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이번 달 제가 고른 신간의 컨셉은 '자본주의'입니다. 우리를 강력하게 지배하지만 여전히 문제적인 체제이자 개념인 자본주의. 그 탄생과 함께 여러 각도에서 비판적 분석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가장 설득력있는 (어쩌면 인간이 고안할 수 있는 최종의)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를 신봉하면서 살아갑니다. 자본주의 자체는 무엇이며, 사람들은 어떻게 자본주의에 영향을 받고 또 재탄생시키는지 알아볼 수 있는 책이 많이 나왔네요. 

  1. 돈의 본성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핵심은 누가 뭐라하더라도 역시 '돈', 즉 화폐겠죠. 마르크스 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철학-사회학자들에게 모든 실제 상품과 교환이 가능한 이상한 존재인 '돈'은 가장 흥미를 끄는 연구대상입니다. 이 책은 화폐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과 분석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뒤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있네요. 가장 상식적인 수준에서 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요. 이 책을 통해서 자기 마음에 드는 분석에 대해 더 깊게 살펴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화폐분석에 들어가는 책으로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번역자가 칼 폴라니를 한국에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홍기빈이라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2.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강의 

  자본주의 분석의 일인자는 누가 뭐라 하더라도 마르크스가 아닐까 합니다. 자본주의라는 개념 자체를 확립시키고, 이론적인 전제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여전히 유효한 사상가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그 결과물인 『자본』(『자본론』) 은 어렵고 힘든 책인데도 여전히 의미있고 많이 읽히는 것이겠죠. 『자본』에 대한 수많은 개설과 해설서들이 있었지만,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하비의 강의라서 더 믿음이 가네요. 하비 스스로가 현대 자본주의를 가장 잘 분석했다고 평가받는 학자이기 때문이죠. 마르크스과 하비의 조합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3. 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 

  자본주의는 인간의 물질적 생활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생활 깊숙한 곳에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우리 주변을 둘러싼 미디어 때문이지요. 이 책은 현대 미디어 이론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인 맥루한의 저서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책들과는 다른 번역자의 새 번역이네요. 자본주의 분석과는 거리가 약간 있지만, 인간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미디어의 속성과 힘에 대한 설명은 다시금 미디어의 기능과 영향력에 대해서 실감하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려다가 몇 번을 포기한 기억이 있어서, 새로 나왔다고 하니 고통스러운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지만 그래도 다시 또 도전해보고 싶은 책이네요.  

 

 

  4. 공간의 생산 

  위에 보았던 책들은 다소간 거시적인 측면에서 분석한 자본주의인 반면에, 이 책은 미시적인 측면이 강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유명한 사회학자인 르페브르의 책은, 사실 한국에서는 다른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들에 비해서 구경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매우 반갑네요. 공간을 재편하는 문제는, 자본주의라는 존재가 사람들의 습관을 자본주의적으로 바꾸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미시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고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요.  

 

 

 

  5. 후쿠자와 유키치의 아시아 침략사상을 묻는다 

  그렇다면 한국의 자본주의는 어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의 세계경제체제 편입, 그리고 그 일본에 의한 지배가 한국의 자본주의의 가장 깊은 뿌리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사상적 기원은 바로 일본 화폐의 얼굴, 후쿠자와 유키치입니다. 일본 근대화의 기수, 사상적 아버지, 행동하는 지식인 등등의 이미지로, 일본에서는 한국의 세종대왕 만큼이나 칭송받는 인물이죠. 하지만 일본의 근대화 과정에서 보인 군국주의와 탈아입구적 면모 또한 이 사람에게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기에,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게는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인상일 뿐, 사실 한국의 어느 역사책에서도 그에 대해 다루지는 않지요. 사상적, 정치적 중요함에 비해서 너무나도 홀대받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그에 대한 (옹호적 연구이든 비판적 연구이든) 연구는 우리의 지금 모습을 이해하는데도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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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리 2011-07-15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앙리 르페브르 찾으러 왔다가 우연히 이런데서 보게 되는군요. 저 05 후배입니다. 효진이네 화이팅.

박효진 2011-07-15 17:27   좋아요 0 | URL
브람스를 좋아하며 현대철학에 관심이 많은 당신은 누구십니까 근데 리스트가 2008년에 만들어진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