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의 길
도나미 마모루 지음, 임대희.허부문 옮김 / 소나무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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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퐁도라는 인물에 대해 들었을때는 누구인지 잘 몰랐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도 그가 어떤 인물인지 들어본적이 없었다.그러나 이책을 보니 그의 이력이 간단치않음을 알수있었다. 풍도는 중국의 혼란기였던 오대 십국시절에 다섯왕조 여덟성씨 열한명의 황제를 섬기면서 큰무리없이 고위관리로 재상으로 난세를 보낸 인물이다. 중국사에서 5대 10국시기라는것은 죽고 죽이는 일이 잇달아 일어나는 어려운 시기였다.이런시기에 각기 다른 왕조에서 여러 황제들을 섬기며 신하로 살았다는것은 어떻게보면 처세에 능하다고는 볼수있겠지만 그만큼의 뛰어난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두가지 면에서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정계에 머무를수있었다고 본다.

첫째는 그의 능력. 그는 글쓰는 문장가로서 그 능력이 탁월했다. 그리고 그 자신의 성품또한 남과 다투지 아니하고 재물을 탐내지 않으며 일반서민을 구제하겠다는 일관된 마음으로 자신의 명예나 안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은점이다.이것이 그 시대의 군주들에게 받아들여졌고 망한 나라의 신하라 하더라도 새로운 나라의 신하가 될수있었던 것이다. 명분보다는 현실을 중시한 그는 망한 나라의 임금을 위해 충절을 지키기보단 새로운 임금을 바른길로 인도해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고자했다. 여기서 그의 실용을 중시하는 면을 볼수있었다.

둘째는 시대적인 요구다. 당시에 흥망했던 나라들에서는 중심인물의 대부분이 무인들이라 싸우는데는 능력이 출중했지만 체제를 정비하고 나라를 운영하기 위한 능력에선 한계가 있었다. 이런 능력은 역시 문신들이 가지고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문신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문벌귀족들이 전쟁중에 몰락했고 능력있는 문신이 그리 많지 않았다.이때 풍도의 능력은 그 시대적인 요구에 들어맞았을것이다.

후세사가들도 지적했듯이 어찌보면 풍도가 지조가 없고 변절을 했다고도 볼수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능한 군주를 위해 충성을 바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당시에 어떤 임금인가에 따라서 백성들의 삶이 달라진다면 마땅히 좋은 임금을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그가 공명이나 재물을 탐내서 그랬다면 오히려 그토록 오랫동안 정치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을것이다. 그는 검소했고 남과 다투지 않았다.그의 인품됨이 그러했기에 사람이 수시로 죽고죽이는 그 살벌한 분위기에서도 잘 살아남았고 다른민족인 거란에게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을것이다. 여기에서 그의 진심을 조금 알수있지 않을까.

비슷한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이완용을 비교해보면 그것을 알것이다. 그는 매국노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나라를 팔아먹었다.그는 일본에게 합병이 되어야 조선인이 살수있다고 믿었다.그러나 그가 그뒤에 한일을 보면 그의 진심이 무엇이었나를 알수있다.자신이 모시던 황제를 협박하는건 다반사였고 합방후 명예와 부를 한손에 거머쥐었다.그리고 민중들의 독립열망도 애써 무시했다.그의 그 행동에서 우리는 그의 진심이 진정 조선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란것을 알수있는것이다.

이와 비교해서 풍도는 그 행동에서 그의 마음을 짐작할수있는것이다.지은이의 말에 의하면 어떤 중국인이 편찬한 역대의 유명한 인물선정에 이 풍도도 들어가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능력이나 인물됨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뜻이 되지 않을까. 난세에 태어나서 충실한 삶을 살았지만 그 인물자체가 그리 뚜렷한 개성의 인물이아니고 또 중심되는 황제나 장군이 아니어서 그런지 그에 대한 기록이나 자료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책으로 그시대에 보기드문 인물이 있었구나하는 정도로 풍도라는 인물의 채취정도만 느낄수있었지 전체적인 인물의 감을 잡기는 좀 어려운거 같았다.많은 부분은 당나라 말기에서 송나라건국까지의 그 혼란기에 역사적인 일들을 서술하여서 어찌보면 역사개설서를 읽는 듯한 기분이었다.아마 풍도의 면모를 자세히 살필 자료가 부족해서 그런거 같았다. 그러나 아무튼 풍도라는 인물을 올곧이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풍도란 인물과 중국 5대10국시절의 소사한 역사를 알기엔 괜찮을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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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시 - 신현림이 사랑하는 시
신현림 엮음 / 마음산책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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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받은 책이지만 새로 가을에 꺼내읽으니깐 색다른 느낌도 나고 계절적인 탓인지 좀더 감성적인거 같다... 이책은 한 시인이 좋아하는 여러 시들과 여러나라의 시,여러나라 노래의 가사를우리말로 번역한 것들로 채워졌다. 보통 시선집에는 대중가요는 잘 안나오는데 여기선 외국 유명가수의 알려진 곡들을 번역해서 실은것이 특이했다. 전체적으로 1부와 2부의 순으로 짜여졌는데 1부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와 노래를 번역한 글들이 담겨있고 2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시와 노랫말들이 실려있다.

먼저 1부를 보면 김소월의 시로 첨을 시작한다. 우리말의 향기를 오롯이 느낄수있는 김소월의 힘을 느낄수있는 시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를 읽으면서 그 느낌이 부드러워 몇번이나 되내이었다.

'오늘은 또다시,당신의 가슴속,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그려.

허수한 맘,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사랑이던 줄에 아니도 잊힙니다.'

어찌이런 표현이 있을까...그놈의 사랑에 가슴졸이고 맘 아팠던것이 얼마나 많았었는지...그때가 아련히 느껴온다... 그에 비해 금병매에서 옮겨온 시는 참 솔직하고도 직설적인 어휘로 사랑을 노래했다.사랑의 즐거움과 이별의 아픔을 아름답게 표현했고... 오재철의 '나는 믿는다'에서 맨 마지막 구절

'그러나 당신이 내가슴에 새기고 간 몇 음절의 사랑의 말,그것만 영구히 변치 않음을 나는 믿는다'

사랑에 대한 굳은 믿음...그런 사랑이 어디 없는지... 이수익이라는 시인은 잘 들어보지 못했는데 '우울한 샹송'이라는 시가 인상깊었다.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수있을까하면서 만일 그곳에서 사랑을 다시 발견하면 난 어떤 미소를 띠어 돌아온 사람을 맞이할까하면서 고민한다. 내가 떠나보냈던 날 떠났던 못봤던 사랑을 다시 본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게된다.그때의 그 애틋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날까...

그밖에 김용택과 안도현의 시도 좋다. 어렵지 않고 쉬운 시어로 풀어간 이들의 시는 읽기는 어렵지 않으나 그 여운은 오래가는 좋은 시들이다. 읽을수록 그 뜻새김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보석같은 시들이었다.

2부에는 많은 가수들의 노랫말들이 실려있다. 첨에 나오는 러시아 동포 록가수 빅토르 최의 시는 힘차고 거친 그의 노래만큼이나 활기가 차고 솔직해 보인다. 밥 딜런,마돈나,짐 모리슨,제니스 조플린 등의 노랫말들은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누구나 시적인 것을 표현할수있음을 보여준다. 고은의 명징한 시도 새삼스레 다가오고 송찬호와 탁닛한스님의 글은 시기 보단 차라리 이야기같다.

마지막으로 네루다의 장시...가난과 비극과 계속된 투쟁의 연속이었던 그의 삶을 노래하는듯 길고 느린 호흡으로 인생을 노래한다. 시라는 것은 소설과는 달리 한두번 읽어서 그 뜻이나 감정이 오롯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저번에 읽었을때는 별 감흥없던것들이 새롭게 읽었을때 그 뜻을 다시 새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때의 처지나 환경이 달라지면 또다른 느낌으로 나타나는게 시다. 이별을 노래하는 시를 한창 사랑하고있을때 읽으면 멋있게보이겠지만 이별하고 읽으면 어찌 내 맘을 꼭같이 표현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좋은 가을날 따뜻한 양지에 앉아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시를 읽어야하는데 하루하루 목숨 부지하기 어려운 세상에 그것도 사치인지...

개인시집이 아니라 모음집이어서 잘 읽혀질 시들로 묶여있어 편하게 볼수있는 책이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엮은 시들이지만 대부분 공감할수있는 그런 시들이다. 전체적으로 어렵지 않고 쉬운 시나 노랫말로 삶에 대해 노래해서 편안하게 읽을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한자한자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읽어보는것도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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