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날이 가면 갈수록 추천도서 선정이 어려워집니다... 관심분야도 점점 넓어지는데다가, 새로나온 책 모두를 볼 수 있는 기능을 알게 되면서(...) 수많은 책의 제목과 소개를 다 살펴본 뒤에 이것저것 골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네요. 하루를 꼬박 투자해서 선정하는 것인데, 가장 마지막에 고른 이 다섯 개는 어느 정도 직감에 기대는 일이 많습니다. 여튼 이번 달에도 다섯 개를 골라보았습니다.
1.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저자만 보고 무작정 골라놓고 마지막까지 빼지 않은 책(...)입니다. 보수주의적 관점이 다분한 학자이긴 하지만 그가 만든 다른 다큐멘터리인 <Ascent of Money>를 정말 인상깊게 보았기 때문이죠. 그의 다른 책도 어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 책 역시 그가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제가 보았던 그 다큐멘터리같은 포스를 책에서도 내뿜어주길 기대해봅니다. 그의 전공은 경제사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분야이지만, 서양의 경제사란 자본주의 이후에 문명사 그 자체이기도 할만큼 다른 많은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지요. 세계사를 다시 정리해볼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법의 재발견
제게는 저자에 대한 흥미는 둘째치고, 가정을 법으로 분석해본다는 책의 내용소개 자체가 끌립니다. 가장 사적인 영역이라고 간주되는 가정의 영역에 가장 공적인 표상인 법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가정이 매우 논쟁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사회학이나 철학에서 다루는 이론적인 분석과는 또 다른, 다시 말하면 아주 실용적인 접근을 이 책에서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되네요.
3. 로드
부제에서 볼 수 있는 '길의 사회학'이라는 문구가 제 마음을 잡아당깁니다. 길은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제, 건축적 의미 이외에도 사회학적으로는 더 다양한 담론화가 가능하겠지요. 여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서 설명했다고 하니 그 내용이 아주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항상 길을 밟으면서 어딘가로 떠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길이 다르게 느껴질 것만 같아서요.
4. 자기계발의 덫
자기계발, 이 책의 원제의 표현에 따르면 'self-help' - 일종의 자기위안처럼 보이는 이 트렌드가 어떻게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현재 한국의 문제이긴 하지만, 단지 한국사회만 그런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 책은 미국사회에서 자기계발이 어떻게 확산되었는지 설명하였으니까요.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몇몇 자기계발서들도 그 유행이 미국발이었던 적이 많은 만큼, 이 두 현상은 분명히 유사할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 대한 분석은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도 있겠지요.
5. 그렇다면, 과학이란 무엇인가
이 글을 쓰면서 다시 검토해보니, 코끼리를 보면서 장님들이 서로 싸우는 표지가 아주 인상적이네요. 이제는 지나간 이슈가 되어버린 황우석 사태를 바라보면서, 인문학자들이 생각해야하는 질문은 바로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 과학사회학의 상대주의에 경도되거나, 혹은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 정도의 소개에 그치는 자연과학 개론서에 그치게 마련이죠. 이 책은 그런 단점들에서 조금 벗어나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는데, 내용은 과학철학의 쟁점들을 다루면서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의 성과들이 충분히 반영된, 과학에 대한 적절한 저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