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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복도 아래로
로이스 덩컨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평점 :
1.
초판은 1974년.
그런데 본문(58~59쪽)에 와이파이, 이더넷 같은 용어가 등장해 의아했다. 1974년 작품인데? 번역자가 임의로 개작한 것인가?
아마존에 들어가보니 . 2011년에 개정판 발행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판권에는 개정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어색한 부분이 번역자의 창작인지 개정판의 내용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아주 좋아 별을 빼진 않는다)
지은이는 2016년 작고.
2.
상당히 재밌는 소설이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등장인물이 소녀들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임에도 생기가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
소설 맛뵈기.
바로 그 순간 애타게 찾던 그 말이 키트의 머릿속에 문득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악마’였다. 20쪽.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앞으로 악마와 마주하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선사한다.
사방에 어둠이 차오르면서 눈과 코와 귀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 바닥에 고여 있던 빛의 우물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천천히, 야금야금, 어둠이 빛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66쪽.
어둠에 대한 묘사. 며칠 연습한다고 쓸 수 있는 문장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샌디가 자기 방에 있던 그 여자에 대해......뭐라고 얘기했니?” 81쪽.
“키트, 너에겐 분명 재능이 있어. 언젠가는 너도 네가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될 거야.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재능이 있지. 음악은 그중 하나일 뿐이야.” 84쪽.
샌디는 악몽을 꾼 것이 아니란 말인가? 키트는 어떤 재능을 갖고 있을까? 다른 친구들은 또 어떤 재능을? 왜 4명을 모아둔 것일까?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신이 뇌를 나누어 주실 때 걘 점심 먹으러 가고 없었어.” 그런 소시를 루스의 입으로 들으니 어쩐지 무자비하다기보다는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3쪽
작가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대목.
“이제 적어도 우리 네 명은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안 셈이군. 그리고 왜 그 모든 지원자들 중에서 하필이면 우리가 블랙우드의 첫 입학생으로 선발되었는지도 말이야.” 109쪽
4명 모두 ESP가 있다는 공통점. 자 이제 그걸로 뭘 하면 되는거지?
그 테이프에 녹음된 멜로디는 분명 그녀가 꿈속에서 연주했던, 도무지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곡이었다. 112쪽
키트의 능력은 무엇일까? 예지력? 음악? 어쩌면 키트의 연주를 녹음한 것이 아닐까!
옥의 티라면 바로 앞 페이지에서는 CD에 녹음된 음악이라고 해놓고 여기서는 테이프에 녹음되었다고 쓰고 있다는 점.
“그 여자의 이름은 엘리스야.” 123쪽
샌디는 꿈을 꾼 것이 아니라 그 여자가 실존한다고 말한다. 이제 정말 사건이 터지려나?
“그는 원하는 게 너무 많다니까. 멈출 줄을 몰라.” 128쪽
린다는 붓을 쥐면 알아서 그림이 그려진다고 했다. 블랙우드에 온 이후로 그런 능력이 생겼는데. 린다는 사실 ‘그’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왔던 것. 무슨 일일까? 궁금하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는 근사한 가족과 함께였어요...”
“브루어 씨 가족이 다 죽었단 말이에요?”
“마치 가족이 아직도 여기 있는 것처럼, 그러니까 자기랑 살고 있는 것처럼 얘기를 했어요... 그가 죽고 나서도 몇 주 동안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어요... 커다란 침대 한쪽에 그가 누워 있었던 거에요. 그런데 마치 누군가 계속 누워 있었던 것처럼 거의 침대 옆자리가 움푹 들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우리가 잠을 자는 데가 옛날에 화재가 일어났던 곳이라는 거에요?” 131~133쪽
블랙우드는 원래 올드 브루어 저택이라고 불렸다. 브루어 씨를 뺀 나머지 가족은 화재사고로 절명하고 말았다고 한다. 브루어 씨도 죽었으니 결국 이 곳에서 모두 죽은 셈. 그런데 바로 그곳이 기숙사란 말이다. 아이들이 본 것은 브루어씨 가족들이 아닐까? 그 영혼들을 통해 능력이 발휘되는 게 아닐까?
“내가 혼자 쓰는 게 아니야. 엘리스가 날 도와주고 있어. 그녀는 정말 훌륭한 작가야. 소설도 출판한 적이 있대.” 139쪽
아마도 사실이겠지. 궁금하군.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게야?
그러나 자신의 모습만큼이나 뚜렷한 형체의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146쪽
으악! 거울을 들여다보던 키트는 깜짝 놀란다. 기숙사엔 남자가 없잖아..
편지에 쏟아냈던 그 모든 이야기를 어머니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실은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157쪽
왜 편지가 안 간걸까? 뒤레 부인이 다 가로챘을까? 트레이시도 그런 편지를 보냈었는데. 왜 연락이 하나도 없냐고.
“그건 그렇고, 토머스 콜이 누구에요? 이 근처에 사나요?”
“한때는 그랬지.”
“물론 오래전 일이지만. 19세기 중반쯤에 죽었거든.” 161쪽
이건 또 무슨 소리? 뒤레 부인과 토머스 콜은 무슨 사이일까?
“그 이니셜 말이야, T.C. 린다가 그림에다 그렇게 사인하잖아.” 164쪽
린다는 그림에다 T.C.라고 사인을 한다. 그게 토머스 콜. 그러니까 린다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토머스 콜이라는 화가인가보다.
“만일 내 추측이 맞다는 결론이 나오면 너한테 얘기해줄게. 그렇지만 마음의 준비는 미리 단단히 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 만일 내가 그 답을 찾아낸 거라면 넌 일생일대의 충격을 받게 될 테니까.” 167쪽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리려나 싶은데 지은이는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계속 궁금해진다. 흥미진진. 브루어씨와 엘리스와 토머스 콜, 그리고 뒤레 부인. 무슨 관계일까? 어떤 사연이??
“복도에서 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당신이었군요. 거울 속에서 제가 봤든 그 사람요.”
“물론이지.” 168쪽
키트에게 음악을 건네주는 사람. 정체가 뭘까?
“이 꿈에서 깨어나고 말 거야!” 그녀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은 힘을 쥐어짜 냈다...
음악이 사라졌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 음향 장치 옆에 주리이 앉아 있었다. 171쪽
그러니까 키트는 혼령들에 이끌려 정말로 피아노 연주를 했던 것이다. 매일 밤마다. 혼령들은 서로 자기를 위해 연주해야 한다고 다투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키트는 젖먹던 힘을 다해 현실로 튕겨나온다. 그리고 쥘이 녹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예상대로군. 근데 도대체 왜?
“이제 모든 걸 알겠어요. 샌디와 린다와 루스, 선생님, 그리고 당신의 어머니. 모두 지금 당장 여기로 모이라고 해주세요. 지금까지 블랙우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겠어요. 전부 다요!” 174쪽
분노한 키트는 새벽 2시에 전부 불러달라고 쥘에게 명령한다.
“이전 학교의 여학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적당한 때를 봐서 모든 것을 밝히려고 했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기를 바랐었지. 너희들은 아직 시작 단계에 와 있을 뿐이거든. 연결이 확고해지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그러니까 당신이 ‘영매’란 말인가요?” 176~177쪽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부터는 직접 소설로 확인해보면 되겠다.
물론 상상 이상의 대반전을 예상하긴 힘들 것이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