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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요즘 ‘제주에서 한 달 살기’부터 시작해서 블로그 중에 보니 ‘시애틀에서 한 달 살기‘와 지인 중에 이번 주 초 ‘로마에서 두 달 살기’를 떠났다. 어느새 우리 나라도 그저 가이드를 따라다니던 관광객에서 테마 여행을 지나 요즈음은 현지인처럼 생활해 보기가 많은 것 같다.
‘어딘가에 베이스를 두고 여기 저기를 여행하는 것이 언젠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오기사
바르셀로나에서 유학 중에 이렇게 많은 도시들을 떠다녔다니 너무너무 부럽다.^^
물론 저가 항공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지만 유럽은 물론 미국쪽도 수시로(?^^) 넘나들며 여행 스케치를 남기셨다.
수업 중에 일어나는 이야기의 스케치를 웹툰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재미나지만
건축가답게 건물 들의 스케치 정말 멋지다. 섬세하기도 하고.
오기사의 책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기발하고 위트가 넘친다. 언제나처럼 혼자 키득키득....하며 읽으면서도, 참으로 감각적이다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언제 출간된 책인지 몇 번 뒤적여보았다.(2008년 2월 1쇄 무려 10년 전 책이라 깜짝 놀랐다)
다시 봐도
사진도 펜화도 책의 구성도 참으로 세련됐다.
프라하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
오전 열한 시에 해야 하는 숙소 체크아웃과
저녁 여덟 시 비행기의 조합이 이루는
조화롭지 못한 하루.
그 덕분에
두 군데의 식당과 세 군데의 카페를 전전하며
시간과 동반자살을 해야 했다.
프라하 PRAHA 中 125p
나도 이렇게 커피와 시간과 함께 동반하고 싶다, 프라하에서
오기사님처럼 여행을 스케치하지는 못하지만,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나도 많이많이 가지고 싶다
......과거는 언제나 화려하다 그래서 추억은... 아름답다......
이 편견의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나 역시 지독한 편견한 빠져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 80p
기적은 종종 일어나는데 문제는 그 중 대부분이 나랑 아무 상관없다는 점이다. 107p
프라하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비가 왔다.
오전 열한 시에 해야 하는 숙소 체크아웃과 저녁 여덟 시 비행기의 조합이 이루는 조화롭지 못한 하루.
그 덕분에 두 군데의 식당과 세 군데의 카페를 전전하며 시간과 동반자살을 해야 했다. 프라하 PRAHA 中 125p
방향감각이 없어 매일 길을 잃는 일이 당사자에게는 별로 스트레스가 아닌가보다. 막상 스트레스 받는 것은 주변 사람들. 133p
분명히 잘되겠지. 위기는 헤쳐 나가라고 있는 것. 137p
그림을 그린다고 작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있던 두 시간여 동안 열 네 번쯤 비가 왔고 열 번쯤 비가 왔다. 그래서 카페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네 번쯤 추웠고 열 번쯤 따뜻했다. 내 마음도 이 정도는 아니다. 179p
그림을 그린다고 작은 카페의 창가에 앉아 있던 두 시간여 동안 열 네 번쯤 비가 왔고 열 번쯤 비가 왔다. 그래서 카페에 앉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열네 번쯤 추웠고 열 번쯤 따뜻했다. 내 마음도 이 정도는 아니다. 179p
희망도 때로는 피곤했다. 지금을 추억하자. 252p
파리도 뉴욕도 그리고 바로셀로나도 천국은 아니었다.
그저 그곳에서도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해하고 어느 화창한 날 고대와 중세와 근대의 길을 걸으며 뿌듯해하며 새로운 만남에 많이 설레고 다시 찾아온 이별에 조금 슬퍼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행복해 하면 될 뿐이었다.
지금 보니 떠나는 것보다 돌아가는 것이 더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다시 돌아옴을 결정한 순간 나는 조금 앓아야 했다. 사랑에 빠져들 때의 두려움처럼 자유로운 삶에 응당 따라와야 했을 의무적인 상처였을 것이다. 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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