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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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도 단순한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행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무엇이 잘 먹는 것이고, 무엇이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모두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많은 것들도 결국에는 이와 같은 목적일 텐데, 왜 나는 교과서와 현실을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왜 나는, 일상에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교과서로만 옮겨가면 괜스레 짜증이 나면서 다른 나라를 이야기하는 듯 한 느낌을 받을까?! 이러다보니, ‘~학’이라고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가 속해있는 현실적인 삶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러고는,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기만 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감히 해본다.

 

 그렇다면 이런 생각도 해볼 만할 것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많은 것들이, 그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왜 개인과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지 말이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 한권 읽을 시간도 없이 오로지 성적만을 위해서 달려가야 하는 줄세우기식 교육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을까?! 교육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입시전쟁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현실에서, 전쟁에 대한 반감이 어느새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일종의 무관심으로, 혹은 무지로, 때로는 그저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공부를 할 때 항상 드는 생각이, 공부도 놀이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만화책을 보듯이 교과서도 술술 넘어갔으면 좋겠고, 지겹거나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말이다. 오늘날의 학교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시도들이 계속 된다는 사실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클래식을 보다 쉽게 설명하고 들려주면서 대중화를 꾀하고,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서 알고 있는 사례들이지만 그것들을 경제라는 학문과 결합시켜 한 차원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모습들 같은 시도는 계속되어 왔고, 이제 우리는 ‘사회과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책, 『나와 너의 사회과학』을 만나게 된다.

 

사전적 의미의 사회과학인간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모든 경험과학
을 말합니다.
사회학, 정치학, 법학, 행정학, 심리학 등이 사회과학에 포함됩니다.
우리가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고,
그 틀 안에서 생겨난
문제점을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 사회과학의 인식과 도구가 필요
합니다. -P19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우리 삶과 세상을 보다 제대로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하지만 이미 알게 모르게 삶의 깊숙이 들어와 있는 ‘사회과학’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 책에는 사회, 정치, 법, 행정, 심리 등 사회과학에 포함되는 전반적인 이야기들이 골고루 담겨있다. 데카르트와 공자를 시작으로 칸트, 헤겔, 케인스 등 수많은 사상과 철학, 그리고 다양한 연구 등의 이야기를 총 13강으로 나누어 들려준다. 더군다나 단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각 장의 끝에 위치한 다름 장의 예습을 위한 쪽글로 다음 장의 주제에 대한 생각들을 한 번쯤 미리 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낯선 사회과학을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지만, 그 내용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사회과학의 광범위한 범위만큼 생각할 것도, 공부할 것도 많은 것이 사실이고, 그 결과로 인한 파괴력도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단지 이 책은 그 시작을 보다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사회과학이라는 분야에 당당하게 도전해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을 안겨주고, 그래서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첫 걸음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도 사회과학이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떨린다고 한다. 또한 사회과학의 르네상스가 이루어진다면,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까지 한다. 그리고 그로인해 새로운 세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저마다 좋아하고, 가슴 떨리는 일이 다르겠지만, 사회과학으로 인한 떨림은 지금의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다. 언젠가는 나 역시도 그런 떨림을 느낄 수 있을까?! 나조차도 아직까지 느끼지 못하는 그런 떨림이지만, 그리고 아직은 너무나도 큰 꿈에 불과한 것이겠지만, 이런 사회과학 방법론과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결국에는 많은 이들이 사회과학이라는 말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사회가 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그 떨림으로 가득한 세상, 그래서 진정으로 많은 이들이 원하는 세상을,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 꿈꾸는 것이다. 이제부터 조금씩 시작해 보는 것이다. 유쾌한 수다 속, 즐거운 세상 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이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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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더 리퍼 밀리언셀러 클럽 115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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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당신은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스터 섬에 있는 부두노동자 석상처럼 생긴 남자. 파란 수술복 위에 오버코트를 입고 바람이 통하는 클로그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남자. 그렇다. 그는 의사다. 하지만 그를 그저 그런 의사나, 평범한 사람으로 보지는 않게 될 것이다. 출근길 그의 뒷덜미에 총구를 들이미는 녀석을 의식을 잃은 채 길바닥에 쓰러지도록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을 그저 잠깐의 짜증으로 여기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더더욱 말이다. 어떤가, 도대체 그는 뭐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심상치 않은 것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전혀 평범해 보이지 않는 이 의사의 이름은 ‘피터 브라운’이다. 그리고 그는 킬러-이제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지만-, ‘피에트로 브라우나’이기도 하다. 과거 마피아의 킬러로 살아온 ‘피에트로 브라우나’는 손을 씻고 ‘피터 브라운’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의사로써의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나름의 평온한 -물론 의사라는 직업 자체의 힘든 점은 분명 있다- 삶을 살아가던 그의 앞에 큰 장애물이 나타난다. 과거에 알고 있던 마피아를 환자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이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보다 깊은 그의 이야기, 킬러 였던 어느 의사의 고백을 듣게 된다. 킬러라는 길을 향해서 걸어오고, 걸어갔던 그의 과거 이야기는 점점 속도를 높여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 속도도 느끼지 못할 만큼 그 속에 갇혀버린다. 반면 새로운 삶이 된 현재의 의사 생활을 -의사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현실감 있게 묵직하게 끌고 간다. 그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마침내 어느 한 시점에서 만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말이다. 



마모셋 교수에 따르면,
뭔가를 놓아둔 장소를 굳이 기억해 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지금 어딘가에 그걸 두어야하는데,
그렇다면 어디다 둘까 선택하고 그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이다.
……
사람들의 성격이란 생각보다는 고정적이다.
우리가 날마다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지 않는 것과 같다.
그저 우리는 우리를 믿지 못할 뿐이다.  -P332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 클럽」으로 이런 책이 나올지 예상 못했다. (이런 책이라는 말에는 지금까지의 시리즈와는 다른 상큼한 표지도 한 몫을 한다.) 가만히 보니 그것은 어떤 묵직함과 정신없을 정도의 속도감 속에 조금씩 스며들어있는 유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진지하고, 숨 막힐 정도의 위험한 순간에서도 잃지 않는 웃음. 단순히 웃음이라는 의미로 나타내기보다는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다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래! 블랙 코미디!! 『비트 더 리퍼』는 단순한 웃음이 아닌, 인간 및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불안과 불확실성에 대한 진지한 생각들을 하게끔 따끔하게, 하지만 웃으면서 말해주는 것이다.

 『비트 더 리퍼』의 작가 ‘조시 베이젤’은 창작 학사 학위와 의사 자격증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지금은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한쪽에 집중하기에도 벅찬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창작과 의사라는 조합이지만, 그는 자신만의 능력을 한껏 발휘해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멋진 하나의 작품을 창작했다. 의사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의학용어들을 담으면서도 딱딱하지만은 않게 풀어내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현재형 시제를 끝까지 힘 있게 유지하는 능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를 점점 빠르고, 박진감 있게 발전시켜나가는 그의 힘은 예상보다 놀라웠다. 하긴 뭐,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소설이기도 하면서, 영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이라고 한다!-로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닌 건가?! 그런 ‘조시 베이젤’이 지금은 『비트 더 리퍼』의 속편까지 쓰고 있다니…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움을 전해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어쨌거나 그것은 한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영혼이 없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양심을 아웃소싱 하는 것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P218
 



 뜬금없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아웃소싱이 꼭 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의 생각-그것이 양심이든 단순한 마음이든…-에도 얼마든지 아웃소싱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어떤 생각이 부족한 것인지, 그리고 그 부족한 생각을 누구에게 아웃소싱 해야 하는 것인지 한번쯤은 고민해 봐도 좋을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가까이에 있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인문/교양 등의 서적을 통해서 나를 키워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은 이런 소설-그냥 한 번 읽고, 생각 없이 넘겨버리기에는 아쉬운-,  『비트 더 리퍼』같은 소설을 통해서 나 자신을 키워가는 것은 어떨까?! 도대체 뭘 배워야 할 지 모르겠다고?! 음… 적어도 책을 읽기 전부터, 생각도 아웃소싱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이미 배운…것…아닌…가…?!;;;; 그것도 웃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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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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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무덤들로 만들어진 하나의 원이 발견된다. 그 무덤들은 각각 50센티미터의 길이에 20센티미터의 간격으로 만들어져 있고, 안으로 50센티미터 깊이에 뭔가가 파묻힌 상태이다. 구멍 하나에 하나씩 파묻혀 있는 그 뭔가는, 어린 아이의 왼쪽 팔이다. 얼마 전 실종된 데비, 에닉, 세이바인, 멀리사, 캐럴라인 이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여자 아이들의 왼. 쪽. 팔. 인 것이다. 아이들의 왼쪽 팔이 발견되기 얼마 전,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 다섯 명의 여자아이들이 사라진 것이었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말이다. 세 번째로 사라진 세이바인 같은 경우, 다른 아이들과 회전목마에 앉아 두 번째 바퀴까지 부모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었는데 세 번째 바퀴째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다섯 번째 아이 캐럴라인은 방 침대에서 자다가 사라져버렸다. 바로 옆방에 그녀의 부모가 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단순히 납치라고 생각되던 사건들이 다섯 개의 팔이 발견됨과 동시에 연쇄살인 사건이라 확정 짓게 되고, 사건에는 로시 경감, 스턴, 세라 로사, 클라우스 보리스로 이루어진 연방경찰의 행동과학 수사팀과 게블러 박사가 민간 자문위원으로 투입된다. 그리고 그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여섯 번째의 팔이 발견되고, 그 여섯 번째 아이의 신원을 찾기 위해 실종 사건 전문가인 밀라 까지 투입된다. 그렇게 그들은 연쇄살인범을 찾기 위한, 아니 연쇄살인범이 내미는 문제를 풀기위한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문제만 들이미는 살인마에게 수사팀은 -범인을 비인격화시키지 않고 실체를 파악하기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앨버트’라는 이름까지 지어준다. 그런 그들에게 첫 번째 실종되었던 아이의 시체가 어느 자동차의 트렁크에서 발견된다. 많은 이들이 그 차를 운전하던 남자를 앨버트로 생각하지만, 그 남자에게는 처음으로 발견된 -이미 시체가 된- 아이와는 상관없는 또 다른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고 이어서 발견되는 또 다른 시체. 그리고 다시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그 장소와 관련된 또 다른 사건들의 진상들… 앨버트는 시체를 하나씩 하나씩 수사팀에게 들이밀면서, 뭔가를 계속 이야기한다. 단, 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직접 찾으라는 식으로 말이다. 앨버트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도대체 앨버트는 누구인지, 그리고 아직 신원조차 확인 되지 않은 여섯 번째 아이는 누구인지 이런저런 혼란만이 쌓여가면서, 이야기는 점점 속도를 붙여간다.

 

 하나씩 하나씩 발견되는 어린 아이의 시체, 그리고 그 시체를 발견하게 되는 장소와 얽힌 또 다른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수사팀과 동시에 독자들을 궁금증과 놀라움, 그리고 커다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가 그저 복잡하고 지루하다면 -1, 2권 합쳐서-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두께가 결코 만만치 않게 보였겠지만, 오히려 그것도 부족하다는 듯이 단숨에 읽어내도록 만드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또한 보통의 이런 이야기들은 음악의 운율처럼 강약을 반복하고는 한다. 특히 장편 소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다. 점점 더 압박만 가해올 뿐이다.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말이다. 눈을 떼는 순간, 이 게임에서 질 것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 순간순간, 케블러 박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수사팀의 ‘프로파일링’을 기본으로 하는 수사의 방향을 보면서,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가 겹쳐져서 떠오르기도 한다. 이미 미드로 익숙해진 프로파일링이기에 낯선 느낌 없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고, 보다 즐겁게 읽어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고 그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자칫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수사 과정을 비롯한 작은 것들 하나하나까지 세밀한 묘사와 전문성이 느껴지는 설명들에, 수사팀뿐만이 아니라 책 밖에 있는 나까지도 전혀 배제하지 않는 솔직함까지 더해져서 모두가 함께 범인을 쫓아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힘을 전해주니까 말이다. 마치 독자인 나까지도 직접 수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범죄학자였다는 작가의 이력이 그대로 장점으로 되어 나타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밖에도 『속삭이는 자』가 전해주는 놀라운 점 중의 하나는, 이 소설이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 되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있을 피해를 방지하고자, 작가는 의도적으로 국적이나 장소를 모호하게 했다고도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범죄학과 행동과학 전문가 출신의 작가가 쓴 소설이라 진행과정의 생생함을 보다 부각시킨다는 점이 장점이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그가 전해주는 생생함이 -4개의 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문학적으로도 완성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유럽 각국의 종합 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할 만큼의 흥행성에다가 작품성까지 겸비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이 ‘도나토 카리시’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속삭이는 자』에서 우리가 쫓는 앨버트는 연쇄살인범이다. 설명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은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그 유형에 따라 ‘망상가’, ‘선교자’, ‘권력 추구형’, ‘쾌락 추구형’, 그리고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이 있다고 한다. 앨버트는 그 중에서도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으로 분류된다. 심신이 미약한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해 살인을 저지르게끔 유도하는 살인범. 이것은 우리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제목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잠재의식 속의 연쇄살인범’을 심리학자들은 『속삭이는 자(Il Suggeritore, The Whisperer)』 부른다고 한다. 실제 사건과 실제 경험을 토대로 쓰였다는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들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어둠속에서 누군가를 조종하지만 처벌은 받지 않는 자들. 노골적으로 누군가를 사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만들고, 또다시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버리는 자들. 그리고 그들이 지닌 위험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혹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소설 속, 혹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하는가?! 누구라도 그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내가 너무 감정을 이입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꼭 연쇄살인범은 아니더라도, 그 언젠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휴거, 종말론을 부추긴 자들을 비롯해, 지금도 누군가의 가정을 파탄 내며 재물만을 바치기를 기다리는 자들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밀라는 이라는 것은 언제든 혼동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가 서로의 도구로 사용되고 언제든 처지가 뒤바뀔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연쇄살인범이나 속삭이는 자 만큼이나 우리가 주목해서 볼 사항은 인간이라는 그 존재 자체이다. 모든 사람들이 품고 있다는 악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습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들을 보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제발 그것만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믿고 있던 주인공-혹은 한없이 착할 것만 같은 등장인물들 중 누군가-의 악의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 누구나 품고 있는 악의지만, 인간이라는 그 이름 자체로 조절하며 살아가는 인간이, 그 인간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마는 모습들. 그것이 내가 믿고 있던 누군가에 의해서 깨지는 모습은 결코 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속삭이는 자』에서 그런 인물이 있냐고!? 글쎄, 모두가 그렇지 않은 인물일수도 있고, 어쩌면 모두가 그런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뭐, 그래도 정확한 것은 직접 만나보시길…!! ^^;;

 

“누군가를 자주 접하다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알고 보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법이지…….”




 아이들에 대한 끔찍한 범죄라는 사실이 상당히 불쾌하지만, 이중삼중으로 교묘히 짜인 범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책을 손에서 쉽게 떼어놓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또 다른 게임을 던져줄 것이다. 그 게임은 책을 놓은 후에도 당신을 쉽게 그 이야기에서 떼어놓지 않게 만들 것이다. 어쩌면 그 새로운 게임이라는 것이, 당신을 처음으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고, 지금 당신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과 모든 사람들을 낯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기에 말이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순전히 나의 추측이지만- 모르지 뭐, 이 소설이 영화로도 나온다는 이야기를 조만간 듣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암튼! 올해가 이제 1/4 이 지났고, 앞으로 남은 3/4 의 날들 동안 아직 만나봐야 할 작품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겠지만, 이 책… 왠지 대박의 냄새가 솔솔~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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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행이 답이다 - 생각을 성과로 이끄는 성공 원동력 20
이민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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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우연히 누군가와 길에서 마주치거나, 오랜만에 전화 연락이 닿으면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가?! 나 역시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언제 한 번”밥을 먹은 적이 있었던가?! 누구나 궁금해 하던 한국인의 "언제 밥 한번 먹자"의 "언제"가 한 재야 연구원에 의해 밝혀졌다고 해서 봤더니, “연구 결과는 언제 한번 발표하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으니, 뭐… 왜 우린 진짜 “언제 한 번”밥도 먹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이것도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사소한 말이기에, 별 의미 없이 한 말이기에 실행으로 옮기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럼 우리가 항상 생각하고, 말하고, 다짐하는 것들을 진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얼마나 될까?! 많은 이들이 나의 답답함이나 부끄러움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Why? 나는 왜 이 책을 읽기로 했는가? 

 

 한동안 -그것도 벌써 몇 년 전의 일이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 크게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나에게 큰 도움이 된 책 중의 하나가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였다. 단 한권의 책으로 내가 ‘끌리는 사람’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책이었다. (물론 지금은 다시 그 반대로 향해가고 있지만… 아, 그러고 보니 다시 찾아서 다시 마음을 다져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어쨌든…) 우연히 『실행이 답이다』라는 책을 발견했는데 저자가 ‘이민규’라는 사실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의 저자가 쓴 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이 갔다. 그러고 찬찬히 살펴보니 점점 게을러지는(솔직히 이 표현으로는 완전 부족할 만큼의 나태한…) 나를 위한 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뭐, 이 책을 읽기로 한, 더 이상의 어떤 이유가 필요할까?! 나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선택한 책이 되어버렸는데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의 나에게 당연함을 넘어서 필수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드니까… 

 

 평소의 나를 보면 그렇다. 지금 당장 할 수도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는… 좌우명이라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가 아니라, ‘오늘 할일도 내일로 미루자’가 점점 나의 좌우명이 되어버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기간에 맞춰서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내일로 내일로 미루다가 기한을 넘겨버린다. 그러면서 왜 그리 중요한 일을 메모조차 하지 않았을까 반성하며, 이제는 메모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문제는 그 다짐도 다시 내일로 미룬다는… 가장 큰 문제는, 뭔가를 고치기 위해 ‘실행’은 하지 않으면서 ‘생각’만 한다는데 있다. 어쩌면 이런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 What?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이런-자기 개발을 위한- 책을 접하면서 “이렇게~이렇게 해라!”라는 식의 조언을 많이 듣게 된다. 물론 좋은 말들이고, 그렇게만 한다면 전혀 나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나에게는 어떤 이론에 불과하게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가 외국인이라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 점도 있었고,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해도 왠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 누군가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인 것만 같은 느낌도 많이 들었다. 막상 나의 삶에 그런 이론들을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 책, 『실행이 답이다』는 우선 저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점, 그래서 그가 중간 중간에 들려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었고, 또한 그 다양한 사례들로 인해서 그동안 내가 스스로에게 던지던, ‘저런 이론들을 실전에는 어떻게 적용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조금씩 찾아나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꼭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사례들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꽉 막혀있던 나의 사고를 확 트여준다고 해야 할까?! 다양한 사고, 틀을 깨는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말해, 나 스스로가 이 책을 따라서 뭔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에서 가장 파괴적인 단어는 ‘나중’이고,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단어는 ‘지금’이다.
-P1
04 

 

 경영 컨설턴트인 혼다 켄이 백만장자를 상대로 한 조사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재미있는 특성 중 하나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고액의 소득자일수록 설문 조사에 대한 응답시간이 빨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런 신속한 반응이 사람들의 호감과 신뢰를 얻어내고, 그것이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끌어 낸다는 이야기를 한다. 마감을 지켜야 할 일이 있으면 지금 당장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마감 일자를 우선 살펴보면서 일단은 미루고 보는 나와는 정반대의 행동들이 그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솔직히 조금 놀라웠다. 아, 그래서 내가 성공과는 거리가 멀구나… 라는 뭐 그런 씁쓸한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구나 하면서 그냥 돌아서지는 않았다. 나름의 자신감으로 나 역시 못할 것이 없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설문 조사를 의뢰해 온다면 나 역시 신속하게 처리하면 되는 것이니까! 사소하다고 생각해서 사소하게만 느낀 것들이 사실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이런 사소하게만 보이는 것들에서 내가 고민하던 ‘나중’과 ‘지금’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게끔 해주니까 말이다. 

 

- How?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실행이 답이다』에서는 ‘1장 결심’에서 ‘2장 실천’, ‘3장 유지’까지 전체 3장으로 구성되어, 그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론은, 작은 실천이 큰일을 이루어 낸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열심히 따라가면서(stop, think & action 하면서…) 그 하나하나를 느끼면서 온몸으로 받아들인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말한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 한 가지부터 시작하라”고 말이다. 단, 한 가지라도 실천하라고 말이다. 이 책의 활용?! 그렇다. 한 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을 다 읽은 후, 책을 덮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진 뒤 스스로에게 “Why? 나는 왜 이 책을 읽기로 했는가?”, “What?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How? 이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한다. (이 세 가지의 질문으로 이글도 이렇게 진행시켜봤고…) 그런 다음 다시 자신의 흔적을 따라 다시 한 번 천천히 훑어보자고 한다. 저자도 하는 이야기이지만, 어떤 책이든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난다면 -특히 그것이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이라면 더더욱- 그 책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같은 책이라도 개인에 따라 ‘좋다, 나쁘다’라는 식으로 다르게 다가오지만, 사실 그 책을 그렇게 구분 짓는 것은 각자의 하기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실행이 답이다』 역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를 바꾸는 힘을 기르는 것, 이 책의 활용은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있다. 이 책, 당신에게는 어떤 책이 될 것인가?! 스스로 직접 이 책의 의미를 찾아 가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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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폴 오스터’가 어떤 작가인지 전혀 몰랐다. 그저 -책의 소개에 나와 있듯이- 소설의 형식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기법을 즐겨 써온 작가라는 사실과 이 소설에서 1인칭, 2인칭, 3인칭의 시점을 모두 사용하는 독특한 구조를 사용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자주 써왔다는 그 기법과 독특한 구조를 직접 만나본 지금에 와서는, ‘폴 오스터’라는 작가를 향한 끌림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왠지 그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만큼… 

 

 『보이지 않는』은 주인공 ‘애덤 워커’가 ‘루돌프 보른’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67년, 워커가 우연하게 참석한 파티에서 보른과 마고라는 이름의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프랑스인 커플을 만나게 된다. 두 번째 만남에 워커는 보른으로부터 그가 원하는 잡지의 창간을 맡아서 해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면서 그와 함께 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서 그의 삶은 뒤틀리게 된다. (혹은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그 스토리만큼이나 주목할 점은, 이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 즉 ‘이야기 속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또한 그 이야기는 〈봄〉, 〈여름〉, 〈가을〉이라는 제목으로 나뉘어 전제 3부로 되어있으며, 각각 1인칭, 2인칭, 3인칭으로 시점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크게 보면 이 책은, 나이가 든 애덤 워커가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쓴 회고록이라고 할 것이다. 진실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간… 적어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와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듣다보면 그의 이야기가 진실이었는지 거짓이었는지, 현실 속의 일들인지 상상 속의 일들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 모호함으로 바뀌어버린다. 그러고는 결국 진실과 거짓,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서서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게 된다… 

 

나 자신을 1인칭으로 서술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을 질식시켰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찾고 있던 것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트릴 필요가 있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 자신과 나의 주제(바로 나 자신)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는 것이 필요했다. -P95~6
 

 

 가끔씩은 그냥 책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차서-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다가…- 그 제목을 잊어버리게 되는 때가 있다. 이 책 역시도 ‘보이지 않는’을 언급하는 이 부분이 없었다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냥 지나갔을지 모른다.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가 ‘1인칭, 2인칭, 3인칭의 시점을 모두 사용하는 독특한 구조’에 있었는데, 그것이 신기하고 궁금하다는 생각만 했지 왜 그런 구조를 사용하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으니… 내가 책을 읽는 것이 읽는 것이 아니라는 -이 책의 흐름과도 같은- 생각마저 든다. 

 

 어쩌면 진실인지 거짓인지, 현실인지 상상인지 모를 그 모호한 결론이, 결론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이라는 것-그런 것이 과연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존재 유무와 상관없이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보다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이라는 말에, 시점의 변화를 더해서 생각해보면, 보다 분명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나’에서 시작해, ‘너’로 시선을 옮겨가고, 마지막에는 ‘그’로 나타나는 시점의 변화가 나를 나와 떨어지게 만드는, 그래서 한 걸음, 또 한걸음 떨어져서 나를 보게 만드는 그런 시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 속에서 현실과 상상 속의 경계에 놓이는 것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본질 그 자체가 가져다주는 원래의 모호함으로 인한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다.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이 진실이 되고, 거짓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것이 거짓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진짜 현실인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소개 글 중에 ‘하나의 우발적 사건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라는 말이 있었다. 솔직히 다른 것은 제쳐두고 그 하나의 우발적 사건이 뭘까, 그 사건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기 이전에- 이 이야기속의 주인공에게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일까에 집중을 했다. 어떤 우발적 사건이 있긴 있었고, 그 사건이 주인공 ‘애덤 워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그 과정과 결론에 상관없이-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중요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워커의 삶을 혼란으로 밀어 넣었다는 그 사건. 그 사건, 단 하나만으로 그의 삶이 혼란에 빠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지 그것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봄에 있어서 아주 다양한 것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저 자신의 의지로 혼란에 빠진 후, 뒤늦게 그 혼란의 정당화를 위한 핑계를 찾으려고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혼란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개인의 두려움을 베트남 반전 시위가 절정에 달하던 1967년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결합시켜, 전쟁-혹은 그것으로 유발되는 모든 것들-이라는 두려움과 ‘루돌프 보른’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며 모든 것의 원인을 그것으로 돌려버리려는 인간의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 것을 아니었을까?! 

 

 『보이지 않는』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이 소설에서는 내가 찾아낼 수 있는 어떤 요소들보다, 아직까지 나에게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 더 많다는 느낌이 든다. 그 어떤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아직은-혹은 먼 훗날까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런 것들을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서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작품, 『보이지 않는』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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