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것 - 대한민국 2030 여자들의 직장생활백서
임경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연말이 다가온다. 연초에 제출했던 성과계획서는 반도 채우지 못했지만, 성과평가서만은 그럴듯하게 채워야 할 때가 왔다. 연초엔 내가 무슨 책을 읽었던가. 전에 섰던 리뷰들을 재 리뷰 해봤다. 재미있게 쓴 리뷰도 있었고 얕은 재주를 반성해야하는 리뷰도 있지만, 가장 눈에 뜨인 리뷰는 직장이야기가 쓰인 리뷰였다. 심리학책이나 처세술책인데 다시 읽어보니, 그 시절이 생각나 짠해진다. 직장도 시처럼 사색적이고 소설처럼 재미나기만 할 줄만 알았는데, 손익 계산서와 뒷담화가 난무하는 정치판이었다. 시덥잖은 문학책 따위는 던져 버리고, 같잖은 처세술책이라도 봐야 했다.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더라도, 울분의 해소는 되지 않을까 해서 읽은 그 책들.

결과적으로는 잘 읽은 것 같다. 선후배 및 상사와의 관계 미숙을 인정했고, 안일주의와 나의 미숙함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최소한 트러블메이커에서는 비켜 갔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지옥 같지는 않다.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면, 건강하게 화내는 법과 거절하는 법이다. 아랫 사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다른 사람 위에 올라갈 수 없다. 아랫사람들을 먼저 퇴근시킨 후, 혼자 남아 야근하는 중간관리자를 보는 중역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이다.(p.51)라는 문장을 보니 따끔하다. 좋은 사람인 척 배실배실 웃고 다니지만 말고, 진짜 방실방실 웃고 다니고 싶다. 


 일하는 여자로 산다는 건 결코 만만치 않다. 지금은 안정을 찾았다고 하지만 다시 고심의 시기가 올 거다.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평생 일하며 살아갈 거라면 그 고민을 당겨 아는 것도 낫다. 저자가 여성이라 다른 처세책보다 섬세하고, 부드럽다. 거기다,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이 인정하는 성공을 기준으로 글을 썼단다. 그래서  읽기가 편했다.

 남들처럼 욕심 부리지 않고 그저 평범하게 살겠다고 한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평범’하다는 단어의 뜻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원래부터 평범하게 태어나기보다는 어느 시기부터 평범하기로 작정하고 평범의 탈을 쓰고 살아가는 억눌린 개성들이 있을 뿐이다. (중략)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식으로 잘날 필요도, 아니면 남들과 똑같은 식으로 평범할 필요도 없다. 라이프 스타일 선택은 매우 개인적이어야 하고 ‘나다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누가 내 일련의 행동을 보고 “참 임경선스럽다”고 혀를 끌끌 차도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 (p.238~289)
개인적인 만족과 대외적인 만족을 눈치 보는 나로서는 마지막 이 내용이 쿨하고 화끈하게 느껴진다. “너 답다.“라는 평가까지도 인정해버리는 나다운 모습을 찾아 사기충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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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7-12-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모과양 2007-12-15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멜기세덱님이.. 이 해의 리뷰어께서 축하해주시다니요. 영광이여요. 축하드려요.