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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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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루브르 미술관. 그러나 나는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다. 내가 루브르 미술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하루죙일 봐도 다 볼 수 없다는 엄청난 크기의 미술관이라는 것과 그 유명한 모나리자가 있다는 것 정도다.

 

유명한 미술관의 오후 네 시는 어떤 모습일까. 오후 네 시는 무언가를 하기에는 좀 늦은 것 같은 시간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무료한 애매한 시간이다. 이런 시간에 파리에 사는 미술에 약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루브르를 갈 수도 있겠다. 어딘가에 메여있지 않은 사람이나 가능한 이야기이지만.

 

철학자 칸트가 매일 오후 네 시에 산책을 하여 동네 사람이 그가 걷는 걸 보고 시침을 맞추었다는 일화에서 저자의 소중한 일상과 추억을 만들어준 루브르 미술관을 제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미술대학을 나오고 현재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저자답게 루브르 안의 작품에 대한 해석도 세심하고 빠삭하다.

 

수 만점의 작품들 중에 저자는 특별한 38점을 골라 이야기한다. 초상화, 풍속화, 성화 등을 테마로 다루고 있지만, 이미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풍속화나 성화, 성을 주제로 한 그림 대신에 초상화에 대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원래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부르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와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을 닮은 [터번을 쓴 소녀] 정도가 내가 좋아하는 초상화 였는데, 이유는 당연히 그녀들이 무진장 예쁘고 묘한 느낌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초상화는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면 그렇게 눈여겨 볼 만한 그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눈길을 잡아끄는 미인이 아니라면.

 

저자가 뽑은 초상화는 딱히 마음에 남는 것이나 눈길이 끄는 것은 없었지만 해설을 읽으니 애잔해 지는 것이 몇 점 생기기도 했다. [젊은 공주의 초상]은 남편을 잘못만난 탓에 죽임을 당한 공주를 그렸다고 하니까 불쌍해 보이기도 하고, 부잣집에 태어나도 지 팔자는 결국 있는 건가.. 라는 허망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죽은 지 너무 오래되어 그들의 생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없겠지만, 우리가 대부분 이미 떠난 사람의 사진을 보고 느끼는 싱숭생숭한 감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상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사진기가 발명되지 않았을 때에 그들도 그림을 보면서 그런 감정을 품었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울컥하기도 하고.

 

저자가 미술대학 출신답게 그림 자체에 대한 설명이 충실하다. 어떤 테크닉이 훌륭하고, 그 시기에 유행했던 사조가 어떻고 등등.

 

그런데 굳이 루브르와 이 작품들과의 관계가 크게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로만 뽑았다고는 하지만, 이미 몹시 유명한 작품이 많고 꼭 루브르라는 키워드를 써야했는지 하는 의문점이 남는다. 독자와의 친근감을 위해서...?

 

책값도 비싼데 혹시 프랑스 여행할 일이 생겨서, 혹은 루브르 미술관 자체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굳이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책은 루브르 미술관보다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다만 그림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듣고 싶다든지 여기에 나오는 그림에 대한 해설이 필요하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그 방대한 미술관의 작품을 좀 더 많이 다루어 주었다면 좀 덜 목말랐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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