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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멈추는 드로잉 - 종이 위에 유럽을 담다
리모 글.그림 / 재승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알라딘과 북플 앱을 수시로 드나들다 보면 읽고 싶은 책이 쌓인다.
'보관함'에 '읽고 싶어요'에 쌓여가지만 엉뚱한 곳에 눈돌리는 일이 많아지는지 책을 읽는 시간이 오히려 일을 다닐 때보다 더 줄고 더 못 읽고 있는 것 같다.
읽은 책의 리뷰는 못 쓰고 있고, 그나마 한글 파일에 있는 독후감은 컴퓨터도 자주 열지 않아 쌓여간다.
지난 연말 서교동 카페 위안에서 열리는 RImo의 제주에 관한 드로잉 전시회를 보고 와서도 한참을 모르다가 '보관함'에 담긴지 오래된 책 리모의 책이 보였다. 또, 그보다 뒤늦은 감상.
그림이 아주 전문가적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전공, 비전공을 떠나 살짝 안 닮은 드로잉 때문에) 그림으로 만나는 유럽은 또다른 느낌이다.
그림을 아주 못 그리는 나로서는 어찌 여행에서 그림까지 그릴 수가 있을까? 싶었는데, 가기 전에 여행지들의 사진을 보면서 미리 연습을 해보고 출발하셨다 한다. 아마도 그 덕에 좀더 많은 드로잉을 닮아 오셨을 듯. 그러한 노력이 처음으로 긴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후 책으로로 출간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책이 좀 두꺼운데 도화지에 그려진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들고 다니기 무거웠다.ㅠㅠ
38일간의 유럽 드로잉을 보며 책장을 넘기니 묘하게 느리게 함께 걷는 느낌이 든다.
여행 중에는 훗날에 대한 고민할 여유가 없다. 나를 괴롭혀오던 여라 가지 일상적인 문제는 당장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것인지, 원하는 장소에 가기 위해 어디서 표를 사야 할지 따위의 코앞에 떨어진 고민에 우선순위를 내주기 일쑤다. 이런 일차원적인 문제를 허겁지겁 해결하다 보면 머나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코모호수와 벨라지오 中 240p
구시가지의 아케이드를 따라 아레강이 있는 베른의 외곽을 향해 걸었다.
자물쇠에 묶여 가을비에 조금씩 젖어가고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보였다. 언하지 않는 곳에 묶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색깔에 물들어갔던 나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나를 묶어두던 자물쇠를 끊고 새로운 곳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내가 선택한 인생이 그저 달콤하기만 한 방종의 시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누가 일러주지는 않았지만 그 다짐을 지켜내려면 앞으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하는 목적지로 달려가다 보면 넘어져 아파하기도 하고 때론 흙탕물에 허우적대며 더러워지기도 할 테지. 하지만 타의에 젖어 목적 없는 성실함을 강요받던 과거의 시간을 떠올려보면 힘들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 축복받은 모험을 하는 중이다.
빗방울이 그려준 베른 中 298-299p
그렇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 떠나온 여행에 대한 불안도 글 속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용기에박수를 보내드리고 싶고, 요즘 강의 많이 하시던데 드로잉 여행작가로 거듭난 리모님을 응원한다.
어떤 것이 좋은 기념품일까. 화려하거나 값진 것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행위만으로도 단번에 나를 추억의 장소로 데려다 놓을 수 있는 것, 그리하여 그때 그곳의 내 손끝과 영혼의 떨림마저도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것, 마음속에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감정의 소용돌이를 다시 생생하게 내 안에 불어넣어주는 것. 이런 능력을 가졌다면 무엇이라도 훌륭한 기념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친퀘테레로의 동행 中 207p
고민 끝에 떠나온 유럽행이 좋은 선택이었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만약 떠나오지 않았다면 주인을 따라 여행을 다니고 있는 선반 위의 저 때 묻은 캐리어마저 부러워했을 것이다. 볼로냐에서의 환승 中 224p
여행 중에는 훗날에 대한 고민할 여유가 없다. 나를 괴롭혀오던 여라 가지 일상적인 문제는 당장 오늘 점심은 뭘 먹을 것인지, 원하는 장소에 가기 위해 어디서 표를 사야 할지 따위의 코앞에 떨어진 고민에 우선순위를 내주기 일쑤다. 이런 일차원적인 문제를 허겁지겁 해결하다 보면 머나먼 미래를 위해 현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코모호수와 벨라지오 中 240p
여행은 너무 먼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현재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굉장히 행복하다. 코모호수와 벨라지오 中 241p
구시가지의 아케이드를 따라 아레강이 있는 베른의 외곽을 향해 걸었다. 자물쇠에 묶여 가을비에 조금씩 젖어가고 있는 자전거 한 대가 보였다. 언하지 않는 곳에 묶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 색깔에 물들어갔던 나의 예전 모습을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
나를 묶어두던 자물쇠를 끊고 새로운 곳을 향해 달려가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므로 내가 선택한 인생이 그저 달콤하기만 한 방종의 시간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누가 일러주지는 않았지만 그 다짐을 지켜내려면 앞으로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원하는 목적지로 달려가다 보면 넘어져 아파하기도 하고 때론 흙탕물에 허우적대며 더러워지기도 할 테지. 하지만 타의에 젖어 목적 없는 성실함을 강요받던 과거의 시간을 떠올려보면 힘들더라도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는 현재의 시간이 행복하다.
나는 지금, 축복받은 모험을 하는 중이다. 빗방울이 그려준 베른 中 298-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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