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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의 말
켄 로런스 지음, 이승열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예술가가 아닌, 그렇다고 예술 근처에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닌 나에게 예술가는 선망의 대상이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술가가 돈을 많이 벌고 유명세를 떨치기 때문은 아니다. 예술로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주장하고, 그런 행위들로 세상을 다양하게 만드는 그 자체에 대한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관이나 이념이 나와 다른 예술가라 할지라도, 본인의 생각을 계속해서 표현하려 하는 그런 추진력, 그리고 자신감과 용기는 항상 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비틀스(이 책에서는 beatles를 '비틀스'라고 표기한다)의 멤버 존레논은 아름다운 노래를 많이 만든 예술가이기도 하지만, 특별한 메시지 또한 음악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대단한 인물이다. 그래서 존레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왔는지는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궁금해 마지않을 것이다.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으면 그런 노래-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책 <존레논의 말>은 그의 생각을 담은 '말'을 발췌하여 담은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엔 왠지 'Imagine'의 선상에서 그의 심오한 말을 예상해 보았다. 그런 것 치고는 표지가 상당히 귀여운 스타일이라 좀 의외기도 했지만. 그리고 이 책의 분위기는 표지를 닮아 있었다.
존레논은 가벼운 노래 가사도 썼지만 다소간 철학적, 구도적인 노래 가사도 많이 썼기 때문에 그의 생각이나 말 역시도 그와 같은 무게가 담겨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존레논의 말>에는 그런 점들을 모아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오히려 심플한 인터뷰 질문과 심플한 답변이 주를 이루고, 긴 고민 없이 말하던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 나온 말들을 모아 놓은 책에 가깝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런 알맹이 없는 말들도 선별된 이유가 뭘까? 싶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렇게 한없이 가볍기만 한 책일까?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존레논이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은 그런 생생함을 주었다(번역이 탁월했다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좀 과하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하층민을 표현할 때 '흙수저'로 번역하기도 했더라). 존레논의 일상적인 말들이라 하더라도, 그 일상 속에는 항상 그의 생각과 철학, 가치관이 녹아있었다. 그래서 음악 관련이 아닌 사생활, 부인 오노 요코, 자식들에 대한 존레논의 말들 역시도 한 인물의 일관된 생각 속에서 한 말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존레논의 몽상은 항상 생생했다. 날카로우면서도 온화한 평화를 원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듯한 존레논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