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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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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액자 안으로 들어가는 여자의 뒷모습. 도발적인 표지여야 겠지만, (정치적인 지는 몰라도) 동양화라 그런지 섹시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깨끗한 하얀 바탕이라 그런지 은밀하기도하고, 정숙한 느낌마저 든다.

 

하얀 표지를 벗기면 눈 아프게 색정적인 핫오렌지 색이 나온다. 책의 내용이 표지와 얼마나 반대인지 알려주는 장치라고 해석하면 너무 생각이 많은 것이려나. (심지어 각 장을 나누는 막(?)에도 예쁜 주황색이 사용되었다. 주황색은 빨강과 노랑이 섞여서 조금 불경한 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책을 펴고 하루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책이 재밌고 독자는 역시 말초신경이 제일 예민하다.

 

수많은 그림에는 누드, 알몸이 주구장창 그려져 있다. 어떤 것은 예술임이 틀림없다고 인정받고 어떤 것은 논쟁의 불씨가 된다. 누드나 알몸이나 크게 구별하지 않고 사용했는데, 이 용어들이 실은 영어권에서도 무진장 정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니!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누드'라는 말을 잘 사용하시길.

 

미술에서 누드의 논쟁은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규정하는 개인들의 인식차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그 인식차는 금기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금기는 공포심에서 비롯된 감정이라 개인이 정의하는 금기에 대한 인식은 바꾸기가 무척 힘들다. 공포심은 근거가 없으니까.

 

나도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읽다가 하나님도 똥을 눌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글을 보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나는 그렇게 깊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지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연히 불손한 느낌이 들어 놀란 줄 알았지만, 저자가 쓴 글을 통해 당황스러움의 근원을 깨달았다. 배설행위는 성행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좀 무서운 생각이 들었나보다. 일종의 금기에 대한 도전인 셈이었다.  

 

글이 재미있어 빨리 읽히지만 생각해 볼만한 것도 많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적극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제목에 아트라는 글자가 들어간 까닭에 지하철에서도 뻔뻔하게(?) 읽을 수 있었지만, 사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와 인상을 쓰며 읽느라 좀 힘들었다. 비식비식 웃음이 나올 만큼 책은 재밌는 얘기로 가득차 있다. 특히, 한중일의 춘화에 대한 글이 신선했다. (펼치기 민망한 그림이 많았다는 뜻) 오히려 동양화 그림이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을 보니 나도 서양인의 시선에 길들여졌나보다.

 

'음란함'을 키워드로 풀어낸 글이라고 당당하게 밝혔지만 이런 책들이 의외로 정숙한(?) 것과 같이 책도 진지해서 더 재미있다. 혹시 음란함에 더 관대하다고 해서 스스로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다른 사람보다 겁없는 사람이라고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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