양쪽 신발의 뒤축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를 광장의 바닥돌을 지치는 발소리가 난폭하게 밀고 들어왔다. 나그네는 신발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있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특별한 것을 원하지 않소." 사람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말하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당신이 들고 왔다는 책 말이오, 그게 뭔지 알고 싶을 뿐이오. , 그리고 우리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다른 목소리였다. 역시 말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기는 어려웠다. "당신이 읽는 그 책의 제목을 우리에게 알려준다면, 오늘 밤 우리 중 하나가 당신에게 지붕과 바람 막을 벽, 따뜻한 찌개가 있는 저녁을 제공할 의사가 있어요." 비교적 다정한 목소리였지만 나그네에게 그건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그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한 덩어리 목소리들의 윤곽을 짚어보려 했으나 그사이 하늘은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광장의 가로등을 켜는 이가 자기 일을 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그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그네가 입을 열었다. "저는 세 권의 책을 가지고 다닙니다. 당신들은 어떤 책을 말하는 건가요?" "오늘 우리 마을에 들어설 때 당신이 들고 있었던 그 책의 이름을 원하오." "다른 두 권의 책은 관심이 없으신가요?" "그건 알려주어도 나쁠 건 없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바로 그 책만큼은 반드시 알아야겠소." 가로등에 불이 들어왔다. 나그네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보았다. 비로소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구분할 수 있었지만, 나그네에게 그들의 얼굴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나그네는 다시 고개를 숙여 광장의 바닥돌을 적시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것은 하나의 검은 덩어리였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검은 덩어리였다. "당신들도 책을 읽으시나요?" "그렇소. 즐기진 않소만." 나그네가 벤치 위에 내려놓았던 책을 손에 들었다. "댁에도 책을 가지고들 계신가요?" ". 아쉽게도 큰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가진 사람은 없지만요." 나그네가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꺼냈다. "오늘도 책을 읽으셨나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제는 어땠나요?" 그저 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이번 주 중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분이 계신가요?" 질문하는 나그네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저 당신이 들고 다니는 그 책의 이름이라구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칵, 라이터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났을 때, 나그네의 손에 든 책에 불이 붙었다. 가로등 불빛은 비교도 안될 만큼 밝은 빛이 불타는 책에서 뿜어져 나왔다. 광장이 순간 환해졌다. 나그네는 어어, 하는 소리를 들었다. 누군가는 손을 뻗는 듯도 했지만 꼭 닿으라고 뻗은 것 같지는 않았다. 책은 금세 재가 되었고, 재는 나그네가 벗어놓은 신발 위로 한들거리며 떨어졌다. 나그네는 신발에 발을 집어넣고 일어섰다. "제겐 지붕도 바람 막을 벽도, 따뜻한 저녁 식사도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방금 제가 불태운 책의 이름이 당신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요." 나그네는 사람들을 헤집으며 걸어 나갔다. "그 책은, 애초에 별다를 것 없는 책이었어요. 흔한 책이었지요. 어쩌면 당신들 중 몇몇의 책장에도 그 책은 이미 꽂혀 있을지도 모르죠." 나그네는 변경으로부터 여기까지 걸어온 바로 그 속도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광장을 가로질러 마을 밖으로 길을 잡았다. 나그네의 그림자가 광장 끄트머리를 스치고 사라졌을 무렵, 사람들은 하나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별다른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로도 오랫동안, 사람들은 나그네가 불태운 그 책이 무엇인지를 궁금해 했다. 단지 그 궁금함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없었을 뿐.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은 다시는 나그네도, 그 책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면 자신의 책장에 꽂힌 책을 하나씩 꺼내어 먼지를 털고, 책등을 어루만져 보기도 하고, 그러다 때로는 그 자리에서 몇 페이지씩 읽기도 했다. 처음에는 마치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침묵하는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몇 있었으나, 차츰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저, 다른 사람들이 나그네가 불태운 그 책과 같은 책을 자기들 책장에서 찾아냈기 때문에 입을 다무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가끔 주점에서 마주치면, 답을 알아낸 사람들의 얼굴에는 뭔가 다른 빛이 도는 듯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그 빛은 모든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드리우는 모두의 빛이 되었다. 각자의 것이 다 다른 듯 또한 닮아있는 그 빛이, 이제는 그들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몇몇 사람들을 추궁해 마침내 답을 얻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나다. 그리고 그 답이 무엇인지, 나그네가 불태운 책의 제목이 무엇인지를 당신들에게 알려주려는 의도로 나는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쓰고 보니, 이제 그 답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언제나 정답보다 의미 있는 오답들이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굳이 정답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도 같다. 사람이란 원래 그런 동물이니까. 그래서 이제 당신에게 말하겠다.

 

 

 

 

지금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 있는(혹은 옆이나, 다른 방일수도 있겠다) 당신의 책장에 서서 눈을 감아 보라. 그리고 손가락으로 책을 짚어 보라. 첫 번째 짚은 책은 그냥 넘길 것이다. 두 번째 짚은 책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세 번째로 짚은 바로 그 책을 그대로 뽑아 들라. 그리고 다시 책상에 앉아 그 책을 펼치라. 지금 당신의 눈앞에 첫 번째 문장을 열어놓는 그 책이, 나그네가 광장에서 불태운 바로 그 책이다.


 

그리고 당신이 내가 말해준 정답을 믿건 말건, 그건 내겐 별다른 의미가 없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19-01-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 공짜로 읽어도 되나 모르겠네요. 숨도 못 쉬고 읽었다구요. 기왕이면 종이에 인쇄해서 예쁜 책 표지까지 달아서 두고두고 책장에 꽂았다 뽑았다 하며 읽고 싶네요. (거기에 자괴감까지 드네요...내 글은 미세먼지 수준이야 공해야....이 글은 청정 고원의 태초의 공기야...너무 좋아서 고산병 걸리겠어 엉엉)

syo 2019-01-28 10:42   좋아요 1 | URL
아니, 이거 왜 이러세요.

열반인님이 이러시면 제가 좋아할 줄 아셨어요? 아셨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19-01-28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죠?? 이거 책에서 발췌하신 거 아니죠? 단편소설 하나 읽은 것 같네요. 오~~ 넘 좋아요!!

syo 2019-01-28 10:43   좋아요 0 | URL
리뷰라고 올려 놨는데 정작 책에서 한 줄도 발췌하지 않았네요.
저도 가끔 이래도 되는 건가 싶어요.....

다락방 2019-01-2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고 리뷰 쓰지 말아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것보다 더 재미있게 쓸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아직 안읽었지만.

syo 2019-01-28 11:51   좋아요 0 | URL
아무튼 일단 읽어봐요. 그럼 생각이 또 바뀔 수도 있거든요!! ㅎㅎㅎㅎ

나무처럼 2019-01-2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좋았어요.

syo 2019-01-28 15:22   좋아요 0 | URL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 말씀두요^-^

무식쟁이 2019-01-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고 있던 내 안의 파란 돌, 개미 눈꼽 만 한 파란 돌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그랬어요.

syo 2019-01-28 15:23   좋아요 0 | URL
궁금하다 그 파란 돌.....
어떤 돌인지 페이퍼로 한 번 써주세요 ㅎ

책읽는나무 2019-01-28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극 한 편 본 듯한~~^^
고도를 기다리는 듯한 기분으로 책 제목을 알고 싶어하는 인물들???
재치있는 재능을 겸비한 자!!
역시 놓치기 아까운 사람이어라~~^^

syo 2019-01-28 18:0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별말씀을요. 엉망진창이에요. 다시 볼 때마다 손댈 데가 자꾸 튀어나와서 곤란한 상황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1-28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길어 나중에 다시 읽어야겠다 발췌를 안했다고 오오~축구하고와서 넘 피곤해서 나중에 다시 읽고 댓글 달아야겠소

syo 2019-01-28 18:0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스킵하세요. 피로에 양보하세요ㅎㅎ

cyrus 2019-01-28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나 에세이를 써볼 생각은 없어요? ^^

syo 2019-01-28 18:10   좋아요 0 | URL
없어요.
겨우 이런 거 쓰는 것도 벅찹니다 ㅎ

stella.K 2019-01-28 18:15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런데 이 양반은 너무 욕심이 없어.
그나저나 너는 출판사 낼 생각없니?
좀 어떻게 해 봐야되지 않을까?ㅎ

syo 2019-01-28 18:22   좋아요 1 | URL
사이러스님이 출판사를 열어서 스텔라님 책을 내시는 구도로군요.
윈윈이로다.....

stella.K 2019-01-28 18:2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말이나 못하면...흥!
 
보통의 식탁 - 조동범 산문집
조동범 지음 / 알마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여느 때처럼 정리하고 돌아와 당신은 저녁 식탁을 차린다. 어제 꺼냈다가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어 놓은 반찬은 그대로 식탁에 올려놓는다. 그저께 부친 계란말이의 냄새를 한 번 맡아보는 당신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계란말이는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그 빈자리는 지난 주말 당신의 어머니가 볶아 보낸 멸치 반찬으로 메운다. 밥은 새로 지었다.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며 당신은 오늘을 생각하고 어제를 생각하고 이내 내일을 생각한다. 모든 것이 닮아 있었다. 어제를 오늘에 붙여 넣는 삶이 그저 깜깜하게만 느껴졌던 시기가 당신에게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 당신은 가끔 생각한다. 오늘 같은 내일이 기다린다는 사실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고, 그렇게 느끼는 것을 보면 나도 행복이라는 정체 모를 존재의 그림자쯤은 밟고 선 것이 아닐까 하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산다는 것은 가령,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사람은 식탁을 차린다는 그 거대한 일상성에, 어제의 계란말이가 오늘의 멸치볶음으로 바뀌는 정도의 소소한 변화가 버무려져 만들어지는 한 끼 식사 같은 것은 아닐까 하고.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우리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삶의 진실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거나 홀로 식탁에 앉아 텅 빈 벽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짜 모습이다우리가 삶에서 얻고자 하는 깨달음은 바로 그런 순간 느끼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비롯된다삶이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만든다. _ 189 

 

그래서 당신은 늘 타인의 식탁이 궁금하다. 당신의 오늘이 당신의 내일과 닮았듯이, 당신의 오늘이 타인의 오늘과 닮았는지를 당신은 늘 알고 싶다. 이 저녁 식탁에 면한 거대한 벽을 넘어가면 건너편 가정에도 누군가의 식탁이 있을 것이다. 그 위에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미소를 생각하며 끓여낸 미역국이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슬픈 마음을 위로하려 사 들고 온 치킨이나 족발 같은 것들이 놓여 있을 수 있다. 당신의 입에 젓가락이 물려 있는 지금 이 순간 벽 너머의 누군가는 숟가락을 물고 있을 것을 생각하는 당신은 타인의 식탁이 몹시 궁금하다. 그 식탁을 둘러싼 사연을, 식탁 위에 올라와 반찬과 함께 체내 흡수되는 말들과, 차마 말해지지 못하고 냉장 보관되어 다음 식탁까지 유예되고 마는 말들을 당신은 알고 싶다. 식탁을 차린 이의 마음과 식탁을 받는 이의 마음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되어 만났는지 당신은 알아야겠다. 설령 그 식탁에 앉은 이가 단 한사람뿐일지라도, 꼭 지금의 당신처럼.

 

당신의 식사 시간은 길어야 십오 분을 넘기지 않았다숟가락을 들고 묵묵히 음식을 먹는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서관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고요하고 쓸쓸하다어느 밤창밖으로 비가 왔는지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그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여전히 혼자 밥을 먹을 것이다당신 앞에 놓인 빈 그릇이 서늘하게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당신의 저녁이 쓸쓸하게 저문다그때 창밖으로 비가 왔는지아니면 눈이 내렸는지 당신은 여전히 알지 못한다. _ 28-29

 

이웃의 문을 두드려 당신의 식탁은 어떻습니까,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라서 당신은 결심한다. 타인의 식탁을 당신의 손으로 만들어보기로. 당신의 손은 밥보다 글을 잘 짓는 손이라서 당신은 결정한다. 식재료 대신 단어를 손질해보기로. 당신은 깨끗이 치운 식탁 위에 하얀 종이 한 장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식탁의 주인들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당신은 혼자다. 4인용 식탁을 혼자 쓰는 남자를 만든다. 그는 오래전 헤어진 애인을 잊었는지 잊지 못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 당신은 지난여름, 노르웨이 여행에서 계획 없이 들렀던 현지 식당에서 받았던 감동을 떠올린다. 여행지의 현지 식당을 들르는 데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 익명의 여행자를 만든다. 그는 할 말이 많다. 당신이 그 식당에 들어갔을 때, 이주노동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 장면을 보았던 기억도 생생하다. 당신은 고국을 기억하는 일이 힘인지 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고단한 이주노동자를 만든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한다. 일찍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 어쩐지 씁쓸했던 서른 살의 생일 케이크, 한국에도 실제로 있을 거라 믿고 찾아다녔던 일본 드라마 속의 심야식당, 선임병의 괴롭힘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어느 군인에 대한 뉴스 같은 것들을 계속 생각한다. 생각의 꼬리를 무는 생각을 따라 백지 위로 볼펜을 휘갈겼고, 마침내 40번째 이름을 적으며 당신은 펜을 내려놓는다. 밤이 깊었다. 그러나 당신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

 

당신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지만 다음을 위해 아쉬움을 담아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차창 밖으로 평화롭고 고요한 휴일 밤이 펼쳐진다나는 문득 내일쯤 세차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세탁소에 들러 맡겨놓은 세탁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어느덧 밤은 완벽하게 어둠을 풀어놓고집으로 돌아온 나는 책상 앞에 노인 지구본을 돌리며 리투아니아아이슬란드비엔나아른험 등의 낯선 이름을 불러본다그러나 그곳들은 너무 멀리 있다닿을 수 없는 세계처럼 낯설게그러나 그 어떤 그리움처럼 있구나아주 먼 그곳에. _ 45

 

당신은 종이 위 40개의 자아를 내려다보며 그 안에 당신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생각한다. 40명의 주인공들은 당신의 조각인가? 그렇다. 40개의 조각을 모두 합치면 온전한 당신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 당신은 이 40개의 자아를 모두 사랑하는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온전한 당신도 아니고 온전한 사랑도 아니라면 당신이 만든 40개 자아의 현실감이나 생동감은 그만큼 부족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당신이 낳은 인물들이 읽는 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당신의 전략은 무엇인가?

 

나는 문득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당신들의 어깨라는 것을 깨닫는다당신들의 어깨는 움츠린 듯 힘없이 나를 등지고 있다당신들의 어깨는 고단한 이민자의 삶을 이야기하면 흐느끼고 있는 것 같다저물녘 해변과 퇴근길의 적막함을고요하게 잠든 아이들을돌아갈 수 없는 그 어떤 날들을 말하려는 것만 같다당신들의 어깨는 다른 듯 삶았다이제 곧 당신들의 어깨는 식당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겠지현관문을 열고 거실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눕는 당신들은 이제 마지막 술잔을 끝으로 오늘 밤을 마무리하려 한다술자리의 왁자함이 잦아들고 적막함이 밀려든다당신들은 저편의 테이블에서나는 이편의 테이블에서... 그렇게 오늘 밤이 침몰하기 시작한다. _ 55

 

당신은 당신이 만든 40개의 자아를 당신이라고 혹은 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읽는 이의 마음을 직접 두드려 여는 좋은 전술이라고 당신은 믿는다. 일리가 있다. 당신은 우리를 당신이라 호명한다. 우리는 당신에게 당신이라 호명됨으로써 당신이 건넨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준비를 시작한다. 당신이 40개의 자아를 만들어 낸 것 역시 신통한 작전이다. 우리가 당신의 호명에 응답할 수 있는 가능성을 40배로 늘림으로써 당신은 우리에게 40배 촘촘한 그물을 던진 셈이다. 이 중 최소한 하나는 걸리겠지, 하는 생각을 당신은 하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합리적인 생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겉보기엔 굉장히 다양한 방식의 삶을 허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40개의 올가미만 던지면 그 안에 우리 모두를 잡아넣을 수 있을 만큼 톤다운 된 삶을 우리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당신은 어쩌면 그 말이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당신의 삶이고, 당신의 아픔이 우리의 아픔이라는 뻔하고 뻔뻔하지만 울 뻔한 말을.

 

보름과 그믐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나간다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이십 대가 지나가고 서른이 펼쳐진다그러나 이십 대의 마지막 날인 어제와 서른의 시작인 오늘은 아무 차이도 없는 어제와 오늘일 뿐이라고 당신은 생각한다오늘 밤이 지나가면 당신은 이십 대 때보다 조금 더 멀리 나아가겠지탁자 위에 놓인 생일 케이크가 물끄러미 엄마와 당신을 바라본다텔레비전 불빛에 드러난 엄마의 얼굴이 왠지 더 친숙하다당신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한 엄마의 얼굴이 텔레비전의 희미한 불빛을 따라 서글프게 일렁인다오늘은 당신의 서른 번째 생일이다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 기억 저편으로 사라질 것이다상현인지 하현인지 알 수 없는 오늘 밤 달빛이 서른이 된 당신과 삼십 년 전 엄마의 얼굴을 희미하게 내려다본다. _ 83

 

당신이 만든 40개의 자아를 내가 끝까지 40명의 주인공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 당신에게 사과할 일인지 아닌지를 나는 계속 생각한다. 그러나 당신이 쓴 40개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실망 없이 실감한다. 우리로확장시키는 것은 당연히 섣부른 이야기겠으나, 그래도 무리하여 말해 본다면, 우리는 누구도 주인공이 아니다. 단지 주인일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도 우리 삶의 주인이 아니다. 단지 우리 식탁의 주인일 뿐이다. 우리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인생이나 행복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그 위로 달려가기 위해 깔아놓은 철길이 아니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일은 투여하는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을 항상 던져주지는 않는다. 행복은 때론 행복할 자격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품에 안기거나, 더 행복할 필요가 없는 이들에게 쓸데없이 한 스푼 더해지느라 올바른 자리로 찾아드는데 게으름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행복의 도움 없이 우리가 우리의 행복을 차리는 일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차린다. 가끔 마지막 달걀로 만든 달걀찜을 홀랑 태워먹기도 하고, 김치와 물김치와 김치찌개를 한 상에 올려야만 하는 희한한 날도 있으며, 또 아주 가끔은 무슨 조홧속인지 상다리가 휘어지게 갈비를 뜯었는데도 냉장고에는 여전히 양념갈비가 잔뜩 절여져 있는 복된 날이 오기도 한다. 우리는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생각을 한다. 이 식탁을 차리기 위해 통과해왔던 사건과 감정의 고리들이 반찬으로 차려져 있고, 우리는 그걸 집어 오늘을 배불리고 내일을 준비한다. 어디를 어떻게 무엇이 되어 지나왔든, 일단 식탁이 차려지면 우리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는 그 식탁의 주인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식탁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식탁 앞에서 행복을 생각하는 일이 식탁을 서운하게 하지 않도록, 식탁 앞에서만큼은 행복을 식탁이라는 이름으로 대신 불러도 좋겠다.


여기식탁이 있다수많은 식탁 위에는 분주했던 월요일 저녁이 웅성거리기도 하고주말 오후에 한가롭게 내리쬐는 햇살이 서성이기도 한다식탁 앞에서 당신들은 사랑이나 슬픔 혹은 고단한 저녁에 깃든 쓸쓸함과 마주하며 지나온 날들을 추억하기도 한다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언제나 따스한 기억으로 남는다그것이 설령 슬프고 서러운 기억일지라도 식탁을 둘러싼 이야기는 비극만을 풀어놓는 법이 없다슬픔조차 추억이 되게 하는 시간그것이 바로 식탁이 주는 힘과 감동이다. _ 10

 

당신이 만든 이야기로 저녁상을 차렸다. 새벽까지 먹었다. 나쁘지 않은 식탁이었다.

 

 


댓글(29) 먼댓글(0) 좋아요(5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해목 2019-01-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읽고나니까 오늘 저녁 밥상에는 계란말이와 멸치볶음을 같이 올려놓고 싶어졌어요.
내가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러운 저녁 밥상을 차려 혼자여도 맛있게 먹고 싶어졌어요. ^^
늘 그렇듯 밥상 맞은편 티비에서 나를 마주한 고로 아저씨와 각자의 식사를 즐기면서요.~

syo 2019-01-11 16:10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의 밥 친구지만 누구의 밥 친구도 아닌 고로 아저씨.....

설해목님의 오늘 저녁 행복한 식탁을 기원할게요 ㅎㅎㅎ

2019-01-11 17:01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