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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11
...모든 것이 모바일로 옮겨 갔고 클라우드에 담겼다. 클라우드는 미국 텍사스 중부나 아일랜드의 코크 또는 독일 바이에른에 위치한, 간판도 달라지 않은 데이터 센터에 불과했으나 그런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쨌거나 그것을 신뢰했다.
 새삼 모든 게 잘될 것 같던 때였다. 장애물이나 한계, 버릴 아이디어 하나 없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만 같던 시기, 자본과 권력과 기회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돈이 도는 곳마다 기술 창업가와 MBA출신이 몰렸다. '파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모든 것이 기회 아니면 위기를 맞았다. 악보 보기, 터시도 대여, 요리하기, 부동산 계약, 결혼 준비, 은행 업무, 면도, 대출, 드라이클리닝, 배란일 계산까지, 무엇이든 파괴의 대상이 되었다....
p016
 몰랐던 사실이지만, 테크 업계는 숨 막히는 경쟁을 지향하고 모든 것을 데이터로 평가하는 그 쇼핑몰의 기업 문화를 숭배했다. 가족 문제를 다른 소설 옆에 청소기 먼지 봉투와 기저귀를 나란히 추천하는 그 쇼핑몰 특유의 추천 알고리즘이 참신하고 대단한 기술이며 응용 머신러닝의 첨단이라는 사실도 나는 몰랐다. 그 쇼핑몰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사업을 병행하여 쏠쏠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서버팜의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공간을 할당하는 그 사업으로 다른 기업의 웹사이트와 앱에 백엔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그 쇼핑몰과 창업자에게 돈을 갖다 바치지 않고서는 인터넷을 이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알 리 없었다. 내가 아는 거라곤 그 쇼핑몰과 창업자를 당장이라도 싫어하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그게 아주 당연하다는 것뿐이었다.
 내게 테크 업계는 멀고도 흐릿한 세상이었다...그 쇼핑몰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방패막이가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20억달러짜리 회사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직원이 열두명 밖에 되지 않는 유니콘 스타트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모른 채.
p032
...우아하되 부담스럽지 않게 무한함을 담은 공간.
  ...작디작은 이 회사에 문화라는 게 존재한다면, 그건 창업자들이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 말다툼을 하다가도 회의실을 나서기 전에는 뒤끝 없이 갈등을 풀었다. 두툼한 소파에 누워 쉬거나 다 함께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맥주를 마실 때 가장 행복해 보였다. 굳이 협동 의식을 다지거나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러려고 모인 게 아니라 회사를 만들고 있었으니까. 아니, 실상은 그들이 회사를 만들고 나는 그걸 구경만 하고 있었지만.
p034
...피벗이란, 수익을 만들려고 사업 모델을 바꾸는 것을 의미했다. 회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걱정하는 상황이라는 얘기, 즉 경고 신호였다. 돈이 바닥나자마자 그 스타트업의 창업자 둘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해고된 터였다.
p052
 그래도 면접을 망친 경험은 나를 자극했다. 어찌 보면 성격적 결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오히려 분발해 더 성실해지는 버릇이 있었다.
p060
...이 시대의 곡괭이란, 대부분 기업에 파는 상품을 뜻했다. 소비자에게 파는 서비스가 아니라 기업에 파는 인프라 상품이 곡괭이 노릇을 했다. 뉴욕의 스타트업들이 미디어와 금융 서비스를 출시하고 더 흔하게는 소비에 드는 시간과 돈, 에너지와 정성을 절약해주는 세련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여 도시의 기존 문화를 위협한 것과 같은 이치로, 베이 에어리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다른 엔지니어들을 위한 도구를 개발하여 기존 테크 기업들의 자리를 노렸다. 
 이제는 빅데이터의 시대였다. 처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컴퓨터가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면, 클라우드가 그것을 말끔하게 저장했다. 빅데이터는 과학, 의료, 농업, 교육, 경찰, 보안 등 다양한 산업군에 쓰였다. 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신상품 개발에 아이디어를 주고, 소비자 심리를 꿰둟어 보고, 참신한 맞춤형 홍보 전략을 세우는 데 알맞게 쓰인다면, 데이터는 황금과 같은 값어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빅데이터로 뭘 얻고 싶은지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도 일단 빅데이터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전망이 밝다는 이유만으로 제품 관리자부터 홍보 담당자 주식 투기꾼까지 일제히 빅데이터를 열망했다. 데이터는 아무런 규제 없이 수집하고 보관할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분석 기술 패턴 매칭 기법의 어마어마한 수익 잠재력, 그리고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대중화 혹은 적어도 그것을 <포춘>선정 500대 기업에 팔 수 있을지도 모르는 사업적 가능성 같은 것들에 군침을 흘렸다. 그러나 대중에게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곤란했다. 데이터 업계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대중은 몰라야 했다.
p132
...'트러스트 펀드 베이비'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난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 없이 부모가 마련해둔 신탁 기금에 의지해 사는 사람
p142
...미래는 불투명하고 현재는 불안정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삶은 끊임없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모두가 어떻게든 이 도시에 붙어 있기 위해, 특별한 문화의 일부가 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었다.
p163
...돈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닌 또 다른 속박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p170
 성차별과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는, 노골적이진 않아도 벽지나 공기처럼 사무실 어디에나 존재했다.
 p195
 인생은 단순하기에 빛이 났다. 나는 예측할 수 없는 역사와 하나로 합쳐질 수 없는 삶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했다.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나는 커리어를 쌓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왔고 이제 역사의 변곡점 안에서 살고 있었따. 아니, '우리' 모두가 역사의 변곡점을 지니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 동안 이안은 바지를 입고 거울 앞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지금 이 세상은 새로운 경제 질서와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껏 본 적 없는 세상이 어렴풋하게 보이는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아니, 이안만 그랬다. 나는 그것을 '돕는' 사람이 었다.
 p098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로 수렴햇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성장할 것. 모든 걸 제치고 일단 몸집을 불릴 것. 파괴하고 지배할 것. 
 데이터로 향상된 회사들이 세상을 향상시키고 있었다.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지표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앞으로도 개발자들은 끊임없이 최적화를 시도할 것이고 사용자들은 쉬지않고 스크린을 들여다볼 것이다. 의사 결정과 불필요한 마찰에서 자유로워진 세상, 모든 것이 빠르고 간단하고 매끈하게 다듬어져 최적화되고, 우선시되고, 화폐화되고, 통제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효율적이지 못한 내 삶을 좋아했다. 라디오를 듣는 것, 과하다 싶게 다양한 도구를 써서 요리하는 것. ...이렇다 할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긴 소설을 읽는 것.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짧은 소설을 읽는 것.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 식당이 문을 닫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 마트에 가서 식료품에 붙은 라벨을 정독하는 것. 할인 코너에서 시식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 이 모든 것을 나는 좋아했다.
 온기가 남은 빨래와 라디오 그리고 버스 기다리기. 때로는 이런 것들 때문에 짜증이 나고 번거롭고 지치고 불편했다. 뒤쳐지는 경우도 더러 잇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이렇듯 따분하고 비효율적인 것들이 삶에 풍요로움을 더해주었고 제대로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어주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속으로 세계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 내게는 그런 시간이 인간답게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한편에는 그 어떤 마찰도 없는 매끈한 삶에 대한 집착이 존재했다. 그게 과연 무엇이길래? 화장실 갈 틈만 빼놓고 쉴 새 없이 노동하는 삶? 높은 생산성을 꾸준히 지속하는 삶? 차트와 데이터는 내가 열망하던 대상이 아니었다. 바라던 대가도 아니었다.
p207
...우리도 고객들을 '사용자'라고 부르잖아.
 74. 여기서 카일은 소프트웨어 사용자라는 표현이 마약 복용자를 연상시키고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통계학자 에드워드 터프티는 "이 세상에서 고객을 '사용자'라고 부르는 산업은 불법 마약과 소프트웨어 산업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p217
 ...아주 오래전 푸코의 책에서 읽었던, 담론에는 여전히 힘이 있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한바탕 난리를 겪은 후 그 회사의 여성들에게 담론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지리라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셈법을 통해 나는 현재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이때의 나는 자기기만 혹은 순진함에 빠져 있었다.
p241
 바이오해킹은 마치 경영 블로그를 관리하는 것처럼 또 다른 형태의 자기계발이었다. 테크 업계의 문화는 몸 관리와 같이 주로 여성에게만 요구되던 행동을 남성도 똑같이 하도록 끊임없이 기회와 분위기를 조성했다. 개인의 활동 지표를 추적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나아지고 있고 빨라지고 있다는 감각을 부여했다. 성과 순위표와 피트니스 앱은 사람들의 경쟁심을 부추겼다. 수량화는 통제 수단이 되었다.
 자기계발은 내게도 매력적인 단어였다. 나는 운동을 더 자주하고 짠 음식을 의식적으로 멀리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개방적이고 사려 깊으며 가족과 친구, 이안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불안정과 슬픔과 분노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재치 있는 말로 심리 상담사를 웃기고 싶었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나 자신의 욕망을 더 잘 이해하고, 삶의 목적을 발견하고 싶었다. 그러나 심박 변이도나 수면 잠복기, 포도당과 케톤 수치 등을 비의학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자기 이해와 무관했다. ㄱ런 건 그냥 메타데이터일 뿐이었다.

homeopathy.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요법으로,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나 실효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p263
  경제가 불안정한 이 시대에 금융 위기와 함께 어른이 된 세대가 능력주의에 열광하는 이유를 나는 알 것도 같았다. 누구도 미래를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잔해를 딛고 살아남은 듯 보이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했고, 강압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업계에서 자리를 확보한 그 사람들에게 능력주의 서사는 구조적 분석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게 해주었다. 능력주의는 모든 것을 말끔하게 정리해주었다. 그들에게 능력주의는 듣기 좋고 죄책감을 덜어주는 말이었다. 반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이었다.
p268
 무한한 데이터를 담고 수집하도록 만들어진 플랫폼들은 무한한 스크롤을 유발했다. 그 플랫폼들은 여가 시간을 온통 다른 누군가의 생각으로 채워야 한다는 문화적 강박을 만들었다. 인터넷은 집단 성토장이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려는 사람들의 배출구가 되었다. 소셜 플랫폼에는 인간의 희로애락이 존재했다. 고통, 기쁨, 불안, 권태의 감정이 그 안에 흘렀다. 사람들은 시시콜콜한 것들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비밀을 털어놓고 어설픈 심리 조언을 얻었다.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불륜 이야기라든가 공공장소에서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는 실수담을 아무렇지 않게 고백하는가 하면, 침실 인테리어 사진, 오래전 세상을 떠난 가족의 빛바랜 사진, 유산된 태아의 초음파 사진 등을 스스럼없이 공유했ㄷ. 사람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기꺼이 자신을 드러냈다.
  유용한 정보와 맥락 없는 정보가 마구 뒤섞였다....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고 영구적으로 보존되었다.
 p281
...그저 돈을 벌려고 일한다고 말하는 것은 선을 넘는 짓이었다.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쩌면 테크 업계 뿐 아니라 우리 세대 전반의 특징인지도 몰랐다.
 일이 시간과 노동력을 돈과 맞바꾸는 거래라는 사실을 왜 이렇게까지 쉬쉬하는 거지? 이미 다들 그렇게 일하고 있는데. 나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왜 재밌어서 일하는 척해야 하는 거야?
p302
 결정을 내리는 일은 복잡하고도 모호한 과정이었다. 콘텐츠의 내용 자체는 물론 해석하는 시각에 따라 결정이 달라졌다. 포르노그래피만 해도 회색 지대가 존재했다. 젖꼭지가 노출된 맥락을 살피되 너무 꽉 막힌 도덕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되었다. 젖을 먹이는 여성을 담은 예술 사진이, 말도 안 되게 큰 가슴에서 젖이 뿜어져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그림과 같을 순 없었다. 하지만 과연 예술이란 무엇이며 누가 그걸 정의하는 걸까?
 중요한 건 의도다. 우리끼리 자주 나누었던 말이다. 예컨대 성교육 엡사이트의 자료를 보관하는 저장소는 문제 될 게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담는 플랫폼은 교육적 의도를 갖고 있어야 했다. 패키지 매니저 툴을 찾던 사람들이 성기 사진이 잔뜩 담긴 폴더를 우연히 발견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p318
  "진보는 특별하고 희귀한 사건이에요. 모두가 지상 낙원을 찾으려 하지만 대부분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죠. 냉철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이라면 갑자기 하던 일을 그만두고 쓸모없어질지도 모를 회사를 차리려고 들진 않을걸요. 그러니까 이쪽 세계에 발을 들이려면 본능적으로 자기희생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해요."....
p328
...남자들은 남자들에게 다르게 반응했다. 남자 이름은 실제 나보다 더 큰 권위를 행사했다.
p330
...남용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남용은, 사용자로 하여금 계속 머무르고 무언가를 증폭시키고 끊임없이 참여하도록 하는 데 최적화된 이 시스템이 건재할 뿐 아니라 의도한 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p341
... 도시 건설은 인간의 주거 문제를 제1원리 사고로 해결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라 할 수 있었다. 제 1원리 사고란,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을 경영학에 접목한 것이었다. 이 사고를 따라 기술 전문가들은 기존 인프라 시설을 해체하여 그 안을 살피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시스템을 재설계했다. 대학 중퇴자들이 대학을 뜯어고쳐 온라인 직업학교로 축소시켰다. 밴처 캐피털리스트들이 주택 자금 융자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의 위험 부담을 분산시켰다. 창업가들이 다른 이들과 월세를 분담해 살다가 쫓겨난 사람들을 위한 공동 거주 시설을 짓겠다며 투자금을 모았다.(제1원칙. 더 이상 소급할 수 없고 다른 원리를 갖지 않는 가장 근원적이고 기초적인 원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사실을 반복해 관찰하면 그 안에 있는 제 1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문제의 근원을 파악해 그것의 해법을 제시한다는'제1원리 사고'를 주요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
 원래 멀쩡히 있던 상품과 서비스를 테크 업계가 조금씩 바꿔서 파는 것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창업자들과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은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식으로라도 문제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그 사람들이 고맙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농담 덕에, 대중교통과 주택과 도시 개발 같은 것을 애초에 탈 나게 만든 구조적 문제가 가려졋으니까.
  미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대도시를 사업가들이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미친 영향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물론 그게 전부 그들의 탓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제 1원리 사고는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친 끝에 결국 처음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벤처 펀딩으로 버티던 전자상거래 웹사이트들이 하나둘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제 1원리 사고의 결과, 대면 소매야말로 고객 참여율을 끌어올리는 스마트한 플랫폼이었던 것이다. ...대형 온라인 마트가 오프라인 서점을 열어 책 진열대마다 온라인 고객 후기와 데이터 기반 수치를 표시해두었다. '온라인 독자들이 사흘 안에 완독한 책들', '평균 별점 4.8점'같은 것들을.
 그러한 공간에는 언제나 특유의 느낌, 말하자면 약간의 불편함이 깔려 있었다. 진열대는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고 살아있는 식물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었다. 그런 가게들은 허무함, 차가움, 질서 정연함을 공유했다. 물리적 공간이 하룻밤만에 세워져 하얀 벽과 동그란 글씨체, 불편한 의자들로 꾸며졌다. 자신이 대체한 물리적 세계를 무미건조하게 모방한 것만 같았다.
p351
 나 또한 진실을 추구하고 싶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이성이란 자기계발에 가까운 생활의 틀을 제공해주었다. 이성주의는 분명 타당했다. 종교가 무너지고, 기업이 종교적 수준의 믿음을 요구하고, 정보가 범람하고, 사회적 관계의 장이 인터넷 공간으로 이전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아 헤맸다. 
 하지만 이성주의는 거대한 권력의 불균형을 묵인하거나 용서하는, 역사적 무관심의 한 형태인지도 몰랏다.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 인지 편향, 투표 담합의 윤리 같은 주제를 다루는 유명 팟캐스트가 하나 있었다....인종 문제나 우생학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 말 없이, 논의의 초점을 철저히 외모에만 맞췄다. 그렇게 실제 세상과 동떨어진 세상에 대해 열띠게 논쟁한다는 것이 내게는 다소 비도덕적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아무리 잘 포장해봤자 권력을 향한 수상한 아첨과 다를 바 없었다. 이러한 문화가 다 큰 어른들에게 먹혀들고있다니 놀라웠다.
 p362
...콘트래리언contrarian.주류 의견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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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캐니 밸리 - 실리콘 밸리, 그 기이한 세계 속으로
애나 위너 지음, 송예슬 옮김 / 카라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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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출신 여성이 IT업계에 취업하여 쓴 책.
테크 업계, 변하는 사회...어쩌면 요즘 회사생활.
전자책 스타트업, 데잍터 분석 스타트업, 오픈소스 업체 등에 있어본 젊은 여성이 쓴 책.
언캐니 밸리는 불쾌한 골짜기라는 뜻이란다.
인간이 아닌 것- 예를 들면 로봇 같은 것이 너무 인간 같은면 느끼는 불쾌감이란다.
이게 어떻게 보면 실리콘 밸리, IT업계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회사, 직장생활, 사회생활 어쩌면 가정까지도 IT, 인터넷,SNS에서 벗어나질 못하니까.
테크업계에 발담궜던 개발자가 아닌 사람의 경험담? 생각? 내부인이면서 외부인인 사람의 생각
1부
- 유니콘
누군가의 이십대. 시대는 막변하고 출판계에 몸담고 IT업계를 바라보면 이렇겠구나.
- 전자책
전자책 스트트업으로 옮기.
스타트업, 공유경제, 구독경제
테크회사의 여성직원이 된 경험. 알아서 하는 것. 적극성, 쓸모없는 자리도 꼭 필요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뭐든지 시도하고 '소유'하는 것이 스타트업계 불문율
주인의식을 가질 것, 긍정적으로 행동할 것, 자기 의견을 낼 것
출판업계와 테크업계의 간극
- 면접
데이터 분석, 인묺낙도의 스타트업 면접 경험. 신기
- 빅데이터
데이터분석, 스타틑업에 취직, 정보열람의 문제. 회사가 크기 위해 어쩔 수 없고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는?
- 샌프란시스코
진보적이고 관대하면서도 수동공격적인 도시의 정치인들? 정신없는 도시, 적나라한 고통과 넘쳐나는 희망이 공존, 집, 문화
- 관심사
빅데이터
어디든 여자가 의식되는건가
- 비개발자
프로그램 개발은 하지 못하지만 일하는? 두달 후 연봉 인상
- 친목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 지역
사람사귀기가 거기라서 힘들었을까.
낯선 지역에선 원래 힘들지 않을까
- 딜레마
테크업계와 비테크업계의 문화? 차이
- 언어
기존의 출판업계 출신 화자는 말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언어사용
- 연인
로봇만드는 남친
- CEO영화 매트릭스이야기가 나온다.
일반인이 아닌 이십대 CEO
- 여자직원
비단 IT업계 뿐 아니라 남초집단에 있으면 겪을 일이 아닐까
- 동료들
본인의 일, 역할, 자리에 대한 자각
- 감시 자본주의
테크회사, 감시회사
- 최적화
최적화가 목적인 테크 사회
- 고객
고객사 상대하기
- 이직
이직 시도중, 오픈소스스타트업으로
<2부>
- 커뮤니티
커뮤니티에서의 여혐, 익명성을 무기로 한 나쁜 일들
- 회사생활
신체체적화, 인간의 몸도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는 바이오해커, 동종요법, 자기계발, 비대면이 일상
- 불평등
- 인터넷
시간이 단조롭고 필연적으로 흐르게 하는 인터넷
- 외부인
고향 뉴욕의 변한 모습처럼 샌프란시스코도 실리콘밸리 때문에 변하겠지.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흔적, 변화의 바람은 사람이나 도시나 모두 겪게 되는 거겠지.
테크업계가 창조한 세계에 맞는 소비자가 되는 것, 업무문화,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실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
- 효율성
잘나가는 CEO와의 친분, 평등? 하지 않은 세상
- 미래상
중요한 건 의도다
어떻게 미래에 기여할 것인가,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그러면서도 전직장을 기웃거리는 지은이는 그냥 보통 사람
- 테크노동
어쩌면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일, 불투명한 미래, 붕뜬 느낌, 차별
- 대항 문화
테크놀로지에 대한 대항?공동체, 정체성, 공유지, 관계를 잃어가는데 대한 향수. 대항
- 소셜 네트워크
남용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사실
- 부동산
부동산 위기, 월세 상한 규제 보호. 자본의 물결
어디나 마찬가지구나. 
기술 전문가들이 도시계획에 열광하는 이유는 새로운 정치권력을 갖기 위한 것이었나.
- 지성주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인공지능르네상스. 남들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잘난척 하는 사람들. 콘트래리언
- 유대감
노조, 폭로
- 자각
그 수많은 생각 끝ㅌ에 결국 자기자신에 대한 자각이
- 겨울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이 되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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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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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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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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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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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창비세계문학 34
찰스 디킨스 지음, 성은애 옮김 / 창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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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document/8276489

예스24에 썼던 리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데 이제사 읽어봤다니.

크리스마스캐럴을 쓴 그 찰스 디킨스라는데 크리스마스캐럴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프랑스 혁명이 배경이고, 파리와 런던을 오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인간은 얼마나 미약하고 또 강한 존재인지...

 

프랑스 혁명이라는 큰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찰스 다네이, 마네뜨 박사, 루시 마네뜨, 시드니 카턴, 로리씨, 드파르주씨, 드파르주 부인, 프로스 부인, 또 로리씨의 심부름꾼, 그리고 시민들 영국의 변호사 등 많은 등장인물들이 시대 안에서 살아가면서 인간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오랫만에 이런 소설을 읽어본 거 같다.

분량이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토지나 태백산맥같은 대하소설처럼 역사랑 같이 가는 소설을 읽으면 진짜 옛날 교과서서 외웠던 소설의 정의를 생각하게 된다.

있을 법한 이야기, 시대를 반영하는 이야기 등.

 

부당한 대우를 받던 시민계급의 봉기로 일어난 프랑스 혁명과 그 혁명과정 속에서 혁명에 부합하는 대의의 탈을 쓴 복수들이 지금 시대에 일어나는 부당한 일들과 그 일들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할 때 몇 백년이 지나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정말로 안타깝다.

 

그 변한 것이 없는 것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읽어도 진부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 답없는 세상을 마주한 거 같아 슬프다.

 

이 소설의 결말에 보여준 시드니 카턴의 사랑의 실천 방법이나, 귀족들의 부당함을 굳이 고발할 필요없었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옳은 일을 했던 마네뜨 박사의 과거, 그런 마네뜨 박사를 도와주었던 조력자들, 자신이 귀히 여기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선을 다했던 프로스부인까지...결국은 개인이 세상을 구원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전체로 뭉쳐져 있으면 미쳐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세상은 물결치고, 부나 지위 뒤에 숨어 불의를 행하면서도 부끄러움은 커녕 위치가 주는 권력을 명예로 착각하는 가진 자들의 행태는 찰스디킨스가 바라본 과거나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나 여전히 변함이 없다.

아마 극 중에서 감동적이었던 주인공들처럼 있을법한 개인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기를...

 

연재소설이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이야기들이 간혹 뜬금없기도 했지만, 그건 아주 쪼금이었던 듯.

 

p140

슬프게, 슬프게, 해가 떴다. 그 햇살이 비춰주는 못지않게 슬픈 광경은 훌륭한 능력과 훌륭한 감성을 지녔으면서도 그것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돕지 못하며 스스로 행복해지지 못하며, 자신의 병을 감지하고서도 그 병이 자기를 먹어치우도록 포기하고 내버려두는 사내였다.

; 시드니카턴에 대한 설명.

  굳이 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겠지.

 

p270

"오는 길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건 오는 중이고, 오고 있다는 거야. 내 말은 그건 결코 물러서거나 멈추지 않는다는 거야. 내 말은, 그건 결코 물러서거나 멈추지 않는다는 거야. 내 말은 그건 항상 전진하고 있다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고 우리가 아는 모든 세상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봐, 우리가 아는 모든 세상 사람드르이 얼굴을 생각해봐, 자끄의 무리들이 매시간 점점 더 확신에 차서 스스로에게 말하는 분노와 불만을 생각해봐. 이런 상태가 오래 갈 수 있을까?..."

 

; 드파르주 부인의 말

  시대적 불의로 인해 개인의 불행을 가지고 있는 시민계급의 우두머리로 그려진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계급간의 갈등만으로 혁명이진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것이 쌓여서 분노를 만들고 울분을 만들고 복수와 보복을 부르게 되는것이 아닐까.

 

p565

"나는 바사드, 클라이, 드파르주, 복수, 배심원단, 판사, 옛 억압자들을 파멸시키며 상승한 새로운 억압자들을 파멸시키며 상승한 새로운 억압자들의 무리가, 이 처벌 도구가 그 현재의 효용을 다하기도 전에 바로 이 기구에 의해 멸망하는 것을 본다. 나는 아름다운 도시와 멋진 사람들이 이 심연으로부터 솟아나고, 진정으로 자유롭게 되려는 그들의 투쟁과, 승리와 패배 속에서, 앞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이 시대의 악과, 그 악을 자연스럽게 낳은 앞선 시대의 악이 점점 스스로 속죄하고 사라지는 것을 본다.

나는 내가 목숨을 걸고 구한 그들의 삶이 내가 다시는 보지 못할 영국에서 평화롭고 유용하고 융성하며 행복할 것을 본다. 나는 그녀의 아버지가 늙고 등이 굽었지만 회복되어 그의 진찰실에서 모든 사람에게 진실하며, 평화롭게 지낸는 것을 본다. 나는 오랫동안 그들의 친구였던 그 훌륭한 노인이 십년 후에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물려주어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조용히 자신만의 보상을 받으러 소멸하는 것을 본다.

나는 내가 그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그들 자손의 마음속에, 앞으로 올 세대의 마음 속에 신성하게 남게 될 것을 본다. 나는 나이를 먹은 그녀가 오늘을 기념하여 나를 위해 울어주는 것을 본다. 나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이 그들이 생을 다하고 마지막 무덤에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는 서로가 상대방의 영혼에 영광스럽고 성스럽게 간직된 것보다 내가 그 두사람의 영혼에 더 영광스럽고 성스럽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안다.

나는 그녀의 가슴에 누워 있던 내 이름을 딴 그 아이가 한때는 나의 길이던 그 경로를 따라 출세하는 것을 본다. 나는 그가 그 일을 아주 잘해나가서 나의 이름이 그의 이름 덕분에 유명해지는 것을 본다. 나는 내가 그 길에 남겨놓은 오점들이 이미 사라라지는 것을 본다. 나는 정의로운 판사요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인 그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이마와 금발을 가진, 내 이름을 딴 사내아이를 이곳으로 -그때쯤엔 오늘날의 흉측한 모습은 흔적도 없이 멋진 곳이 되어 있으 텐데- 데리고 오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는 그가 그 아이에게 부드럽고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듣는다.

내가 하는 일은 이제까지 내가 한 어떤 것보다도 훨씬, 훨씬 더 훌륭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취하러 가는 휴식은 내가 이제까지 알던 어떤 것보다도 훨씬, 훨씬 더 좋은 휴식이다."

 

; 시드니카턴이 찰스다네이 대신 죽으러 가면서 하는 말.

  이것이 이 소설의 마지막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제일 좋은 부분이다.

  세상에 좋은 기운을 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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