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밥상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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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을 면면을 봤을때는 대부분은 [지리산 행복학교]2?(같은 등장인물:버들치 시인, 최도사, J, 진진, 숯팁 ^^)같고,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할 때 [딸에게 주는 레시]2탄의 느낌이 나면서 그 두 편을 합체한 듯한 이야기이다.

 

 

지리산 친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살짝 양념한 사계절의 지리산 친구들의 행복한 음식이야기.

아니다. 어쩌면 음식 때문에 만나는 친구들 이야기라고나 할까?

 

공지영 작가는 언제가부터 살짝 힘이 빠진(이건 필력이 줄었다 뭐 그런 의미와는 전혀 다르다. 다른 비유가 적당한 게 생각나지를 않네.)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쳐 놓는데 참 편안하게 듣기가 좋다. 그런 의미에서의 또다른 좋은 책이다.

 

한 김 오르면 얼른 건져 찬물에 담근(37p) 아삭아삭 콩나물국밥과 보리굴비 참말로 맛보고 싶네. 참 맛갈나네 느껴지는 음식들은 아마도 그 음식에 대한 사연 때문에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버들치 시인의 심장 시술로 시작된 착한 마음으로 시작한 음식이야기라 그런지

시인의 담백한 레시피 때문인지

꽁지작가의 요리법을 쓴 이야기도 함께하는 사진들도 담백하다.

 

 

"거름이 너무 많아도 농사가 안돼. 쉽게 말하면 먹을 게 많은데 왜 애쓰며 꽃피우고 열매를 맺겠느냐고. 순지르기라는 걸 해서 첫 번에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걸 확 보여줘야 하는 거야. 그러면 ‘아,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구나. 우리 세대는 힘들 것 같으니 다음 세대에 기대를 해보자’하고 호박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지. 사람하고 똑같아."
-식물성 밥상이 가르쳐주는 인생의 원리 中 23p



20대 국회의원 선거일 우리는 장수에 있는 하늘내 들꽃마을에서 만나기로 했다. 언제부턴가 선거 때면 늘 누군가와 함께했던 것 같다. 아마도 2002년 월드컵 이후였던가? 어쩌면 우리에게는 정치가 월드컵 대회와도 같이 느껴졌나 보다. 늘 객관적 실력은 모자라고, 골 결정력이 없으며, 부상은 많고, 사령탑은 답답하고, 혹시 이기는 일이 있이 있으면 정신력의 승리고, 정말로 가끔 2002년 월드컵 같은 기적도 일어나는 것까지 말이다.
-버들치 시인 입에서 나온 버들치는 헤엄쳐 갈 수 있을까 中 199-2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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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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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제주에서 한 달 살기부터 시작해서 블로그 중에 보니 시애틀에서 한 달 살기와 지인 중에 이번 주 초 로마에서 두 달 살기를 떠났다. 어느새 우리 나라도 그저 가이드를 따라다니던 관광객에서 테마 여행을 지나 요즈음은 현지인처럼 생활해 보기가 많은 것 같다.

어딘가에 베이스를 두고 여기 저기를 여행하는 것이 언젠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오기사

바르셀로나에서 유학 중에 이렇게 많은 도시들을 떠다녔다니 너무너무 부럽다.^^

물론 저가 항공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유럽은 물론 미국쪽도 수시로(?^^) 넘나들며 여행 스케치를 남기셨다.

수업 중에 일어나는 이야기의 스케치를 웹툰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재미나지만

건축가답게 건물 들의 스케치 정말 멋지다. 섬세하기도 하고.

 

오기사의 책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발하고 위트가 넘친다. 언제나처럼 혼자 키득키득....하며 읽으면서도, 참으로 감각적이다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언제 출간된 책인지 몇 번 뒤적여보았다.(200821쇄 무려 10년 전 책이라 깜짝 놀랐다)

다시 봐도

사진도 펜화도 책의 구성도 참으로 세련됐다.

 

프라하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

오전 열한 시에 해야 하는 숙소 체크아웃과
저녁 여덟 시 비행기의 조합이 이루는
조화롭지 못한 하루.

그 덕분에
두 군데의 식당과 세 군데의 카페를 전전하며
시간과 동반자살을 해야 했다.
프라하 PRAHA 中 125p

 

나도 이렇게 커피와 시간과 함께 동반하고 싶다, 프라하에서

 

오기사님처럼 여행을 스케치하지는 못하지만,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나도 많이많이 가지고 싶다

......과거는 언제나 화려하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

이 편견의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나 역시 지독한 편견한 빠져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80p

기적은 종종 일어나는데
문제는 그 중 대부분이 나랑 아무 상관없다는 점이다.
107p


프라하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

오전 열한 시에 해야 하는 숙소 체크아웃과
저녁 여덟 시 비행기의 조합이 이루는
조화롭지 못한 하루.

그 덕분에
두 군데의 식당과 세 군데의 카페를 전전하며
시간과 동반자살을 해야 했다.
프라하 PRAHA 中 125p

방향감각이 없어 매일 길을 잃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별로 스트레스가 아닌가보다.
막상 스트레스 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
133p

분명히 잘되겠지.
위기는 헤쳐 나가라고 있는 것.
137p


피곤한데 행복하니?
행복한데 피곤하니?
172p

그림을 그린다고 작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있던
두 시간여 동안 열 네 번쯤 비가 왔고
열 번쯤 비가 왔다.
그래서 카페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네 번쯤 추웠고 열 번쯤 따뜻했다.
내 마음도 이 정도는 아니다.
179p

그림을 그린다고 작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있던
두 시간여 동안 열 네 번쯤 비가 왔고
열 번쯤 비가 왔다.
그래서 카페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네 번쯤 추웠고 열 번쯤 따뜻했다.
내 마음도 이 정도는 아니다.
179p

희망도 때로는 피곤했다.
지금을 추억하자.
252p

파리도 뉴욕도 그리고 바로셀로나도 천국은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서도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해하고
어느 화창한 날 고대와 중세와 근대의 길을 걸으며 뿌듯해하며
새로운 만남에 많이 설레고
다시 찾아온 이별에 조금 슬퍼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행복해 하면 될 뿐이었다.

지금 보니
떠나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다시 돌아옴을 결정한 순간
나는 조금 앓아야 했다.
사랑에 빠져들 때의 두려움처럼
자유로운 삶에 응당 따라와야 했을 의무적인 상처였을 것이다.
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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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종이 위에 유럽을 담다
리모 글.그림 / 재승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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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라딘과 북플 앱을 수시로 드나들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이 쌓인다.

'보관함'에 '읽고 싶어요'에 쌓여가지만 엉뚱한 곳에 눈돌리는 일이 많아지는지 책을 읽는 시간이 오히려 일을 다닐 때보다 더 줄고 더 못 읽고 있는 것 같다.

읽은 책의 리뷰는 못 쓰고 있고, 그나마 한글 파일에 있는 독후감은 컴퓨터도 자주 열지 않아 쌓여간다.

 

 

 

지난 연말 서교동 카페 위안에서 열리는 RImo의 제주에 관한 드로잉 전시회를 보고 와서도 한참을 모르다가 '보관함'에 담긴지 오래된 책 리모의 책이 보였다. 또, 그보다 뒤늦은 감상.

 

 

그림이 아주 전문가적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 비전공을 떠나 살짝 안 닮은 드로잉 때문에) 그림으로 만나는 유럽은 또다른 느낌이다.

 그림을 아주 못 그리는 나로서는 어찌 여행에서 그림까지 그릴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가기 전에 여행지들의 사진을 보면서 미리 연습을 해보고 출발하셨다 한다. 아마도 그 덕에 좀더 많은 드로잉을 닮아 오셨을 듯. 그러한 노력이 처음으로 긴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후 책으로로 출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이 좀 두꺼운데 도화지에 그려진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들고 다니기 무거웠다.ㅠㅠ

    

 

 

 

38일간의 유럽 드로잉을 보며 책장을 넘기니 묘하게 느리게 함께 걷는 느낌이 든다

 

 

여행 중에는 훗날에 대한 고민할 여유가 없다. 나를 괴롭혀오던 여라 가지 일상적인 문제는 당장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것인지, 원하는 장소에 가기 위해 어디서 표를 사야 할지 따위의 코앞에 떨어진 고민에 우선순위를 내주기 일쑤다. 이런 일차원적인 문제를 허겁지겁 해결하다 보면 머나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코모호수와 벨라지오 240p

 

 

구시가지의 아케이드를 따라 아레강이 있는 베른의 외곽을 향해 걸었다.

자물쇠에 묶여 가을비에 조금씩 젖어가고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보였다. 언하지 않는 곳에 묶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색깔에 물들어갔던 나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나를 묶어두던 자물쇠를 끊고 새로운 곳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내가 선택한 인생이 그저 달콤하기만 한 방종의 시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누가 일러주지는 않았지만 그 다짐을 지켜내려면 앞으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하는 목적지로 달려가다 보면 넘어져 아파하기도 하고 때론 흙탕물에 허우적대며 더러워지기도 할 테지. 하지만 타의에 젖어 목적 없는 성실함을 강요받던 과거의 시간을 떠올려보면 힘들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 축복받은 모험을 하는 중이다.

빗방울이 그려준 베른 298-299p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 떠나온 여행에 대한 불안도 글 속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용기에박수를 보내드리고 싶고, 요즘 강의 많이 하시던데 드로잉 여행작가로 거듭난 리모님을 응원한다.

 

 

 

어떤 것이 좋은 기념품일까. 화려하거나 값진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단번에 나를 추억의 장소로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 그리하여 그때 그곳의 내 손끝과 영혼의 떨림마저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것, 마음속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시 생생하게 내 안에 불어넣어주는 것. 이런 능력을 가졌다면 무엇이라도 훌륭한 기념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퀘테레로의 동행 中 207p

고민 끝에 떠나온 유럽행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떠나오지 않았다면 주인을 따라 여행을 다니고 있는 선반 위의 저 때 묻은 캐리어마저 부러워했을 것이다.
볼로냐에서의 환승 中 224p

여행 중에는 훗날에 대한 고민할 여유가 없다. 나를 괴롭혀오던 여라 가지 일상적인 문제는 당장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것인지, 원하는 장소에 가기 위해 어디서 표를 사야 할지 따위의 코앞에 떨어진 고민에 우선순위를 내주기 일쑤다. 이런 일차원적인 문제를 허겁지겁 해결하다 보면 머나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코모호수와 벨라지오 中 240p

여행은 너무 먼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굉장히 행복하다.
코모호수와 벨라지오 中 241p

구시가지의 아케이드를 따라 아레강이 있는 베른의 외곽을 향해 걸었다.
자물쇠에 묶여 가을비에 조금씩 젖어가고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보였다. 언하지 않는 곳에 묶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색깔에 물들어갔던 나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나를 묶어두던 자물쇠를 끊고 새로운 곳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내가 선택한 인생이 그저 달콤하기만 한 방종의 시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누가 일러주지는 않았지만 그 다짐을 지켜내려면 앞으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하는 목적지로 달려가다 보면 넘어져 아파하기도 하고 때론 흙탕물에 허우적대며 더러워지기도 할 테지. 하지만 타의에 젖어 목적 없는 성실함을 강요받던 과거의 시간을 떠올려보면 힘들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 축복받은 모험을 하는 중이다.
빗방울이 그려준 베른 中 298-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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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미티드 에디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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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좀 건조하다고나 해야할까?

아니

솔직히 말해 읽기를 잘 못 한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겠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나오는 시들은 모조리 해부학 하듯이 행,간을 나누고 의미를 파악하면서 까발려졌지만 재미가 없었고

그 이후로도 시집을 제법(?^^)이라고 해야하나? 많이 읽고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시를 읽어주는 시인이 계시면 더없이 좋다.^^

 

 

정재찬 교수님이 패널로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조금씩 읽다보면 그 프로그램에서 잔잔한 음성으로 음성지원이 되는 듯 하다.^^  

 

음악을 감상할 때, 작곡가의 생애를 이야기하면서 어떤 상황에서 나오게 된 곡인지를 알게 되면 좀더 곡을 이해하는데  쉽고, 또 조금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다.

시와 함께 가요의 이야기도 풀어주시고, 시가 나오게 된 시인의 뒷배경 이야기도 나오고 참 편안하게 시를 읽어주셔서  줄과 행의 숨은 의미를 찾으며 해부학처럼 파헤지며 읽던 시 읽기 자체를힘들어하던 나와 비슷한 친구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12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진 글귀들이 모두 좋았지만, 나는 특히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에 관한 내용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꽃처럼 아름답게 살기는커넝 꽃처럼 죽디고 왜 이리 힘이 드는 겐지 이간은 자꾸만 현재를 붙잡으려다 자꾸만 추한 꼴을 보이고 한다.

-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 64p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 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散華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에 매화의 결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과 벚꽃이 다 이와 같다.

선암산 뒷산에는 산수유가 피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

산수유가 사라지면 목련이 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

-김훈, 자전거 여행중에서

 

인용은 길었지만, 도무지 이런 글은 줄일 재간이 없다. 그릐 글에는 묘사조차 경구警句처럼 들리는 신이함이 있다. 사랑스러운 대상에게조차 거리를 두며, 거리를 두면서도 그 대상이 제 속으로만 느끼고 있을, 그리하여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속내조차 적확하게 드러내는, 오랜 숙련 끝에 얻어진 내공이 그에게는 있기 떄문이다. 그는 따스하고 냉정하다.

- 떠나가는 것에 대하여 65p

 

 

김훈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시의 글에 대한 내용이 참으로 줄일 재간이 없다.  다같이 한 줄 한 줄 읽어보면 좋겠다.

 

 

시를 비롯한 문학 작품은 하나의 해석과 감상만을 요구하거나 용인하는 절대 진리의 세계가 아니다.

 

누구나 시를 읽고 해석하고 즐길 권리가 있다.(284p)'

'이제 다시 시가 반가운 얼굴로 성큼 다가오기 시작할 것인즉, 그러니 그만 이 책을 덮고 부디 시집을 펼치시라. 시를 잊은 그대여.(299p)

 

이 책을 내신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공대생이 아닌 나도, 누구의 가슴도 울리는 서정저인 시 강의이다.  

 

남이 울면 따라 우는 것이 공명이다.
남의 고통이 갖는 진동수에
내가 가까이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공명인 것이다.
슬퍼할 줄 알면 희망이 있다.
-눈물은 왜 짠가 82p

눈을 떠도 아니 보이고
눈을 감아도 아니 보이는 것.
그대 등 뒤에 걸린 커다란 하늘을
실눈을 뜨고서야 비로소 보인다.
-그대 등 뒤의 사랑 104p

소망이 있는 한,
기다린다는 것은 정녕 행복한 일이다.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기다리다 죽어도, 죽어도 기다리는 132p

"부끄럽지 않은가/부끄럽지 않은가"
이 구절은 우리 시가 성취한 가장 값진 반복 중 하나로 기록되어야 옳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고 세 번은 짜증나는 법, 두 번 반복되는 이 시구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 읽어가면서 가슴이 서늘해지고 저려 옴을 느꼈는지 모른다. 시인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노래를 잃어버린 세대.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세대. 부끄럽지 않는가. 부끄럽지 않은가.
- 노래를 잊은 사람들 中 164-165p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내 안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에서 벗어나려 한 것도,
끝내 아버지를 닮고 마는 것도
다 아버지의 그늘 탓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192p

사랑 앞엔서, 운명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2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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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세계 속으로 나홀로 유럽여행 : 남유럽 동유럽 편 - 생생한 현지 정보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걸어서 세계 속으로 나홀로 유럽여행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제작팀 지음 / 봄빛서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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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벽이 많은지 언제든 떠나고 싶다.

그러나 현실에 발을 붙이고 살다보니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 보니 책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화면으로도 보는 일이 가끔씩 있지만 말이다. 그 중에서도 애정하는 두 프로그램 중 하나가 PD걸어서 세계속으로이다. 언제 봐도 좋은 프로그램이다.

 

 

2005년에 시작해 11년째 500회가 넘었다고 한다. 이 책이 500회 기념이라 하기에 오랫 동안 해온 여행기 중의 일부를 책으로 만들었나 싶었는데, 일단 다시 돌아본 따끈따끈한 내용이라 좋다.  

책을 읽고 있으니 단문의 무심한 듯 나레이터를 하던 건조한 문구가 들리는 듯 하다.^^ 

 

게다가 부피가 제법 있지만 남유럽과 동유럽으로 집중해 보여주니 더욱 좋은 것 같다.

남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가고

동유럽으로는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와 몬테네그로로 집중한다.

더러 가 본 곳들이 있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스페인 같은 넓은 곳도 지중해쪽 남부 지역과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받아주는 길산티아고의 북부 길에 집중하고,

그리스 같은 경우 산토리니, 미코노스 등 알려진 섬들을 많이 가지만, 자킨토스 및 아타카 섬까지 다소 우리 나라 사람들이 덜 가는 곳들도 다닌다.

 

 

동유럽에서도 비슷한데, 크로아티아라 하면 플리트비체와 두브로브니크도 걷지만, 풀라나 토르기르, 흐바르섬까지 여러 곳을 다닌다.

 

 

지역별 지도 나와 있어 좋고, 도시별로 나라의 위치도 보여주며 가이드북은 아니지만, 간략하게 지역의 특색, 인구랑 면적 등에 대해서도 알려주는데, 그냥 가이드 맵보다 나는 이런 책이 더 좋은 것 같다.

 

TV프로그램을 볼 때도 그렇지만, 단문의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알차고 사진도 좋다.

다음 편을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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