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내가 온다 : 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 - PARK BUM-SHIN'S TURKEY IN DAYS
박범신 지음 / 맹그로브숲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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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못한 곳에 대한 환상과

가본 곳에 대한 그리움

어느 것이 더 클까?

둘 다가 묘하게 어우러져 내게는 인상적인 여행 장소. 터키.

 

박범신 작가는 내 마음 속의 ‘시인’을 찾아 주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 여행의 시작은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곳 이스탄불의 상징적 장소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시작된다.

 

part1에서 만나는 장소는 대부분 나의 여행 일정과 비슷하다. 지금은 정치적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 갔지만 오랫동안 수도 역할을 했던 곳 이스탄불을 돌아본다. 히타이트 시대부터 페르시아 그리스의 헬레니즘과 로마, 투르크 민족에서 오스만 제국에 이르기까지 문화 융합의 장소로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아야 소피아

악기부터 대표적 특산물인 양탄자를 비롯해 없는 게 없는, 5천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어 들어가면 길을 잃어버리는 ‘살아 숨쉬는 마법의 미로(54p)’인 그랜드 바자르.

‘대포의 문’이란 불리는 톱카프 궁전까지

 

커피 장소라 해석될 수 있는 카프베 하네에서의 물담배에서부터

양곱창 햄버거, 코코레치,

홍합밥, 미디예돌마,

고등어 케밥까지 맛이라면 또 둘째가라면 서러운 터키 음식들도 등장한다. 난 물론 그 중 인도의 난과 거의 비슷한 ‘공갈빵’ 피데가 가장 좋았지만 말이다.

 

그 어떤 문명도 대자연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웅혼한 풍경도 시간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그 어떤 역사도 허공을 넘어설 수는 없습니다.

 

한낮의 카파도키아 대지가 제게 그런 걸 가르치고 있습니다.

 

par2에서는 중부 아나톨리아 지방의 유명한 곳들을 둘러본다.

카파도키아

‘보이지 않아야 할 곳’이라는 뜻의 괴뢰메 공원

지하도시 데린쿠유

우치히사르

'34%에 이르는 염분으로 세계에서 가장 염분이 높은 내륙 호수(187p)' 소금 호수(lake Tuz)와

터키어로 ‘목화(Pamuk)의 성(kale)’을 뜻하는 파묵칼레

기원전 2세기 무렵 세워진 로마의 고대 도시,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와

함께 있는 네크로폴리스(Necropolis). 아직도 1,700여기의 무덤들이 있다는데, 로마인, 이슬람인, 그 먼 곳까지 가서 우리나라처럼 봉긋한 봉분을 세운 중국인의 무덤까지.. 여러 문화의 집합지 였던 만큼 누워 있는 인종도 얼마나 다양할까? 싶다.

만 5천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히에라폴리스 원형극장도 등장한다.

그 기원전 2 세기경에 어떻게 마이크를 쓰지 않고도 들을 수 있게 설계되었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나도 이곳에서의 기억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그 공연장의 소리가 잘 울리는 부분에 서서 ‘아리랑’을 노래하며 소리를 들어봤던 것과 유명 관광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one dollar'를 외치며 그 허허벌판의 유적지에 와서 조잡한 엽서를 팔던 어린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남부 지중해쪽으로 내려와선 아름다운 안탈리아를 지나 터키 최남부 땅끝마을인 수중유적도시 케코바를 돌아 다시 이스탄불로

 

이슬람의 세계에선

삶과 신앙이 나뉘지 않고

예술과 신앙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신과 일체감을 느끼기를 원합니다.

 

신은 교회당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든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들의 삶은 오직 한 길, 알라의 길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인샬랴!”

신의 뜻 대로라는 뜻입니다.

285p

삶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삶의 유한성을 넘어설 수 없으므로,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서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신은 영원한 삶의 길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신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293p

 

이슬람교의 사원에서 신도에게 예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노래 에잔(Ezan)에 맞추어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Sultan Ahmed Mosque)에서 기도 시간을 돌아보면 누구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박범신 작가도 역시 그런 것 같다.

 

가톨릭 건물에 메카의 방향을 표시하는 아치형 벽감인 미흐라브 외에 여러 이슬람 문양들이 있는 오묘한 건물을 크리스트교도는 건물의 훼손이라고 하지만 아주 복잡한 건물의 역사만큼이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건물인 건 틀림없는 것 같다.

 

‘블루 모스크’로 더 유명한 ‘5천명 이상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287p)'는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에서 신에 이르는 길을 생각해본다.

 

내게는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도서관 건물이 우뚝한 에페스가 볼 수 없었지만 

에 이르는 마음은 갖지 못했지만

마음 속에 있는 신들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터키는.

 

다시

그리운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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